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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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1화
91화 기강과 선배 & 두 교수의 토의(1)
수호대의 한 동아리 건물 사층의 한 방이었다.
그 방은 몬스터 생태 연구회라는 지극히 헌터다운 한 부가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부는 실제 몬스터 생태를 연구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수호대 사학년 가운데 힘 있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사교 클럽이었다.
사교 클럽이라곤 하지만 사학년 학생 자치위원회와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실은 일종의 이너 클럽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치위원회가 표면에서 수호대의 여러 행사를 주관한다면 이들은 주로 무력을 사용해서 그 행사를 돕고 정리 정돈하는 역할을 한다.
하는 짓만 보면 사실 일진 클럽하고 다를 바가 없지만 그것과 다른 점이라면 이 일진 클럽은 실제로 매우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지니고 수호대의 운영 그 자체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굴욕적이고 고문에 가까운 입단 의식을 치러서라도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했다.
그런데...
그 방의 분위기가 평상시와 달랐다.
보통 때는 서로 간의 서열 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친구라 서로를 부르면서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지금은 몇몇 학생들이 중앙에 무릎을 꿇고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고, 그들을 다른 학생들이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릎을 꿇은 상태로 쩔쩔매고 있는 이들은 바로 일학년들이 훈련장을 쓰고 있을 때 급습해서 기합을 주려다 도리어 당하고 물러갔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중앙의 학생이 유독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실패했다면서?”
“그게...”
당시 선두에 섰던 학생이 푸르죽죽한 얼굴로 더듬거렸다.
변명을 앞서 잘라내려는 심산인 듯 중앙의 학생이 차갑게 말했다.
“그것도 일학년 새끼한테 당해서.”
그의 이름은 유민석이다.
이 클럽의 수장이며, 사실상 현 사학년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학생이다. 표면적으로는 학생자치 위원회와 관계가 없는 일반 학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들과 긴밀히 유착되어 학교의 다양한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헌터로서의 실력은 현재 사학년 가운데는 최고.
능히 초일류의 경지라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학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건 단순히 실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집안 덕분이다. 그의 아버지가 서울 지역의 유력 길드 중 하나인 슬레이어즈의 길드장이기 때문이다.
슬레이어즈는 서울의 노른자 지역에서 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에 헌터 활동을 통한 수입이 어마어마하다. 연간 순이익만 일조가 넘는다고 할 정도다. 한국에 많은 길드가 난립해 있지만 저만한 수익을 올리는 길드는 열 개도 되지 않는다.
“으음...”
무릎 꿇은 이들의 말문이 막혔다.
일학년에게 당해 도망쳐 나왔다는 건 변명할 길이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당하고 도망쳐 온 이들에게도 아주 할 말이 없는건 아니었다.
“아, 근데 그 새끼 진짜 보통이 아니더라고.”
“보통이 아니야? 기껏 학년 삼위 아냐. 이혜선도 같이 족칠거 생각하고 치고 들어간 거 아냐. 그런데 기껏 일학년 새끼 하나 제대로 정리 못 해서 그 꼴이 되고서 보통이 아니었다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유민석이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그들은 이혜선이 반발하는 것조차 각오하고, 실은 노리고 이번 일을 벌였다. 사실 궁극적인 목표 그 자체가 이혜선이었다고 봐도 좋다.
그녀의 특별한 지위와 능력 때문에 현재 선배들이 제대로 선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던 차였는데, 그녀가 카에데에게 패배해서 그 잘난 신화가 어느 정도 퇴색된 지금을 노려 그녀가 일개 일학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실히 해 두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 파탄 나고 말았다.
이혜선은커녕 주목도 하지 않던 웬 일학년에게 처참히 박살 났다고 하니... 오히려 이번 일로 선배의 체면과 권위는 한층 더 떨어질 판이다.
“그건...”
“멍청한 새끼!”
유민석이 쩔쩔매며 변명하려던 동기의 얼굴을 걷어찼다.
“억!”
그는 감히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았다. 코피가 줄줄 흘렀지만 그는 그걸 막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너 때문에 우리 체면이 지금 말이 아니다!”
“어디 얕보일데가 없어서 새파란 일학년들한테 창피를 당하고 와! 니가 그러고도 수호대 4학년이냐!”
유민석에 이어 다른 학생들이 득달같이 그를 비난했다.
피 흘리는 얼굴로 쩔쩔매면서 비난받던 학생은 고개를 조아렸다.
“미, 미안...”
짜증스런 눈길로 그를 바라보다가 다른 학생들은 화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맞아. 진짜로 이대로 뭉개진 채로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고. 나중에 우리 커리어 까지 엉망으로 취급된다.”
“당연히 그 새끼 그대로 놔둘 순 없지.”
유민석이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눈 안에 살기를 띄우면서
“조질거야?”
“언제?”
“오늘 밤에 당장 치는 게 어때? 괜한 소문이 정착되기 전에 정리해 버리는 게 더 낫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공기에 아드레날린 냄새가 벌써 섞여 들어간 것 같았다. 그들은 당장 모욕을 갚고 시건방진 일학년을 두들겨 패 주는 순간을 기다리며 맹수처럼 흥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민석은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학교에선 놔둔다.”
“왜?”
“학교에선 마나를 못 쓰잖아.”
정확히 말하면 사투에선 마나를 못 쓴다. 헌터의 힘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마나를 사용해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은 한정되어 있다. 특히 사람을 상대로는 매우 강하게 금지되어 있다. 어지간한 헌터의 힘은 강력한 군사무기에 비해서도 부족할 게 없으니 당연하다.
“대련을 핑계로 하면...”
헌터가 사람을 상대로 마나를 자유롭게 쓰는 건 훈련 과정 정도다. 대련이 대표적이다. 대련을 핑계로 선배 헌터가 후배 헌터에게 린치를 가하는 건 흔한 괴롭힘의 방식 중 하나다.
그러나 유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일대일로 한정되고 그나마도 심하게 못 하잖아. 성격 좀 또라이 놈 같은데 다 같이 죽자고 교수들한테 꼰지르는 수가 있어. 안 그래도 지난 사건 때문에 교수 새끼들 날 서서 우리 감시하고 있는거 모르냐.”
“그건 확실히...”
다들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강간 사건 때문에 학내 분위기가 학생 자치에서 많이 후퇴했고 교수들의 학생들에 대한 감시도 심해졌다. 이런 판에 기합 좀 주려다가 자칫 학교가 다 뒤집어지는 수가 있다.
“장진호만 해도 제대로 열받으면 좀 곤란하지...”
이 말에도 다들 동의했다.
현재 일학년을 담당하고 있는 장진호는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하다. 불같다는 것은 좋게 표현한 거고, 노골적을 말하면 ‘개같은’ 성격이다. 건수가 있다면 여럿 작살 날 거다.
“그러니까 다른 기회를 이용한다.”
“어떤 거?”
“그럴 만한 게 있어?”
“당연히 있지. 좀 있으면 연수 나갈 거 아냐.”
유민석은 웃으며 답했다.
다들 그 말에서 유민석이 뭘 생각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던전에서!”
“하긴 던전이라면야...!”
“일 저지르기 최고긴 하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상세계에서는 마나의 사용이 제한되지만 던전 내부라면 그렇지 않다. 비상사태인 만큼 마음껏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각종 현실의 행정력도 그곳에는 도저히 닿지 못한다.
미운 놈 있으면 던전에 데리고 가서 죽여버리고 도망쳐 나오라는 속설 비슷한 말이 있는데 그런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유민석이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최고 아냐? 던전 연수 나가면 인솔헌터 붙는데... 그 새끼를 담당할 헌터를 우리 숙부로 할 생각이야.”
모두들 선연히 놀란 표정이 됐다.
“허, 너희 숙부님이면...”
“이야, 그 새끼 작살났는데.”
“와, 기대되는구만.”
슬레이어즈는 서울의 대표 헌터인 만큼 수호대의 학생들이 던전 레이드 실습에 도움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길드 중 하나다. 학생들을 이끌 수 있을 만한 노련한 프로 헌터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민석은 슬레이어즈의 후계자 같은 입장이다.
길드내의 많은 헌터들과 친분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장래 길드의 수장이 될 유민석과 미리 친분을 쌓아두고자 어지간한 부탁은 기꺼이 들어준다. 그런 이들 가운데서도 유민석이 가장 믿고 따르는 것은 김태우다.
김태우.
별칭은 잔흑검.
주 무기로 검을 쓰는데 그 검에 마나를 두르면 검은 오라가 피어나며 놀라운 절삭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 검은 오라의 검으로 적들을 주저 없이 도륙 내는 모습에서 잔인한 까만 검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그런 별칭에 걸맞게 실력은 초일류.
한국에서 가장 강한 헌터 백 명을 꼽으라 하면 반드시 들어가고, 오십 위권 안에는 턱걸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대형 길드 슬레이어즈의 간판 헌터 중 한 명이었다. 별칭에 비하면 성품은 유화적인 편이라 길드 내에서도 잘 지내는 편이다.
그리고 유민석이 어린 시절부터 따르던 헌터이기도 했다.
곧 있을 연수에서 슬레이어즈가 나선다면 그가 움직여 일학년 가운데 연수생을 고르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다. 각 길드들이 이런 연수에 호의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이걸 통해서 장래 자기 길드에 들이고 싶은 헌터들을 미리 점찍어 둔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니까.
“주제 모르고 깝치는 놈 작살 내기엔 최고 아니겠어?”
“그때 같이 갈 사학년 팀도 되겠어?”
연수는 전 학년이 함께 한다. 신청률이 높은 저명한 헌터의 경우 꽤 많은 학생들을 이끌고 연수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헌터들이 관심 있는 학생들을 신청해서 먼저 자기 팀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래야 장래 자기 길드에 끌어들이기 좋은 법이니까.
“물론 가능하지. 어차피 연수잖아. 이야기 좀 잘해서 이쪽으로 몰아달라고 하면 그 정도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지.”
“크, 기대되는데.”
“아주 합법적으로 조져버릴 기회 아냐.”
모두들 살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웃었다.
마치 배고픈 맹수들 같았다.
“그렇지.”
하지만 가장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웃고 있는 것은 역시 유민석이었다. 은혜는 잊더라도 모욕은 익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가장 오래도록 지켜온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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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수의 토의
장진호는 자신의 연구실에 있었다.
연구실이라 하지만 그냥 교수진을 위해 마련된 업무실이니 만큼 그다지 복잡하거나 자료가 많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리어 무기와 갑옷 같은 것들이 벽면에 걸려 있는 모습이 살벌하다는 느낌이 더 강한 곳이었다.
다만 그런 장소의 특색이야 어쨌든 이곳에서 장진호가 학교에서의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 장진호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익숙지 않은 다양한 서류를 앞에 두고 끙끙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가 한참 동안 서류와 씨름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예, 들어오세요.”
그가 건조하게 답하자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펜대를 멈추고 내방자를 본 장진호의 얼굴 표정이 반가움에 펴졌다.
“아, 선배.”
정형구였다.
그는 무뚝뚝한 모습으로 안에 들어와 안의 의자에 앉았다.
“바쁜 모양이군.”
“연수 시즌 아닙니까. 애들 배분하느라 골치 좀 썩고 있죠.”
쓴웃음을 지으며 장진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사정을 안다는 듯 정형구도 마주 고소를 지었다.
“그렇긴 하지.”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다 보니 말이죠.”
지금 장진호의 책상에는 각종 길드에서의 연수 신청서에 각 학생들의 연수 신청서가 여러모로 뒤섞여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파악한 다음 적절하게 각 길드에 학생들을 배분하는 것이 지금 장진호가 하는 일이었다.
학생들마다 장단이 다르고 배워야 할 것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걸 고려해서 길드와 인솔자를 선택해 배정해 주는 작업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온 장진호에게조차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은 정형구에게도 그랬다. 때문에 자연히 그가 힘들다고 하는 말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형구가 오늘 장진호를 찾은 것도 실은 이와 관련이 있었다.
“실은 나도 그것 때문에 왔는데...”
“어, 설마 뭔가 청탁입니까? 선배치고는 진짜 드문 일인데.”
장진호가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정형구는 깐깐한 타입이라 청탁 같은 게 통하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 타입이다.
하지만 역시나 정형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건 아니고... 이번에 군부하고 경찰 쪽 사람들을 좀 만나고 왔는데...”
“그치들이 왜요? 또 헌터 관련으로 땍땍거립니까? 주제도 모르고?”
벌써 짜증 난다는 듯 정형구는 얼굴을 찌푸렸다.
헌터활동을 하다 보면 군부 쪽과 경찰하고 좋든 싫든 친근해질 수밖에 없긴 하다. 그리고 대체로 사이는 안 좋다. 하기는 헌터는 사적인 조직이나 개인이고 군부와 경찰은 공적 조직이니 사이가 좋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들 서로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만큼 싫어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그게 아니고 최근 서울 지역의 던전 발생율이 대폭 증가했다고 하는군.”
“그래요?”
“이유는 조사 중이지만 아직 밝혀진 건 없고... 그래서 여기저기 다 손이 부족하다고 하는군. 그래서 연수를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는데.”
조력 요청이었던 모양이다. 수호대의 학생들이라면 학생이라곤 해도 기실 어지간한 프로 헌터 이상의 실력이니 연수를 명목으로 던전 진압에 그들이 투입되길 경찰이나 군부 쪽에서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거라면 알겠습니다. 손 써 보죠.”
“부탁하네.”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호대 자체는 공립이니만큼 이런 일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서 좋은 이미지를 쌓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장진호가 커피를 내려오고서는 정형구 맞은 편에 앉으면서 화제를 바꾸었다.
“일본 쪽은 어떻습니까?”
장진호는 정형구의 외부활동 중 많은 부분이 이씨가문이나 정부의 요청을 받아 각국의 상황을 정탐하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다. 인정받은 헌터이면서 특별한 소속이 없어 몸이 가벼운 것이 그가 조사에 나서기 편리한 이유였다.
“삼신관이 죽었다는군.”
알파메일 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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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