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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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86화
86화 보상과 인연(2)
“아악!”
호지로는 미친 듯이 괴성을 지으며 자신의 물건을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쿵, 소리와 함께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섰다.
성태였다.
“쓰읍. 어디 남의 물건에 더러운 물건 들이대고 있어.”
“커... 으.. 으...”
그는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사타구니 부위를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는 호지로를 노려보며 눈을 부라렸다. 호지로야 고자가 될 판에 그런 말 같은게 귀에 들어올 리는 없었다. 그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울부짖기만을 계속했다.
“아아아...”
“짜식, 사내자식이 질질짜긴. 하긴 이제 사내도 아니지만.”
그 꼴을 어깨를 으쓱이며 비웃은 성태는 검을 들었다. 그제서야 호지로는 상황을 파악하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호지로가 자신의 무기를 챙기러 몸을 날리기도 전에 성태가 검을 휘둘렀다. 퍼억, 하는 소리가 나며 호지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컥...!”
그렇게 호지로를 죽인 다음에야 성태는 카에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여전히 약효에 괴로워 하며 아름다운 지체를 꿈틀거리고 있었다. 남성에게는 지나치게 유혹적인 모습이다. 많은 경험이 있는 성태조차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잠시 굳어 버렸을 정도였다.
“일단 방을 옮겨야겠군.”
카에데를 보살피려 해도 이런 피비린내 나는 방은 좋지 않다는 것이 일단 성태가 처음으로 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얇은 이불로 카에데의 몸을 둘둘 말고는 구속을 끊어 내고 품에 안고서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이동 과정에서 카에데는 괴로운 듯이 몸을 뒤척이며 성태를 포옹하려 했다.
“아, 아...”
성태는 서둘러 옆 방으로 들어가 카에데를 눕히고 물었다.
“괜찮아? 버틸 수 있겠어?”
“서, 성태?”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눈을 뜬 카에데가 상황을 확인했다.
몸이 뜨겁고 주변이 잘 인식되지 않는 와중에서도 그의 목소리만큼은 확실히 들려왔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그와 헤어졌던 상황을 생각하면...
“그래. 나다.”
“당신... 어떻게?”
카에데가 희미하게 뜬 눈으로 성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피에 젖은 성태의 모습을 보면서 카에데는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겁화의 와중에서도 애처로움을 느꼈다. 성태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널 구하기 위해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쫓아왔지.”
“아아...”
성태가 하는 말에 카에데는 감격에 울음이 나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카에데는 처음으로 타인의, 성태의 존재를 진정으로 고맙게 느꼈다.
성태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미안.”
“뭐가... 미안하다는 건가요.”
“좀 더 빨리 찾아 왔더라면...”
미안하게 성태가 속삭였다.
그랬더라면 이런 끔찍한 경험을 피할 수 있었을 거란 뜻이었다. 카에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사치스런 생각이다. 다시 이렇게 성태를 만났고, 호지로의 더러운 손을 피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카에데는 벅차게 행복했다.
“괜찮아...”
“그러면...”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카에데의 손길이 성태의 손을 잡았다. 성태가 돌아보자 창피한 듯한 표정으로 카에데가 말했다.
“이제와서 신사인 척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너를 강제로 받고 싶진 않군. 너처럼 좋은 여자는 정말로 만나기 힘드니까.”
약간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성태는 말했다.
카에데가 붉어진 얼굴로 웃었다.
“강제가 아니야.”
그 말에 성태는 카에데의 몸 위로 올라갔고,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호지로 때와는 달리 지금 카에데는 그 손길만으로도 전신이 움찔움찔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성태는 그 손길을 갑자기 뚝 멈추고는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면 네가 기꺼이 내 여자가 되겠다고 말하는 거라 봐도 좋을까?”
“...맞아.”
약간 망설이다가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는 만족해 웃었다.
“좋아.”
성태는 옷을 벗었고 카에데와 입술을 맞췄다. 두 사람의 혀가 섞여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카에데는 곧장 터지는 것처럼 몸 전체를 떨며 전율했다. 곧이어 성태의 손이 그녀의 흥분한 지체를 누볐고 그때마다 카에데의 몸은 악기처럼 신음과 함께 퉁겼다.
“으응...!”
“흡!”
곧 충분히 흥분한 카에데의 몸을 열고서 성태가 안으로 들어갔다. 성태가 들어오는 감촉에 카에데는 전율하면서 그를 포옹했다.
이어 성태는 한 차례 깊은 입맞춤을 그녀와 나눈 다음 자신의 아래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카에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강하게 말했다.
“카에데, 너는 이제 내 여자다.”
“응. 나는 당신의... 여자야.”
카에데는 반쯤은 우는 얼굴이 되어 성태를 껴안았다.
그 대답을 듣고 성태가 빙긋 웃었다. 다소 귀찮은 수순을 밟기는 했지만 이로써 완벽하게 카에데를 자기 것으로 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걸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연극이었다고 해도 자기 것이 될 여자를 그런 머저리에게 잠시나마 치욕을 겪는 꼴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곧 성태가 힘찬 진퇴를 개시했다. 카에데의 달뜬 신음이 곧 방안을 가득 채웠다.
******
황궁의 알현실이었다.
성태는 카에데와 함께 그곳에서 덴노를 알현하고 있었다. 일이 모두 정리됐기에 미토의 인장을 반납하는 것이다.
성태는 품에 가지고 있던 미토의 인장을 꺼내 덴노에게 공손에 바쳤다. 덴노는 그것을 받아들고서는 성태에게 만족스런 웃음을 보였다.
“김성태.”
“네.”
“일본의 은인인 그대를 위해 내가 어떻게 감사를 표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삼신관이 정리됨으로써 덴노의 황권은 다시 반석에 올랐다. 게다가 삼신관을 지지하던 정재계의 인사들을 숙청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들 대부분이 과격한 대륙진출 주장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도 큰 이득이었다.
삼신관의 계획이 성공하고 그들의 권력이 유지됐다면 일본은 대단히 큰 분쟁에 휘말려 들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덴노가 성태를 일본의 은인이라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아닙니다. 저도 충분히 얻은게 있으니까요.”
성태는 사양하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 보상을 얻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여기서는 일단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호감을 얻어 두려는 것이다. 덴노쯤 되는 권력자를 상대로라면 꾸준히 교류할 수 있도록 해 두는게 당장 몇 푼 보상을 얻는 것보다 훨씬 이득인 법이니까.
“하하, 그건 알만하네.”
그걸 달리 해석했던지 덴노는 성태의 옆에 서 있는 카에데를 보고서 껄껄 웃었다. 카에데의 표정이 붉어졌다. 하긴 저것도 보상이긴 하다. 성태가 일차적으로 노렸던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빼고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나?”
“그러시다면... 제게 한 가지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덴노의 거듭된 말에 성태는 눈을 예리하게 번뜩이며 말했다. 실은 일본에 나름의 기반이 생기면 해 보고 싶은 일이 있긴 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그 일을 추진하기에 제법 적기일 것 같았다.
“말해보게.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도록 하지.”
“저는 한일무역교류가 시작됐으면 합니다.”
“국가간 무역 교류라... 그건...”
덴노의 표정이 단번에 난처해졌다.
몬스터로 인한 국가나 지역간 블록화의 극복. 그것은 세계의 오랜 숙원이지만 아직까지도 숙원일 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무엇보다 해상교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육상만 해도 도심지 외에는 몬스터의 출몰로 인해 미국,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땅이 넓은 나라는 무장기차에 헌터가 타고서 이동하는 게 보통일 정도다. 해양은 이 문제가 한층 극심하다.
“물론 당장은 어렵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지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세계가 이렇게 파편화된 상태로 남아 있어서는 진정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몬스터들에게 휘둘리기만 할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일본과 한국 정도라면 그래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요.”
“흐음...”
성태의 말에 천황은 설득되는 기색이었다.
하기야 일본의 경우만 해도 블록화를 극복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여러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수급 문제 자체는 자력 해결이 가능해졌다 해도 다른 자원들을 언제까지고 리사이클링해서 버티기는 힘들다. 무역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좋은 나라는 역시 한국이다. 한국은 가까운 만큼 해상로의 부담도 적다.
“실제로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암약하며 우리의 터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 일만 해도 바로 아크 데몬이 얽혀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삼신관이 아크 데몬과 결탁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네.”
삼신관과 아크데몬의 결탁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몬스터들의 공격 방식이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적은 서로 협력하면서 교활해지는데 아군은 정체한 채 반목만 한다면 미래는 뻔한 일이다.
“그러니 인류끼리도 더 이상 갇혀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가능하겠나? 이번 일만 해도...”
덴노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의의는 이해하지만 블록화의 탈피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각국의 주권 문제까지 걸리게 된다. 해상 운송이 어려운 만큼 많은 병력이 필요하게 되고 그런 병력이 항구를 통해 타국에 주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국의 산업이 재편될 텐데 이 이권을 둔 이전투구는 또 어떻게 정리할 거란 말인가.
성태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일본측의 의사만 있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한국 측에서도 비슷한 뜻을 품고 있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제가 그 가교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나?”
“덴노의 뜻을 적은 친서 한 장과... 물류 운송의 호위권을 제게 주십시오.”
빙긋 웃으면서 야심에 찬 눈동자로 성태는 말했다.
“큰 사업을 하려는 모양이군.”
덴노는 지금 말에서 성태가 그리는 큰 그림을 이해했다.
성태는 양국의 정치적인 문제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해상운송에 관련한 이권을 취득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게 된다면 성태는 한일 양국에 있어 무력과 경제 양 측면에서 톱의 지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운송권 사업이란 자체가 무력과 경제 양 측면을 아우를 수밖에 없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부산에 괜찮은 기반이 있습니다. 그걸 활용하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물론 비연길드를 말하는 것이다.
부산의 패권자인 그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해상운송사업은 성립되기만 하면 큰 마찰 없이 시작될 수 있으리라.
잠시 숙고하던 덴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큰 배포가 마음에 드는군. 알겠네. 도와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성태는 고개를 숙였다.
이것으로 목적에 또 한 걸음은 진전한 셈이다. 본래 역사에서는 블록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양국은 반복하다 제대로 된 협조체제를 이루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이후 데몬 프린스 칠흑의 전면적인 공격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성태가 나서서 이렇게 양국의 교류를 트는 첫 일보는 밟은 이상, 그러한 과거가 반복되지는 않으리라.
아니, 성태가 반드시 그런 과거의 반복을 막아내고 말 것이다.
알파메일 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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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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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