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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15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15화

115 무림맹과 마교의 의문(4)

 

 

 

 

 

무혼은 능미류가 말하는 친구들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천마연무관 시절 그와 함께 어울리며 많은 시간을 보낸 그 친구들일 것이다.

 

“천가장의 천월강 소협과 마씨세가의 마진풍 소협 그리고 나중에 두 명이 더 올 거래.”

 

“잘 되었구나. 그들도 이번에 각성을 한 건가?”

 

“응.”

 

무혼은 진심으로 기뻤다. 각성을 했다면 그들의 무공도 한 단계 높아졌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기에 만일 무혼이 중원에 있었다면 밤새도록 같이 술을 마실 만한 일이었다.

 

“그렇구나. 그 녀석들의 모습이 기대되는데?”

 

무혼의 기뻐하는 목소리를 듣자 능미류도 기분이 좋은지 고운 얼굴에 미소를 가득히 띠었다.

 

옆에서 보던 은소예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녀는 무혼에게 딱히 걸 말이 없었던 탓이다.

 

한동안 궁리를 하던 은소예는 능미류가 말을 마치고 뒤로 물러나자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공야 소협.”

 

“예, 은 소저. 은 소저가 호위를 하신다니 든든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방에 있는 여인들 중 무공으로 별호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은소예뿐이다.

 

비록 능미류가 흑조냉묘(黑爪冷猫)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어도 흑야오화의 일원으로서 받았을 뿐 그녀의 무공실력을 바탕으로 받은 별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은소예는 그녀의 실력으로 화면귀수(花面鬼手)라는 별호를 획득했다. 별호의 뜻이 별로 환영할 만한 의미는 아닐지라도 그녀의 실력을 나타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생각지 않은 무혼의 칭찬에 은소예는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공야 소협은 언제쯤 중원으로 다시 돌아오나요?”

 

쉬이이잉.

 

순간 분위기가 꽤 서늘해졌고 주위의 여인들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은소예에게 질책 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은소예는 그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는지 계속 웃는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말을 잊었던 무혼은 주위의 눈빛들을 눈치채고 황급히 대답을 했다.

 

“하하. 이곳에서도 돌아갈 방법을 알아보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공야 소협이 돌아오기를 기대할게요.”

 

어떤 의미에서는 해맑은(?) 은소예의 미소를 보며 다른 여인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고 무혼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은 소저.”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은소예는 무혼과 친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에 빠져 있는지 주위의 반응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아이네스 소저.

 

- 예.

 

다른 여인들과 인사가 끝났기에 아이네스는 다시 속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도 이렇게 느긋한 시간에 무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오랜만이었고 다른 여인들이 보고 있는 곳에서 소리 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 다음에 찾아왔을 때 저희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하였지만, 그녀도 그녀의 가족을 만날 생각을 몇 번이고 하고 있었다.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에 아이네스는 마음을 굳게 힘을 내어 대답을 했다.

 

- 중손가주님에게 이야기를 드리겠어요.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문밖에서 중손면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아야, 안에 있느냐?”

 

“할아버님.”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중손면인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의 외손녀가 자신을 보며 보여주는 웃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소아야, 오늘 회의에서 네가 원하는 대로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하였단다. 조심하고 많은 것을 알아 오너라.”

 

그 말을 예소소는 기다리고 있었다. 천기에 나타나 예소소에게 불안감을 던져주던 기류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밝은 얼굴을 하고 아이네스의 손을 잡았다.

 

“언니, 많이 도와주세요.”

 

“알았어, 예 동생.”

 

-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무혼은 예소소와 아이네스가 해결할 일이라고 하니 궁금해졌다. 그녀들이 무공이 높아 싸우러 가는 것은 아닐 터이니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것은 분명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는 것이리라.

 

- 예 동생이 상세히 알고 있으니 그녀에게서 들어보시는 게 좋아요.

 

아이네스의 이야기를 들은 예소소는 무혼에게 마교와 무림맹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산서에서 일어난 사건을 알려주었다.

 

“산서성에 있는 백도의 3개 문파가 하룻밤 사이에 쑥대밭이 되었어요. 사건을 처음 발견한 무림맹에서 그 사체들을 치웠기에 우리로서는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었죠.”

 

예소소의 말대로 백도 문파 3개가 사라진 것은 현재 무림맹이 주도하는 백도의 세력과 싸우고 있는 마교로서는 그다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려진 일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 문파들이 있던 마을의 모든 사람들까지 함께 몰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무혼은 마교와 중손세가에서 산서의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중원의 무사들은 어지간하지 않으면 양민들을 손대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무공을 지닌 자로서 양민을 이유 없이 괴롭히면 정사 양쪽에서 비난을 받게 된다. 이는 무림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또 다른 이유는 양민을 손대게 되면 관부는 원치 않아도 그들을 잡기 위해 쫓아야 한다.

 

강력한 무력집단인 무림인들을 관부에서 소 닭 보듯 하는 이유는 강호라는 세계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며 강호인들끼리 분쟁을 일으킬 뿐 가급적 양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무림인 한 명을 잡기 위해서는 많은 병력이 죽거나 다칠 가능성도 크고 무림인과 원한을 질 경우 고위 관료라 하더라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도 있었다.

 

그런 피해를 감수하고 무림인을 잡아도 무림인들이 관부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잡아도 별 이득이 없는 무림인들을 잡기 위해 많은 힘을 소모하느니 무림인들의 일은 그들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게다가 관부로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무림인들이 막강한 힘으로 도와주기도 하기에 굳이 문제로 삼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황실이나 관부에 칼을 빼 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무림인들이라는 족속의 대부분이 세상의 권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인물들이었기에 모반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관부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양민들 때문에 그곳을 조사하는 것입니까?”

 

무혼이 아이네스의 입을 빌어 물어보자 예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조사할 만한 이유였지만, 지금 정파와의 전면전이 한창인 이때 그럴 만한 여력을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산서의 사건이 밝혀지면서 흑도 고수들의 실종이 무림맹의 흉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남는 세력은 서장의 세력이…….”

 

“예, 공야 소협. 서장의 소뢰음사나 대뢰음사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죠. 하지만 그들은 사건이 일어난 산서에서 너무 먼 곳에 있고, 그들의 공격이었다면 문파들도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 천마신교 정보대와 중손세가의 분석이에요. 결국,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산서에 숨어 있는 것이죠.”

 

‘산서라…….’

 

예소소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혼은 제갈운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 기억났다.

 

라마혈교에서 제갈세가를 공격한 후 움직인 곳이 산서의 북부이지 않았는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중원의 동쪽에 있는 제갈세가와 중원의 서쪽 밖에 있는 서장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다.

 

“라마혈교…….”

 

“공야 소협, 뭔가 짐작 가시는 것이 있나요?”

 

“예 소저의 말을 듣고 길을 걸었을 때, 서장의 승려들에게 쫓기던 여인을 구해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갈세가의 제갈운혜 소저더군요.”

 

무혼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모두들 조용해졌다. 그가 중원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제갈운혜와의 일은 처음 들었다.

 

“제갈 소저는 뒤를 쫓던 승려들이 라마혈교의 승려들이라 하였습니다. 그녀는 제갈세가가 습격을 당했을 때 납치된 것이고요.”

 

그 말을 들은 예소소는 이상한 점을 짚어내었다.

 

“이상하네요. 서장까지라면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에요. 중독을 시켜 그냥 끌고 갈 수 없을 텐데.”

 

예소소의 이야기를 듣던 중손면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 소저를 혼절시켜서 운반해 가는 것이 더욱 확실한 방법이었을 게야. 그런데도 그냥 끌고 갔다는 것은 서장으로 가기 전에 어딘가를 먼저 가려고 했었다는 말이 되지.”

 

그 말을 들은 예소소의 머리는 순식간에 정보를 모아 하나의 가정을 만들고 있었다.

 

“공야 소협이 말하시는 제갈 소저가 추성자인 제갈운혜 소저를 말하는 것이 맞나요?”

 

“추성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갈운혜 소저는 맞습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예소소는 잠시 눈을 감는 듯하더니 곧 눈을 떴다.

 

“자세한 것은 산서에 가봐야 알겠지만 라마혈교가 서장이 아닌 산서와 가까운 곳에 와 있다면 의문이 풀리게 되죠. 그들이 무슨 이유로 제갈세가를 습격할 만한 세력을 끌고 머나먼 중원의 중앙까지 왔는지 확인해야 하겠네요. 큰 도움이 되었어요, 공야 소협.”

 

대충 이야기가 끝난 듯하자 아이네스는 중손면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혼 경이 가족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어요. 조사를 떠나기 전에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요?”

 

“가족을?”

 

중손면인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현재 공야 소협의 모친을 빼고는 모두 이로대에 있으니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모친은 시간상 조사단이 떠나기 전에 만나기가 어려울 듯하오만.”

 

“그건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가족들이라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무혼의 이야기에 중손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가 미리 말해 두지.”

 

 

 

 

 

삼일 뒤 무혼이 아이네스를 찾아왔을 때, 중손면인은 공야패를 불렀다. 중원에서 실종된 줄 알았던 아들에 대한 소식을 이미 전해 들었던 공야패는 연락을 받자 곧장 달려왔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서역의 여자를 살펴보았다. 이 여인을 통해 자신의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던 것이다.

 

그도 은휘성녀라 불리는 아이네스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가 아들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래, 혼아를 아신다고요.”

 

“예, 지금 이곳에 와 있어요.”

 

발음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깔끔한 중원어에 공야패는 긴장을 하고서 기다렸다.

 

“아버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명계에서 시간을 보낸 무혼에게는 거의 3년 만에 만난 공야패의 모습이었다.

 

“혼, 혼아냐?”

 

“소자 무혼이 맞습니다.”

 

공야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이네스를 뚫어지게 보았다. 미리 중손면인에게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여성의 얼굴과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무혼을 보게 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허어…….”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공야패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작은 한숨뿐이었다.

 

“그래, 잘 지내고 있느냐?”

 

“예. 이곳의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습니다.”

 

“그래.”

 

겨우 말문이 트인 공야패는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혼의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남편들과 함께 이로대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과 무혼의 어머니가 총단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받은 것을 이야기해주자,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어머니에게는 아직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누이들에게도 그렇고.”

 

“예.”

 

공야패가 말하는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무혼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른 세상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누이들도 그럴 것이고.

 

혹시라도 누이들이 알게 되면 어머니에게 말이 전해질 것이 틀림없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일이 해결된다면 돌아갈 방법을 찾아 중원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공야패는 애써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여라. 이 애비는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마.”

 

“예.”

 

그 말을 끝으로 공야패는 쓸쓸한 어깨를 하고서 뒤돌아 방을 나갔다. 이야기로 듣는 것과 실제 상황을 겪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수십 년 동안 검 한 자루를 굳게 쥐고 공야세가를 다시 세우기 위해 언제나 노력해왔던 공야패에게서 보기 힘든 뒷모습을 보자 아이네스도 무혼도 말을 잃었다.

 

- 무혼 경, 우리는 꼭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 예, 아이네스 소저. 저도 그렇게 되기를 믿고 있습니다.

 

아직은 방법이 없는 그들로서는 그저 믿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가까이 있었기에 이제는 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두 사람은 말없이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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