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25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25화
125화 중화연이란?(3) & 트레이닝(1)
“간단히 생각해 봐. 너희는 단순한 몰입과 집중을 상상하고 있는 모양인데…… 물론 그 말은 맞아. 하지만 거기서 그 결과 자기 자신의 모습 그 자체가 사라진다? 이건 곤란하다는 거야. 몰입을 이루되, 자기는 그 자기가 지워진 세상 가운데 주변에 강력하게 드러나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렇잖아? 피아니스트가 최고의 공연을 할 때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연주하겠지. 하지만 그 결과 청중들은 피아니스트의 존재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잖아?”
“조금 알 것 같기도…….”
“그러게.”
성태의 말에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확 와 닿는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런 몰입이 이끌어내는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측면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성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건 공연이 아니라 목숨을 두고 싸우는 걸 상정한 무예의 시연이야. 거기에는 선명한 삶에 대한 욕망과 적에 대한 살의가 얽혀들게 되는 거지. 이러한 개개인의 적과 싸움, 말하자면 세상에 대한 태도가 반영됨으로써 똑같은 형식을 갖춘 무예라는 것이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른 형태와 위력을 보이게 되는 거고, 진정한 위력을 갖추게 되는 거야.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그냥 흉내지. 기계가 연주하는 악보대로의 곡과 다를 게 없어.”
몰입은 좋다.
그건 진짜 강해지기 위한 기초이며 핵심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전투란 생과 생에 대한 욕망이 서로 얽히는 가장 치열한 전장이다. 거기서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몰입을 넘어선, 몰입을 토대로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필요하다!
성태의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맞아.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모습이 지워져 있는 웨이링의 검무는…… 겉만 완벽해.”
“관심이 없었거나…… 중화신경을 익히지 못했다는 말이지.”
카에데와 이혜선도 성태의 말에 동의해 한마디씩 했다.
웨이링은 씁쓸한 표정이면서 반박하지 않았다.
성태가 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한 완벽한 예시가 있지. 바로 이씨 가문이야.”
“아…….”
“그 얘기 들으니까 확 오네.”
“맞아, 이씨 가문이 같은 걸로 배우지만 정말 아웃풋이 다양하잖아.”
이씨 가문을 예로 들게 되니 아리송하던 세 사람의 표정이 단번에 펴졌다. 안개가 햇살에 순식간에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몰입만으로는 완벽한 형을 구현해 내는데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면 이씨 가문에서는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강자들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수호비무를 익혔다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거기서 나타나고 있다. 수호비무라는 하나의 원류를 두고 있으면서도 어찌나 그것을 익힌 개개인의 개성은 다르고 특별한지 하나의 원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현재 그 후계자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
그렇지? 라는 뜻으로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슬쩍 말한 성태가 바라본 것은 이혜선이었다. 몸에 걸맞지 않은 옷. 기실 이 비유에 가장 걸맞던 것은 이곳에서 웨이링이 아니라 이혜선이었다.
“무슨 말이야?”
물론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야 뜬금없는 사족이었다.
“뭐 그런 게 있어.”
“…….”
성태의 지금 말이 자기를 놀리는 거란 건 알지만 혜선은 반응하지 않았다. 여기서 욱하니 반응하는 것도 우습고…… 사실 옳은 말이라서 반박하기도 어렵다. 혜선은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몰입을 넘어서 자기를 갖춘다는 것.
원래는 자연스럽게 되는 일인데 그녀에게는 어렵다. 지나친 재능이 어느샌가 만든 스스로의 벽 때문이다.
“거기까지 간파당하고 보니 오히려 할 말이 없을 정도네.”
웨이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웨이링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맞아. 나는 겉만 익히고 말았지. 그 이상을 익히는 건 어려웠어. 내가 노력하지 않은 것도 분명히 있어. 그건 인정해. 하지만 그보다도 혼자서 그걸 익히는 건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내가 익히고 있는 건 그리 녹록한 게 아니니까.”
“그래서 결국 형에만 그치게 됐다…….”
“그런 거지.”
웨이링은 자신의 문제를 잘 안다.
여기서도 굳이 성태가 지적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듯이. 그러니까 일부러 지금의 정체 상태에 만족한 것이 아니다. 어지간히 노력해도 이 이상이 어려웠던 것뿐이다. 그녀가 서 있는 세계는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 단계마다 서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길을 알려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스승이라든가…… 없었어?”
카에데가 물었다.
보통 중화신경과 같은 핵심 되는 무경은 스승을 통해 배우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천재라 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스승이야말로 최고의 아티팩트다.
이런 말이 헌터들 사이에 있는데 바로 이 배움의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웨이링은 고개를 저었다.
“전부 막혔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카에데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웨이링이 물론 그룹 내 다른 파벌에게 견제받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사용 가능한 돈만 100억 위안에 달하는 엄청난 부호이자 권력자다. 쓸 만한 스승을 초빙해 오는 걸 못한다는 건 이상했다.
“진짜야. 내가 가르침을 줄 수 있을 만한 이들은 이미 소속된 파벌이 있어. 그만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우리 그룹에서 홀대받고 있을 리가 없잖아?”
웨이링이 씁쓸하게 하는 말에 그제야 이해가 됐다.
중화신경이 아무리 그룹의 근간을 이룬다지만 그것을 웨이링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까지 이룬 이들은 이미 모두 다른 쪽에서 거둬가 버린 모양이다.
“그러면 네 파벌은?”
“내 파벌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무도 없지. 아버지……가 우리 그룹 내에서 역대 최고의 헌터로 꼽히긴 했지만 돌아가셨으니까.”
“그런가.”
드물게 슬픔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웨이링이 하는 말에 성태는 안타까움을 담아 답했다. 웨이링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다소 들은 바가 있었지만 확실히 대단한 실력자였다고 한다.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현재 중국의 체제에 대해서도 큰 시각에서 우려하고 개선의 방향을 꾸준히 찾아나갔다던가.
그래서 이석훈과도 말이 잘 통해서 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논의까지 했고, 그 실현을 목전에 두기까지 했을 정도인데…… 아쉽게 비명에 가고 말았다. 그의 죽음에는 물론 여러 의혹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암살이었겠지.’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결국 공식적으로는 성태가 아는 미래에서도 그냥 돌연사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웨이링이 실제로는 어떻게 됐던가, 중화 그룹이 어떻게 됐던가, 중국이 어떻게 됐던가를 생각하면 역시 암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손을 봐야 하긴 하는데……’
성태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할 일이 많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이 여자애를 그룹의 진정한 후계자로 만드는 일이 더 급하다.
일단 넌지시 말을 꺼내봤다.
“중화연에는 그것 가지고 충분할까?”
“당장은 문제가 없어. 특별히 내 경쟁자가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경쟁자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하지만 저들이 방해하는 걸 보면…….”
웨이링의 답에 카에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웨이링이 후계자로 결정나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파벌도 그룹 내에 있는 모양이던데 그들이 웨이링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적대적으로 나온다는 건 달리 내세울 후보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나 웨이링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는 모양이었다.
“흥, 견제는 그들만 하는 게 아니야. 우리 쪽에서도 마찬가지 작업을 하고 있는걸. 걱정할 만한 조짐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그녀의 태도에서 당장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렵겠다 여긴 성태는 오늘은 일단 여기서 정리하기로 했다.
“흠, 그렇군. 어쨌든 오늘 이야기는 잘 들었어.”
“혹시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 이야기해.”
“언제든 돕도록 하지.”
“고마워.”
세 사람의 말에 웨이링은 뿌듯한 만족감이 어린 표정으로 웃었다.
기실 이것이 웨이링의 입장에서는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어울리는 첫 경험이었다. 하지만 동등한 관계에서 무리에 들어간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든든하고 기분 좋은 것이었다. 게다가 이 그룹에는 무엇보다 ‘성태’가 있다는 것이 그녀 입장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
트레이닝
한국에서의 여러 바쁜 업무를 마치고서, 이석훈은 자실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의외라 잠깐 그는 놀란 표정을 했지만 이내 안정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서 상대를 맞았다.
“어떤가?”
“기대하시는 상황 근처에까지 갔습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성태였다. 이석훈은 빙긋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나눠 볼 시점이 되긴 했다 싶었던 때였다.
“그건 기쁜 이야기로군.”
“뭘 모르는 척하십니까. 귀와 눈이 없는 것도 아니실 거면서.”
끌끌 혀를 차면서 성태가 말했다.
이석훈의 미소가 짙어졌다.
역시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묘한 놈에게서는 도저히 지금 나이 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연륜이 느껴진다. 세상을 구르고 구른 노물들에게서나, 아니 그 이상의 괴물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던 세월의 느낌이라고 할까.
“역시 간파당하고 있군. 하지만 대놓고 쓸 수 없으니 있어도 그리 유용하진 않지. 현장 책임자에게서 직접 상황을 듣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일단 어떻게 됐냐면…….”
성태는 그간 상황에 대해 이석훈에게 보고했다.
본래 이런 건 따로 보고서를 작성해 보내야 하는 것이겠지만 보안 문제가 있느니만큼 성태와 석훈은 정기 보고도, 진행 상황에 대한 문건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런 걸 만들어두면 괜히 뒤에 서로에게 피곤한 장애물로 남을 가능성이 컸다.
“이상입니다.”
성태의 이야기가 끝났다.
이석훈이 전체적인 상황은 이미 파악하고 있는 만큼 이야기를 끝내는 데 별로 긴 시간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웨이링과 사이가 친해지는 데 성공했고, 이제 그녀를 본격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정도의 환경에까지 들어갔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제 초입이군.”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 성격에…….”
“그건 그렇지.”
성태가 불만스럽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는 말에 이석훈도 동의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계획에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웨이링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아봤다. 역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성격 측면이었다. 사실 성태를 보낼 때도 이 성격 문제가 가장 큰 장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성격 나쁘다는 이야기는 미리 들었지만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정말 가능할 거라고 보고 맡긴 거였습니까?”
“자네라면…… 말이지.”
약간은 느긋한 어조로 이석훈은 답했다.
알파메일 125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