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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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19화
119화 납치사건(2)
‘즐거워 한다니...’
웨이링은 어마어마한 상류층이다.
그 사회적 지위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냐 하면 여러 사정 때문에 그렇지 못하나 어쨌든 그녀의 몸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 때문에 웨이링도 자신과 같은 이들이 범죄집단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걸 알고, 거기 납치당하면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도 들은 바가 있다.
한 마디로 끔찍하다.
인신매매는 어디까지나 사업이다.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죽이지 않는 한에서 대상은 겪을 수 있는 끔찍한 꼴을 모두 겪게 된다. 폭행과 사지절단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특히 사지절단은 상대측에 증거로 배달해야 하고 심리적인 충격도 주기 위해서 필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여성의 경우라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제법 대단한 미인이었단 말야. 길들이는 보람이 있을 거야.’
‘나는 벌써 사타구니에 피가 몰린다.’
웨이링은 이를 악물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저들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당장이라도 시작했으면 좋겠건만 일단 형님이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지.’
웨이링은 전신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식은땀이 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그녀에게 겁이 많다고 비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 치르고 난 다음에 손가락 자르는 건 누가 할래?’
‘내가 하지. 길들이는 보람이 있을 계집이니까. 일주일 뒤에는 시키는 건 뭐든 다 하는 병신으로 만들어 둘 자신이 있어.’
가학성이 마디마디마다 돋아나는 말이었다.
웨이링은 병신이 된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몸을 떨었다.
끔찍했다. 그런 꼴은 결코 겪고 싶지 않았다.
‘그 새끼들도 사지 다 절단된 병신꼴로 저 계집애 돌려받고 싶지 않으면 얼른 협상에 응하는 게 좋을 텐데 말야.’
‘맞아. 어차피 죽일 거라고 해도 시체가 멀쩡해야 핑계 붙이기 편한 법이잖아.’
‘아니, 뭐 우리 입장에선 끌수록 좋은 건가.’
‘하긴 그래야 즐길 시간이 있지.’
그들의 대화를 들을수록 웨이링은 눈앞이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아아...’
절망이 온몸을 점점 후려쳐 침식해 가는 느낌이 끔찍했다. 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했다. 그녀는 납치됐고, 저 잔인한 자들의 손아귀에 놓인 운명이었다.
쾅.
밖에서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웨이링은 이를 악물고 다시 문에다 귀를 대었다.
끔찍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희미한 희망이나마 잡기 위해서는 정보는 계속 수집되어야 했다. 돌아온 이를 향해 납치범들이 깍듯이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음.’
지금 돌아온 이는 상위자, 아마 대장인 모양이었다.
대답하는 그의 어투가 별반 밝지 않았다.
‘역시 잘 안 된 모양이군요.’
‘뭐 그건 예상하고 있던 거지. 안쪽에 있지?’
‘있습니다. 얼른 시작하시죠.’
‘그러지.’
간결한 대화 다음 무리가 한꺼번에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웨이링은 두려워하면서 몸을 문에서 떼어내고 물러섰다.
덜컹.
한꺼번에 빛이 안으로 쏟아지면서 세 남자가 그녀 앞에 섰다.
모두 얼굴을 가린 남자였다.
“히익...”
자신을 향하는 세 남자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웨이링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히죽 웃으면서 남자는 웨이링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자, 편안히 지내셨나.”
“어, 어쩌려는 거지?”
“아, 그렇게 겁낼 필요는 없어. 협상에 편리하도록 좀 협조를 얻으려는 것 뿐이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걸 위해서 좀 비참한 꼴이 되어 주실 필요가 있다는 거지. 너무 예쁘장한 상태 그대로 있으면 상대의 동정을 못 사잖아?”
남자의 말에서는 이후 있을 일에 대한 가학적인 기대가 불꽃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웨이링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소름에 전신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발작적으로 외쳤다.
“혀, 협상해!”
“협상?”
납치범들의 대장은 흥미를 보였다.
웨이링은 간절하게 이어 외쳤다.
“내게는 백억 위안이 있어!”
“오, 큰돈이군.”
백억 위안이면 한화로 이조 정도다.
헌터의 시대가 되고서 경제는 침체를 거듭했고, 각국의 화폐는 물가인상으로 인해 인플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몇 차례의 화폐개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개혁을 거치고서 이백 년 전과 별 차이가 없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모든 나라가 비슷한 상황을 겪다 보니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맞춰진 형국이다.
그래서 1위안이 현재 한화로 200원 가량이다.
참고로 달러는 1달러에 천원, 엔화는 100엔에 1000원 정도다.
“그, 그걸 줄 테니까...”
“아하하하, 세상을 정말 모르는 아가씨군. 요즘 전산 자금의 이동은 추적이 너무 쉬워서 그런 식으로 이송되면 우리가 도리어 위험해진단 것도 모르나. 자산이 많다는 건 알겠지만 이런 형편에서 그쪽의 협력을 얻을 수도 없는 거고... 아쉽지만 그런 이야기에 응하기는 어렵겠군.”
납치범의 대장을 껄껄 웃으면서 그녀를 비웃었다.
이미 자금이동 같은 것은 충분히 전산화가 됐다.
현금은 사용하지 않는 나라조차 많다. 특히 미국이 경기침체에 대항하기 위해 달러의 전산화를 추진해 완료한 시점 이후 거액의 현금거래란 비상식적인 것이 됐다. 무역 쇠퇴로 인해 그런 자금을 맡아줄 조세피탈처나 도피처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무역 쇠퇴가 낳은 몇 안 되는 긍정적인 면이다.
그래서 지하거래를 하고 싶다면 금과 같은 현물이라 비트코인 종류의 가상화폐가 필요하다. 하긴 그마저도 통하는 나라는 별로 없지만.
협상이 통하지 않게 되니 웨이링의 눈으로 당혹감이 강하게 들어섰다.
“아, 아아...”
“그러니...”
납치범의 대장은 씨익 웃었다.
이어 웨이링의 배를 걷어찼다.
퍽!
“컥!”
헌터라곤 하나 마나를 구속당한 상황이다.
속절없이 맞을 수밖에 없었고, 남자의 발길질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웨이링은 입을 딱 벌리면서 그 고통을 견뎠다.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격통이었다. 입밖으로 한 마디 말도 하기 어려웠고 저절로 침이 질질 흘렀다.
그러나 고통에 꿈틀대는 웨이링을 보면서 납치범의 대장은 구타를 그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아악!”
“좀 당해주셔야겠군!”
“커억!”
연속적으로 남자의 폭력이 웨이링을 덮쳤다.
웨이링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물론 그녀는 몬스터와 싸운 적도 있다.
다른 헌터와 싸운 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적잖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것들과는 달랐다. 무자비하고 거칠고, 잔인한, 그야말로 상대의 마음과 몸을 함께 짓밟기 위한 폭력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얻어맞고서야 웨이링은 풀려날 수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듯이 그녀는 웅크린 채 태아처럼 자기 몸을 감싸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납치범의 대장이 비웃었다.
“정말 멋대로 살아온 모양이군. 헌터씩이나 되면서 이런 고통조차 제대로 버티질 못하다니 말이야.”
웨이링은 그의 말에 두려움을 느낄 뿐 이전처럼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다.
몸과 마음이 지금 겪은 폭력에 동시에 꺾여 버렸다는 뜻이다.
그것을 확인하듯이 납치범의 두목은 웨이링의 손을 밟았다. 그리고 담배를 끄듯이 비비기 시작했다.
“끼아아악!”
“하지만 잘 됐지. 여기서 세상이 어떤 건지 톡톡히 배우고 가라고.”
끔찍한 고통에 웨이링은 비명을 질렀지만 납치범의 두목은 그녀의 손을 발로 비벼 뭉개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케...엑...”
비명을 지르다 못해 목이 막혀 웨이링은 콜럭 거리며 기침을 했다.
그제야 납치범의 두목은 그녀에게서 손을 떼어댔다.
“후, 일단은 이 정도로 할까.”
“아, 아아...”
웨이링은 흉측하게 상처 입은 손을 얼른 자기 품으로 거두어들이고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로 부들부들 떨었다.
“으으...”
“이 정도면 적당히 꼴이 쓸만하군. 우는 표정도 마음에 들어.”
납치범의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운 듯이 히죽 웃었다.
자신의 폭력이 대상의 몸보다는 정신을 성공적으로 파괴해 가고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는 진정한 가학마의 표정이었다.
“어디 볼까.”
납치범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주저 앉아서 웨이링의 턱을 잡고는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감상했다. 웨이링은 울음에 젖고, 얻어맞느라 붓고 상처입은 얼굴로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손길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었다.
“흐흐, 조금은 주제를 알게 된 모양이군.”
순순한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든 듯이 대장은 웃으면서 웨이링의 턱에서 손을 떼어냈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부하들이 달라붙듯이 그에게 다가와서는 기대어린 눈으로 벌벌 떠는 웨이링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헤헤, 이 다음은 기대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내가 맛본 다음이라면.”
“알겠습니다.”
“이거 기대가 되는데요.”
대장의 긍정적인 답이 돌아오자 두 사람의 야수의 눈이 되어 먹이를 바라보는 눈길로 웨이링을 쓸어봤다. 그들의 목 울대가 움직이는 모습이 선명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들 일행은 몸을 돌려서 웨이링이 갇힌 방을 빠져 나갔다.
“아아...”
웨이링은 바닥에 누운 채로 멀어져 가는 그들의 등을 두렵게 바라보며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가 저들에게, 저들의 폭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떻게든 탈출할 방법이 있을지 아직도 간절하게 찾아보고 있었다.
끼익...
쾅!
하지만 그 간절한 탐색을 부정하듯이 그녀의 방문은 무거운 쇳소리를 내며 닫혔다.
다시 원래 그랬던 것처럼 희미한 빛만이 방안으로 들어섰고, 깊은 어둠이 웨이링의 몸을 무겁게 덮었다.
*********
이후 웨이링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어두운 방에서 자신의 몸을 웅크리듯 껴안은 채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다.
‘어떡하지?’
이전이라면 웨이링은 그 질문 다음에 이곳을 탈출할 방법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자들에 대한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복수를 상상했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녀는 어떻게 하면 복종하고 구걸해서 자신에게 닥칠 폭력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볼 수 있을지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해도 방도는 없어 보였다.
그저 저들의 폭력은 운명처럼 그녀에게 들이닥칠 뿐이었다.
‘왜 내가 이런 꼴을...’
웨이링은 스스로가 불쌍해서 울음이 나왔다.
‘아, 아아...’
그녀는 양팔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울음이 부상 입은 얼굴에 흐르며 상처를 건드려 쓰라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웨이링은 더욱 지금 자기 상황이 불행하게 느껴졌고, 울음이 더욱 나왔다. 눈물이 나올수록 또한 그녀의 상처에서 느껴지는 쓰라림은 증폭됐다.
‘누가 구해줬으면...’
슬픔과, 절망과, 눈물과, 고통은 마치 순환하는 띠처럼 서로를 강하게 만들면서 반복되어 갔다. 웨이링은 구원자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는 그것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었기에.
한데 그렇게 스스로의 절망을 껴안고 절망하고 있는 웨이링에게 밖의 대화가 흘리듯이 들려왔다.
‘흐흐, 이제 곧 할 수 있겠지?’
‘대장도 슬슬 구미가 당기던 모양이던데.’
‘벌써 처음의 그 앙칼지던 태도가 죽었잖아. 이것보다 더하면 아예 경기를 일으킬걸. 거기까기 가기 전에 맛을 봐야지.’
‘하긴 회도 싱싱할 때 먹어야...’
더러운 이야기들이었다.
끔찍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웨이링은 스스로의 몸이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변이 생겼다.
쾅!
외부의 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났다.
그 무시무시한 대장이 침입한 것인가 해서 웨이링은 두렵게 몸을 움츠렸다.
‘어 뭐야!’
‘뭐 하는 놈들이냐!’
한데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어진 것은 격투음과 함께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뭐 하는 놈들이긴!”
“너희같은 개새끼들을 처리하고 사람을 구하러 온 거지!”
“이것들이!”
“막아!”
퍽!
퍼억!
외부가 크게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격심한 격투 소리가 들리고 곧 조용해졌다. 웨이링은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문쪽으로 다가가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겁이 나서 그럴 수는 없었다.
문을 열면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다시 그 납치범들의 대장이 나타나서 그녀를 향해 히죽 웃으며 무섭게 다가올 것 같았다.
소리가 이어졌다.
문에 가까워졌다.
알파메일 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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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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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