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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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80화
80화 이신관의 함정(2) & 격돌과 반전(1)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나?”
바틸라는 카에데가 백치가 되지 않았다는 말에 매우 황당해하면서 마나 운용식을 통해 마법의 주박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시 삼신관은 그들이 줄곧 가르치고 몸 상태도 확인해 온 카에데인 만큼 특수한 마나운용법 같은 건 느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이야기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세이콘은 이렇게 단서를 하나 발견했다.
삼신관이 알지 못하던 마나 운용법이 들어가 있는 저장매체.
“모르겠지만 당장은 여기 혐의를 두는 게 온당하겠지.”
“바틸라에게 보여주고 확인해 봐야겠군.”
“그래.”
마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들의 입장에서야 알 수 없다지만 마법의 종주나 마찬가지인 악마들, 그들 가운데서도 최상위인 아크 데몬 바틸라라면야 동화책을 읽듯이 훤히 그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산시로를 죽인 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하면 일단락된 셈이다. 이제 이야기해야 할 것은 그 대처 방안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실력을 가진 자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이상 상응하는 대처를 하지 않을 수야 없는 일이지.”
“그건 그렇지.”
츠쿠요미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본격적으로 대처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안들이 음습한 함정과 책략을 곁들어 거론됐다.
***
검은색 세단 여러 대가 도로를 달렸다. 그런 차량들이 멈춘 곳은 어울리지 않게도 주변에는 건물이나 시설이 거의 없고 녹음만이 울창한 산의 초입 쪽이었다.
그 산의 입구에서는 계단이 수백, 수천 개가 줄지어져 있었고, 그 계단 길을 둘러싸는 터널처럼 토리이가 수 미터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다.
이 산은 도쿄 북부에 있는 케다카기야마다.
일반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고, 헌터의 시대가 되고 나서 새로이 만든 곳이다. 여기에는 역대 삼신관과 일본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고 인정받는 최고의 헌터들이 합사되어 있다.
신사의 목적은 그러니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또한 그들에게 앞으로도 일본의 안녕을 도와달라고 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제례라곤 하지만 합사된 이들의 일본에 대한 공이 워낙 막대하고, 앞으로도 그런 이들이 합장될 예정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부행사로 꼽힌다. 이제 와서는 정치인들에게도 이쪽의 참배가 야스쿠니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 케다카기 신사에서 일 년에 한 번 있는 제례일이었다.
여러 대의 세단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내렸다.
대부분은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들이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도였다. 그럴 만도 했다. 모두 일류 헌터들이니까.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체격이 중간을 조금 벗어난 정도로 보이는 제복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얼음이 얼 듯이 주변의 분위기가 긴장되면서 헌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 그 남자가 오늘 제례의 주관자인 츠쿠요미의 주인이었으니까. 원래 이 케다카기 신사의 제례는 삼신관이 맡도록 되어 있었고, 올해는 츠쿠요미의 주인이 맡을 차례였다.
그는 일사불란한 헌터들의 호위와 인사를 받으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먼 곳의 높은 나무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오, 들어갔다.”
“으음…….”
성태와 카에데였다.
그들은 두 번째 표적이 될 삼신관을 추적해 여기까지 온 참이었다.
특히 오늘 제례는 절호의 기회라 할 만했는데, 이 제례가 철저히 츠쿠요미의 주인에 의해 홀로 치러지기 때문이었다. 즉, 일대일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였다. 때문에 성태는 오늘 기회를 놓칠 생각은 일절 없었다.
한데 츠쿠요미의 주인을 처리할 생각에 벌써 기쁜 표정인 성태와 달리 카에데는 어딘가 마땅치 않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왜 그래?”
“정말로 이대로 들어가서 칠 거야?”
“이제 와서 무슨……. 신사를 친다고 해서 껄끄럽기라도 한 거야?”
미심쩍게 카에데를 바라보며 성태가 되물었다. 원수 중에 하나를 죽일 수 있는데 대체 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려 드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카에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좀 의심스러워서.”
“뭐가?”
“물론 삼신관의 하나로써 츠쿠요미의 주인이 제례를 거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얼마 전에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죽고 삼신기 중 하나를 빼앗겼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제례를 거행한다는 건 이해가 되질 않잖아.”
카에데의 불안.
그것은 복수심이 적어졌다거나 겁을 먹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순수하게, 이 제례가 함정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을 뿐이었다.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타살이라곤 해도 현장 사진을 보고서 내 실력을 파악하긴 어려워. 아마 파악했다 해도 대단치 않은 놈에게 당했다고 여겼을걸.”
“그건 그렇겠지만…….”
성태가 자신만만하게 하는 말에 카에데도 일단 동의했다.
절상 사진까지는 모르겠지만 삼신관의 타살이란 일본 전체를 뒤흔들 만한 커다란 뉴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 사진은 여러 경로를 통해 공개됐다.
그 현장사진을 보건데 성태의 실력을 높게 잡을 요소는 없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해서 그 꼴이 난 거라도 해석할 수 있을 뿐.
“여자에 눈이 멀어 있다가 기습을 당해 그 꼴이 난 거라도 보겠지. 실제로 그런 투로 이야기한 매체도 많았잖아. 그러니까 혹시 몰라 평상시의 경계를 더 충실히 하는 정도는 하지만 이런 행사를 취소하는 일까지는 못하는 거야.”
“으음.”
카에데는 반론은 못했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을 보건데 납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놈만 잡는데 성공하면 이 일은 성공하는 거나 다름없지. 미토의 문장이 있으니 뒤처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과감하게 나서야 할 때야. 가자.”
“그건……. 알겠어.”
카에데가 지금 말에 각오를 다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 것은 이번 일만 성공하면 일 전체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다. 사실 그렇다. 삼신관 가운데 둘이 죽게 되면 겨우 하나가 남게 되는데 그 한 명으로는 도저히 성태를 막아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건 모험을 할 가치가 있었다. 복수를 마치고 모든 것을 원상복구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으니까!
둘의 모습이 이어 나무 위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거기 있었다는 증거만이 나뭇가지의 흔들림이 되어 남았다.
********
격돌과 반전
산 안쪽의 넓은 공터였다.
금줄로 격리된 그 안쪽은 청청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 공터의 앞에는 이백 년간 일본을 지켜온 헌터들을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이 바로 케다카기 신사였다.
위령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쓸쓸하고 정갈한 공간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미의식이 와비사비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공터에 있는 것은 츠쿠요미의 주인이었다.
그는 양손에 방울을 쥐고, 츠쿠요미를 신은 채 춤을 추고 있었다. 자신이 방울을 휘둘러 만드는 음악에 맞춰 그가 추는 춤은 완벽했다.
때로는 조각 같았고, 때로는 폭풍 같았다.
그가 춤추는 모양대로 주변 자연이 함께 동조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이것은 그의 인품이나 행적과는 아무 상관 없다. 순수하게 츠쿠요미의 주인이라면 몸을 움직인다는 면에 있어서 이 정도 기교를 갖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의 춤이 끝났다.
“하아.”
방울을 내리고 침착하게 츠쿠요미의 주인은 몸을 가다듬었다.
그의 본명은 야마시로 쿄우.
본래 신사 집안의 아들로 신주가 될 예정이었으나 뛰어난 마나에 대한 재능과 또한 이 춤에 대한 재능 덕분에 헌터가 됐다. 품에 대한 재능이 굳이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신고 있는 신발, 삼신기의 하나인 츠쿠요미의 특성 때문이었다.
츠쿠요미는 달의 신.
달은 밤에 나타나며 밤 가운데 사물의 모습은 분간이 어렵다.
그러한 걸음처럼 세상을 농락하는 달의 발걸음을 구현하는 것이 츠쿠요미.
그렇기에 츠쿠요미의 주인은 세상을 농락하는 춤꾼이 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짝짝짝.
그런데 갑자기 박수 소리가 숲 안쪽에서 들려왔다.
“흠!?”
놀란 쿄우가 돌아보니 거기서 두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성태와 카에데였다.
성태는 씨익 웃으면서 쿄우에게 품평했다.
“멋진 제무祭舞군. 오늘로써 그런 제무를 추는 이가 사라질 거란 점이 무척이나 아쉽긴 하지만 말이야.”
“네놈은?”
“짐작 가는 바가 있지 않나.”
어깨를 으쓱이며 성태가 하는 말에 쿄우도 상대가 누군지를 알아챘다.
“그렇군. 네가 산시로를 죽인 놈인가!”
“그렇지. 그리고 오늘은 바로 당신을 죽일 차례다.”
고개를 끄덕여 그 말에 답하면서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을 꺼내 쥐었다. 평생을 다른 두 신관과 함께해온 쿄우다. 성태의 지금 모습에서 특별한 위압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상대는 어쨌거나 이미 산시로를 잡았다. 주의하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반사적으로 전투자세를 잡으면서 쿄우가 노려본 것은 성태 옆의 카에데였다.
“카에데, 네년이 잘도……!”
“당신이 내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요?”
물론 카에데는 그런 시선 따위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과거의 스승이고 뭐고 간에 지금 삼신관은 그녀의 원수일 뿐이니까. 쿄우는 그녀의 태도에 한층 분노하면서 외쳤다.
“더러운 자이니치가, 닥쳐라! 네년은 이미 전 일본의 적이다! 이 일이 어떻게 끝나든 아마츠키가 복권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입을 닥쳐야 하는 건 그쪽이다! 이게 뭔지 보이지 않아!”
카에데가 그 말에 응수하면서 품에서 번쩍이는 덩어리를 꺼내 내보였다. 그것은 미토의 문장이다. 그것을 보고는 쿄우도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미토의!”
“그렇지.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천황에 거역한 반역자는 바로 네놈들이다! 처단되어 마땅한 저주받은 족속들이지!”
“크, 천황께서도 노망이 들었단 말인가! 자이니치와 그에 결탁한 외부 세력 따위에게 미토의 인장을 맡기시다니……!”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역시 천황에 대한 충성심이나 존중 같은 것도 싹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하기야 이들에게 원래 그런 것은 없었지만.
“네놈들의 망발이 지나쳤던 걸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겠나!”
“각오하세요!”
성태와 카에데는 그리 외치면서 전투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쿄우의 상태가 변모했다.
“후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껄껄 웃기 시작한 것이다.
“죽을 때가 되니 미쳤나.”
‘그럴 리는 없어……. 이건…….’
성태가 어이없어하며 한마디 한 것과 달리 지금 웃음에서 카에데는 심한 불길함을 느꼈다. 그녀의 예상에 답하듯 껄껄대며 웃던 쿄우가 뚝 웃음을 그쳤다. 그리고 어딘지 모를 허공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세이콘 이건 정말 자네가 말한 대로로군!”
“말한 대로?”
“설마?”
두 사람은 당황하며 사방을 살폈다.
수풀 사이로 또 한 사람이 이 공터로 들어섰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그럴듯한 장소만 마련해 주면 저것들은 불을 본 부나방처럼 뛰어들 거라고.”
삼신관의 마지막 하나.
그리고 최강의 수호신.
바로 세이콘이었다.
카에데는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공포와 긴장에 전신이 얼어붙는 듯 하는 것을 느꼈다. 세이콘은 공터에 들어서자 멈춰서고는 카에데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저릿저릿한 공포가 등골을 타고 오르는 걸 느끼면서 카에데가 이를 악물었다.
“세이콘 스승님…….”
“오랜만이구나, 카에데.”
“큭……. 역시 함정이었나요.”
카에데가 되묻는 말에 세이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메일 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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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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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