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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66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66화

66화 탈출!(1)

 

 

 

 

 

어느 방이었다.

 

아주 크고 호화스러웠다.

 

그 방의 중심에는 방의 크기에 걸맞은 침상이 있었다. 그 침상 위에는 한 소녀가 누워 있었다. 그야말로 인형 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카에데였다.

 

“…….”

 

카에데는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잠든 것이 아니라 죽은 시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살아있는 기색이 그녀의 누운 모습에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갑자기 방 안이 훤하게 밝아졌다.

 

천둥 번개가 치며 그 빛이 어둡던 내부를 한순간 밝힌 것이다. 뒤늦게 천둥소리가 도착했다.

 

쿠르릉.

 

쏴아아아…….

 

뒤이어 비가 내렸다.

 

호우였다.

 

또 한 차례 방 안이 밝아졌다. 멀리서 천둥이 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맞춰서 시체처럼 잠들어 있던 카에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콰르릉!

 

“후아아…….”

 

카에데는 천둥 번개 소리와 함께 깊게 호흡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그녀는 호흡을 연달아 내쉬면서 머리칼을 쓸었다.

 

이제까지 쌓아온 것이 한꺼번에 터진 듯, 그녀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양손으로 제 몸을 감싸 안았다.

 

한동안 자기 몸을 감싸고 심호흡을 반복하던 카에데는 침대에서 천천히 벗어났다.

 

한데 묘한 일이었다. 그녀의 동작이나 표정에서는 선명한 생기가 느껴졌다. 어떻게 보더라도 그녀는 바틸라가 말한 것처럼 ‘인형’이나 ‘기계’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카에데는 근처 거울에 다가가 거기 제 얼굴을 비춰봤다.

 

다소 초췌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치는 눈동자만큼은 선명한 의지에 예리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당하고 말았을 거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카에데는 입술을 물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바틸라가 그녀에의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쏟아붓던 그 막대한 마나의 공격! 수수께끼의 남자로부터 받아 뒀던 마력 운용식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그녀의 자아는 파괴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의식을 지키는 데 그쳤을 뿐이다. 다른 모든 것은 다 잃었다.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던 료마의 표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

 

카에데의 표정이 슬퍼졌다.

 

몬스터에 의해 일찍 부모를 잃은 카에데는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때문에 그녀의 료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 할아버지가 지금은 악적들의 손아귀에 있다.

 

“개자식들…….”

 

카에데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내 좌절감에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상황에서는…….’

 

겨우 자아를 지켰지만 그뿐이다.

 

카에데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츠키 가문이라는 배후를 잃고 일본 정재계의 핵심을 갑자기 적으로 돌리게 됐으니까. 사실상 세상 전부가 적이나 마찬가지라 봐야 한다. 굳이 있는 걸 말하라면 몸뚱이 하나뿐이다.

 

‘헌터로서의 능력은 자신이 있지만…….’

 

엄지손톱을 물고 카에데는 초조하게 고민했다.

 

천재.

 

그것이 헌터로서 카에데에 대한 가장 흔한 평가다.

 

그 실력은 이미 한국에서의 친선대결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어린애들 사이에서의 강함일 뿐이다.

 

헌터의 세계는 오래됐고, 강자는 많다.

 

일본에만 해도 카에데 이상 가는 강자는 많이 있다.

 

가령 삼신관만 해도…….

 

때문에 카에데는 강하지만, 지금 처한 곤경을 벗어나기에 그녀의 강함은 그리 믿음직하지 않다. 하지만 당장 기댈 것이라곤 그 강함뿐인 것 또한 사실.

 

카에데는 적들이 자신의 상황을 아직 모른다는 점에 기대 이 이점을 활용해 곤경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어떻게?

 

어떻게!

 

한순간,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퍼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때 받았던……!’

 

카에데가 방금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usb에 저장되어 있던 또 다른 정보 하나였다. 디지털 지도 한 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자열 같은 것들. 분명히 그 지도는 한국의 부산이라는 곳 가운데 어느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떠오르는 당시 그 남자의 말.

 

‘그리고 그것이 너를 구하고 난 다음 나를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거기 나와 있는 곳으로 찾아와서 나를 찾도록 해. 그때는 너를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도 직접 움직여 주지.’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마치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 듯이.

 

그리고……. 실제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녀는 자이니치였고, 일본은 그녀의 일족을 버렸다.

 

‘거기로 가자.’

 

카에데는 이를 악물었다.

 

그 남자를 믿을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냉정히 말한다면 아직 믿을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믿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선택이 가능한가?

 

‘걸어보는 수밖에.’

 

카에데는 마음을 정했다.

 

할 일이 정해졌다면 다음은 단순하다. 그녀는 방 안을 뒤져 간단히 입을 수 있는 활동복을 챙겨 입었고, 다음 순간 마나를 인지에 돌려 주변을 탐색했다.

 

쏴아아…….

 

콰르릉!

 

비와 천둥 번개 소리가 강렬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들만이 아니었다.

 

그런 소리들 사이사이로 이 어딘지 모를 저택을 지키고 있는 병력의 기척 역시 하나하나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다.

 

잠시 동안 그렇게 저택의 기척에 의식을 집중해 이 일대 병력의 움직임을 모조리 머릿속에 외우는 데 성공한 카에데는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먼저, 문 앞의 둘.’

 

카에데가 움직였다.

 

그녀는 문을 열었다.

 

문은 밖에서 잠그는 형태로 닫혀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 정도 문을 뜯어내는 데 대단한 힘도 필요하지 않다.

 

우득.

 

“응?”

 

“왜 문이……!”

 

잠금쇠가 박살 나며 문이 열리자 앞을 지키던 두 헌터가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들이 상황을 인식하는 것보다 빠르게 열린 문틈 사이로 카에데가 뛰쳐나왔다. 어둠 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카에데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탈출을…….”

 

“연락-.”

 

두 헌터는 전투자세를 잡으면서 서둘러 대응하려 했다.

 

동시에 한 손은 뒷주머니로 재빠르게 향했다. 그들의 비상연락 장치가 거기 들어 있었다. 하지만 카에데가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소리도 없는 바람처럼 다가선 카에데가 한쪽 다리로 그의 턱을 날카롭게 올려 찼다.

 

쉭!

 

퍽!

 

발끝으로 철근을 베는 올려 차기다. 거기 얻어맞은 헌터는 그대로 뒤로 뻗고 말았다. 옆에 있던 헌터는 그제야 자신의 무기를 꺼낸 상태였지만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조차 못 한 상태였다.

 

카에데는 올려 친 다리 끝을 번개처럼 내리면서 그의 머리는 발꿈치로 찍어버렸다.

 

퍼억!

 

혀를 빼물면서 그 헌터는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큰 소리가 나는 걸 막기 위해 카에데가 한 손으로 그의 옷가지를 잡아채 조용히 바닥에 뉘였다.

 

그들이 무기를 꺼내 전투자세를 잡고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초 남짓. 하지만 카에데가 문틈 사이로 빠져나와 그들을 공격하고 연락망의 가동 그들의 손목을 박살 내는데 필요했던 시간은 0.7초였다.

 

어째서 그녀가 삼신기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던지 새삼 알 만한 장면이었다.

 

‘이다음은…….’

 

두 경비헌터를 순식간에 때려눕힌 카에데는 그들의 몸을 뒤졌다.

 

이 저택의 출입 카드를 비롯해서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챙겨가기 위해서였다. 잠시 그들의 몸을 뒤지던 카에데의 얼굴에서 기쁨의 미소가 피었다.

 

그녀는 남자의 품에서 손을 꺼냈다.

 

그녀의 손에는 검이 한 자루 쥐여져 있었다.

 

“후우.”

 

무기를 쥔 카에데의 얼굴에서는 한층 엄정한 차가움과 엄격함이 피어났다. 곧이어,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직후 저택 곳곳에서 전투와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

 

 

 

 

 

삼신관이 모여 계승을 준비하던 대합실이었다.

 

그곳에 한 남자가 어두운 안색으로 찾아왔다. 일본의 육군 본부 치안총감에 해당되는 남자였다. 그는 세 사람의 앞에서 식은땀에 흘리면서 한 가지 보고를 했다.

 

그 보고는 흡족한 기분이 계승식에 대한 준비를 하던 세 사람은 경악에 몰아넣었다.

 

“뭐?”

 

“탈출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카에데가 탈출했다!

 

치안총감의 보고는 그런 내용이었다.

 

당연히 다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아 자체가 붕괴한 채 시체처럼 누워 있을 계집애가 프로 헌터들이 지키고 있는 저택을 탈출했다고? 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대상의 탈출 과정에서 저택을 지키던 인원 가운데 1/3이 사망했고, 2/3가 중경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치안총감의 말에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얼굴을 찌푸리고 되물었다.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카에데의 탈출이란 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치안총감이라 해서 답이 있을 리는 없다.

 

“그건 저희도 도저히…….”

 

“멍청한 악마 새끼가 뭔가 큰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군!”

 

“짜증나는…….”

 

바틸라의 실수.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다. 자연 삼신관들은 이글거리는 분노를 주변에 뿌릴 수밖에 없었다. 가히 일본 최강이라 할 만한 이들이다. 그들의 분노는 금세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해 있던 치안총감은 당장 호흡이 곤란해졌다.

 

“진정하게.”

 

그를 구한 것은 세이콘이었다.

 

“이게 진정할 일인가!”

 

“대업이 코앞에서 어그러지게 생겼는데……!”

 

다른 두 사람이 냉정한 세이콘의 태도에 반발했다. 세이콘은 고개를 저어 둘을 설득했다.

 

“하지만 분노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그러나!”

 

“어차피 그 계집애는 맨몸으로 도망가지 않았나? 아마츠키는 우리의 손아귀에 있고……. 그렇다면 결국 그 계집아이만 다시 잡아들이면 그뿐이야. 시간은 다소 걸릴 수 있지만 전혀 어려울 것은 없는 일이지.”

 

“으음…….”

 

“확실히…….”

 

둘은 세이콘의 지금 말에 적잖게 진정됐다.

 

옳은 말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장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에데는 맨몸이다. 늦으냐 빠르냐의 차이야 있겠지만 일본 전체가 움직일 텐데 그녀를 잡아내는 것 따위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

 

즉, 대세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그래서 세이콘은 다른 걸 걱정했다.

 

“오히려 호지로 그 녀석이 걱정이군.”

 

“하긴 뭐든 뜻대로 안 되면 역정이 심했지.”

 

“괜히 죄 없는 여자애들 몇이 죽어 나가겠구만.”

 

호지로는 가학적인 성품이다.

 

성질 나쁜 어린애 같은 면도 있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풀이를 심하게 한다. 카에데의 탈출이 알려지면 그 성벽에 희생되는 소녀가 제법 여럿 나오리라.

 

“뭐 그것도 별수 없는 일이긴 하지.”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해결한다고 쳐도,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 할 텐데.”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이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바틸라는 당시에 자신만만했다.

 

그는 아크 데몬이며 최소한 자기 약속을 어기는 자는 아니다. 당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책무를 다했던 게 틀림없다. 후루키요미모노의 주인은 마법에 종사하는 자로서 그 정도를 알아볼 눈은 있다.

 

세이콘이 말했다.

 

“우선 바틸라에게 연락을 해 보도록 하지.”

 

“그 악마가 제 아무리 낯짝이 두껍다 해도 최소한의 책임감이란 건 있을 테지.”

 

다른 둘은 거기 동의했다.

 

당장은 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

 

 

 

 

 

아침.

 

제6기숙사 옆 식당이었다.

 

우물쭈물한 모습으로 그곳 학생들 사이에 아직 녹아들지 못한 모습으로 줄을 서고 있는 한 학생이 있었다.

 

식판을 들고 있는 박수천이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아 그와는 다른 이들보다 약간씩 거리를 더 두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박수천을 피하는 모습이었지만 박수천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일은 이제 익숙했다.

 

그가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놀라며 돌아보니 성태였다.

 

 

 

 

 

알파메일 66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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