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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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6화
96화 역습(1)
한편, 김태우는 사학년과 일학년들 어느 쪽과도 겹치지 않는 통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매서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이동하는 그의 모습은 긴장해 있기보다 들떠 있다는 것에 더 어울려서 마치 몬스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한 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안에 있는 물건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성태가 뭘 저렇게 만지나 하고 궁금해하던 바로 그 아이템이었다.
‘자, 이제 막바진데... 적당한 사냥감을 어서 만났으면 좋겠군.’
실제로 김태우는 적을 피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적을 원하고 있었다.
바로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이아템 때문이었다.
‘정말 놀라운 물건이란 말이지.’
지금 김태우의 손아귀에 쥐어진 마법 아이템의 효능은 놀랍다. 무려 몬스터의 쓰러뜨린 마력을 흡수해 마력석을 제조해 내는 것이다.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를 아이템 내에 우선 축적시켜 마법 회로를 가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고치고 있는 단계였다.
하지만 꾸준한 헌팅을 통해 몬스터를 사냥, 마나를 모아 부은 결과 지금은 회로의 가동 직전까지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쪽발이 놈들은 이런걸 대체 어디서 구한걸까.’
지난번 한국으로 왔던 삼신관을 비롯한 일본놈들에게서 이걸 구한 것은 김태우도 들었다.
하지만 그 일본놈들이 이걸 어디서 구했고, 어째서 넘겼는가는 역시 수수께끼다.
이씨가문의 견제가 목적이라곤 하는데...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하지만 눈앞에서 같은 물건이 작동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믿지 않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이상 어지간한 의혹 따위는 의미가 없다. 욕망이 의심을 이기는 것은 헌터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뭐, 우리야 어디든 상관 없지.’
김태우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게 완성돼서 마나석을 양산할 수 있다면...’
마나석의 양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말 크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여러 상황 문제로 인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그것을 잘 회수해서 외부로 가져나가 활용할 수 있다면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김태우는 혼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을 꼬맹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특히 일학년으로 민석이 녀석의 목표가 됐던 그 묘한 녀석이 이 물건에 이상하게 관심을 보였던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태우가 탐색을 계속하는데,
크르르...
멀지 않은 곳에서 몬스터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김태우가 반갑게 히죽 웃었다.
이제 이 아이템을 완성할 때가 됐다. 어서 빨리 완성된 이 물건이 마나석을 내뿜는 장면을 보고 싶어서 김태우는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
사학년과 성태 일행은 후끈한 공기에 가득한 통로를 계속 걷고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걸어서 일학년팀은 물론, 김태우와도 많이 멀어졌다 싶은 때쯤이었다. 사학년 무리 가운데 하나가 성태를 향해 말을 던졌다.
“야.”
“왜 그러시는지?”
짐이 뭉쳐 만들어진 덩어리 같은 형상으로 사학년들의 뒤를 따르던 성태가 답했다.
“니가 지난번에 훈련장에서 사학년들 쫓아 보냈다면서.”
“아예, 뭐 그런 일이 있긴 했었죠.”
“이야, 이거 용감한데.”
“나중에 혹시 보복당할 거라던가, 그런거 무섭지 않았어?”
사학년들이 이죽대며 성태에게 물었다.
기선제압이다.
물론 성태가 그런 것에 동요할 위인은 아니다.
“조금 걱정은 됐지만... 설마 선배님들이 그런 치졸한 짓을 하실 것 같진 않았습니다.”
여유마저 느껴지는 성태의 대답이 어이가 없었던지 사학년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허, 하고 웃었고, 그들 중 하나가 나서서 성태의 볼을 잡았다.
“짜식, 남자답네.”
그리고 잡아당겨 흔들면서 비웃었다.
“정말 남자다워.”
이어 짝, 하고 뺨을 때렸다.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남자답다, 납자다워, 라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하면서 그때마다 성태의 볼을 후려쳤다.
수십 회쯤 그렇게 성태의 볼을 때리던 사학년이 마지막으로 아주 강하게 성태의 볼을 때렸다. 철썩하는 소리가 크게 나고 성태의 몸이 옆으로 밀렸을 정도였다.
“아...”
얼떨떨한 표정으로 성태는 자기를 때린 선배를 바라봤다.
당장 때려죽이고 싶다는 충동도 치솟았지만 이 정도는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같이 마음속에서 휘몰아쳤다.
그런 성태의 마음속은 모르고, 완전히 그가 겁먹었다고 생각한 사학년은 위협적인 표정을 하고 성태를 노려보고 말했다.
“적당히 해라. 병신 새끼야.”
“씨발 거지같은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깝치네.”
“너 같은 새끼가 신입생 들어올 때마다 꼭 한 두 새끼씩 있긴 했었지.”
다른 사학년들까지 가세해서 성태를 위협했다.
주변과 격리된 데라 던전 내부다. 거기다 성태는 연전으로 인해 체력도 고갈되어 샌드백 꼴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들 생각으로는 그렇다. 그러니 이제 슬슬 제대로 성태를 손봐줄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죄, 죄송합니다.”
성태는 일단 고개 숙였다.
‘이 새끼들이...’
물론 이를 갈고 있는 건 당연하다.
당장 다 늘씬 후드려 패 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김태우도 있고, 앞으로 학교생활 생각하면 다 죽여버릴 게 아니면 참는 게 더 낫다 싶어 일단은 그냥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성태의 모습에 만족한 듯이 비열하게 웃으면서 그들은 성태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진작 그렇게 나와야지.”
“주제 파악만 잘하면 학교생활 어렵지 않아요.”
“아, 예...”
성태가 목을 움츠리며 그들의 말에 동의하는 연기를 할 때였다.
쿠아앙!
으르르!
갑자기 동굴 벽이 파괴되면서 거기서 엄청난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커다란 몸집의 화염 늑대였다. 여기 오기 전 상대했던 놈보다 배는 큰 것 같았다. 게다가 수는 다섯!
“엇!”
“젠장, 몬스터다!”
“진형 짜!”
사학년들은 놀란 표정이 되면서도 서둘러 움직였다.
재빠른 대응과 동작에서 성태는 저들이 인성은 썩었어도 실력마저 썩은 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수호대 학생이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실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유민석이 성태를 가리켰다.
“그리고 너!”
“네?!”
“선공 맡아!”
“선공요?”
황당해서 물었다.
저런 거대한 화염 늑대 다섯을 앞에 혼자서 나가라고?
“그래. 니가 앞에서 싸우면서 주의를 끌면 그동안 우리가 허점을 발견해서 친다!”
“그건...”
성태는 황당하단 눈빛으로 유민석을 봤다.
그가 말한 건 미끼를 사용한 흔한 전법이다. 효과도 좋다.
하지만 미끼는 싱싱해야 하고 또한 살아남아야만 한다. 낚시와 달리 몬스터 사냥에 쓰이는 미끼는 사람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일행 중에서 가장 강하고 재빠른 이가 맡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성태에게? 가장 지친 상태인? 그건 너무 위험하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죽든가 어디 병신이 되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유민석이 성태를 윽박질렀다.
“어서가!”
“뒤지고 싶냐!”
“여기서 뒤질래, 저기서 뒤질래?”
유민석에 이어 다른 사학년들도 성태에게 앞에 나서기를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 중 하나는 아예 무기의 날 끝을 성태에게 내밀었을 정도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성태의 몸에 구멍을 낼 듯한 기세로 말했다.
“니가 머리가 있다면 최소한 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쪽을 택해야 하겠지?”
“하아...”
성태는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긁었다.
“뭐야?”
“야, 가!”
전혀 성태가 무서워하는 기색이 아니라는데 잠깐 의아함을 느꼈지만 운명을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하고 윽박질렀다.
그들은 성태가 고기방패 역할을 하는 동안 적들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태가 죽으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은 죄가 있으면 몸으로 갚아야 하는 법!
한데 성태는 짐을 내리자 선공을 맡기 위해 앞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무기를 자기에게 내민 선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 새끼가!”
그 선배가 깜짝 놀라며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성태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성태는 날아드는 무기의 궤적을 완벽하게 읽어 간단히 옆으로 피해내고는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중문중주의 자세로 가슴팍을 찍었다.
“꺼억!”
그 선배는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그 표정보다 흉한 비명을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꺽꺽 대면서 입으로 거품을 토했다.
“어, 어어...”
같이 성태를 겁박하던 선배가 주춤 겁먹어 뒤로 물러섰다.
성태는 그를 노려보면서 팔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씨발 보자보자 했더니.”
참았다.
참도 또 참았다.
하루 이틀 학교생활 할 거 아니니까!
여기 있는 이 새끼들 다 처죽여 버리면 깔끔하지만 그래도 젊은 날의 치긴데 그 정도로 죽이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는 생각에서!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숫제 죽으라고 등을 떠미는 꼴인데, 그런 꼴을 당하고서도 그러십니까 하고 가만히 헤실거리면서 웃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성태 같은 성격에는 더 그렇다!
“내가 일 좀 줄여보려고 참아주고 있었더니 병신같은 것들이 끝도 없이 기어오르네. 아주 어이가 없어서.”
이를 갈면서 성태가 앞으로 나섰다.
흠칫흠칫 거리면서 사학년들은 상황을 소화하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태가 멈춘 곳은 유민석 앞이었다.
유민석은 당황한 가운데서도 의연함을 가장한 표정으로 성태와 눈을 마주쳤다.
성태는 그 뻔한 표정을 비웃으면서 유민석에게 손짓했다.
“야, 거기. 니가 가.”
“이게 무슨 소리를...”
당연, 유민석은 황당해 했다.
그런 반응은 성태도 물론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성태가 움직였다. 움찔, 하면서 유민석은 성태에 반응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움직이기도 전에 성태는 그의 품 안에 있었다.
‘어떻게?’
유민석이 황당함을 느꼈다.
상대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조차 못한다니.
양자 간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껏 일학년에게 그런 실력이 있을 리는 없는데...
당혹해하는 사이 성태는 유민석의 멱살을 잡았다.
“안 가겠다는 거야?”
“새끼가 어디 선배를!”
성태의 등 뒤에서 다른 사학년이 무기를 휘두르며 외쳤다.
그러나 그의 무기가 성태에게 닿기도 전에, 성태가 휘두른 발끝이 그의 손을 쳤다. 성태의 발을 통해 우두둑하고 손뼈가 산산 조각 나는 감촉이 전달되어 왔다.
“아악!”
성태를 뒤치기 하려던 선배는 손을 부여잡고 뒤로 튕겨 나갔다.
유민석은 그걸 보고 완전히 굳고 말았다.
이 자식은... 진짜로 강하다!
성태는 유민석의 표정에서 공포를 읽고 웃었다.
“주제에 선배 노릇을 하시겠고 이제까지 잘도 설치셨단 말이지. 이제야 좀 상황파악이 되는 모양인데...”
성태는 멱살을 잡은 상태로 유민석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유민석은 저항하려 했지만 성태의 당기는 힘이 너무 강해서 저항할 수 없었다. 그는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끄...”
“어서 선공을 맡아.”
바닥에 쓰러진 유민석을 내려다보며 성태가 차갑게 명령했다.
“아, 알겠어...”
유민석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가에 피가 흘렀지만 그는 그것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앞에서 주춤주춤 나섰다.
거대한 화염 늑대들이 불길을 사르면서 유민석에게 덤벼들었다.
알파메일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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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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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