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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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72화
72화 계약(2)
“어떤 거지?”
-그 계집애의 마나 운용법이다.
바틸라의 말에 삼신관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금 바틸라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아서였다.
“마나 운용법? 그건 우리도 알고 있는 것인데. 게다가 그에 대한 정보는 네게도 이미…….”
세이콘이 대표로 나서 말했다.
바틸라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흐음?”
“상상하기 힘든데.”
“그 계집애는 우리 제자였다.”
삼신관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마나 운용식은 헌터 성장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척수나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거기에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만큼 그런 걸 했다면 카에데가 그들에게 감출 수도 없다.
그래도 바틸라는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이 부정당한 이상 남은 것은 그뿐이지.
“조사해 보도록 하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세이콘은 그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틸라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일에 관련해서 바틸라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좋을 일 따위도 없다. 최소한 한국에서 일을 벌일 때까지는 서로 동맹 관계라 봐야 할 테니까.
-좋다. 무엇이든 발견한다면 내게 연락해라.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내 책임이 아주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이번에 대해서는 협력하도록 하마.
바틸라는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의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
그가 사라지고 난 다음 삼신관은 불쾌하게 그들 간의 대화를 이어갔다.
“흥,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주제에 잘난 척이군.”
“하지만 생각보다 순순히 협력하기로 한 것도 사실이니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겠지.”
“그나저나 정말로 특수한 마나 운용법을 익혔다고 보나?”
“모를 일이지만 조사해 봐야겠지.”
“만일 정말이라면?”
츠쿠요미의 주인이 하는 말에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눈을 좁혔다.
“그 계집애는 우리 말고도 따로 뭔가 보험을 들어놨다는 말인데…….”
“그것도 한국에 말이군.”
혀를 차면서 츠쿠요미의 주인이 그 말을 받았다. 그들이 모르는 사이 보험을 들어 둔다면 그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던 것은 요 몇 년간을 통틀어서 한국에 가서의 며칠간뿐이었다. 그것은 카에데가 오래전부터 한국 쪽에 세력을 만들어 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 카에데는 한국 쪽으로 탈출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역시 자이니친가. 더러운 피는 속일 수가 없군.”
세이콘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음모를 좋아하는 그 사악한 피에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
부산.
사하구 쪽 공단지대의 한 창고 건물이었다.
오래도록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 쓰레기 같은 물건들이 난립한 그 창고 안쪽의 한 문 앞에 노무복을 입은 남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노무복을 입고 있다지만 노동자 같은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좋게 봐서 군인, 나쁘게 봐서 깡패, 건달 같은 느낌이 나는 자들이었다.
창고 안으로 누군가 들어와 그들 앞에 섰다.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있는 꽤 키 큰 남성이었다.
얼굴을 가린 성태였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노무복의 남자들도 당연히 노동자는 아니었다. 그들은 길드를 통해 성태가 직접 고용한 지역의 헌터들이었다.
입이 무거운 걸로 정평이 난 이들만 골랐고, 그들의 가족을 다시 인질로 삼는 방식으로 기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면에서는 완벽하다고 할 만했다.
문을 지키던 노무복의 남자들은 성태를 보고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성태가 마스크를 했지만 이들은 바로 저 마스크를 쓴 성태 밖에 모른다. 오히려 마스크를 벗는다면 저들은 성태를 막아섰을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십니다.”
간단히 고개를 까닥여 그들의 인사를 받고 턱짓으로 문 안쪽을 가리키며 성태는 물었다.
“이 안에?”
“네.”
“생각보다 허름하군요.”
성태는 살짝 의외라는 표정이 됐다.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을 이의 신분과 위치를 생각하면 이런 곳에서 여러 날을 묶는다는 건 비상시란 걸 고려해도 상당한 고역일 텐데.
“본인이 요구했습니다. 그래야 안전할 거라고.”
“하기야 그럴지도요. 눈에 띄지 않아야 할 테니까.”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봤을 때 오만해 보이긴 했지만 머리가 나쁘다는 인상은 없었는데 그 인상이 맞아 들었던 모양이다. 현재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당장의 불편을 감당하는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모양이니까.
하기야 그 정도도 못 해낸다면 협력자는 물론 전리품으로서의 가치도 없는 셈이다.
“그럼 들어가시죠.”
성태는 부하의 권유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활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의 고시원 방처럼 좁고 상당히 너저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의 겨우 놓인 침상 위에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정말 놀랍도록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많이 지치고 초조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지금 그녀의 매력을 더해준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아마츠키 카에데.
바로 그녀였다.
성태는 우선 그녀에게 고개 숙이고 능숙한 일본어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뵙고 오랜만이군요.”
“당신…….”
성태를 보고 카에데는 많은 것이 뭉쳐진 눈빛을 보냈다.
뭣부터 말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대신해서 성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말이 맞지요?”
“그래. 맞더군.”
입술을 물면서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이 서린 표정이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서기 전에 우선 성태는 그녀를 위로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드셨겠군요.”
“그 정도는 내가 처한 상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하긴 그렇겠지요.”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에데는 바다를 통해 한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맨몸으로 수영한 것이 아니라 구명보트에 타고 그걸 노저어서 한국까지 건너온 것이긴 해도 대단히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이미 초일류의 헌터가 아니었다면 중간에 표류해 죽고 말았으리라.
바닷속에 거주하기 시작했다는 많은 해양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응하는 것만 해도 일류 헌터가 아니면 힘든 일이다.
그리고 부산에 와서 성태가 미리 전달해 준 연락망을 통해 이곳에 와 몸을 숨기고 있던 것이다. 분명 가혹하고 피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까짓 것은 그녀가 처한 상황 그 자체의 엄혹함에 비하자면 정말 댈 게 못 된다. 일본 전체를 좌지우지하던 거대재벌과 삼신기의 후계자란 위치에서 일전직하해서 일본 전체를 적으로 둔 일개 망명자가 되고 말았으니까.
“……그보다 당신, 어떻게 그런 것들을 알고 있는 거지?”
성태를 보며 카에데는 물었다.
다급하고, 적의마저도 느껴지는 태도의 질문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성태가 그런 핵심적인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카에데의 적과 실은 연결되어 있던 자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점에 대해 성태는 밝힐 생각이 없었다.
밝힌다 해서 상대가 믿을 리도 없을 테고.
“다 방법이 있습니다. 기밀비밀 같은 거니까 쉽게 이야기 해 드릴 수야 없는 거죠. 중요한건 내 말이 사실이었는가, 그리고 내가 쓸모가 있었는가 하는 부분 아닐까요?”
“…….”
카에데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생각할 때, 성태의 말을 수용하는 것 외에 도리는 없었다.
“자, 그럼 일단 대답은 들은 것으로 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지요.”
“그렇다면 좋아. 정보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면, 그건 납득하도록 하지. 하지만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나를 돕겠단 의사로 봐도 좋겠지?”
“그건 뭐-.”
약간 유예적인 대답이었다.
그것이 카에데를 폭발시켰다.
“그럼 아니란 거야!”
발을 구르며 카에데는 분노했다.
꿍, 하는 진각이 창고 전체를 흔들었다.
이제까지 초조하던 심리상태가 성태의 애매한 태도에 단번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 현재 기댈 곳이라곤 성태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태는 어디까지나 차분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물론 도울 의사는 있습니다. 하지만 확정적이라고 여기진 말았으면 하는군요. 서로의 이해가 일치할 때 협력은 성립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성태는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낼 계획이었다. 카에데에게 굳이 맞춰져서 호구처럼 굴 생각은 없었다.
카에데는 분한 듯 이를 물었지만 그녀도 바보가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에 결국 카에데는 분을 참고 성태에게 외쳤다.
“나는 아마츠키다! 원하는 게 뭐지!”
“아마츠키라. 그게 지금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 되신 게 아닌지.”
“큭…….”
능란하게, 어디까지나 이 대화의 주도권이 자기에게 있음을 계속해서 인지시키면서 성태는 카에데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스스로의 입장을 생각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나가도록 하지요. 저로서도 귀빈을 함부로 대하고 싶진 않습니다.”
“후우, 좋아. 흥분했던 모양이니 사과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카에데는 고개를 숙였다.
성태의 눈으로 이채가 스쳤다.
그는 처음부터 카에데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그쪽이 좋은 협상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도 카에데는 제법 판단력과 상식을 잘 유지하고 있다. 천재라곤 해도 온실 속 화초일 뿐일 텐데.
성태는 점점 더 그녀가 탐났다.
“저도 조금 실례했던 것 같습니다. 사과드리지요.”
“긴 이야기는 서로에게 별로 필요 없겠지. 당신 정도라면 무슨 잡소리를 해 봐야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간단히 말할게. 나를 도와줘. 대신 제공할 정보가 있어. 한국 입장에서도 지금 이건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을걸.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니까!”
카에데는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정확한 내용은 그녀도 모른다.
하지만 야마모토 쪽에서 삼신관과 작당해 한국 쪽을 노리는 뭔가 큰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심지어 그 건수에는 데몬 프린스까지도 엮인 것으로 보여 있었다.
이 정보가 현재 모든 것을 잃다시피 한 카에데가 한국 측과 협상해 조력을 얻는 데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였다.
그러나 그 카드를 앞에 두고 성태는 빙긋 웃었다.
“흠, 그것이 지난 교류회에 관련된 것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뭐?!”
벼락에라도 얻어맞은 듯이 카에데는 충격을 받았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쪽도 벌써 파악했다는 거지요.”
“큭…….”
카에데는 이를 악물었다.
설마 이것도 파악하고 있다니…….
하지만 애당초 일본 쪽에서 쿠데타의 조짐을 읽었고 카에데가 자이니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정도다.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다.
곤란해하는 카에데의 모습을 보면서 성태는 즐거운 듯이 속으로 빙긋 웃었다.
‘사실 내 입장에선 그 정보는 퍼지지 않는 게 이득이란 말이야. 피는 좀 흐르겠지만, 좋은 계기가 되어 줄 테지.’
성태는 물론 카에데가 사용하려는 정보가 뭔지 안다.
하지만 그것은 성태가 아는 것일 뿐, 한국의 다른 이들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대단한 협상카드로서의 가치가 있다. 카에데가 독자적으로 한국의 다른 유력 세력과 접촉한다면.
그러나 카에데는 성태와 이미 접촉했고, 그가 한국 측의 상부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입장이다. 성태다 보여준 실력과 정보력을 생각하면 그리 생각해도 당연하긴 하다. 그러나 실상은 아니다. 성태에게는 사실 조직도 자금도 없다시피 한 입장이다.
그리고 카에데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는 그의 입장에선 한국 상층부에 흘러 들어가지 않는 쪽이 더 낫다.
카에데는 한숨을 쉬고 반쯤은 포기한 듯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도와줄 거야?”
“사태를 정리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그를 통해 얻을 보수에 따라서겠지요.”
“그건 당신이 더 잘 알 것 같은데.”
알파메일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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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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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