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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16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99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16화

116 산서에서 만난 그들(1)

 

 

 

 

 

이틀 뒤, 예소소가 이끄는 조사단이 이로대가 있는 청해의 공화(共和)에서 출발하였다.

 

그들은 일로대가 차지하고 있는 감숙을 지나 몽골의 접경지대를 건너 산서로 향하기로 하고 몽골의 남쪽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니 대단해.”

 

아이네스는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넓은 몽골평야를 보며 감탄을 했다.

 

너무나 멀어 희미하게 보이는 큰 산까지 작은 언덕 몇 개를 빼고는 푸른 초원이었다. 그나마 산으로 막히지 않은 곳에는 지평선이 보였고 그 사이에 보이는 야생마들은 넓은 초원을 내달린다.

 

몇 개의 파오가 보이는 곳에는 몽고의 유목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양몰이 개를 데리고 양떼를 몰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이에 아무런 방해물이 없었기에 조그마하게 보이는 양몰이 개가 짖는 소리는 아이네스가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파오들 사이로 돌무더기로 둘러싸인 탑과 건물이 보였다.

 

“저 돌무더기는 뭐예요?”

 

아이네스의 물음에 옆에서 같이 가던 고명우가 눈에 내공을 넣고 살펴보는 듯하더니 대답을 해준다.

 

“아오파오라는 것입니다.”

 

“아오파오?”

 

“예, 몽골 민족은 부족 단위로 생활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의 중요한 일은 모두가 모여서 결정을 하는데 그 모이는 장소가 아오파오입니다. 그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건물이기에 저렇게 줄을 걸어서 화려한 천으로 장식을 하지요.

 

가는 동안 해가 저물고 주위가 어두워지자 마교의 조사단은 평야에서 노숙 준비를 하였다.

 

산이 많은 지형이라면 산의 끝자락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지만 평야뿐인 이곳에서 언덕을 만나기 어려웠고 언덕이라고 해도 평원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가끔 갑자기 습격하는 화적떼가 위험하다고 하나 지금 동행하고 있는 무사들이 마교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실력을 지닌 자들이니만큼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몽골 내부에 깊숙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중원과의 접경지대를 지나고 있는 만큼 거대한 몽골 부족도 없기에 무림맹이 지키고 있는 중원의 길보다 오히려 안전하다.

 

노숙 준비가 끝나자 아이네스는 예소소가 가리키는 곳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와아! 예 동생, 굉장해!”

 

그녀의 말대로 불빛을 찾기 힘든 몽고 초원의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별을 자랑하듯이 보기 힘든 유성이 가끔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중원의 평야는 어디를 가도 사람이 있기에 빛이 있죠. 하지만 이곳은 사람도 만나기 어렵고 있다 해도 저녁에 불을 밝히지 않기에 아주 약한 별도 뚜렷이 보여요.”

 

옆에서 들려오는 예소소의 설명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아이네스는 말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저기 저 별이 혈랑성이에요. 지금은 흰빛을 띠고 있기에 혈랑성이라 부르기가 어색하지만 공야 소협과 언니의 운명을 알려주는 별이죠.”

 

예소소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무혼의 눈을 통해 봤었던 혈랑성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별들과 만나게 될 거 같아요, 언니.”

 

예소소의 마지막 말에 아이네스와 주위에서 별을 보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예소소를 향했다.

 

“나쁜 의미로 만나게 되진 않을 거예요.”

 

예소소는 예쁜 얼굴로 생긋이 웃으며 계속 말을 했고 아이네스도 같이 웃으며 다시 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을 보며 아이네스는 눈을 뗄 줄 몰랐다.

 

 

 

 

 

몽골의 초원을 지나 산서로 가까이 다가가니 지형이 눈에 띌 만큼 변하기 시작했다.

 

험한 산세가 초원을 가로막았고 말을 타고 지날 수 있는 곳은 오직 산 사이로 난 작은 길뿐이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북쪽의 민족이 중원을 노릴 때 꼭 거쳐야 하는 중요 군사 요충지이기도 했다. 산세가 워낙 험하고 길이 불편해 이곳을 지키면 이민족의 병사들이 북경 근처로 오지 못하는 것이다.

 

말을 끌고 힘들게 삭주(朔州)를 거쳐 정양(定襄)으로 들어서니 눈앞에 음산한 분위기의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저기에 검은색으로 물든 듯한 나무들이 그들이 맞이했고 메마른 바닥은 작은 바람에도 흙먼지를 날렸다.

 

바로 이곳이 문파들과 함께 양민들까지 함께 몰살을 당한 마을이다. 아직 마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눈앞의 어디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인기척을 발견할 수 없네.”

 

“이곳에 있던 모든 것이 죽임을 당했다고 하니까요. 강아지 한 마리 남지 않았다고 해요.”

 

예소소의 말을 들으며 아이네스는 멀리 보이는 마을을 유심히 살폈다.

 

“디텍터 마나!”

 

진식과 같은 복잡한 마나의 움직임을 보기에는 3클래스의 클레어보얀스가 적합하지만, 전체적인 마나의 흐름을 보기에는 2클래스의 디텍터 마나가 훨씬 편했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이기에 대기의 마나가 더욱 진하게 흐르는 주위의 풍경을 살펴보던 아이네스는 마나의 흐름이 왜곡되는 곳을 발견했다.

 

모두가 혼란스럽게 흘렀다면 찾기 어려웠겠지만 똑같이 흐르는데 한 곳만 약간이라도 다르다면 눈에 금방 뜨인다.

 

유심히 보던 아이네스는 그 흐름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무림의 고수들이 모여든 곳이다. 수십 명의 고수들이 모여든 곳에는 마나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을 몇 번 보아왔었다.

 

그녀가 상대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중원의 무사들이 마법에 대해 무방비였기 때문이다.

 

“예 동생, 저곳에 고수들이 있는 것 같은데?”

 

마을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아이네스가 말을 하자 예소소는 그녀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아이네스만큼이나 무공이 낮은 그녀가 확인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미 아이네스의 말을 들은 고명우와 공극소가 그쪽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이네스 소저의 말이 맞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자들이 있는 듯하군요.”

 

고명우의 말에 다른 호위무사들이 아이네스와 예소소를 에워싸듯 하였다. 여차하면 그녀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자네 둘. 나와 함께 가보세.”

 

두 명의 무사가 고명우와 함께 마을의 한쪽으로 달려갔다. 아마 직접 눈으로 보고 누구인지 확인을 하고자 함이리라.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아이네스는 또 다른 마나의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을 했다.

 

하지만 마나의 흐름이 뒤틀리는 곳은 고명우가 달려간 곳 외에는 없었다.

 

‘위험한 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마나를 둘러보았을 때 문득 아이네스의 눈에 잡힌 것이 있었다.

 

가이오스트의 흑마나는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비슷한 성질을 가진 마나. 주위에 마교의 무사들이 있어서 늦게 알았으나 분명 이것은 마교의 무사들이 뿜어내는 마기와 다른 것이었다.

 

‘이 기운이 왜……?’

 

이제까지 중원에서 본 적이 없는 위험한 느낌의 마나에 아이네스가 정신을 뺏겨 있을 때 고명우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누구인가요?”

 

예소소의 말에 고명우는 난처하다는 듯 뒤통수를 잠시 긁더니 입을 열었다.

 

“남궁 소협과 그의 일행입니다. 그들도 우리가 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나 봅니다.”

 

“그들이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것이죠?”

 

“우리와 목적이 같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온 것이죠.”

 

예소소는 생각을 해보았다. 중손면인이 말하기를 이 사건의 조사단임을 밝힌다면 무림맹의 무리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없을 거라 했다.

 

만일 조사단이 공격을 당한다면 마교가 틀림없이 사건을 무림맹의 자작극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그리고 흑도의 문파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과 얕은꾀로 조사단을 파견하게 만들어 몰살시킨 무림맹을 비난하며 총공세를 펼치리라는 것을 무림맹의 수뇌부들도 알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접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예소소의 이야기에 모두들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보다 먼저 이 마을에 왔으니 우선 더 많은 조사를 해 두었을 것이고 정파의 속사정까지는 알아낼 수 없겠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많은 정보를 모으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인기척을 내며 정파의 무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가 그곳에서 아이네스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남궁 소협?”

 

“아이네스 소저, 고 소협, 공 소협, 오랜만이시군요.”

 

정사대전 중이라 두 무리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인곡에서 서로 얼굴을 익힌 터라 누구도 섣불리 행동하진 않았다.

 

“여러분들은 여기에 어쩐 일이십니까?”

 

“이 마을에 일어난 일을 조사하기 위해서 왔어요.”

 

남궁장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민들까지 몰살된 이상 마교에서 조사를 나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저희도 그 일로 왔습니다. 혹시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으신 것이 있습니까?”

 

“저희보다 먼저 오셨으니 더 잘 알고 있으시리라 생각하는데요?”

 

남궁장천과 아이네스의 대화를 보고 있던 제갈운혜는 상대의 사람들을 보았다. 정파의 무사들을 앞에 두고 살기를 피워 올리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신룡대도 살기를 비치지 않는 것을 보면 서로 적의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분들을 잘 알고 계신가요?”

 

“그렇습니다. 같이 망인곡에서 생활을 했었습니다.”

 

망인곡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제갈운혜는 아이네스를 흥미로운 눈으로 보았다.

 

머나먼 서역의 여인이 어째서 마교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분위기로 보아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가워요, 제갈 소저. 몸은 어떠세요?”

 

아이네스를 향해 제갈운혜가 입을 열려던 순간 아이네스가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

 

“몸은 이제 괜찮답니다.”

 

제갈운혜는 눈앞에 있는 서역의 여자가 그녀에게 친근감을 드러내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서역의 여자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언니, 저 소저를 아세요?”

 

“응. 저 소저가 바로 제갈운혜 소저야.”

 

그 말을 들은 예소소는 상대를 다시 살펴보았다. 말로만 들었던 제갈운혜. 추성자의 능력을 지니고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 백도 무림의 영재였다.

 

“반가워요. 저는 예소소라고 합니다.”

 

벽안의 여인을 언니라 부른 중원의 여인이 인사를 건네자 제갈운혜의 머리에서 그 이름에 대해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신강을 제외하고 중원 전체에 없는 곳이 없다는 개방. 그들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정제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제갈세가이기에 흑도 무림의 두뇌이자 제갈세가의 호적수인 중손세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제갈세가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중손세가가 사력을 다해 정보를 교란했기에 중손세가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 외의 정보는 제갈운혜도 알고 있었다.

 

물론 중손세가도 제갈세가에 대해서는 그만큼 알고 있다고 봐야 했다.

 

“혹시 외조부께서 중손세가의 가주가 되시지 않나요?”

 

예소소는 그 말을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이 자연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소녀의 이름으로 그것까지 아시다니 역시 제갈세가의 정보력은 놀랍네요.”

 

“중손세가에서 이름난 예 소저를 모른다면 큰 실례가 되죠.”

 

“그럴 리가요. 제갈 소저에 비하면 무명에 가까운 이름이랍니다.”

 

호적수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의 기운이 약간 차가워지자 그녀들을 보고 있던 남궁장천이 대화에 끼어들면서 차가운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한다.

 

“백도와 흑도의 두 영재 소저들이 만났으니 이 사건이 좀더 정확하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겠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같이 해결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모든 무사들의 눈이 남궁장천을 향했다.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 중 수위를 달리는 그가 정사합작을 하자는 제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남궁장천의 표정에는 당황하는 빛이 없었다. 무혼을 신뢰할 수 있었기에 무혼과 관련이 깊은 이들과 함께 행동할 생각이 있었다.

 

“이번 일은 백도와 흑도를 떠나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사실 중원의 문파 중에서는 아무 관련 없는 양민들까지 몰살시킬 문파는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무림인들이야 언제라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하지만 양민들은 다르지 않습니까?”

 

장천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의 조사단이 정파의 세력권인 산서까지 온 이유도 바로 그 이유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조사를 위해서라지만 정파가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결코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제갈운혜와 예소소는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에 대해 알기에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던 터였다.

 

“함께 조사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오해를 줄이는 데도 좋겠네요.”

 

제갈운혜가 먼저 제의를 하자 예소소도 찬성을 했다. 무혼의 말에 따르면 서장의 세력이 끼어들었을 가능성이 컸고 당사자인 제갈운혜의 이야기를 토대로 추적을 해 나간다면 좀 더 빠르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까지 나온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로 하죠.”

 

“저곳으로 가면 객잔이 있으니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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