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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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47화
47화 내분? 혹은...(2)
실력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이 건물 전체를 먹통으로 만들고 수비팀을 전멸시켜 여기까지 도달한 몬스터를 상대로 해야 한다면 그 실력이란 게 얼마나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인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팀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공포에 삼켜진 팀원들을 달래며 앞으로 나서자고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소리도 없이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퍼억!
배에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팀장은 격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무릎을 꿇었다. 다른 팀원들이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적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야에 적은 잡히지 않았다.
당황한 그들이 비명처럼 무언가를 외치면서 무기만을 휘둘렀다.
소용없었다.
어둠 사이로 첫 공격이 그랬던 것처럼 소리도 없이 적의 공격이 들이닥쳤다.
퍼억!
서걱!
촤악!
“크아악!”
“아악!”
“으, 으으으으…….”
한번 공격이 이루어질 때마다 하나의 목숨이 사그라졌다. 금세 좁은 공간은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조각난 인간의 육체가 무력하게 널브러졌다.
정말이지 황당한 광경이었다.
지금 형편없이 패배해 죽은 이들은 원래라면 누구 하나 강자라 불리지 못할 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이것은 그들을 탓할 게 못된다.
그냥 이 곳을 지금 습격한 적이 너무나 엄청난 존재이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일 뿐이다.
그리고 하나가 살아남았다.
운이 좋게도 배가 크게 베이고도 절명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숨 역시도 길어봐야 수분에 불과할 것이다.
크게 쩍 벌어진 그의 상처로는 피만이 아니라 내장이 크게 흘러나와 있었고, 그 내장들 역시 손상이 심한 상태였으니까.
참방.
그는 피 웅덩이를 밟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의 소리를 들었다.
꺼져가는 의식 가운데 그는 겨우 적의 발목을 볼 수 있었다. 검은빛 금속의 장갑으로 싸운 발목이었다. 그는 어렵게 몸을 들었다.
그는 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신이 중세형의 갑옷으로 감싸인, 인간형의 무언가였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였고, 한 손에 쥐고 있는 검은 빛을 흡수하듯이 거무튀튀했다.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힘에 전율하면서 그는 중얼거렸다.
“아, 악마…….”
황금빛 눈이 강하게 번쩍이더니 도플갱어는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그것으로 마지막 팀원의 생명이 끊어졌다.
******
퍼억!
장진호는 발로 달려드는 적 도플갱어의 얼굴을 걷어찼다. 도플갱어의 머리가 크게 돌아가면서 거대한 몸이 휘청였고, 결국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그 발차기의 위력은 엄청나서 그가 도플갱어 두 마리와 싸우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상처 입었고, 그 피해 끝에 한 마리를 처단하고 이제 한 마리만 남겨 두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진호는 쓰러진 도플갱어의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도플갱어의 머리를 향해 타오르는 자신의 주먹을 주저 없이 휘둘렀다.
퍼억!
퍽!
한 방, 한 방 후려칠 때마다 도플갱어의 머리가 크게 확대됐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눈이 일그러졌다.
장진호는 도플갱어가 자신의 엉덩이 아래에서 고통에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장진호를 더욱 기쁘게 했다.
그는 한층 더 열심히 주먹을 휘둘렀다.
푸억!
퍽!
반항조차 못 하고 얻어맞으면서 얼굴이 일그러져 가는 도플갱어는 마침내 우는 듯한 표정이 됐다. 언제나 기세등등하게 황금색으로 빛나던 눈 역시 색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진호는 한 손을 그 눈에 쑤셔 넣었다.
고통에 펄쩍 도플갱어의 큰 몸이 뛰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개새끼야……!”
이를 악물고 눈알을 한 주먹에 쥔 채 쑤욱 뽑아냈다. 사람과는 전혀 다른 구성의 눈알이 신경줄에 연결된 채 그대로 빠져나왔다. 그 잔혹한 손길 아래서 도플갱어는 바들바들 떨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자, 마지막이다!”
장진호는 킬킬 웃으면서 뻥 뚫린 구멍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진흙에 망치를 후려친 듯한 철퍽 소리가 나고, 도플갱어의 머리가 완전히 박살 났다. 뇌를 잃은 몸만이 억울한 듯이 부들부들 떨다가 곧 완전히 멈췄다.
그렇게 마지막 도플갱어까지도 장진호의 손에 박살 나 죽었다.
“흐아…….”
지친 표정으로 장진호가 몸을 뒤로 누였다.
지치고 상처 입었지만 그의 표정은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럴 만도 했다.
수호대의 교수로서 일하게 된 이후 헌터로서 피 끓는 싸움은 포기하다시피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맛있는 싸움을 하게 됐다.
“크으…….”
잠시 누워 있던 장진호는 아픈 몸을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봤다.
파괴된 건물, 죽어 시체가 된 수십의 헌터들.
불타오르는 기자재들.
싸움은 끝났다지만 그 싸움이 남긴 풍경은 여전히 지옥처럼 처참했다. 이것이 겨우 네 마리 도플갱어를 쓰러뜨리기 위한 싸움의 결말이라니.
장진호는 새삼 믿어지지 않아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들 대체 뭐길래 도플갱어 주제에 이렇게 강한 거지?”
그는 박살 나 시체가 된 도플갱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헌터 인생이 결코 짧지 않은데 이렇게 다양한 마법 아이템을 사용하면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도플갱어란 것 자체를 본 적이 없었다.
도플갱어라 하면 중하급 헌터팀에 스며들어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강력한 몬스터와 협력하는 게 짜증 나는 놈들인데…….
이건 개체로서의 전투력이 가히 초일류라 할 만했다.
그때 헐떡이면서 팀장이 달려왔다.
“장진호 교수님!”
“교수 소린 빼라니까!”
장진호는 신경질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뭐야?”
“보고가 둘 올라와 있습니다.”
끙끙대며 아픈 몸이면서도 치료를 뒤로 물리고 먼저 장진호에게 보고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 내용이 심상치 않을 것임은 알만했다.
장진호는 그 보고가 담긴 태블릿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하나는 현재 아티팩트 보관소 쪽의 연락이 끊겨 그쪽으로 지원을 보내고 있는 것에 관련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묘하게 강력한 도플갱어의 정체를 발견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연구소 측의 의견이었다.
특히 장진호의 관심을 끈 것은 이 도플갱어의 정체에 관련된 것이었다.
연구원의 이야기로는 유럽 쪽에서 먼저 발견된 것과 흡사한 성질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면서 글이 이어지고 있었다.
집중해서 글을 읽어가던 장진호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런 씨발……!”
“왜 그러시는지?”
“이것들 처음부터 여긴 미끼였어!”
버럭 화내면서 장진호는 자신이 쓰러뜨린 도플갱어의 시체들을 돌아봤다.
보고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도플갱어에 대한 내용은 이러했다.
그것들은 현재 보물수집꾼 도플갱어로 불리고 있으며, 도플갱어에 걸맞지 않게 지극히 강력하다.
또한 이것들은 마법적인 아이템에 대한 욕심이 지극히 커서 그것을 수집하기 위해 무슨 수든지 사용하며 리더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래 부하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희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마법 아이템이 당시 습격당한 연구소에서 탈취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수호대.
마법 아이템 콜렉션이라면 세계 어디에 비교해서도 지지 않는다.
실제 바로 그 마법 아이템을 보아놓고 있는 보관소가 지금 연락이 끊긴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정보를 모아 보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그럼……?”
“진짜 목표는 아티팩트 보관소 쪽이었다!”
장진호는 분노해 외치면서 달렸다.
하지만 벌써 이렇게 완벽하게 적의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아무리 빨리 대처를 위해 달려간다고 해 봐야 늦지 않았을지, 장진호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수호대의 아티팩트 보관소에 있는 것은 평범한 마법 아이템이 아닌데.
*****
아티팩트 보관소의 경비는 결코 어설프지 않다.
단순히 경비를 위해 배치해 놓은 무력 수준만 두고 본다면 때때로 허점을 보일 수 있지만 마법과 과학을 결합한 다양한 경비 시스템은 결코 외부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침입한 적은 너무도 운이 나빴다.
희생자의 기억을 복사하고, 그들의 생체 식별 신호까지 완벽히 복사할 수 있는 이계의 존재 앞에서 현재 인류가 만들어 놓은 방어막이란 것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철컹.
철컹.
완전히 어두워진 복도를 걸으면서 도플갱어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그의 전신으로 이 층을 메우고 있는 강렬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 최강의 아티팩트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강렬한 기운이었다.
이 위층에 모인 많은 아이템들도 탐이 났지만 여기서 그를 유혹하는 것들 앞에서는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플갱어는 귀찮은 파리들을 모조리 정리하자마자 최하층의, 가장 엄중하게 경비되고 있는 기밀실을 향해 걷고 있는 중이었다.
이 위층에 있는 것들 따위는 여기 있는 감미로운 아이템들을 모은 다음에 건져 가도 늦지 않았다.
저벅.
곧 도플갱어는 두터운 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복제한 기억과 그 기억의 주인에게서 빼앗은 여러 가지 물품을 사용해서 문을 열기 위한 여러 단계를 밟았다.
길지 않은 시간을 지나 문은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이제까지 도플갱어가 느끼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렬한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기이이잉.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리던 문은 철컹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개방됐다. 개방된 문 너머에는 강력한 물리적, 마법적 수단으로 봉인된 아티팩트 들이 늘어서 있었다.
샤르르르륵!
도플갱어의 양 눈이 황금색으로 번쩍였다.
황홀해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한참 전부터, 이 세계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희미하게 느껴지던 강한 마력의 기운이었다.
그것을 쫓고 쫓아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렇게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도플갱어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흘러나오는 마력을 전신으로 맞이하면서 이 안의 아티팩트들을 감상했다.
보물사냥꾼인 그로서는 이 순간이야말로 생애 최대의 기쁨이었다.
이어 그는 가장 가까운 봉인함에 다가갔다.
넘실대는 마력이 느껴지는 한 권의 마법책이었다.
바로 아루크루의 마법서!
도플갱어는 작은 칼을 꺼내 유리창에 원을 그었다.
지익.
가벼운 마찰음 소리가 나더니 유리가 원형으로 그어지며 달칵 베였다.
특수한 유리라 그 내구력이 강철을 훨씬 능가하고 마법적인 힘을 부여해서 어지간한 마법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 소용없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별수 없는 일이다.
지금 도플갱어가 사용하는 것은 디멘션 메스라고 하는 것으로 온갖 마법적인 결계를 무효화하는 힘을 갖춘 데다가 본래 날의 예리함 역시 어지간한 명도에 못지않은 걸작이다.
그러나 무기로는 사용할 수 없는데 메스 자체가 충격에 매우 약해서 전투에 사용한다면 상대 무기와 한두 차례 격돌하는 것만으로 박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도플갱어와 같은 도둑들에게 도둑질 도구의 보물로서 애지중지 되고 있는 아티팩트였다.
그렇게 유리에 구멍을 만든 도플갱어는 손을 뻗어 아루크루의 마법서를 가지려 했다.
“수고했어.”
하지만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하나가 그것을 막았다.
알파메일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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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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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