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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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67화
67화 탈출!(2) & 벌모세수(1)
“여, 여기 생활은 어때?”
“아, 성태. 잘 지내고 있어.”
박수천은 환한 표정이 되어 그를 맞았다.
박수천의 입장에서 성태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대해준 주변 사람이었다. 그의 제안 때문에 기숙사를 옮겨 이곳으로 오기까지 했다.
고맙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거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고.”
“응. 고마워.”
“아, 그리고 오늘 수업 끝나면 시간 비어?”
“응. 딱히 할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
성태의 물음에 박수천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저녁 먹고 기숙사 뒤쪽 훈련장에서 보자.”
“알겠어.”
박수천의 대답을 듣고 성태가 줄 뒤쪽으로 갔다.
거기에는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희연이 있었다. 그녀는 성태를 맞으면서 약간 의아한 듯이 물었다.
“요즘 친하네?”
“그야 뭐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게 나니까 이 정도 신경 쓰는 건 당연하잖아?”
“그렇긴 한데…….”
성태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지금 답변에 희연은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아니 음, 뭐 나쁜 사람은 아니란 건 알겠지만…….”
성태는 씨익 웃었다.
어딘가 거북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표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 충분히 알기 때문이었다. 정곡을 찌르듯이 성태는 물었다.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각하는 건 안 좋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걸 아는데도 잘 안 돼. 정말 이상해.”
약간 주저하다가 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박수천에 대한 대부분 사람들의 인상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는 것.
가끔 세상에는 괜히 자기와는 안 맞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그 사람이 자신에게 뭘 한 게 아닌데도 그렇다. 박수천이 바로 그랬다. 그의 불행이라면 그 안 맞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출신으로 인한 일종의 저주, 부작용 같은 것이다.
“간혹 그렇게 느끼게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사람 마음이란 건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그걸 함부로 입 밖에 꺼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문제겠지.”
“응.”
사람이 사람을 때로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인종이나 외모에 대한 인상을 때로 강하게 받게 되는 것도 그렇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일차적인 인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그것을 우리는 문명, 혹은 교양이라 부른다.
“여하간 괜찮아질 거야. 두고 봐.”
“역시 이상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
“마법사란 점 때문이야?”
희연이 물었다.
성태는 성격이 나쁘진 않지만 별로 이타심이 넘치는 것 같진 않다는 것이 희연이 이제까지 본 성태의 성품이었다. 애인으로서는 이놈 저놈 다 대주는 호구보다야 그쪽이 훨씬 믿음직하니 좋았다.
그런 성태가 그냥 봐서는 별로 얻을 게 없을 것 같은 동기를 일부러 잘 대해주는 건 역시 뭔가 목적이 있다는 거고, 그 목적이란 건 박수천이 마법사라는 점이리라 싶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귀하잖아. 여러모로 쓸모도 있고.”
“그건 알겠지만 마법사라고 해도 대성하려면 마법서가 있어야 하잖아. 좋은 마법서는 구하기 힘들 텐데.”
강력한 마법사는 어느 길드에서도 최고로 대접받는 인재다. 아직 마법에 대해서 인류는 모르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한 사람의 마법사는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던전 탐사만 해도 전사 헌터만으로 이루어진 깡 파티와 마법사가 포함된 파티는 효율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그런 좋은 마법사지만 문제가 있다.
첫째로 일단 마법사는 적성을 가진 이가 드물고, 두 번째로 좋은 마법서가 드물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다. 마법에 대한 이해가 적은 만큼 인류는 마나를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운용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다.
마법서에만 기대서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그 마법서에 기록된 것이 아니고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즉, 마법사를 사용한 표준화 된 전술 같은걸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마법서를 구하고 그 마법서에 맞춘 팀을 만드는 작업은 대단히 까다로운 육성 전략에 속한다. 물론 열매는 달콤하다지만.
“하루 이틀 헌터 생활할 것도 아니고 쓸 만한 마법서 하나 못 구할까.”
“그렇게까지 투자할 가치가 있어?”
희연이 의아해서 물었다.
성태는 단단히 박수천을 성장시킬 결심을 한 모양인데 그녀도 길드의 후계자쯤 되는 입장이니까 안다. 투자 중 가장 위험한 게 사람에 대한 것이다. 배신할지도 모르고, 기대에 비해 형편없는 결과를 낼지도 모른다.
성태의 전문 영역이라면 몰라도 마법이면 그렇지도 않은데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그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모습이니 좀 걱정이 됐다.
“나는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성태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희연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그는 박수천의 재능을 이미 알고 있는 입장이다. 박수천에 대한 투자는 두려워할 게 전혀 없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혹시 박수천이 그를 배신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지만 그것도 원래 박수천이 매우 선량한 성품인데다 미리미리 은혜를 베푸는 방식으로 길들여 놨기 때문에 걱정거리는 아니다.
“네가 그렇게 여긴다면야…….”
자신만만한 성태의 태도에 웃으며 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가 해온 일을 줄곧 보아온 그녀로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 자체가 가장 믿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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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모세수
그날 수업이 끝나고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날 무렵이었다.
해가 저물어 저녁이 되기 머지않은 시간.
제6기숙사 뒤편의 훈련장은 조용했다. 원래 시설이 별로 좋지 않은 곳이라 이곳을 사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한데 그곳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 남학생이 하나 있었다.
박수천이었다.
그는 오늘 아침 성태에게 이야기 들은 대로 식사를 마치고 이곳에 나와 있던 참이었다. 초조하게 이곳저곳을 걸으며 성태를 기다리길 십수 분, 곧 훈련장 입구 쪽에서 사람이 하나 들어섰다. 박수천이 기다리던 성태였다.
성태는 손을 들어 보이면서 먼저 인사했다.
“여, 빨리 왔네.”
“으, 응.”
약간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박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윗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학내에서의 권력관계를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학내 카스트에 따르면 박수천은 최하층이고, 성태는 눈에 확 띄진 않아도 상층부에 있다. 자기도 모르게 위축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성태는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박수천에게 편하게 자기를 대하라고 말하진 않았다. 사실 부려먹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건데 너무 편한 대상이 되는 것도 좋지 않다. 적당히 은혜와 친절을 팔면서 박수천이 심리적으로 자신을 ‘윗사람’이라 여기도록 하는 것이 편리하다.
성태는 우선 주변을 둘러보고 마나의 장막을 둘렀다.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배운 마법의 효과도 살짝 섞어 넣어서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도록 해 뒀다.
지금부터 할 일은 혹여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하면 별로 좋지 않다.
작업이 끝난 다음 성태는 가지고 온 책을 그에게 건넸다.
“오늘 너를 부른 건 다른 게 아니고 이걸 건네주려고.”
“이건……!”
박수천은 성태가 건넨 책을 받으면서 놀란 얼굴을 했다.
오래된 고서인 데다가 만지는 순간 손안에 저릿하게 느껴지는 강한 마력!
책의 정체는 명백했다.
“보다시피 마법서지.”
“이런 걸 어디서…….”
“뭐 인연이 닿았달까. 과거에 던전 탐사하다가 구한 거야. 나야 안 쓰니까 묵혀 뒀던 건데 기왕에 쓸 만한 사람이 생겼으니 묵힐 필요가 없겠지.”
성태가 건넨 마법서는 바로 아르쿠르의 마법서다.
처음부터 박수천에게 줄 것을 생각하고 노리고 있던 물건이기도 했다. 바로 이 책을 구했기 때문에 박수천을 본격적으로 아군으로 끌어들였던 것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정부차원에서 이 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겠지만 아마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성태가 저주와 싸워 그것을 제거해버렸기 때문에 이 책은 지금 본래의 특징을 대부분 잃었다. 심지어 외견조차도 그렇다.
“그, 그래도…….”
당황하면서 박수천은 책을 받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하다.
마법서는 싸도 수억씩 하는 물건이다. 중급만 돼도 수십억이다. 그런 걸 쉽게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성태는 웃으면서 뒷말을 붙였다.
“물론 빌려주는 거니까 톡톡히 갚도록 하고.”
“……응, 고마워.”
빌려주는 거란 말에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진 듯 박수천은 책을 받아들었다. 책을 받은 그는 거기서 눈을 떼질 못했다. 위저드로서 마법서에 욕심이 없는 이는 없다.
하지만 좋은 마법서란 어지간한 아티팩트 이상으로 드문 물건이라 길드에서 빌려 사용하면서 거기 매여 살 수밖에 없는 법인데……. 손끝에서 벌써 그 힘을 느낄 수 있는 이런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다니, 기대될 수밖에.
“그럼 일단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부터 하자.”
“응.”
성태의 말에 박수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첫 페이지를 펼쳤다. 책에 봉인되어 있던 마력이 해방되면서 그것이 박수천의 마력과 연결됐다.
강력한 마력이 전신으로 뻗어가면서 자신의 마력장을 장악하고 변형시켜 가는 느낌에 박수천은 저도 모르게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아…….”
“어때?”
성태는 옆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박수천이 마력장의 감촉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눈을 뜨자 물었다. 박수천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굉장한데! 당장 쓸 수 있는 스킬이 열 개는 더 생긴 것 같아.”
“열 개?”
성태가 놀라서 되물었다.
자신이 이 책을 처음 사용했을 때 얻었던 스킬 개수를 훨씬 넘었다.
“응. 정확히는 열두 개인데…….”
성태가 놀란 표정이 순간 됐다가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어 물었다.
“스킬 레벨은?”
“바닥은 삼에 다음 스킬 군에서는 이.”
“삼에 이…….”
성태는 선연하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
성태의 반응에 뭔가 잘못됐나 싶은 모습으로 위축되어 박수천이 불안하게 되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성태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마법은 그의 전공 영역이 아니다. 어차피 전사로서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마나를 마법사나 다름없는 수준에까지 다룰 수 있고 그렇기에 인과를 뒤집기까지 했다. 그런 의미에서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짬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헌터에게 있어 그 짬밥은 마나에 대한 이해다. 그것이 전사형이든 마법사형이든 상관없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기본에 있어 성태는 세계의 그 누구도 감히 따를 수 없는 영역에 까지 도달해 있다.
그런데…….
박수천은 순수한 재능만으로 그 짬밥을 압도하는 성취를 단번에 이룩했다.
그것이 비록 마법 영역에 한정된 것이라 해도 정말 대단한 것이다. 성태의 짬밥은 기본기만으로 모든 재능을 압도하는 것조차 가능할 정도니까.
‘이건 정말 잭팟이군.’
성태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박수천이란 카드는 잘 키우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정말 큰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는 박수천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응원했다.
“앞으로 꾸준히 잘 사용해.”
“응!”
박수천은 매우 기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뭐 더 있어?”
“사람들이 널 피하잖아.”
“아, 그…… 그러게…….”
성태가 지적하자 밝았던 박수천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럴 만도 하다. 박수천의 인생은 별로 밝지 못하고 그 이유의 핵심은 타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 때문이다. 때문에 박수천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화제는 일종의 트라우마다.
물론 성태는 그를 괴롭히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다.
“그게 너한테서 안 좋은 기운이 흘러서 그런 거란 말이야.”
“응. 그런 이야기 듣긴 했어.”
애매하게 웃는 얼굴로 박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성태가 하는 말은 과거에 그도 들은 것이다.
인간관계가 고민인 만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여러 차례 해 왔고,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사람들이 괜히 그를 피하게 되는 불길한 오라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도 그의 그 불길한 오라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알파메일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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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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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