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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31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31화

131 은휘패와 라마혈교의 문(3)

 

 

 

 

 

파파파팟.

 

하지만 화룡마편의 화룡편이 나무를 부수며 날아다니는 뱀처럼 다가오자 화룡편의 목표가 된 라마승은 손을 거둬들이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더 빨리 잡는지 봅시다.”

 

장천이 보니 공극소가 슬쩍 웃은 후 눈앞의 흑의 라마승을 노려보고 있다.

 

그도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손에 잡혀 있은 애검을 이끌어갔다.

 

챙챙챙.

 

검은 안개 속이 아니니, 남궁장천은 자신의 내력을 마음껏 개방하여 그의 절기인 창궁무애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검은 안개와 소녀의 모습에 대한 분노를 날려버리려는 듯 온몸에서 푸른 기세를 뽑아 올리며 검을 이끄는 그의 모습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청룡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것을 본 라마승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더니 온몸에서 검은 기류를 뽑아 올리기 시작했다. 검은 기류에 감싸인 봉은 괴성을 울리며 장천의 애검과 맞부딪쳐갔다.

 

장천은 처음 느껴보는 사악한 기운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상대가 강하기에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미지의 힘이 장천의 몸을 좀먹고자 한다.

 

“갈!”

 

짧은 기합성이 울려 퍼지자 끈질기게 달라붙던 검은 기운은 남궁장천의 몸에서 튕겨 나갔고 몸을 돌리며 왼쪽 다리를 베어가니 상대가 봉으로 아래를 후려치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장천은 계속 붙으며 검의 방향을 틀어 봉의 경계면을 따라 검을 올려 긋고 있다.

 

푸른 기운의 검과 흑색 기운의 봉은 서로를 밀어내려는 듯 아주 작은 폭음이 들렸고 다시 격돌을 했을 때 푸른 검은 흑색의 봉을 반으로 가르기를 성공한다.

 

“헉헉.”

 

라마승은 눈앞의 젊은 무사를 노려보았다. 처음부터 자신이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자신의 수명을 깎으며 대법을 통해 얻어진 힘을 밀어 넣었다.

 

그를 가르친 사승은 분명 이 힘이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해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런데 푸른 기운을 내뿜는 이놈은 기합 한 번으로 힘을 튕겨냈다.

 

‘빌어먹을…….’

 

그가 비록 삼십육법승의 하나이긴 하지만 대법을 받은 자 중에서 강하다는 것이지, 라마혈교의 무승에 비해서도 무공의 성취도가 훨씬 떨어진다.

 

그렇기에 방어술에 더욱 집착했다. 우선 막으며 약간의 시간을 벌 수만 있으면 대법이 완성된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사용하여 상대를 격살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첫 실전에서부터 막히다니.

 

‘여기에 남으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부터 재수가 없었던 거야.’

 

라마혈교의 장로인 둘루네가 삼십육법승 중 십여 명을 지명하고 열 명의 호법승과 함께 이곳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지금 그의 이마를 갈라오는 검을 보며 예감이 정확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아아아!”

 

남궁장천은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라마승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공은 형편없었지만 그를 좀먹으려는 듯 몸을 파고드는 그 기운에 치가 떨렸다. 문득 남궁장천은 무혼을 떠올려보았다.

 

정파의 인물 중에는 마교로 대변되는 흑도의 무인들과 서장의 무인들을 같은 부류로 보는 자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무혼과 눈앞의 라마승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역혈의 마공을 익혔기에 내력을 실은 검에서 사이한 느낌을 받고 있지만, 그의 행동은 어느 정파의 무사들과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었다.

 

방법이 다를 뿐 그처럼 검 한 자루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무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목적을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도 서슴지 않는 행태를 보면 그가 보아 온 흑도의 무사들과 비교조차 할 수가 없다.

 

‘후. 공야 소협, 당신과 다시 한번 검을 겨뤄보고 싶군요.’

 

최근의 싸움이 아귀다툼과 같다는 느낌이 들자 남궁장천은 순수하게 검을 겨뤄볼 수 있는 호적수인 그가 그리웠다.

 

 

 

 

 

망인곡을 지키는 라마승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들의 저항은 곧 무너져 내렸다. 이미 검은 안개에서 호법승과 마인들이 무너진 이상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라마승들은 조사단과 정심회의 원로 고수들을 막을 힘이 없었다.

 

“이 옷은 로브군요.”

 

아이네스는 확신했다. 이 자들은 어디선가 흑마법을 넘겨받은 것이 틀림없었고 어떠한 단계를 거쳐서 중원의 술법과 혼합시키는 데 성공을 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흑색의 패도 그렇고 모든 것이 아주 오래된 물건이라는 점이다.

 

“이것에서 유추해 보면 흑마법을 아는 자가 이곳으로 건너와 라마승들에게 협조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어.”

 

우려했던 것보다 그들의 마법 지식이 대단치 않다는 것을 확인한 아이네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보다 훨씬 먼저 중원에 온 자가 많은 제자들을 키워냈다면 중원의 유일한 백마법사인 그녀로서 많은 흑마법사들을 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니 쉽게 익히진 못했겠지.’

 

그럴 것이다. 무혼과 자신처럼 서로를 보던 자들이면 마법과 술법을 아주 잘 이해를 하고 후세에도 그것을 전해줄 수 있었겠지만, 이들은 그것을 넘겨받지 못했다.

 

결국, 알고 있는 자가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기에 끊어진 거라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았다.

 

“언니?”

 

“응.”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요?”

 

예소소가 물어보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아주 오래전에 나처럼 가이오스트 대륙에서 중원으로 넘어온 흑마법사가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마법을 전수받지 못하고 그저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아.”

 

“다행이네요.”

 

예소소도 한시름 덜었다는 듯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아이네스를 옆에서 본 결과 그녀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선 술법사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그녀의 손에서 뿌려지는 술법은 대단한 위력을 자랑했다.

 

아이네스가 같은 편이기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으나 만일 적이었다면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마법에 대응할 만한 기술이 중원에 없는 이상 강력한 무사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그녀의 힘을 막을 것이 없을 터였다.

 

그렇기에 서장에 그녀와 비슷한 술법사가 있다면 그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아이네스의 설명에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예소소가 고개를 돌려보니 큰 돌로 이루어진 원형의 진이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그녀가 아이네스에게 들은 대로라면 이것이 다른 세상과 연결시키는 통로이며 현재 중원을 괴롭히는 악의 근원이기도 한 것이다.

 

“언니, 이 진을 파괴할 수 있을까요?”

 

예소소와 같이 진을 보고 있던 아이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 혼자서 파괴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진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이상 파괴하기 위해서는 많은 마법사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잘못하다간 파괴를 위해 사용된 힘마저도 마법진이 흡수해서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어.”

 

“봉인을 한다면 어떨까요?”

 

아직 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예소소는 아이네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파괴보다 시간이 조금 단축될 뿐이야. 아주 오래 걸려.”

 

아이네스의 대답에 예소소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했다. 파괴는 불가능하다면 봉인이라도 해야 할 텐데,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두 여인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라마승이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분기탱천한 팽조덕이 단숨에 두 조각으로 만들고자 하였으나 예소소는 그를 말렸다.

 

“왜 웃죠?”

 

“이미 문은 열렸다. 네년들이 무슨 짓을 해도 다시 닫히지 않을 문이 말이다.”

 

“문?”

 

“그렇다. 이곳은 우리 서장을 위한 힘이 넘어오는 문. 네까짓 것들이 손을 댈 수 있는 것들과 다르다.”

 

비웃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라마승을 보며 모두들 이를 갈았다. 이 자의 말대로라면 검은 안개가 중원을 다 덮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아이네스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저것은 그냥 ‘원형의 진’일 뿐인데 무슨 문이라는 거죠?”

 

“우하하하.”

 

아이네스의 질문에 라마승은 깔보는 듯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

 

“라마혈교의 위대한 라마 중 한 분이 라마혈교를 위한 힘을 불러내기 위해서 만드신 문이다. 무려 오십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며 라마혈교의 앞길을 열고자 백 년 만에 열린 위대한 ‘문’이지. 너 같은 계집이 내 말뜻이나 알겠냐? 아하하하.”

 

신경이 거슬리는 그의 목소리에 모두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네스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와아, 많은 것을 아시는 분이시군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흠흠, 내 이름은 차노우지만 라마혈교에 귀의한 자가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나? 너희들은 위대한 라마혈교를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완성된 지 백 년 만에 열린 건가요? 왜 그렇게 오래 걸렸죠?”

 

“위대하신 대라마의 뜻을 내가 어찌 알겠나? 하지만 확실한 것은 문이 열린 이상 이제 천하는 라마혈교의 것이 되리라. 아하하하.”

 

“라마혈교에 당신만 없었다면 그 말처럼 됐을지도 모르죠. 까까머리 차노우 아저씨.”

 

“켁켁, 그게 무슨 말이냐?”

 

중원인들을 마음껏 희롱하며 절망에 빠지게 하는 데 성공했음을 생각하고 마음껏 웃던 차노우는 아이네스의 어투가 바뀌자 당황하여 기침을 했다. 그는 라마혈교의 위대함을 주장한 것밖에 없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허, 허세 부리지 마라. 나는 오직…….”

 

“라마혈교의 중요한 기밀을 마구마구 누설해주었죠, 호호호.”

 

아이네스가 입을 가리며 소리 내어 웃으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싹 바뀌자 차노우와 라마승들도 놀랐지만, 주위의 중원인들도 아이네스의 얼굴을 멍하게 보았다.

 

그들이 듣기에도 차노우는 자랑을 한 것밖에 없는데 무슨 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차노우는 주위에 있는 라마승들의 시선을 느끼며 등으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만일 그가 기밀을 넘겼다는 오해를 그대로 라마혈교에 전해진다면 라마혈교의 주지승이 자신에게 영적인 처벌을 내릴 것이다.

 

주지승에게서 영적인 처벌을 받는다면 그와 그의 가족들은 영영 구제받지 못하고 무한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옥에서 윤회하며 고통받게 된다.

 

그 사실을 떠올린 차노우는 어떻게 해서든 누명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에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무슨 기밀을 누설했다는 거냐. 이 자리에서 증명해봐라.”

 

“흐음.”

 

‘오호,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 좀 더 흔들면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아이네스는 허리에 두 손을 얹으며 거만하게 차노우를 보았다.

 

원래 공주의 신분인지라 몸짓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그녀의 위압감은 한 왕국의 공주로서 손색이 없었다.

 

“네가 흘린 정보 중 하나만 말해 주지.”

 

그녀의 분위기에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차노우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있었다.

 

“저 문이라는 거, 너희들 마음대로 열지 못하는 거지?”

 

“…….”

 

“아까도 말한 대로 파괴하거나 봉인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려. 하지만 ‘문’을 닫는 건 그렇지 않거든?”

 

차노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이제 그녀가 무엇을 두고 기밀이라고 말하는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그녀는 흘린 정보 중 하나라고 했다. 차노우는 자신도 모르게 흘린 정보가 얼마나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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