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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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81화
81화 격돌과 반전(2)
“그래. 산시로를 잡은 것은 남은 흔적을 볼 때 대단히 인상적인 전투였다. 그런 흔적을 남기고 간 이상 우리가 아무리 일본을 지키는 삼신관이라 해도 정면 대결로만 상대하려는 것은 어리석지.”
“그래서 이런 유인책을 써 봤던 건데 거기 이렇게 걸려들다니.”
흡족하게 웃으면서 쿄우가 이어 말했다.
세이콘이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주변 공간을 모조리 장악하는 서늘한 예기가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찔렀다.
“여기서 산시로의 원수를 갚도록 하지.”
“물론 그보다는 우환을 덜어내고, 계획을 추진하는 핵심부를 되찾는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지만 말이야.”
쿄우 역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양손에 단검을 쥐고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해 두는 것이다. 그들이 전투 자세를 취한 순간 성태와 카에데는 서로 등을 맞대고 대응자세를 취했다.
그 자세로 성태는 사과했다.
“으음, 미안하군.”
“됐어요. 이제 와서 당신을 탓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카에데는 조금 화가 났지만 흘려 넘기기로 했다. 그의 말에 끝까지 반대하지 않은 자신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싶어서였다.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사실과 현장 공개된 사진에서 성태의 수준을 읽지 못했을 거란 예상에 너무 매몰되어 버렸다. 상대가 어떤 괴물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
세이콘이 검끝을 둘에게 향한 채로 천천히 돌입시기를 재면서 말했다.
“어디서 그런 조력자를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하군. 게다가 미토의 문장까지 얻었다니. 이것 참, 네겐 여러 번 놀라게 되는구나.”
“제가 스승님들 때문에 놀란 것에 비길 수는 없는 일이죠.”
“옛 제자를 아끼는 마음에서 권하마. 항복해라. 그렇다면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없을 게다.”
“돌아가면 백치 꼴로 당신들의 노리개가 되어야 하겠지요?”
“아니라곤 말하지 않겠다만……. 죽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세이콘이 유화적으로 말했다.
과거 카에데가 그의 아래서 배우면서 자주 접해 왔던 부드러운 태도다. 그렇기 때문에 카에데는 그걸 접하는 순간 울컥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개소리 닥쳐! 그런 꼴이 되느니 죽는 게 낫다!”
세이콘과 쿄우는 카에데의 그런 모습에 즐거운 듯이 웃었다.
“버릇없는 아이군.”
“그렇다면 벌이 필요한 거 아니겠나.”
“그렇지.”
둘이 달렸다.
세이콘의 움직임은 빠르고 날렵했다. 츠쿠요미의 주인인 쿄우의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몽환적이었다. 어느 쪽이든 상대하기 극히 어려운 동작이라는 것은, 극도의 단련 끝에 얻어진 동작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성태가 외쳤다.
“온다! 피해라!”
“큭!”
카에데는 이 자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녀의 자리를 성태가 차지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원을 그리는 검끝은 느린 것 같았지만 어느샌가 세이콘과 쿄우 둘 모두를 자신의 범위 안에 두고 있었다.
채쟁!
쾅!
강철이 서로 충돌하는 소리가 여러 번 나더니 불꽃이 튀고 둘은 성태의 양옆으로 튕겨 나갔다. 그들은 지금 일격에서 성태의 역량을 파악하고 감탄했다.
“제법!”
“과연!”
“젠장, 둘은 역시 빡센가.”
성태는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충격에 손안이 저릿한 모양이다. 하긴 무기에 담을 수 있는 마나의 차이가 너무 크다. 마나에 대한 해석력 자체는 물론 성태가 압도적이지만 이건 그것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만한 마나량이 아니다.
“놀라운 기교다. 어떻게 일만도 되지 않는 마나로 그런 걸 할 수가 있지?”
“직접 상대하면서도 믿어지지 않는군!”
그러나 성태가 초조한 것보다도 세이콘과 쿄우의 경악 쪽이 압도적이다. 산시로의 마법을 조각조각 헤치면서 치고 들어가 목을 베어버린 괴물이니 강할 거란 건 짐작하고 있었다. 노련미나 기술 같은 건 자기들이 뒤처질 거란 것도 각오했다.
확신한 우위라면 무기와 마나! 거기에 걸고 단숨에 승부를 걸려고 했던 것인데 일격의 교환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원래 늙은 대가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게 세상사란 거지!”
성태는 낄낄 웃으며 그들에게 응대했다.
“입은 검보다도 시건방지군.”
“역시 자이니친가. 천한 피는 속이질 못해!”
튕겨 나갔던 둘은 다시 포위하듯이 성태를 향해 달려들면서 외쳤다. 둘과 자신의 거리를, 그리고 그들이 공격할 수 있는 거리와 자신이 공격할 수 있는 거리를 눈으로 세밀하게 계산하면서 성태는 도발을 계속했다.
“하는 말 보니 확실히 알겠군!”
외침과 동시에 성태는 몸을 날렸다.
이대로 둘의 공격을 동시에 받아내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방량을 보니 그가 먼저 치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츠쿠요미의 주인인 쿄우였다.
둘의 거리가 순간적으로 좁아졌다.
“오래 살아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말이야!”
“놈!”
욕설과 함께 들이닥친 적을 맞이해 쿄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도리어 성태를 향해 한 발 크게 내디뎠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양옆으로 흔들리듯 분열되듯이 성태의 앞에서 사라졌다. 시야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성태의 인지 내에서도 동시에 사라졌다. 성태의 마나가 적다하나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귀신같기 때문에 실제 인지력은 4-5만대 헌터에도 버금간다는 걸 고려하면 터무니없다.
하지만 삼신기 중 하나 츠쿠요미의 힘이다.
그 정도는 당연하다.
성태가 우뚝 멈췄다. 쿄우를 찾으려는 동작이다. 그의 감각 안에 옆에서 아주 미세한, 정말로 미세한 살기가 느껴졌다. 원래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고 말았을 기척.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런 미세함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계다.
성태가 기척이 느껴진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채앵!
불꽃이 튀며 충격이 손안으로 느껴졌다.
기척도 없이 그의 옆을 장악했던 쿄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놓칠 수 없었다.
성태는 이를 악물고 연달아 공격해 들어갔다. 쿄우가 응전했다.
챙! 채쟁! 까앙!
강철 톱이 쇠를 자르듯이 불꽃이 둘 사이에 계속해서 피어났다.
눈으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격렬한 검간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환장하겠다 싶은 것은 쿄우였다. 자기 검이 훨씬 강하게 빠른데도 불구하고 성태의 느린 검에 모조리 막히고 있으니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무슨……! 애새끼 때부터 검을 휘둘렀어도 이런 숙련도는 아닐 텐데!’
압도적인 천재?
말도 안 된다.
삼신관이 되는 이들 가운데 천재 아닌 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한데 스물 정도 됐을까 싶은 애송이가 휘두르는 검의 노련미는 세이콘조차 압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하게 넘어섰다!
믿을 수 없지만 말이다.
혹시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이 세상에 현현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어떻게든 설명이 될 테니까!
“쿄우, 막고 있어라!”
쿄우가 당혹스러워하며 전투를 이어가던 와중 세이콘이 외쳤다. 쿄우는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그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발을 내디뎠다. 성태의 앞에서 모습이 사라질 때 그러했던 것처럼 쿄우의 모습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분열하면서 성태의 주변을 휘감았다. 그리고 각각의 분신에서 성태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각각의 공격에서도 실물과 같은 기척이 느껴졌다.
츠쿠요미의 주인이기에 할 수 있는 환몽기의 고등스킬!
미망포진이 구현된 것이다.
“흡!”
성태는 현란한 눈속임과 가상의 기척들 가운데서 철저하게 ‘진’만을 골라내면서 움직였고, 공격을 쳐냈다. 문제는 이 정도는 쿄우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는 것. 그는 어차피 세이콘을 위한 시간 벌이가 목표였고, 이는 달성됐다!
“하앗!”
쿄우와 성태가 싸우는 사이 세이콘이 성태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아르테미스가 성태를 노리고 날을 번뜩였다.
성태는 발로 바닥을 후려치면서 몸을 빙글 돌렸다. 그의 검이 나선을 그리면서 승천했다. 그 나선의 궤적에 쿄우의 공격이 걸려 튕겨 나감과 동시에, 세이콘의 공격에 마주했다.
치! 콰앙!
철의 충돌이라 믿기 어려운 굉음이 터지면서 세 사람이 각자의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가장 멀리까지 튕겨 나가고 만 것은 역시 성태였다.
그의 마나량이 가장 적어서 지금 같은 공방에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신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분노를 이를 악물어 견디고는 성태를 향해 돌격했다.
“각오!”
“이번엔 벤다!”
성태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성태를 돕고자 카에데가 검을 들고 그의 앞에 섰다.
성태가 포효했다.
“카에데, 너는 피해 있어!”
“그렇지만…….”
“너는 지금 방해만 된다!”
눈을 부릅뜨며 맹수처럼 성태가 포효하는 말에 카에데는 움찔 떨면서 입술을 물고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의 말이 옳은 것이다. 지금 같은 싸움에 그녀의 존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칫 잡혀서 인질로나 사용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
애당초 카에데는 성태가 신관 하나를 상대할 때 보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전력일 뿐이다.
파캉!
촤앙!
카에데가 몸을 날리고 거의 바로 다음 순간에 둘이 동시에 성태에게 들이닥쳤다. 그리고 두 신관의 현란한 공격이 이어졌다.
강철을 끊고 바람을 베어내는 아르테미스의 예기가 쉴 새 없이 성태의 주변에 번뜩였고, 인지를 속이고 빛마저 혼란시킨다는 츠쿠요미의 현혹이 성태의 감각을 속이기 위한 군무가 되어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크윽!”
연이은 두 신관을 공격을 성태를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버텨냈다.
“정말 대단하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실력을 쌓은 건지 모를 일이야.”
두 신관은 쉴 새 없이 공격을 이어가면서 성태에 대해 감탄했다.
아니, 경악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올바르다.
성태의 실력은 그들이 이해하는 그 어떤 상궤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두 신관의 합공을 혼자서 상대해 낸다는 것만 해도 세계 최강일지 모른다 생각 될 정도인데 현재 성태의 나이는 아무리 많게 본다 해도 스물 중반.
이 나이대에 이런 실력이라니! 역사를 뒤져도 그런 기록은 없다.
헌터 역사상 최강의 존재로 이름 높은 대종사 이빈이라고 해도 저 나이대에는 이런 실력을 갖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여기서 네 목숨도 끝난다!”
둘은 거칠게 외치면서 성태의 사방을 포위하고 필사적인 공격을 날렸다.
후훙!
샤캉! 챙!
촤아악!
공격 하나하나가 적중하기만 한다면 성태를 그 직접 상대하고 있기에 이 기회에 성태를 죽이겠다는 이신관의 각오는 귀기 서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날카롭고 필사적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만일 이 싸움에서 성태가 성공적으로 탈출하기만 해도 이신관은 그들 개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적을 앞으로 맞이해야 하는 셈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적은 아직 어려서 심지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가능성조차 아주 많았다.
그러니 여기서 죽여 없애는 것이 최선!
쾅!
촤앙!
“크윽!”
그리고 연이은 이신관의 공격이 마침내 방어에 구멍을 뚫었다.
쿄우와 세이콘은 눈빛으로 대화했다. 이대로 이 허점을 공략해 쿄우가 그것을 벌리고 세이콘이 아르테미스로 성태의 목을 베어버린다는 단순하지만 지극히 강력한 연격이다.
그리고 시행했다.
팅!
계획대로 먼저 세이콘이 성태의 검을 연달아 쳐서 그의 흐트러진 방어를 더욱 키웠다. 파괴된 방어 사이의 허점이 세이콘의 눈앞에 광대한 평야처럼 넓게 펼쳐졌다.
이대로 세이콘이 검을 찔러 넣어 성태의 목을 베어버리면 이제 게임 끝.
세이콘의 검이 날았다.
승리를 확신하고!
이미 세이콘의 머릿속에는 피를 품으며 쓰러지는 성태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을 정도였다.
알파메일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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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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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