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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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5화
95화 뜨거운 던전 안에서(2)
성태가 그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물었다.
“냄새라니?”
“이 연수 말야. 아예 우리 조지려고 기획한 거 아니냐는 거지.”
학생들이 저마다 ‘설마’라는 뜻의 표정을 지었다.
“들었던 것보다 심하긴 한데 그렇게 볼 이유가 있어?”
“그래. 프로 헌터가 우리한테 억하심정이 있을 이유도 없고.”
“저 자식 말야.”
성남경이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쪽에 있는 것은 사학년들의 중심이 되어 있는 유들유들한 인상의 청년, 바로 유민석이었다.
“유민석?”
“김태우하고 친하잖아.”
“그래?”
“아, 그러고보니 유민석 저 새끼 아버지가...”
성남경이 지금 한 말에 학생들은 아, 하고 깨달은 표정이 됐다.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성남경이 말했다.
“슬레이어즈 길마지.”
“하지만 그게 왜?”
그건 김태우가 유민석을 편애하는 이유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일학년을 조지려고 프로 헌터가 움직일 이유는 못 된다. 성남경이 김태우가 혹시 들을까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고는 이야기 했다.
“유민석이 지금 사학년 군기대장 노릇하고 있잖아.”
“그랬어?”
“완장만 안 찼지 자치위원장급이라더라고. 나도 기숙사 생활하면서 주워들은 이야기지만 꽤 정확한 정보일 거야.”
다들 상황을 이해했다.
물론 성태도 그렇다.
“아, 그러면...”
“그래. 널 노린거지.”
상남경이 성태를 보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학생들이 저마다 이를 악물었다.
“지난번에 박살 난거 복수하려고...”
“와, 치사하게.”
“지들이 더러운 짓 해 놓고서는...!”
“으음... 어째 신청도 안 했는데 김태우에 배속되더라니.”
성태도 곤혹스런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이 돌아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프로 헌터가 움직이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겨우 훈련장에서 쫓아 내보낸 걸 가지고 거기까지 하려나 싶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는 김태우쯤 되는 거물 헌터가 애들 싸움에 기꺼이 참여해서 뒤처리를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는 게 더 가깝다. 나중에 일 저지르는 쓰레기라곤 해도 나름 입지와 자존심이 있는데 어린애 화풀이에 동참할 줄은.
쓰레기란 걸 모르던 건 아니지만 직접 겪고 보니 상상 이상이다.
“작정하고 너 조지려고 그러는 걸 거야.”
“아, 그러면 너희들한테는 미안하게 됐는데.”
성태는 동기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던전이 성태를 노리고 마련된 거라면 같이 온 동기들은 운 없이 말려든 게 된다. 동기들은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성태를 격려했다.
“재수 없게 걸린 거야 별수 없지.”
“맞아. 우리도 네 덕분에 속이 시원했고.”
“그나저나 앞으로도 이 꼴을 더 겪는 건가.”
“별수 없지.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 하는 마음으로 버티는 수밖에.”
“어으...”
다들 풀죽은 얼굴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던전 탐사도 중반을 넘었다 싶은 정도인데 남은 탐사 동안 이런 대접을 계속 받아야 된다 생각하면 그것도 끔찍한 일이다. 체력과 부상 문제도 있고.
성태는 한층 난처한 표정이 됐다.
“미안.”
“됐다니까.”
“맞아.”
“오히려 여기서 안 끝나는 경우를 더 걱정해야지.”
동기들이 성태를 격려하는 한편 성남경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동기 중 하나가 의아하게 성남경에게 물었다.
“여기서 안 끝나?”
“여기 던전이잖아.”
간결하게 성남경이 말했다.
모두 그 말뜻을 이해했다.
“던전 안 린치 말이군.”
“맞아. 여기서라면 솔직히 사람 하나 죽여도 무마하는 거 일도 아니잖아.”
“도시전설에 던전 암살 같은 이야기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란 말야.”
“그건 무서운데.”
다들 더럭 긴장한 표정이 되어 서로를 바라봤다.
던전은 일종의 격리공간이고 공략을 하게 되면 살아있는 사람과 그의 장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그 안에서 살인이 일어나도 사고가 있었다고 말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이걸 막기 위해 카메라 장비 같은 것도 의무화해 보고, 증언의 효력도 강화해 보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감시 장비 같은 거야 싸우다 부서져 버렸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고 증언은 반대로 작당해서 누명을 씌울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던전에는 사이가 나쁜 사람과는 들어가지 않는게 원칙이다.
“그러고 보면 일학년, 사학년으로 편중된 것도 좀 의심스러운데...”
“우리도 있는데 설마 거기까지 할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 너 제법 센 건 알지만 연전하면서 마나도 다 떨어졌을 거고.”
“그래. 신경 써야겠네.”
성태도 성남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연수에 와서 같이 활동하게 될 이들의 면면을 보고서 좀 심상치 않다고는 느꼈지만 아마 자기를 노린 함정인 것은 거의 확실했다.
별로 걱정할 거리는 안 되지만. 그래도 사학년만 있는게 아니라 나름 거물인 김태우까지 있으면 아주 마음대로 활동하는 것은 어렵다.
성태는 슬쩍 김태우 쪽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저놈은 뭘 저리 신경 쓰는 거지.’
김태우는 바위 위에 앉아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먹만한 금속 통 같은 것이었다. 마법 아이템 같은데 용도는 알 수 없었다. 저런 마법 아이템에 대해 정보가 풍부한 성태가 알아보지 못하는 걸 보면 대단한 것일 가능성은 없지만 그런 것 치고 김태우는 여기 들어와서는 줄곧 저걸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고개를 갸웃하며 성태는 그렇게 생각했다.
보는 순간 앗, 하고 정체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또 아주 생경한 것도 아닌 것 같달까. 기억 한 구석에 그 물건에 대한 정보가 처박혀 좀체 나오지 않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는 사이 김태우가 보고 있던 물건을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휴식 끝.”
사학년들은 지루한 표정으로, 일학년들은 매우 아쉬운 표정으로 짐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의 체력소모도 없이 소풍 나오듯 던전을 돌아다닌 쪽과 부상도 당하고 체력도 떨어진 쪽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자 김태우는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던전을 공략의 마지막 단계다. 보스 방을 찾는다.”
모두 긴장한 표정이 됐다.
슬슬 던전 공략 마무리할 때가 됐다 싶었더니 이제 보스방 찾기인 모양이다. 하긴 연수에 쓰이는 던전인데 아무리 빡빡하게 굴리려 든다 해도 이 이상은 무리다.
“혼성 팀을 짜서 던전을 살피면서 방을 발견하면 연락해라.”
“어, 그러면 선생님은?”
성남경이 당혹해서 물었다.
보스방의 탐색이라 해도 이제 더 이상 이 던전에 몬스터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얼마든지 조우할 수 있다. 그런데 김태우가 없다면...
“나도 혼자서 탐색한다.”
“그러면 혹시 몬스터 나오면 저희들끼리만 상대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치고 너희들끼리 서로 잘 연락해서 도와라.”
당연하지 않냐는 투로 김태우는 말했다.
“아니...”
일학년들은 말문이 막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다. 도망쳐도 좋다는 건 확실히 유리한 조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김태우와 함께 움직이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들이 항의하기도 전에 김태우는 반론을 자르듯 완고한 태도로 말했다.
“이상. 편성은 알아서 해라.”
일학년들은 황당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안 그래도 우리는 지쳤는데. 부상자도 있고...”
“그래도 사학년은 멀쩡하잖아.”
“으, 싫다. 저 인간들이랑 해야 하는 건가.”
일학년들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사학년들은 흘깃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합리적이다. 꼴같잖은 사학년들이지만 실력은 다들 있다. 아니면 수호대 사학년이 아니다.
“싫은데.”
“맞아. 그냥 우리끼리 고생하고 말지.”
“저것들이 더 위험할 거 같은데.”
“우리 고기 방패로 안 쓰면 다행일걸.”
하지만 일반적인 판단을 넘어서 일학년들은 혼성팀이라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꼈다. 여기까지 오면서 당한 것이 쌓인 결과다. 일학년들의 마음을 읽은 듯이 이죽이죽 놀리듯 웃으며 사학년들이 다가왔다.
“자, 그러면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도 지시대로 움직여야겠지.”
“혼성팀 짜는 거요?”
“맞아.”
“그거라면 그냥 일학년 사학년으로...”
한 사람이 얼른 말했다.
사학년 대표, 유민석이 나서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한데 니들이 이제까지 너무 수고했잖아. 나눠서 팀을 짜는 게 더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아, 그러세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학년이 물러났다.
‘젠장, 고양이 쥐 생각해 주긴.’
‘개새끼들. 짐꾼은 그래도 필요하단 거겠지.’
다들 이를 갈면서 사학년들을 욕했다.
그렇지만 저놈이 김태우랑 짜고 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 불만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유민석이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성태였다.
“그래서 말인데, 야 거기 강성태.”
“저 말입니까.”
“그래 너. 너는 우리랑 가자.”
“저 혼자만요?”
자기만 부르는데 의아한 표정으로 성태가 되물었다.
기실 의아하게 여긴 것은 성태만이 아니었다. 성태만이라니.
“그럼 누가 더 필요해?”
“아니 혼성팀이라면서...”
“하나 빼서 자기 쪽에 넣는 게 무슨...”
일학년들이 반발했다.
사학년들이 매우 싫어서 자기들끼리만 가는 게 좀 고되더라도 더 낫다고는 생각했지만 성태만 쏙 빼가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성태는 성남경 다음으로 많은 활약을 했고 지금 몸 상태도 나은 편이다. 그만 빼가는 건 그냥 일학년팀을 약화시킨다는 뜻일 뿐이다.
“혼성팀 맞네. 일학년, 사학년.”
이죽 웃으며 유민석이 자신들과 성태를 번갈아 손짓하면서 말했다.
물론 일학년들이야 거세게 반발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선생님!”
유민석이 그들의 항의를 일소에 붙이고 시선을 돌려 김태우를 불렀다. 김태우가 무슨 일이냐는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유민석이 그에게 큰 목소리로 물었다.
“팀 짜는 거에 불만이 있다는데요. 문제 있습니까?”
“없다.”
즉각 돌아온 답은 모두가 예상하던 것이었다.
일학년들은 희망없이 반발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이쪽은 부상자만 남은 데다가 다들 지쳐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만에 하나 위험하면 도망쳐서 협력하라고 했다. 설마 그 정도도 못 할 정도로 멍청이들은 아니겠지.”
김태우는 고개를 저으면서 짜증난다는 듯한 태도로 답했다.
“그게 무슨...”
“내가 다시 했던 말을 반복해야 하겠나!”
김태우가 험상 굳은 표정이 되어 일학년들을 향해 외쳤다.
“헌터는 온갖 위험한 상황에 대처 가능해야 한다!”
“으...”
“그건...”
“이것 참...”
동기들이 뭐라 하지도 못한 채 억울해만 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성태가 나서 그들의 중 한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기들이 그를 돌아봤다. 성태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프로가 저렇게 말하는데 별수 없지.”
“괜찮겠어?”
“맞아. 이건 사실 우리보다도 네가 더 걱정인데.”
동기들이 속삭이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그들이 이 편성에 크게 반대하는 것은 자기들의 전력이 약해진다는 것보다도 성태가 위험하다는 것이 더 컸다. 뻔히 성태를 저들이 노리고 있는걸 알고 있는데 성태 혼자만 저기 보낸다는 건 늑대 입에 고기를 던져주는 꼴이 아닌가.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하지만 정작 성태는 태연한 표정으로 동기들을 다독였다.
자기들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 여겨 성남경을 생각한 동기들은 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항할 방도도 마땅찮았다.
“위험해지면 우리 불러.”
“만에 하나라도 린치하려 들면 즉각.”
“알겠어.”
결국 별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을 통해 성태를 걱정하는 정도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서로간의 연락을 위한 최소한의 초음파 장비는 보급받지만 그걸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부른다 해도 재깍 도우러 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성태는 사학년 쪽으로 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강성태라고 합니다.”
“그래. 우리야말로 잘 부탁하지.”
“기개 하나는 잘 알려져 있더만.”
“남은 싸움에서도 소문만큼 당당한 모습 보여주길 기대하지.”
유민석을 비롯한 사학년들은 성태를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며 각자 한 마디씩을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보이지 않는 악의가 스며있는 것을 성태는 느낄 수 있었다. 속으로 혀를 차면서 그들을 경멸했지만 성태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공손하게 보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우리 후배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자, 그러면 우리도 움직여 볼까.”
유민석이 이야기를 정리하고 손뼉을 쳤다.
“그러자.”
“시작해야지.”
“짐 들어.”
다들 동의했고, 성태를 보고서는 명령했다.
성태가 보아하니 사인분에 가까운 짐이었다. 어떻게든 들 수는 있겠지만... 성태가 다소 곤란한 얼굴로 되물었다.
“저 혼자서요?”
“그럼 누가 있냐.”
“좀 많은 것 같은데...”
“말이 많네.”
“어린 새끼가 벌써부터 요령만 피우려 들고.”
사학년들은 험상궂은 얼굴이 되어 성태를 윽박질렀다.
“...알겠습니다.”
성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짐을 들었다. 사인분의 짐을 요령껏 들자니 상당히 우스꽝스런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학년과 성태는 던전의 한쪽 통로를 향해 이동했다.
그들이 먼저 움직인 다음 일학년들만 남았다.
김태우가 안타깝게 성태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냉정하게 명령했다.
“그럼 너희도 가라.”
“알겠습니다.”
성남경이 일행의 리더역을 맡아 답했다.
그들은 사학년과는 다른 쪽에 있는 통로를 향해 이동했다. 금세 그쪽 통로 안으로 접어들었고 그들은
“빌어먹을.”
“이거 못 찌르냐.”
“찌를순 있는데 솔직히 누구 하나 죽을 정도로 큰 사건 아니면... 김태우만 해도 워낙 거물이고 뒤에 길드도 크잖아.”
“젠장.”
“일단 성태가 무사하길 바라는 수밖에.”
“그래. 눈이 이렇게 많은데... 린치 정도로 끝내겠지.”
알파메일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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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