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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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04화
104화 부자대결(2)
그 대결을 수십m 정도 간격을 두고서 헌터들이 포위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헌터들을 현재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것은 정형구였는데, 그 역시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그 대결을 빨려든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헌터에게 이런 대결은 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되는 법이다. 심지어 정형구에게조차 그럴 정도였으니 다른 헌터들에게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정형구의 곁으로 장진호가 부상 당한 몸을 이끌고 접근했다.
“크윽...”
“괜찮나?”
아쉽게 전투에서 시선을 잠시 떼어내고 정형구가 물었다.
“뭐 어떻게든. 한데 정말 엄청나군요.”
장진호는 곳곳이 화상 투성이고, 속도 심하게 상했지만 결정타를 먹는 것은 정형구 덕에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장진호에게도 관심거리는 그 자신의 부상 보다도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절한 전투였다.
“그래. 이제껏 끼어들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면 도무지 틈이 보이질 않는군.”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저기 어설프게 끼다간 목숨만 버리는 꼴이 될 겁니다.”
“그러나...”
장진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형구는 쉽사리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석훈이 걱정되어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싸움에 자신도 책임이 없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이영빈이란 천재가 저렇게 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잘못이 겹쳐 쌓여 있다.
장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
어쩔 수 없다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형구는 그런 말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지 않았다. 위로할 수 없다고 해야 좀 더 옳을 것이다.
“정말 아깝습니다.”
“그 탓에 저렇게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지.”
이석훈의 정교하고도 강력한 검기를 장난처럼 받아넘기는 데몬 프린스의 초절한 기교를 보면서 정형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영빈의 재능은 정말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문에 그에게는 많은 기대가 얹혀졌었다.
그렇게 헌터들이 회환과 감탄을 섞어 대결을 지켜보던 중 이변이 일었다.
갑자기 이영빈이 이석훈의 품으로 파고 들면서 이석훈의 방어를 걷어내고 그의 복무와 턱을 동시에 후려쳐 공중에 띄워버린 것이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수족 같은 마기를 끌어모아 커다란 덩어리의 형상을 만들더니 그것으로 허공에 뜬 이석훈을 이어서 후려치려 했다.
“음?!”
“이거 안 좋군.”
헌터들이 그걸 보고 얼굴색이 변했다.
제아무리 이석훈이지만 허공에서는 자세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저런 공격에 맞으면 자칫 치명적일 수가 있다.
영빈의 마기 덩어리가 이석훈을 후려쳤다.
꽝!
자주포를 터뜨린 듯한 굉음이 터지고 이석훈은 지면으로 대각선을 그리며 처박혔다. 집면이 크게 파괴되면서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건 정형구가 걱정한 대로 허공에 뜬 이석훈은 영빈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낙법을 완벽하게 해내면 저런 커다란 파괴흔은 남기지 않는 법이다.
쯩!
영빈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등 뒤로 마기를 로켓의 불꽃처럼 분사하며 그는 석훈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달리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파괴된 건물의 파편이 그 폭풍에 휘말려 분분히 허공을 날았을 정도였다.
******
쾅!
첫 충격은 아찔했다.
마나를 가득 담은 칼날로 방어했음에도 양팔이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곤란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석훈이 이를 악물고 뒤로 퉁기면서 자세를 바로 하려 했지만 이영빈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따라붙어 그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양손에는 마기를 가득 모아 만들어 낸 검이 쥐여져 있었다.
쾅!
콰과광!
연달아 영빈이 검을 휘둘렀고 이석훈은 그것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자세가 한 번 무너지고 성공을 빼앗기니 대처가 거의 불가능했다. 하물며 상대는 영빈! 수호비무에 대해서라면 이석훈 이상으로 정통해 있다.
동작 하나하나에 수비무의 현기가 깃들어 있고, 반대로 그 약점을 노리는 치명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핏!
피비빗!
현란한 공방이 멈췄다.
검과 마력의 충돌이 만들어 내는 빛과 굉음이 사라지면서 주변에 이석훈과 이영빈의 상황이 드러났다. 이석훈은 겨우 자세를 잡은 채 영빈과 대치하고 있었지만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반대로 이영빈은 처음 등장할 때와 비교해서도 별반 약해진 모습이 아니었다.
누가 우세한지는 명확했다.
영빈은 오만함을 드러내며 한 대 자신의 아버지였던 이에게 빙긋 웃으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큭....”
이석훈은 이를 악물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데몬 프린스로 전락한 자신의 아들은 너무나 강했다. 데몬 프린스라는 그 지위와 격에 걸맞게도. 거기다가 한층 이석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영빈이 수호비무에 대해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방, 어느 쪽을 살펴봐도 이석훈은 영빈의 허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제 끝낼 때가 됐군요. 즐거웠습니다.
영빈은 웃으며 오른손을 들었다.
그 동작에 따라 영빈의 몸 주변에 떠돌고 있던 막대한 마기가 모여들면서 한 자루 검의 형상을 만들었다. 영빈은 그 마기로 만든 검을 쥐고 석훈에게 접근했다. 걸을 때마다 그 검에 모여드는 힘은 더욱 커져서, 영빈이 석훈의 앞에 섰을 때는 아무런 기교 없이 단순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가르고 파괴할 것만 같은 막강한 힘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네놈...”
-그러면, 안녕히.
“아버지!”
영빈이 석훈을 향해 마지막 일검을 휘두르려는 것을 보고 혜선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한데!
쩡!
-흠?
공간을 가르며 석훈의 몸을 베어가던 영빈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가 검을 휘두르는 반대 방향에서 하얀 선이 갑자기 들이닥쳐 그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심지어 영빈은 자신의 공격이 막히는 순간 손안으로 강력한 반발력을 느꼈을 정도였다.
“무슨 일이?”
“저건 뭐야?”
놀란 것은 참혹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주변의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흰빛이 번뜩인다 싶더니 영빈의 검이 막힌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것이 가능했던지 알아본 것은 그들 가운데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빛과 충격파가 저물고 겨우 전경이 드러났다.
그제서야 지금 영빈의 검을 막은 것이 어떤 정체불명의 헌터라는 것이 드러났다.
“정말 헌터였군요.”
“저런 자가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처음 보는데...”
정형구와 장진호가 서로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 영빈의 검을 막아낸 헌터에 대해서 그들은 아는 바가 없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영빈의 검을 막아냈다는 것은, 설령 일회에 한정된 것이라 해도 최소한 초일류의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형구와 장진호가 모른다니?
“저 정도 실력이면 모를 리가 없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이씨가문일까요?”
“굳이 따진다면... 그렇겠지.”
정형구는 장진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했다.
굳이 얼굴을 가리고 검게 차려입은 정장 차림인 것도 그렇고, 지금 취하고 있는 자세도 정리정돈이 잘 된 것도 그렇고 이씨가문에서 키우고 있던 병기의 하나일 것 같았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이 몰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어쨌건 상황을 보고 우리도 돌입할 준비를 하지.”
“그게 좋겠습니다.”
장진호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 손짓해 헌터들에게 지시를 시작했다. 상황을 보아 만일의 경우는 이곳 헌터들이 전부 희생되더라도 이석훈을 구출해 내야 한다.
한편, 갑자기 나타나 영빈의 검을 막아낸 헌터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영빈에게 말을 걸었다.
“늙은이는 그만 괴롭히고 나랑 노는 게 어때?”
-너, 재밌는 짓을 하는군.
영빈은 상대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그리 말했다.
말 그대로 흥미로운 자였다.
자신의 눈으로도 뚫어볼 수 없도록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영빈의 흥미를 끈 것은 상대가 지금 취하고 있는 자세였다. 그것은 수호비무 가운데 실려 있는 검식이었다. 그리고 그 수준은...
완벽했다.
“뭐 그쪽이 하는 재밌는 짓 정도는 아니지만.”
-어디서 수호비무를 익혔지?
영빈이 물었다.
수호비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스런 책이 아니다. 하지만 저 정도 수준으로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학습이 필요하다. 세계가 아무리 넓어도 그런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이씨가문 뿐이다.
하지만 영빈이 아는 한 그런 눈앞의 남자와 같은 자를 가문에서 키운 적은 없다.
“그 정도야 눈대중으로도 알 수 있는 법이지.”
어깨를 으쓱이면서 성태가 답했다.
영빈은 얼굴을 찌푸렸다.
-장난질에 어울리는 것도 불쾌하군. 너 따위가 낄 장소가 아니다.
“별로 세지도 않은 놈이 거들먹거리긴 되게 거들먹거리네.”
-죽고 싶은가?
상대가 제대로 대답할 생각이 없을뿐더러 자신을 농락하자 영빈은 더 참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그것만으로 영빈의 몸 주변에서 싸늘한 마기가 흘러나오면서 주변을 장악했다.
상대는 거기에 전혀 위압되지 않은 모습으로 코웃음 쳤다.
“흠,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법이지!”
-꺼져라.
더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영빈은 검을 휘둘렀다. 오오오! 공간이 떨릴 듯한 막대한 힘을 담은 검이 갑작스런 방해자를 향해 날았다.
그 검을 앞에 두고서 조차 상대는 긴장하지 않은 듯이 움직였다.
“어우. 성질 급하긴.”
쾅!
검이 서로 충돌했고, 휘청이며 방해자는 옆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자세를 금방 정돈하고 표정의 여유가 여전한 것을 보아 전혀 지금 공격에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나 데몬 프린스 영빈의 검을 막아낸 정체불명의 방해자, 그는 바로 성태였다.
‘와, 세긴 세군. 막은 것 뿐인데 손이 떨어져 나갈 것 같구만.’
하지만 평정을 가장한 표정과는 달리 그의 내심은 꽤 다급했다.
데몬 프린스의 공격이다. 그걸 정면으로 받아넘겼으니 무사할 리가 없다. 물론 성태의 마나 운용력은 지상최강이다. 단순히 그것만으로 대결한다면 데몬 프린스가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라 해도 성태에 비견할 수 없다.
그러나 육체라는 거추장스런 틀에 속박된 상태다.
힘과 체중 같은 엄연한 물리적 문제의 제약이 그를 약화한다. 데몬 프린스의 힘은 마나로 따져 최소 칠만 이상. 성태의 지금 마나량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다. 지금 일격을 막아냈다는 자체만으로도 성태의 실력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제법이군.
그렇기에 영빈은 성태에게 흥미를 느낀 것 같았다.
하긴, 자신의 일검을 막아낼 인간이 석훈 이외에 있을 거라곤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오만이 아니라 당연한 판단이다.
-짧은 여흥이다. 인간, 네게 주제를 알려주도록 하지.
데몬 프린스 영빈은 짧게 말했고, 성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성태는 긴장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둘의 검이 충돌했다.
알파메일 1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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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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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