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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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73화
73화 계약(3)
“흠, 능숙하시군요.”
“나는 아마츠키니까.”
카에데의 말은 일단 성태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 보라는 것이다.
“과연. 맞습니다. 나는 앞으로 일을 벌인다면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확정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보수군.”
“네.”
성태는 카에데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에데는 한 차례 한숨을 쉰 다음 그의 이어질 말을 재촉했다.
“이야기해 봐. 나는 고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까.”
이어 카에데는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성태의 입에서 ‘없다’는 말만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성태가 손가락 하나를 세우면서 말했다.
“한 가지 적절한 보수가 있습니다.”
“뭐지?”
환하게 기뻐하면서 카에데는 되물었다.
돈? 명예? 권력?
뭐든지 상관없었다!
일이 제대로 마무리만 된다면 그녀는 성태의 그 어떤 소망이라도 해결해 줄 수 있다. 아마츠키는 확실히 그 정도 힘을 가진 가문이다.
하지만 성태가 요구한 것은 그녀의 예상을 한참 초월한 것이었다.
“당신입니다.”
“뭐?!”
깜짝 놀라면서 카에데가 몸을 뒤로 물린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할 것이다. 성태는 웃으면서 자신의 요구를 확실히 했다.
“당신을 보수로 받고 싶군요.”
“더러운! 사내란 것들은 다 이 꼴이란 말이야!”
혐오감에 얼굴 표정을 굳히고 카에데는 화를 냈다.
호지로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가 다 가시기도 전에 도움을 받고자 찾아온 곳에서 들은 말이 이 따위라면 그녀가 그렇게 평가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성태는 양손을 들었다.
“아, 오해를 하시는 모양인데 물론 카에데 양은 무척 아름다워서 남성이라면 모두 품에 안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당신을 바란다는 건 아닙니다. 아니, 그것도 포함되겠지만……. 말 그대로 당신이 내 것이 되어 나를 위해 살아줬으면 하는군요.”
“부인이 되라는 거야?”
미심쩍게 눈을 좁히면서 카에데는 물었다.
자신을 아내로 맞이한다면 이 일이 끝난 이후 얻게 될 보수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게다가 그녀는 앞으로 계속해서 헌터로서 강해질 것이고, 아마 세계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강자로까지 도달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두 차례 품에 안는다는 것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흠, 약간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나는 결혼을 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파트너라는 의미에 좀 더 가까울 겁니다. 사실 그쪽이 당신에게도 더 낫겠지요.”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남성에게 더 이득이 되는 행위다.
책임지지 않고 연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에데 쯤 되는 입장이라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결혼을 통해 묶어 둘 수 있다면 남자 쪽에게도 나쁠 리 없다. 재벌이나 정치인들끼리 혼맥으로 서로 연결되고 뒷구멍으로 따로 육욕을 푸는 것은 그런 이유다.
“……다른 것은?”
카에데는 일단 부정적으로 성태의 제안을 받아들인 모양이다.
상황이 급하긴 하지만 역시 자기 자신을 보상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떨치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별로 끌리는 건 없군요.”
“나를 당신 것으로 한 뒤 아마츠키를 가지고 싶은 거라면…… 소용없을 거야. 할아버지는 두 번 실수하실 분이 아니니까.”
카에데는 초조하게 경고하듯 말했다.
아마츠키가 딸려오지 않는다면 확실히 카에데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성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딱히 상관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흥미가 있을 뿐이니까.”
아마츠키 쪽에서 어떻게 움직이든 별로 상관없었다. 성태는 카에데를 자신이 쥐고 있음으로써 결국 아마츠키 전체를 먹을 자신이 있었다.
“…….”
그것으로 도주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카에데는 입술을 물고 초조한 표정이 됐다.
“일단 저는 물러나도록 하죠. 시간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마음을 정하시면 저를 불러주세요.”
성태는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궁지에는 충분히 몰아 놨다.
이제 시간을 주어 스스로 납득하게 하면 충분하다.
사람이란 묘한 존재라서 같은 대답을 결국 강압으로 이끌어 낸 것이라 해도 충분히 선택지를 없애고 시간을 주어 스스로 그 대답을 하도록 만들면 그 대답을 정말 자기 것이라 믿게 된다. 그것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하다.
그러니 이것은 배려라기보다는 함정에 더 가까웠다.
한데 성태가 나가려는 순간 그녀가 막아섰다.
“잠깐!”
“……벌써 마음을 정했습니까?”
문고리를 잡은 상태로 성태는 그녀를 돌아봤다.
카에데는 차분하게 한숨을 쉬고 각오를 굳힌 눈빛을 성태에게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신 말처럼 나는 고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까.”
“그 말은?”
“받아들이겠어.”
“꽤나…….”
성태는 감탄했다.
세상을 제 발아래에 두고 마음대로 살아왔을 철부지가 머리가 좀 좋다곤 하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고 결단까지 이어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인으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대단한 재능이다.
그렇기에 성태는 속으로 일본 놈들을 욕했다.
본래 성태가 있던 세계에서 카에데는 그 쿠데타 세력에 의해 인형 꼴이 되어버렸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강하긴 했지만 실제 그녀의 재능이 자유의지와 결합해 피어났을 성취에 비하자면 얼마나 하찮았을까.
실제 일본은 자국 방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여러 나라에 폐를 끼치게 되지 않던가.
뭐 물론 그 자국 방위를 위해 맞이해야 했던 적이 너무 강력하긴 했다. 한국 쪽도 거기다가 도우러 갔다가 적측의 한 팔을 거드는 꼴 비슷하게 되기도 했고.
“단!”
벼락처럼 강하게 외치면서 카에데가 성태를 노려봤다.
“당신이 내 몸에 손대는 것은 일이 끝난 다음이 되어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나도 쉽게 선불을 취해 신뢰를 깨고 싶진 않군요.”
성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성태도 그녀의 몸 자체가 목적인 것은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부가물 같은 것이라 할까. 괜히 껄떡거리다가 신뢰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계약으로 묶인다 해도 역시 일상적인 신뢰를 쌓아두는 것이 여러모로 크게 도움이 되는 법이다.
카에데가 이어 물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 일을 할 만한 실력이 있다는 걸 어떻게 믿지? 만일 그걸 증명하지 못한다면 나는 차라리 이씨 가문에게 가겠어.”
“……놀라운 말이지만, 합리적이긴 하군요.”
지금 카에데의 말에는 성태도 정말 놀랐다.
겉으로 그 놀라움을 드러내지 않도록 꽤 노력해야 했을 정도로.
‘이씨 가문으로 가겠다.’
그것은 향후 아마츠키의 거의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될 가능성조차 감수하겠다는 말이다. 이씨 가문이 직접 움직인다면 그건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게 되고, 이는 일본에 대한 매우 강력한 간섭을 낳게 된다.
그래도 이 점에 대한 카에데의 생각은 확고했다.
“제로보다는 차라리 한 줌이라도 건지는 게 나은 법이니까.”
“좋습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의 이득을 생각하고 어설픈 상대의 도움을 얻느니 미래에 큰 손해를 입더라도 당장 믿을 수 있는 상대를 택한다는 건 충분히 합리적이다.
어차피 성태 역시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긴 좁으니……. 장소를 옮길까요.”
성태가 권했다.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
성태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이 있는 곳은 넓은 훈련장이었다.
산속에 마련되어 있는 이 훈련장은 헌터들의 실전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소음 걱정 없이 과격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연 길드의 사지에 만들어진 곳이라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훈련장의 상태를 살펴보고 만족한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라면 괜찮겠지요.”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거야?”
의아한 시선으로 성태를 바라보면서 카에데가 물었다.
실력을 증명하라고 했는데 왜 이런 데 온 건지 그녀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성태는 씨익 웃으면서 검을 꺼내 들었다.
예리한 날 끝에 마법적인 오라가 웅웅거리고 있는 검이었다. 바로 보물사냥꾼 도플갱어를 죽이고 회수한 물건이었다. 이름조차 모르는 물건이지만 그 성능은 성태가 ‘성태’로서 활동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아이스 블레이드를 초월하고 있었다.
“당신이 내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증명하라고.”
“무, 무슨……. 개소리하지 마!”
카에데는 전투 자세를 잡는 성태를 보고 어이가 없어 반발했다.
물론 실력을 증명하라고 했다.
실력 가운데 개인의 전투능력은 매우 핵심적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당신이 제법 강하다는 건 알지만 이건 일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 게 아냐! 이건 일본 전체가 걸린 싸움이다!”
분노해서 카에데가 외쳤다.
그렇다.
개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둘째 문제다. 그녀가 요구하는 ‘실력’이라는 건 일본을 현재 장악하고 있는 자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힘을 증명해 보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군대를 보여 달라는 뜻이다.
개인의 실력을 보고 싶다는 게 아니다.
한데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흠, 카에데 양, 당신이야말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일은 그리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수뇌부의 몇 명이 작당해서 일으킨 일종의 쿠데타에 가까운 것으로 그들이 제거되면 자연히 모든 것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아직 이 일에 대해 대중이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하지요. 게다가 암습이나 잠입을 비롯해서 많은 면에서 이쪽이 더 편리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카에데는 지금 성태의 말에 주춤 물러서는 모습이 됐다.
지금 성태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분명히 쿠데타 같은 상황에서는 군대보다 암살자가 더 유용할 수 있다. 시스템을 통해 권력이 운용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몇 명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 권한을 가진 자들이 사라지면 그들이 획책하던 것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마츠키는 소화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냥감입니다. 아직 그들은 사냥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그들이 많이 소화한 다음이면 많은 것이 피곤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이야…….”
권력과 세력의 평화로운 이양이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피와 혼란을 피하고자 한다면 이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츠키의 몰락을 알고 있는 이들조차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나 가능할 것이다.
카에게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이 맞긴 한 것 같아.”
“그렇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해야 하는 게 누군 줄 알아? 삼신관이야!”
하지만 적이 삼신관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게 없다.
암살 같은 것이 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 개개인의 실력은 상위 아크 데몬에 버금간다. 셋이 모인다면 데몬 프린스와도 일전을 겨뤄볼 만할 것이다. 그들을 상대로 하는 암살 집단이라면 한국에서 최소한 이석훈이 움직여야 한다. 차라리 군대 수준의 헌터 집단이 움직이는 게 더 현실적이다.
“삼신기의 주인 말이군요.”
“그래! 최소한 그들을 깔끔하게 처리할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못 해. 그런데 인원이 많이 필요 없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도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바로 여기에 온 것입니다.”
카에데는 망치에 후려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남자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당신 혼자서…… 그들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그럴 자신이 있다고?”
알파메일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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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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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