알파메일 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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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50화
50화 친선(?) 교류회 후기(1)
수호대의 교수 휴게실이었다.
그곳의 소파에 피로하게 늘어져 장진호가 쉬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돌아오셨습니까.”
장진호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깍듯하게 그들을 맞았다.
“음.”
“선배도 반갑습니다.”
장진호에게 이렇게 깍듯하게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수호대 내부에서는 거의 없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정형구 정도가 유일하다.
그 외에는 이사장인 이석훈 정도가 다다. 장진호는 사실 수호대의 주요 이사들도 깔보는 사람이다.
지금 막 휴게실로 들어오고 있는 정형구와 신민석은 얼마 전 중요한 회의가 있어 일본으로 갔다가 오늘 막 귀환하는 참이었다.
세 사람은 같이 대화를 위해 근처 탁자로 이동했고 둘러앉았다.
먼저 장진호가 물어 대화의 물꼬를 텄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나쁘지 않았지. 덕분에 곧 교류회가 있을 예정이다.”
“교류회라…… 한 따까리 하겠군요.”
장진호는 고개를 슬쩍 저었다.
말이 교류회지, 일본과의 교류회라 하면 피로한 자존심 싸움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만큼 과격한 내용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지. 자존심도 걸려 있고, 서로의 수준을 알아야 정말 교류하기에 적합한 상대인지도 파악이 되니까.”
정형구도 같은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그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블록화가 심해지면서 국가 간의 정보 공유 같은 것도 없어지다시피 했다. 서로 간의 실력을 알아두는 것은 앞으로의 협력을 위해 중요한 단계다.
“장소는요?”
“일단은 그쪽에서 오기로 했다. 정기행사가 되면 교대로 가는 거고.”
“흠, 기본 예의는 있군요.”
“기본 예의는 무슨…… 더러운 총을 신성한 학사 내에 들일 수 없다는 거지.”
신민석이 장진호의 말에 투덜댔다.
정형구가 과격한 그 말에 미간을 좁혔다.
“민석.”
“사실 아닙니까.”
신민석은 정형구의 경고 같은 말에도 의견을 꺾지 않았다.
장진호는 혀를 찼다. 신민석이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회의 분위기가 어쨌는지 알만하다 싶어서였다.
“그 자식들 아직도 그럽니까?”
“탓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그렇긴 하죠.”
정형구가 하는 말에 어쩔 수 없어 장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한국은 일본과 매우 사이가 좋지 않다.
헌터의 시대는 일본이 역사 왜곡 문제 같은 것으로 어그로를 끌던 시점에 시작됐다. 이후 급속도로 양국은 블록화를 거쳤고, 편견과 증오만을 자국 내부에서 재생산하면서 지내게 됐다.
이러다 보니 가끔 정상급 헌터들 간에 드물게 있는 교류회 같은걸 하게 되면 난투전 바로 직전까지 가는 일이 허다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다시 양국의 사이를 더 나쁘게 만들곤 했다.
정형구가 한숨을 쉬며 둘을 어른스럽게 타일렀다.
“너희도 알겠지만 전 세계가 최소한의 교류 외에는 거의 끊어져 버렸다. 무역로 자체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이 때문에 서로에 대해 너무 적대감이 커져 있어. 이번 행사는 가까운 나라부터 그걸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바다는 복마전이 되어버렸다.
어마어마한 양의 몬스터가 횡횡하고 있다. 던전이 발생해서 공략되지 못한 채 몬스터가 방출되는 일이 잦았다. 그런 몬스터들은 대부분 바다에서 죽고 말지만 살아남는 것들은 세력을 구축해서 무역로를 끊어버리고 있다.
기차를 비롯한 육로는 바다보다 사정이 훨씬 낫지만 몬스터로 인해 각국의 치안 사정이 극히 나빠지면서 다들 자국 내 유통망을 지키기 급급해졌다.
여러 나라가 연결된 도로망은 그 관리에 걸리는 비용과 그 이권이 너무 커서 아무도 엄두를 못 낸다.
“뜻은 이해합니다만…… 사실 일이 그렇게 잘될까요. 친목과 교류라고 하는데 결국은 줄 세워서 한판 붙는 거 아닙니까. 도무지 친목 같은 걸로 이어질 것 같지는…….”
“나도 그렇게 봅니다.”
장진호와 신민석은 부정적이었다.
그들 역시 중견 헌터.
교류회 경험은 여러 차례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주로 좋지 않은 끝을 맺었을 뿐이다. 이번이라고 다를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
정형구도 그런 경험은 두 사람보다 더 많을 정도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걱정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쟁심에서 시작되는 친목이란 것도 있는 거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것이 친화이기도 하니까.”
“그런 관점도 있군요.”
“아주 잘 되면의 이야기 같은데…….”
약간 부정적으로 답했지만 장진호도 신민석도 일리가 있는 생각이라곤 여겼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처럼 극단적인 사회다.
생존 자체가 사회의 제일 명제가 되어가고 있는.
평화로운 시대라면 무능한 놈들과도 친하게 지내줄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시대는 아니다. 쓸모 있는 놈들이 쓸모 있는 놈들끼리만 친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적당히 싸우는 것은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고 인정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잃을게 없는 상황이다. 거부할 이유는 없지. 어쨌든 현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거니까.”
정형구가 혀를 차면서 하는 말에 장진호와 신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질 수도 없군요.”
“안마당에서 지면 그런 창피가 있나!”
기왕에 시작하게 된다면 지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다.
상대가 일본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자 장진호가 생각나는 게 있다는 듯이 말했다.
“애들 싸움은 일단 그렇다 치고, 거기 이씨가문 주인아저씨도 같이 갔지 않습니까? 이쪽 싸움이 사실 진짠데.”
장진호가 말한 이씨가문의 주인이란 물론 이석훈이다.
“그래.”
“그럼 불꽃 튀지 않았습니까?”
그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이석훈이 일본에 건너갔다면 거기서 그를 맞이했을 일본 쪽 헌터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자기 싸움은 피곤할 수 있지만 남의 싸움은 언제나 즐거운 법.
게다가 그것이 세계 최고 간의 싸움이라면 설령 실제 싸우는 게 아니라 해도 돈을 주고서라도 보고 싶은 법이다.
“말도 마. 같이 있을 때는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았으니까.”
당시의 긴장감을 기억하면서 신민석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장진호는 알만하단 표정이 되어 웃다가 말했다.
“하지만 사무라이, 닌자, 음양사라니. 코스프레단도 아니고 가주 그 인간에 비할 바는 아닐 것 같은데…….”
“이씨가문이 좀 별격이긴 해도 그 셋 역시 열도의 수호신으로 유명하니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야. 아니면 당당히 마주서지도 못했을걸. 내가 직접 봤을 때는 멀리서부터 풍기는 마나만 해도 전신을 찌르는 것 같더라.”
신민석이 뭘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사무라이, 닌자, 음양사.
이것은 현재 열도의 삼신수로 칭송되고 있는 최고의 헌터 세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다. 한국에 이석훈이 있다면 일본에는 그들 세 헌터가 있다.
사무라이, 닌자, 음양사로 불리는 것에 걸맞은 힘을 가진 그들은 검과 은신, 마법에 능숙한 초일류의 헌터들이다. 세 사람의 마나 수용량 평균치만 사만이 넘는다.
그러니 이석훈이 일본에 건너갔다면 그를 맞이해서 당당히 눈을 마주칠 수 있는 헌터는 그 셋뿐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선 이석훈이 그들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장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가주 놈이 실력 없는 놈이 자기 앞에서 뻗대는 걸 두고 보는 성품은 아니지요. 그러면 이번 대 삼신기 소유자는 어떻습니까? 혼자라면서요?”
삼신기.
본래는 일본 황실에 전해지는 세 가지 성스러운 물건이다.
하지만 현재는 일본의 헌터제도 상 최정점에 선 자에게 주어지는 세 가지 아티팩트를 말한다. 사실 일본을 수호하는 최고 헌터가 최대 세 사람이 되는 것도, 그들이 사무라이, 닌자, 음양사로 불리는 것은 그들이 가지는 바로 그 아티팩트 때문이다.
그 아티팩트가 소유자의 전투방식, 존재 양식을 결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 아티팩트란 이하의 세 가지다.
신광의 카타나 아르테미스.
음월의 구츠 츠쿠요미.
음양의 조율서 후루키요미모노.
그럴듯한 신화적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들 세 아티팩트는 기실 일본이 헌터의 시대에 접어들어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이라서 고대 일본의 전통문화에서는 정말 이름만 따 왔을 뿐이다.
어쨌건 당시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이들 세 아티팩트는 기반이 될 아티팩트를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가공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노력과 희생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족히 백만의 피를 마시고 만들어진 것이란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재는 그만한 값을 치를 만한 물건들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최고의 아티팩트이기도 했다.
각자 검, 신발, 마법서인 이것들은 일본 황가의 소유지만 당대 최고의 헌터에게 수호자의 이명과 함께 사용이 허가되어 일본을 수호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세 수호자가 사무라이, 닌자, 음양사라는 것에는 이런 연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엄청난 아티팩트이고, 각 아티팩트가 사용되는 방식도 독특한 만큼 한 아티팩트의 사용에는 한 사람이 전담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묘한 소문이 십수 년 전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다음 대를 대비하는 현재 일본의 수호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 세 아티팩트를 혼자서 다루는 괴물이 일본에서 성장 중이라는 뜻이었다!
장진호도 아직 만나 보지 못했는데, 그가 알기로는 아마 그 괴물이 슬슬 성장해서 일본 쪽의 차세대 대표가 됐을 무렵이다.
그러니 혹시 정형구가 만나 봤을지 물어본 것이다.
“이번에 가쿠슈인 헌터과에 입학했지.”
가쿠슈인은 학습원이라 해서 일본의 명문가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의 이름이다. 초등부터 대학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는데, 본래 점차 세가 약해져 가다가 헌터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세를 불리게 됐다.
일본의 귀족 재벌이나 정치가들, 그리고 강력한 헌터들이 화족으로 올라서면서 반쯤 계급 사회화되고 그들을 위한 전용 교육 기관이 다시금 각광 받게 된 것이다.
장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럴 나이가 됐다고 짐작은 했습니다. 평가는 어떻습니까?”
“듣기로는 성장하면 세 수호자의 힘을 하나로 모은 것 같은 괴물이 될 거라는군.”
“오오, 그거 크게 나왔는데.”
장진호가 놀랍게 여기며 웃었다.
신민석이 마찬가지로 그 과장된 평가에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마치 옛날 우리 이씨 도련님 같은 평가지.”
정말 그런 재능이 있는지도 의문스럽지만, 그런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런 결과는 쉽게 나올 리가 없다. 초월적인 재능은 초월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어쨌건 흥미로운 아이였다.
“걔도 옵니까?”
“자존심 대결인데 와야지. 안 그러면 어쩌려고.”
당연하지 않냐는 투로 말했다.
일본은 한국의 세 배 정도 되는 국가다.
헌터의 숫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따지면 강자도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평균적인 강자의 질은 오히려 한국이 더 높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씨가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국민성 차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강자의 폭은 일본이 확실히 더 넓어서 장기전을 하면 일본이 틀림없이 이긴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최고 강자 간의 일대일 대결을 하려 든다면 서로 간에 아낌없이 가진 패를 내놓아야 한다. 아니면 진다.
장진호는 더욱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 되어 정형구에게 이제까지 아껴 뒀던 가장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질문을 건넸다.
“직접 만나 봤습니까?”
“그래.”
장진호가 휘파람을 불었다.
“어땠습니까?”
“괜찮더군.”
장진호가 속으로 와오 하고 감탄했다. ‘괜찮더군.’이라니. 칭찬 자린고비로 유명한 정형구는 학생들을 높게 평가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괜찮다’라니.
사실상 최고의 평가다.
“소문만큼?”
“이혜선 그 아이만큼은 됐다.”
“오, 그건…….”
이혜선만큼이라니.
정형구도 이혜선을 안다.
장진호도 이혜선을 안다.
때문에 이건 꽤 구체적이고 강렬한 평가였다.
이혜선.
그 이씨가문의 현 금지옥엽은 장진호가 보아온 가운데 최고최강의 재능을 소유했다. 거기 비길 정도라면 진짜 괴물이란 소리다.
하지만 신민석이 반대했다.
“제가 보기엔 이혜선보다 못하던데요.”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질만 보면 이혜선이 더 낫다. 하지만 이혜선은 망집에 사로잡혀 있지.”
“그건 확실히…….”
신민석과 장진호는 함께 동의했다.
이혜선의 재능은 세계를 통틀어도 아마 한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 재능은 충분히 개화되지 못했다.
정확히는 개화가 막혀 있는 상태다.
알파메일 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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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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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