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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26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26화

126화 트레이닝(2)

 

 

 

 

 

의외로 담담한 대답이라 도리어 성태가 놀랐다.

 

“어떻게 그런 걸 믿으시고?”

 

“일을 맡길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하지 않을 바보로 보이나? 자네의 인간관계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지.”

 

“아…….”

 

성태도 눈치가 빠른 편이다. 이석훈이 뭘 믿고 이번 일을 성태에게 맡긴 것인지 짐작 가는 구석이 여러 가지 퍼뜩 튀어나왔다.

 

이석훈은 빙긋 웃었다.

 

“아주 재밌더군. 정말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고, 특히 여자를 휘어잡는 데 능숙해.”

 

“제가 워낙 매력적이다 보니.”

 

으하하, 하고 웃으면서 성태는 답했다.

 

역시 인간관계를 파악당하고 있던 모양이다.

 

하기야 객관적으로 보면 성태의 인간관계는 놀랍다. 매우 단시간에 여러 재능 있는 학생들은 자기 무리에 끼워 넣어 자기가 리더가 되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최고의 미녀 둘이 그를 두고 경쟁, 아니 사실상 공유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 녀석도…… 말이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석훈이 지금 떠올린 것은 고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자신의 딸이었다.

 

그녀의 성태를 대하는 태도를 보자면 이석훈의 지금 생각은 어이없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석훈의 입장에서는 혜선이 다른 사람과 이 정도로 가까이 무리 없이 지낸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그러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태에게 주목해 본다면 역시 그 인간적인 매력에 놀라움을 느끼지 않기는 어렵다. 이석훈이 성태를 웨이링에게 보낸 것은 그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에도 적잖은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성공했다.

 

“그렇다 치도록 하지. 이번에도 이렇게 성공했고 말이야.”

 

“그보다……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적절한 계기가 필요합니다. 뭐 아시는 거 없으신지?”

 

성태는 넌지시 물었다.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는 물음이었다.

 

“적절한 계기라.”

 

“다짜고짜 돕는답시고 중화신경을 보여달라고 하면 오히려 의심을 사는 것도 문제고, 남은 기한 동안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도 세우려면 말입니다.”

 

친해졌다고 해서 바로 지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닌 법이다.

 

그리고 지도에 들어가서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도 지금 상황을 가늠하기 위한 자료가 필요하다. 성태는 이석훈이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리 없다 여겼다. 그는 성태가 아는 중에서도 특히 유능하다.

 

위험하다 싶은 일을 진행하면서 한쪽에 모든 것을 몰아두고 손을 놓아둘 타입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보험을, 그게 아니라면 한쪽을 도울 수 있을 만한 자료를 구해두는 타입이지.

 

“물론 적절한 게 있지. 보내둘 테니 메일을 확인해 보게.”

 

“알겠습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다.

 

어지간히 너구리나 구렁이는 쌈 싸먹을 양반이 지금 상황에 손 놓고 있을 리가. 중국이 비면 그의 전체 구상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성태는 어떤 자료가 날아올지를 기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쪽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이어 그는 청했다.

 

이것도 물론 아주 중요하다.

 

커다란 이익만이 진정으로 쾌락과 욕망의 실현을 보장해 준다. 성태의 실력이라면 뜻대로 되지 않을 일이 세상에 드물겠지만 그걸 다 일일이 무력으로 협박해 가며 실현할 수는 또 없는 일이니까.

 

“물론 내 쪽에서도 약속은 철저히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 말, 믿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성태와 이석훈의 대화는 끊겼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이석훈은 낮게 중얼거렸다.

 

“……정말 재밌는 녀석이군.”

 

너무 재밌어서, 무섭기까지 한 느낌이 드는 놈이라고 이석훈은 생각했다. 강성태. 정말이지 묘한 녀석이었다.

 

지경의 구슬을 먹었다고는 하는데, 대체 어떤 지경의 구슬을 먹으면 저런 괴물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설마 대종사 이건 급의 연륜과 힘을 갖춘 이의 것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

 

 

 

 

 

화면에 비치고 있는 것은 어느 훈련장이었다.

 

그 중앙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전신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는 호남자였다. 나이는 스물을 좀 넘겼을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벼려진 칼, 아니 단순히 칼을 뛰어넘어서 범접하기 힘든 명검의 느낌마저도 들 정도였다. 한 손에 들고 있는 검은 검이었다.

 

그는 자세를 취했다.

 

그가 자세를 취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도 그 기세의 변화에 따른 분위기 차이가 피부로 느껴질 것 같다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르듯이!

 

부수듯이!

 

관통하듯이!

 

넘치듯이!

 

운동의 모든 요소요소를 거기 담아 넣고 그 극치를 연마해 빛내는 것 같은 현란하고도 단정하고, 간결하면서도 복잡한 움직임이었다. 그러한 모순적인 동작이 가능한 것은 정중동과 동중정이 구현되고 있기 때문!

 

복잡한 동작의 연속이 이어져 만드는 것은 단순한 하나의 뜻이었고, 단순한 동작의 연속이 만들어내는 것은 흐드러진 복잡함의 미로였다.

 

휘고, 튀고, 넘기고, 달리고, 엉기고, 튕기고, 피하고, 놀리고, 속이고, 새기고, 베고, 찌르고, 치고, 흐르고, 막히고.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면면부절!

 

천의무봉!

 

동작 하나하나가 어떤 순간에도 부드럽게 이어졌고, 그 부드러움이 너무나 정묘해서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동작이 끝났다.

 

남자가 검을 수납했다.

 

쩌정!

 

갑자기 공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그의 발 디딘 중심으로 그물 같은 검흔이 퍼져 나가더니 정교한 기하학의 형상을 그리며 파괴되었다. 방금 그 검무의 주변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면 지금 수백, 아니 수천 조각이 되어 스러지고 말았을 것임을 알 만한 엄청난 위력이었다.

 

아름답지만 고요한 박력에 넘쳤던 방금 검무에 그런 위력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거기서 영상이 끝났다.

 

화면이 꺼지고 어두웠던 방에도 불이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켜진 방 안.

 

북경대의 한 시청각실이었다. 이곳을 빌려 지금 성태 일행은 방금 저 영상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영상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웨이링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물었다.

 

“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

 

그녀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다 여겨지는 것은,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도 함께 떨리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우리 그룹 공작원들이 구해왔던데.”

 

카에데가 능숙하게 답했다.

 

물론 실제로는 성태가 이석훈을 통해 받은 영상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좋지 않으니 카에데가 아마츠키 그룹의 공작원들을 통해 구한 것으로 입을 맞춰 둔 상태였다.

 

“어떻게?”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아마 할아버지 쪽에서 너하고 나하고 친해질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생각하고 적당히 선물이 될 만한 걸 보내주신 게 아닐까.”

 

“음, 그럴듯하군.”

 

“하긴 아마츠키 그룹 정도의 거대 집단이라면 지금 같은 시대라 해도 세계 곳곳에 교류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아마츠키는 일본 최대의 재벌 집단이다.

 

세계가 블록화 됐다고 하지만 아예 교류가 없는 건 아니다. 정보 측면에서도 그렇고 중요한 전략 물자나 무기의 경우도 그렇고 필수적으로 서로 간에 교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사업에 관련해서 각국의 선두기업에 선봉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교류라고 할까…… 염탐 아냐?”

 

성남경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교류와 염탐은 원래 구분하기 힘든 거니 말이야.”

 

“하긴.”

 

박수천과 희연이 그 말에 동의하며 같이 웃었다.

 

그들의 말은 별로 틀리지 않다. 원래 외교관이라는 것이 오래도록 공식적으로 파견해 둔 스파이였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의 경우 그 정보력은 주요 국가들의 정보국을 넘어선다는 평판까지 있어왔다.

 

일본의 경우 특히 더 그러했는데 상품 가격의 변동이나 판로 확보 같은 문제 때문에 정보에 특히 예민했던 옛 일본의 상사들 같은 경우 이들이 정보 확보에 관련해 쌓은 무용담은 무서울 정도다.

 

그 전통이 일본 기업 쪽에서는 아직 적잖이 남아 있다. 중국은 이런 면에서는 솔직히 상대가 되질 않는다. 애당초 공산당 일당 체제의 관료주의에 찌든 문화다 보니 정보 수집에 필요한 순발력을 기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정보 분석과 해석에 필요한 창의력이 독재로 인해 다 죽어버린 것이 더 문제였다.

 

“이봐요들, 여기 듣고 있어요.”

 

하지만 카에데는 그런 평가가 좀 불만인 듯 투덜댔다.

 

“아, 미안.”

 

“칭찬인데.”

 

“그러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성태가 나서서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상인 웨이링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어때?”

 

“좋지…… 않아.”

 

엄지를 물고서 웨이링이 한 말이었다. 짧은 그 한마디에 그녀의 지금 심정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여기 영상에 나와 있는 건 분명 진 샤오. 우리 혈족 중의 하나인데…….”

 

아는 모양이다. 하기야 당연히 알 것이다.

 

방금 본 영상에서 남성이 시연한 검무는 여기서 보고 있던 이들에게 낯선 게 아니었다. 그 수준에서 차이가 있긴 해도 일찍이 웨이링이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중화신경의 초식들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는 혈족 중 하나가 보인 무용武勇의 수준이 저렇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그녀를 내치고 저자를 후계자로 내세우려고 하는 파벌이 있다는 것!

 

“그럼 정말 위험하겠군.”

 

“중화신경에 대한 해석의 수준 차가 역력해.”

 

카에데와 이혜선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평가했다.

 

웨이링도 나쁘지 않다. 분명히 그런데…….

 

지금 본 영상에 나타난 남성이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웨이링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화신경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무리의 핵심을 꿰고 있다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는 실력이었다.

 

이것은 다른 성남경을 비롯한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웨이링을 봤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이걸 보니까 왜 성태가 거기 ‘자기’가 없다면서 비판한 건지 알겠지.”

 

“알 수밖에 없다고 해야겠지. 이 정도 차이는…….”

 

위에는 위가 있다. 뻔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이런 방식으로 절실하게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상황이 명확해지니 웨이링이 당혹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어. 그는 방계인데……!”

 

“그러하면 네 카운터로 키워졌다는 뜻이군.”

 

성태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간절하고 다급하게 그를 바라보면서 웨이링은 물었다.

 

“왜?!”

 

“이유야 뭐…….”

 

굳이 말로 해야 알겠느냐는 듯 성태는 어깨를 으쓱였다.

 

“…….”

 

“하루아침에 될 실력은 아닌걸.”

 

“이대로라면…….”

 

카에데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저것은 오래 준비된 실력이다. 그리고 그 실력은 이미 웨이링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저 청년의 존재 의미는 분명하다.

 

웨이링에게서 후계자의 자리를 빼앗기 위한 것!

 

 

 

 

 

알파메일 126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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