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2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2화
92화 두 교수의 토의(2)
가볍게 던진 질문에 상상도 못 했던 답이 돌아오자 장진호는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게 무슨...”
“나도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땐 놀랐지만 틀림없는 사실인 모양이야.”
“일본에 데몬 프린스라도 나타났답니까? 어떻게 삼신관이 그렇게 갑자기?”
삼신관의 실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한국으로 치면 십대 헌터에 버금간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십대헌터와 비교하는 건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최소 오대 헌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갑자기...
그건 정말 데몬 프린스라도 나타나지 않고서야 힘든 일이다.
“그쪽에서도 조사는 계속하는 중이지만 알려진 바는 없다고 하는군.”
“정말입니까?”
장진호는 의심했다.
정형구는 정진호가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믿고 있는 건 아니네.”
“흐음... 짚이는 곳은 있으신 모양이군요.”
“삼신관이 죽고 얼마 있지 않아서 야마모토 그룹이 아마츠키 그룹에 먹혔지.”
“허.”
장진호는 순식간에 알만하단 표정이 됐다.
삼신관이 아마츠키와 반목하고 있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원래 부와 권력이 걸린 세계에서는 외부에서는 알지 못하는 갈등이 얼마든지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 그것이 어떤 계기로든 폭발한 것이리라.
게다가 야마모토라니.
일본의 제2 재벌그룹이다.
그들이 흡수가 되고 삼신관이 죽었으며, 아마츠키가 모든 것을 장악했다? 이건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표면적으로는 그룹이 분식으로 어마어마한 부실을 감추고 있었다는 거야. 그걸 아마츠키에서 감당하는 대신 흡수되는 형태였네.”
“그럴 리가요.”
장진호는 피식 웃었다.
정형구는 동의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그리고 삼신관이 죽었고.”
“아마츠키를 중심으로 한 일본 쪽 세력의 재편성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일단은 그렇게 보고 있네.”
정형구는 장진호의 말에 동의했다.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다. 한데 이야기가 거기에 이르자 장진호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러면 카에데가 여기 온 건...?”
일본을 통일했다시피 하는 아마츠키의 후계자가 바로 카에데다.
한데 그 카에데가 지금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걸까?
“그건 정말 알 수가 없지.”
“그렇습니까?”
“이전 교류회 때 다소 의심스런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 관련으로 조사를 했었지. 혹시 카에데가 이 시기에 여기 온 것이 거기 관련됐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네.”
“그것 참 알 수 없는 일이군요.”
“그래. 정말 묘한 일이지.”
정형구도 이건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본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이라면 카에데가 지금 한국에 와 있는게 얼마나 기이한 일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카에데는 단순히 강력한 세력의 후계자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금은 공석이 되고만 삼신관의 후계자다.
목적이 없이 여기 와 있을린 없을 텐데...
정형구가 꽤 조사를 해 봤지만 특별한 목적은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
장진호가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지난 교류회 때 의심스런 움직임이라 하시면?”
“세이콘이 몇몇 유력 길드와 접촉을 했었다는 거야. 하지만 조사 결과 만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서 뭔가 협의라 할 만한 것을 밝힐 수는 없었네.”
이건 제법 큰일이 될 것 같아서 정형구가 끈질기게 움직였던 사안이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는 다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제와서는 그런 혐의라 할 걸 발견했다 해도 소용이 없게 됐습니다만.”
“그래. 세이콘은 이미 죽어버렸으니 말이야.”
장진호의 말에 정형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처럼 삼신관 전부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이제와서 그가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던가 따져봐야 소용없게 됐다. 혹시 아마츠키가 연관되어 있다면 우려해야 할 사안이겠으나 관련된 움직임을 정형구는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심지어 카에데가 수호대에 있기까지 하니. 사실상 아마츠키는 후계자를 볼모로 잡힌 셈이다.
“언젠가 제가 직접 그 작자 콧대를 작살 내고 싶었는데, 아쉬운 일입니다.”
장진호는 다른 면에서 아쉬워하며 주먹을 탁 쳤다.
정형구는 웃었다.
세이콘의 실력과 위상을 생각하면 장진호가 아무리 중견 가운데 최강이라 해도 정면 대결을 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역시 그 무모함과 호전성은 높게 평가할만하다는 것이 정형구의 생각이었다. 배부른 맹수가 되어도 이와 발톱이 여전히 날카롭다는 뜻이니까.
“그나마 아마츠키는 한국에 대해 적대적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지.”
“이기적인 자니까요.”
“그것이 차라리 좋지. 단순히 이기적인 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거니까. 좋게 말하면 합리적인 상대라는 거야.”
“하긴, 언제나 또라이들이 제일 상대하기 힘든 법이었습니다.”
장진호가 투덜대며 정형구의 말에 동의했다.
이기적인 자가 실상 가장 협상의 대상으로는 좋다. 상대의 전략을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최악의 상대는 그가 선하든 악하든 예측 불가능한 자다.
가령 특정한 신념에 의해 모든 계약을 단번에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함께 일을 하는 파트너로서는 상종도 말아야 될 자들이다.
“애들은 어떤가?”
외부 사정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하면 됐다 싶어 정형구는 개인적인 관심사를 물었다.
지금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진 않고 있지만 일단은 교육자의 직위에 있은 지 년월이 된 만큼 후배들의 성장에는 큰 관심이 있다. 게다가 올해는 더욱 그렇다.
장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번년도 애들이야 예년 정도죠.”
“흠, 그래?”
정형구는 놀라지 않았다. 평균이란 항상 그런 법이다. 그의 관심은 그런 평균이 아니다. 장진호도 정형구가 정말 알고 싶은게 뭔지 알고 있다. 그도 씨익 웃으면서 정형구의 진짜 관심사 쪽으로 화제를 옮겨갔다.
“하지만 몇 명 굉장히 주목할만한 놈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들어보고 싶군.”
“먼저, 뭐 잘 아시겠지만 이혜선입니다.”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현재 수호대 일학년 최대 거물.
아마 수호대 입학생 백 년 정도를 뒤져 봐도 이혜선에 비길만한 거물급 신입생은 한 손가락 안에도 못 들어갈 것이다.
“아아. 최근에 부쩍 늘었지.”
“그렇죠. 전엔 좀 답답해 보였는데 요새 여러모로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실력도 아주 부쩍 늘었지요. 뭐 그래도 자기 오빠에 비하면 역시 좀...”
“그 이야긴 그만두지.”
아쉽게 장진호가 이야기를 이어가려는데 정형구가 막았다.
그녀의 오빠에 대한 이야기는 이씨가문에게도, 이혜선에게도, 심지어 그들에게조차 그다지 달가운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왜 그런 일이 생겼던가를 생각하면 이혜선에게 그 오빠의 그늘을 덧씌우는 건 본인이 없는 자리라도 피해야 했다.
알게 모르게 그런 평가와 비교가 계속 의식에 남아 이혜선을 짓누르는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흠, 이거 실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장진호는 헛기침을 했다.
하기야 그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별로 좋지 않은 것이다.
추억? 아니 트라우마에 가까울 것이다.
장진호는 대상을 바꾸었다.
“그 다음은 카에뎁니다.”
“역시 그런가.”
정형구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하긴 당연하면 당연했지 놀라울 이유는 없다. 카에데는 이혜선에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인재다.
“지금 실력만 따지면 이혜선보다 이쪽이 더 낫죠. 감탄스러울 정돕니다. 완벽하게 완성된 단계라고 할까. 여기서 더 손대기도 힘들고 그냥 이대로 쭉 성장하면 그걸로 족합니다.”
“다음대 일본의 수호신이 될 아가씨니까.”
“이대로면 일본은 별 걱정 없겠다 싶긴 합니다.”
“그래. 그런 면에서 일본은 지금 운이 좋긴 하지.”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오래도록 보아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완벽하게 강해지는 루트를 밟고 있는 아가씨라 도리어 이야기 나눌게 적었다. 흠을 굳이 꼽으라면 역시 일본인이라는 것. 잘 성장해도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 그곳을 수호할 것이다.
뭐 크게 보면 일본의 평화가 한국의 평화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사람 마음이란 당장 우리 동네부터 급한 법이다. 헌터란 어디서나 귀하고 카에데 급이면 정말 인간 보물이라 할만하니까.
“그 다음은 역시 성남경.”
“재능이 있지.”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관으로 성남경을 주목해 봤던 입장에서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이름 중 하나다.
장진호가 감탄하며 말했다.
“보통이 아닙니다. 어지간한 기술 같은 건 순식간에 사진처럼 베껴내니까요. 게다가 사진처럼 베낀 다음 그걸 흉내내 사용하면서 진정으로 그 기술의 의미를 깨닫는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자네처럼?”
빙긋 웃으면서 정형구가 장진호에게 말했다.
장진호가 어울리지 않게 슬쩍 얼굴이 붉어졌다.
“놀리시긴.”
“자네에 비하면 좀 부족하겠지.”
성남경은 본질을 읽어내는 그 탁월한 재능으로 현재 교수진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어 있다. 형을 먼저 정확하게 베낀 다음 그 형을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진의를 이해해 가는 것이다.
사실 장진호야말로 이런 쪽의 재능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과거의 신동이다. 그의 기록과 평가를 뒤진다면 성남경에게 지금 몰리고 있는 평가는 사실상 한 단계 더 아래라 봐야 할 정도다.
그리고 그런 실력이 매일의 노력, 운, 그리고 실전으로 갈고 닦여 여기까지 올라왔다.
장진호는 쑥스럽게 말했다.
“그런 거라면 선배가 더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런 이해력과는 거리가 멀었어. 그냥 이 악물고 올라간 거지.”
정형구는 고개를 저었다.
정형구에 대해서 세상은 특별히 천재라는 평가를 한 적은 없었다. 수재라고는 평가를 했지만 그뿐, 주목한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주변과 상관없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를 갈고닦은 정형구는 마침내 천재들조차 제치고 지금의 높이에 이르렀다.
그래서 정형구는 끝없는 성실함과 자기 반성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장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걸 세상에선 보통 재능이라 하는 법입니다.”
“흠, 그런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정형구는 그 말을 받아 흘렸다.
재능이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혜선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는 너무나 탁월한 재능이 도리어 자기 앞길을 막아버린 케이스다.
재능이 너무 커서 자기에게 걸맞지 않은 옷조차 입어버리는 게 가능했고, 억지로 그걸 소화해 버린 것이다. 그 옷이 장애라는 것을 알아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차라리 그런 도전 자체가 불가능한, 딱 그릇만큼의 재능이 있다는 것도 나쁜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연우.”
“쓸만한가?”
큰 흥미는 없다는 표정으로 정형구는 되물었다.
“일단 마나 성장 속도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 녀석, 아마 일학년 가운데 지금 벌써 최골껄요. 만 넘겼을 건데.”
“마나가 중요하긴 하지.”
그 점은 인정한다는 듯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우의 마나성장율은 확실히 큰 화제가 됐었다. 남들의 두세배에 달하는 성장이라니. 마나 성장은 복리적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적지 않은 차이가 쌓이게 되면 장래에는 진짜 넘볼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최강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마나량이 과연 가장 중요한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마나량은 중요하다. 여전히 세간에서 헌터의 등급을 나눌 때 그 마나량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뭐 운용식도 나쁘진 않죠. 기술 같은 것도 거기 잘 맞춰져 있고. 이대로 가면 그 녀석도 제법 높은 곳까지 훌쩍 올라갈 겁니다.”
“그걸로 끝인가?”
장진호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상하다는 듯 정형구가 되물었다.
“일단 그렇습니다만...”
장진호는 잠깐 의아한 표정이 됐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뭐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만합니다. 성태 그 새끼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네.”
숨길만한 것도 아니라 생각했던지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태는 매우 독특해서 그를 만난 교수진 대부분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장진호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이한 새끼긴 합니다.”
“실력은?”
“실력도 제법.”
“그런데 왜?”
의아하게 정형구가 물었다.
어째서 주목할만한 학생들 가운데 그 녀석이 거론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최소한 최연우 보다는 그쪽이 훨씬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정형구의 생각이었다.
이에 대한 장진호의 답은 의외지만, 이해가 가는 것이기도 했다.
“아, 근데 그 새끼, 측정이 안 돼요.”
“측정이 안 돼?”
“선배도 이 일 좀 해 봤으니까 알 거 아닙니까. 하다보면 이 새끼는 어떻게 되겠구나 하고 좀 감이 잡히는데, 이 새낀 전혀 그게 없어요.”
“으음...”
정형구는 침음했다.
어떤 것이든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하고 거기 능숙해지다 보면 학습 상황을 보고 그 학생의 장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가르치는 자의 실력이 뛰어날수록 이 안목은 정교해지기 마련이다.
장진호 수준이 되면 이혜선 클라스의 천재라 해도 꽤 정확하게 미래의 실력 같은 것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그 장진호가 성태를 살펴봤지만 전혀 예측이 되질 않았다.
장래에 어떤 실력을 가지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단순히 판단하면 쓸만한 중견 헌터로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겠다 싶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알 수가 없는 놈이라는 것이다.
“지경의 구슬 처먹으면 원래 그렇게 됩니까?”
탄식하는 것처럼 장진호가 물었다.
정형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거 먹고 실력이 거기까지 오른 타입을 보는 건 처음이라 뭐라 말을 못 하겠군.”
“하여간 앞으로도 주목해서 보겠습니다. 최소한 그놈이 보석인지 쓰레긴지는 판별을 해내야 체면이 설 게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하게.”
장진호가 짜증스런 얼굴로 하는 말에 정형구는 응원했다.
김성태.
역시 이상한 놈이다.
정형구는 그 녀석을 생각하면 항상 빙산이 생각나곤 했다. 빙산이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듯, 그 녀석 역시 어마어마한 것을 감추고 있는게 아닐지 싶은 예감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일개 학생에게 이런 예상을 품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만... 그 녀석은 이제까지 계속 이상했다.
알파메일 92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