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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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90화
90화 다시, 대학 생활(3)
“그만둬.”
“그렇지만...”
“네가 나서면 더 좋아라고 날뛸걸. 너희 집이 너무 잘나서 말야. 저런 애들한테는 오히려 공격할 게 많지.”
성태는 고개를 저으며 충고했다.
이혜선은 입술을 물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이 맞을 거란걸 이혜선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겪었었기 때문이다. 이씨가문. 그것은 대단한 배경이다.
이것을 마음대로 사용하려 한다면 세상에 꿀리지 못할 자가 없다 싶을 정도로 무분별한 갑질도 능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권력행사를 그만둔다면 이씨가문이란 건 도리어 부담이 된다. 어딜가서 무얼하든 ‘이씨가문’이라는 꼬리표가 달라붙어 평가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혜선은 좋든 싫든 갑질을 즐기기보다는 책임을 기꺼이 감수하는 쪽의 인간이다.
상대도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 그걸 이용해서 이혜선을 윽박질러 압박할 것이다. 이혜선의 성품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리라.
“흠, 그렇긴 하지. 오히려 좋아할 거야. 나도 겪어 봐서 알아.”
카에데가 성태의 말에 안다는 듯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장도 기실 이혜선에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좀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아마츠키는 이씨가문과 달리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했으니까.
그래도 약간 차이가 있다면 카에데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기 가문의 권력을 사용하는데도 별로 주저하지 않아 왔다는 점.
때문에 음험한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역으로 그 권력을 사용해서 그런 소문을 떠벌리는 자들을 철저하게 밟아주면서 권력자로서의 삶을 즐겨오기도 했다.
“......”
이혜선은 입술을 물었다.
두 사람의 충고가 옳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고서... 이 상황을 가만히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단 말인가.
성태가 씨익 웃었다.
“뭐, 이런 건 내가 잘하니까 두고 보라고.”
그 말을 남기고 성태는 선배들을 향해 다가갔다.
“자자, 선배님들.”
“넌 뭐야 이 새끼야.”
성태가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며 선배들이 되물었다. 잡소리 하려 들지 말고 얼른 시키는 거나 하라는 무언의 협박이 가득 깃들어간 어투였다.
그들 앞에서 거참 하고 멋쩍은 웃음을 보인 다음 성태는 말했다.
“적당히 하시고, 이만 물러가시죠.”
이제까지 기선을 제압했다 싶었던 후배가 갑자기 기어오르는 발언을 했다.
선배들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뭐?”
“이 새끼가...”
“어디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알고!”
다들 성태 주변에 몰려들면서 험악한 말을 토해냈다. 불에 기름은 끼얹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는 수준이었다. 벌써 성태를 둘러싼 선배들 가운데 하나가 행동에 나섰다. 즉각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부웅!
턱!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성태를 노리고 날린 그의 주먹은, 하지만 허공에서 막혔다.
성태가 그 주먹은 중간에서 막아버린 것이다.
주먹이 막힌 선배는 한층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 새끼가 막...”
아마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완성될 수 없었다. 그가 그 말을 완성하기에 앞서 성태가 그의 뱃대지에다 주먹을 꽂아 넣었기 때문이다.
퍽!
“억!”
얻어맞는 순간 양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질 정도의 강렬한 펀치였다. 모두들 헌터인 만큼 맨주먹이라도 강철을 구부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던전이 아닌 곳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자칫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이건 그냥 성태의 주먹 기술이 아주 뛰어났다는 것이다.
공중에 뜬 선배가 자기 배를 부여잡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선배들은 지금 상황에 경악해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성태는 그들의 중간에서 고개를 까딱이며 어서 덤비라고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도발했다.
선배들이 성태를 향해 일시에 덤벼들었다.
“이 새끼가!”
퍼억!
가장 먼저 성태에서 덤벼들며 크게 주먹을 휘두른 선배가 역으로 배에 카운터를 먹었다.
“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휘청 넘어갔고, 다른 선배가 그 팀을 이용해 성태를 덮칠 듯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때 성태는 몸을 슬쩍 뒤로 움직여 그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상태였고 그의 손이 허공을 가를 때, 대신 성태의 발이 그의 턱을 올려쳤다.
“꺽...!”
그는 잠들 듯이 허물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연달아 자기 동료 둘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무작정 달려들던 선배들도 긴장한 표정이 되어 멈추고 말았다.
성태는 그들에게 손을 까딱이며 도발했다.
“자 와 보시지.”
“이 새끼가... 너 이걸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쉽게 덤벼들지 못하고 선배들은 성태를 협박했다.
물론 성태에게 그런게 통할 리는 없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코웃음 쳤다.
“뒷감당은 우리보단 그쪽에서 걱정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여기 혜선이도 있고 카에데도 있는데 선배들이랍시고 남자새끼들이 쳐들어와서 협박했다? 이야, 좋은 기사거리 되겠수다.”
“이놈이...”
이를 갈면서 선배들이 성태를 증오 어린 눈으로 노려봤다.
성태는 허, 하고 그들을 비웃고는 짜증스럽게 이어 말했다.
“와 봐, 새끼야.”
말의 톤이 변했다.
이제까지는 선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우는 남겨뒀었다면 이제는 그런 것도 다 날려버린 노골적이고 무례한 부름이었다.
“이게!”
“개새끼가!”
아무리 성태의 실력에 긴장했다고 하지만 체면이 있지.
저런 말을 듣고서 나서지 않을 리가 없다.
순식간에 남은 선배들이 성태를 둘러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헌터로서 다년간 훈련을 받은 엘리트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다곤 해도 어지간한 프로 복서나 격투기 선수들의 주먹질 정도는 가볍게 능가한다.
하지만 그 폭풍우 같은 공격을 성태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이리저리 피하더니 자신을 포위한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선배에게 우선 몸을 던져 그의 복부를 후려친 다음 몸을 빙글 돌리면서 발길질을 했다. 거기 걸려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선배 하나가 떡이 되어 튕겨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둘.
자기들의 동요가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는 걸 직접 보았기 때문에 성태에게 접근하는 그들의 동작은 사뭇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소용없다.
성태의 기술은 조심한다는 정도로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니까. 의표를 찌르는 발놀림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한 사람의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올려쳤다. “억!”하는 가련한 비명과 함께 그는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리고 남은 하나가 성태를 향해 뒤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성태는 그 자리에서 몸을 빙글 돌리면서 주먹으로 커튼을 치듯이 후려쳤다. 그 동작에 턱이 걸렸다.
퍽 소리가 한 차례 나고는 몸이 흔들리며 아래로 푹 꼬꾸라졌다.
순식간에 선배라는 것들을 모조리 정리한 성태는 이들의 리더로 보였던 선배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밟으면서 성태는 거칠게 외쳤다.
“씨발, 실력도 없는데 입만 살아서. 밥 좀 더 처먹고 똥 좀 더 싼게 그리 대수냐? 하다못해 실력이라도 있어야지. 성격도 좆같은게 실력도 좆같은 주제에 선배 대접은 받겠다고 지랄지랄하네.”
성태의 발아래 짓뭉개진 채로 선두였던 선배는 이를 악물었다.
어마어마한 굴욕이었지만... 잔뜩 폼 잡고 군기 잡으러 들어왔다가 도리어 역으로 당해버린 꼴 보다 더 창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경찰을 보게 되더라도 일단은 지금 이 꼴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겠다 생각했다. 그는 양손으로 바닥을 단단히 받쳤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어 그는 이대로 성태를 뒤집은 다음 일어나 늘씬 밟아주려고 했으나-
“커억!”
그렇게 되진 못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는 바로 그 순간에 그의 척추를 부술 듯이 강한 압력이 그를 억눌렀기 때문이다. 성태가 마찬가지로 마나를 사용해서 그의 등을 강하게 밟아버린 것이다.
“이 새끼가, 마나로 지랄하려고까지 하네!”
성태는 분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자근자근 그의 등을 밟으면서 욕했다.
“너만 마나쓰냐 이 병신 새끼야!”
“윽!”
몇 차례고 밟히고 나서 그 선배는 부들부들 떨면서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 꼴로 만들어 놓고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지 성태는 짜증스럽게 턱을 올려 치면서 내뱉듯이 말했다.
“이걸 아예 작살을 내버릴까.”
두려움에 상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성태는 그 표정을 즐기듯이 피식 웃었다.
“뭐, 그건 주변 봐서 내가 참는다.”
성태는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을 하고는 선배의 등에서 발을 내렸다. 그리고 일어나라는 뜻으로 손짓을 했다. 선배는 벌벌 떨면서 움츠린 자세로 몸을 일으켰다. 다른 선배들도 그제서야 푸르죽죽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성태를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자, 알겠지요. 선배 대접도 선배다울 때 하는 겁니다.”
성태는 빙긋 웃으면서 원래의 정중한 태도로 돌아갔다.
그것이 도리어 상대에게 더욱 치욕스럽게 느껴질 거란 걸 물론 고려한 태도였다. 그리고 이어 냉철하게 그들을 바라보면서 반쯤 협박처럼 말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서로 좋은 꼴 못 볼껄요.”
“...으, 으음...”
선배들은 조롱과 협박에 아무 말도 못 했다. 하려 해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방금전까지 위세를 부리다가 형편없이 밟히고 말았다.
“자, 어떻습니까.”
성태가 권유했다.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준 채 도망갈 길을 열어준 것이다. 여기까지 밟아놓고 체면을 살려주는 거라 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오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
“다음부턴 조심해!”
“허락없이 또 훈련장 쓰면 죽는다!”
겁먹은 개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그들은 그런 말을 남기고 다들 훈련장을 도망쳐 빠져나갔다. 그들이 사라진 다음 일학년들은 통쾌하게 그들을 비웃었다.
“다음부터는 무슨...”
“개돼지처럼 쳐맞고 도망치는 주제에.”
“맞아. 딸려서 도망치는 병신새끼들이 잘난척은 오지게 하네.”
“여기도 이제까지 잘만 써 왔는데 갑자기 시비나 걸고.”
“군기 잡으려는 거야. 군기.”
“그런게 있다고 듣긴 했는데 직접 당하니까 영 별로네.”
다들 찌푸린 얼굴로 불쾌하게 투덜댔다.
학교마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당히 불합리한 선배들의 군기잡기가 성행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고, 수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니 수호대는 오히려 한층 심했는데 그것은 수호대의 특성상 강한 무력을 다루고 때로는 서로간의 목숨을 맡겨야 하는 팀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선후배 간의 관계가 매우 수직적으로 강하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느 정도 환경적인 특성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냥 괴롭혀서 위아래의 서열을 알려주는 행사를 당하게 되니 좋은 기분일 리는 없었다.
“별로네 정도가 아니라 짜증 나지.”
“앞으로 이런 거 계속 당해야 하는 거 아냐?”
“좀 각오해야 될걸. 그래도 성태 덕에 잘 넘어갔으니까...”
다들 성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들에게 웃어 보였다. 일학년들은 저마다 성태에게 다가가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신세졌다 야.”
“그래. 아니었으면 오늘 꽤 고생할 뻔 했어.”
“신세 진 줄 알면 나중에 갚아라.”
“그럴게.”
“장부에 기록해 둬라.”
성태가 가볍게 한 말에 다들 웃어넘겼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가 진지한 표정이 되어 성태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근데 너 괜찮겠냐?”
“그래. 너 선배들 너무 심하게 깠는데...”
다른 이들도 거기 동조해서 성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하다. 성태는 사학년을 상대로 아예 짓밟아 버린 것이다. 당장은 그게 통쾌할 수 있지만 조금만 길게 봐도 향후 어떤 보복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성태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뭐 나야 6번 기숙사니까.”
“그렇긴 하네.”
“육번이지.”
왜 육번 기숙사에 성태가 있는지 역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그들은 일단 성태가 육번 기숙사라는 점에서 안도했다. 육번 기숙사에는 특별한 파벌이나 세력이랄게 없다.
그만큼 버려진 곳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기존 사적 클럽이나 선배들의 조직에 따른 영향력 같은 것도 별로 강하지 않다.
게다가 그나마 남아 있던 연결고리도 지난번 강간사건으로 완전히 작살이 나버렸고.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려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아무리 6번이라도...”
“맞아. 우리 학교 선배들 인맥 따지고 보면 진짜 쩐다던데.”
“그건 뭐 우리만 봐도 아는거 아냐.”
일학년들은 여전히 우려스런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수호대의 사학년이란 건 평범한 신분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선택받은 엘리트다. 사실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그 개인의 능력이 특출나다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막강한 세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업이나 길드에서 이미 권력을 약속받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해도 동문회는 어떤가. 수호대의 동문회는 한국 대표 헌터 모임 같은 곳이나 마찬가지다. 성태는 자칫 그런 세력 전부에게 밉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괜찮아.”
그러나 성태는 태연했다.
“흠, 뭐 네가 그렇다고 하니까.”
“카에데도 있고 하니...”
일학년들은 성태의 태연함에 걱정도 되고 기이함도 느꼈지만 그것이 아마 카에데라는 어마어마한 집안의 미소녀를 이미 손아귀에 넣은 여유이리라 생각하고 일단은 우려를 부식시켰다. 카에데가 도와준다면 한국에서야 애로사항이 여러모로 꽃피겠지만 일본에서 헌터로서 성공하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테니까.
알파메일 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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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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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