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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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76화
76화 일본으로!(2) & 미토 고몬 납시오!(1)
간단히 말하면 그들은 합리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 그들이라면 이 터무니없는 침략에 반대를 했을 텐데.
하지만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기쁜 듯이 웃었다.
“물론 그들이라고 빠질 이유는 없겠지요.”
“……알겠네.”
아마츠키마저 여기 찬성하고 있다면 더 이상은 아무 이야기도 할 수가 없었다. 히로모토 천황은 그 서류에 국화의 인장을 찍었다.
서류를 돌려받은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가 보게.”
찌푸린 표정으로 천황이 손짓했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을 벗어났다. 혼자가 된 천황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 고뇌 어린 표정을 지었다.
“…….
침묵을 유지한 채 그는 고뇌를 이어갔다.
상황이 너무 나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황이라는 거창한 직위는 그야말로 허울에 불과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고 천황은 저도 모르게 쓰라린 웃음을 지었다. 천황이 언제 허울이 아니었던 적이 있나 싶어서였다.
천황이 권력이란 걸 실제 쥐었던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제국주의 시대 정도가 전부였다. 그 이전이나 이후 모두 상징적인 역할을 했고, 헌터의 시대 이후로 다소간 메이지 시대로 회귀하는 듯 싶었지만 다시 이런 꼴이 됐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자신의 처지는 놀라운 것도, 슬퍼할 것도 아닌, 그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히로모토 덴노가 그렇게 자신의 처지에 대해 씁쓸하게 자조하고 있을 때였다.
“울적하신 모양이군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하나.
동시에 천황이 보는 앞에서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주 젊었고, 자신만만한 표정이었으며, 젊음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함이 눈 안에 번뜩이고 있었다.
“흠?”
천황은 흥미롭게 그 청년을 바라봤다.
덴노는 헌터가 아니다. 때문에 그의 인지를 속이고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는 초인이라는 것은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앞에까지 아무도 모른 채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허울이든 상징이든 천황은 천황. 그에 대한 보호는 철저하다. 그런데 그 모든 경비를 꿰뚫고 이렇게 천황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막말로 이 청년이 마음먹는다면 천황의 암살도 손쉽다는 것이 되니까!
“연락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뵙게 되어 실례합니다.”
그 청년이 고개를 숙여 천황에게 인사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강성태라고 합니다.”
빙긋 웃으며 청년, 강성태가 답했다.
강성태라는 이름에 천황은 한층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강성태, 한국인인가?”
“그렇습니다.”
“한국인인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먼저 보여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
천황이 흥미롭게 되물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고 천정을 올려다보더니 윙크했다. 황궁 천정에서 검은 것이 소리도 없이 떨어져 내려 성태 옆에 착지했다. 고양이처럼 우아한 동작이었다. 카에데였다.
그녀는 즉각 천황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아마츠키 카에데입니다. 천황 폐하를 뵙습니다.”
“오오, 카에데구나. 실로 아름답게 자랐군.”
천황이 반갑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긴 하지만 카에데는 천황도 익히 잘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에데는 아마츠키의 후계자에다가 삼신기 모두를 물려받을 예정이었던 일본의 미래 같은 여성이었다. 천황이 모를 리가 없다.
“영광입니다.”
“아무래도 삼신관의 전횡에 대응해서 한국과 아마츠키가 손을 잡은 모양이군.”
웃으면서 천황이 말했다.
천황의 빠른 상황 판단에 성태는 감탄했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이래 봬도 이 나라의 정점에서 사십 년이 넘게 있었네. 그 정도 눈치가 없어서야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나.”
상징 내지는 허수아비 꼴이라고는 하나 반세기 가깝도록 정점에 있던 사람이다. 천황에게는 정재계의 온갖 치부에 대한 정보가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보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좋든 싫든 노회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을 아마 타락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츠키의 당주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네. 할아버지는 저들의 손에 이미…….”
침중한 천황의 말에 동의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에데가 말했다.
천황은 한숨을 쉬었다.
내심 아마츠키에 무슨 일이 생겼음이 틀림없다 여기긴 했지만 밖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급변을 맞이했던 모양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일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와 줬을 테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다는 거군. 천황이라는 허울 좋은 직위에 있지만 실제 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네.”
“괜찮습니다. 그건 알고 있으니까요.”
성태는 어디까지나 여유로웠다.
천황이 도리어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걸 안다면 그러면 찾아온 이유가 뭔가?”
“저를 미토에 임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미토 말인가?”
천황이 적잖게 놀란 표정이 됐다.
미토라니.
“적도들을 처단하는 데 적절한 명분을 얻고 싶었습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토.
그것은 일본의 유명한 과거 인물인 미토 고몬에서 나온 직위다.
미토 고몬은 도쿠가와 미츠쿠니를 뜻하는 것이다.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로 당시 일본 내 최고 권력자 중 하나였다.
한데 이 권력으로 재밌는 일을 했는데, 국내를 사찰하고 다니면서 권력자의 악행을 발견하면 그제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 악당을 정벌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박문수 같은 일을 했던 셈이다.
때문에 민간에서 대단한 인기가 있었고, 이것이 지금은 일종의 관직으로까지 발전했다. 그것이 바로 미토. 실질적으로는 무력사찰관이다. 천황을 제외한 모든 관료에 대한 즉결 처분이 가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의원들은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에 제외되지만 장, 차관이라 해도 즉결 처분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계급사회로 돌아갔다고는 해도 어마어마한 권한인 것은 틀림없어서 실제 누군가 미토로 임명되어 사찰에 들어간 경우는 없다시피 했다. 굳이 있다면 삼신관 가운데 한 사람이 가끔 하는 정도가 전부.
왜냐하면 삼신관은 미토가 아니라도 그런 게 가능한 권력과 힘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직위라기보다는 천황의 권위를 살리기 위한 직위였다.
그런데 그것을…….
“놀라운 자신감인데.”
천황은 성태에게 크게 감탄하며 그리 평가했다.
단순히 설명만 들으면 미토라는 직위가 굉장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무력사찰관이면서 비밀사찰관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서는 정부지원이 즉각 이루어지기 어렵다. 각종 난처한 상황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직위를 바란다는 것 애당초 성태가 이 일을 해결하는 데 물질적인 어떤 조력도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을 시작조차 못 했을 것입니다.”
“좋군. 그 정도는 충분히 협력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천황은 곧장 품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내서 성태에게 던졌다.
“받게.”
성태가 그것을 한 손으로 받았다. 금으로 된 사각의 인장 같은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국화의 모습이 음각되어 있었다. 일본 국새를 더 넓고 펑퍼짐하게 펼쳐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미토의 문장. 천황을 대신하여 일본과 세계의 악도들을 처단하는 칼이 되도록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황공합니다.”
천황의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제부터 잘못된 것들을 되돌릴 시간이었다.
*******
미토 고몬 납시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의 이름은 야마다 산시로다.
야마다 산시로는 어렸을 적 강력한 마법에 대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판명되어 가쿠슈인에 입학했고 본격적으로 마법사로서 교육받았다.
하지만 마법사가 특이하고 수가 적은 것은 일본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음양도라고 하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 특이성은 두드러졌다고 말할 수 있다.
결과, 야마다 산시로는 심한 이지메를 당하게 된다.
어린 산시로에게 이것은 정말로 견디기 힘든 일이라서 그는 몇 번이고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죽을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지메당하며 겪은 스트레스를 동네의 고양이나 개 따위에게 풀면서 매일을 버텨나갔다.
한데 그 인내과 고통이, 산시로를 꽃피웠다.
아니, 정확히는 그 이지메로 인해 뒤틀려 버린 산시로의 감정과, 그 감정으로 인해 오래도록 아무렇지 않게 생물을 학살할 수 있게 된 그의 경험이 꽃피웠다.
그의 마법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고, 삼신기의 후계자가 되기까지 이르렀다.
이후 그를 괴롭히던 학생들은 모두 주춤거리며 그를 피하게 됐다.
물론 산시로는 겨우 그들이 자기를 무서워하는 모습 따위를 보는 데서 그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역으로 그 학생들을 끈질기게 괴롭히기 시작한다.
낮밤, 그리고 새벽을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끈질기게.
그리고 하나가 자살했고, 또 하나가 자살했고, 다른 하나가 자살했다.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모두 자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 년도 되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탓하지 못했다.
그저 두려워할 뿐.
그 경험은 산시로의 일생에 있어 가장 큰 쾌락이었고, 그의 진로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기억이 되기도 했다. 그걸 통해 산시로는 마침내 세상의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힘이라고.
힘만 있다면 세상은 뭐든지 해도 좋은 곳이라고.
이후 산시로의 삶은 바로 그 힘과 권력을 얻기 위한 끝없는 쟁투였다.
그리고 지금은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되어 일본 권력의 중추에 서 있다.
그의 삶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
넓은 방이었다.
그 방의 중심에 놓인 거대한 침상에 두 육체가 얽혀 있었다. 호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인 산시로와 스물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어린 여성이었다.
산시로의 마르고 늙은 몸이 여성의 하얀 몸 위를 덮었다.
“흐으…….”
그는 여성의 몸을 감상하듯이 냄새를 맡았고, 곧 양손으로 전신의 감촉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성은 그의 손길이 민감한 곳에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 떨면서 신음을 토했다.
“아아…….”
“으음, 좋군.”
부드러운 여체의 감촉에 만족하며 산시로는 흡족하게 웃었다.
그의 양손이 여성의 양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악.”
가슴을 움켜쥐는 감촉에 여체가 요동쳤다.
양손으로 모양 좋은 가슴을 애무하면서 산시로는 여성과 입을 맞췄다. 끈적끈적하게 둘의 혀가 섞였다.
곧 산시로는 그녀의 입에서 얼굴을 떼어내고는 다리를 벌렸다.
여성의 다리 사이는 충분히 뜨거워져 있었다.
산시로는 그 사이로 진입했다.
***
알파메일 76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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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