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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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13화
113화 데몬스트레이션(1)
북경대.
중국의 최고 대학 중 하나다.
정화대와 함께 이곳은 중국을 이끌어갈 엘리트들만이 들어간다고 평가되고 있다. 다른 유수의 대학이 그러하듯이 이러한 평가는 대학이 세워진 이후 굴곡 없이 줄곧 이어졌다.
사실 정화대에 비하면 한 수 처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평가는 이 200년 동안 완전히 씻어냈다.
이유는 간단.
베이징이라는 위치 때문에 권력의 핵심과 가깝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것이 뭐가 대단하냐 싶긴 하지만 헌터의 시대가 열리고 지리적인 이점이란 세계화가 당연시 되던 시대와 달리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원이 됐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어야 보호하고, 공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북경대의 초인과, 즉 한국의 헌터학과는 권력의 핵심과 친해지고 또한 거기 소속되기 위한 최고의 학부로 금세 인정받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북경대가 정화대를 넘어서도록 했다.
그 외에도 무역의 쇠퇴로 인해 중국의 다양한 산업 자체가 크게 침체해 버려서 전통적인 구직 시장의 인기 직종들이 쇠락하게 됐다던가 하는 다양한 이유들도 있지만 거기까지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바로 그 북경대의 행정관 안쪽의 한 방안이었다.
거기서 성태 일행은 대학측의 한 인사와 만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성태 일행의 중국어는 발음이나 성조가 어색했지만 알아듣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본래 수호대생들은 학과 공부에서도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 이들은 다들 중국어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성태와 악수를 나누는 그 남자는 약간 비대한 인상의 남성으로 오래전부터 이석훈 측과 협력관계에 있는 북경대의 학과장이었다.
그가 바로 성태 일행이 북경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고 임무 수행을 위한 정보와 물자 제공을 맡게 됐다. 이름은 마첸. 본래는 헌터였으나 은퇴하고 대학 행정직을 맡고 있다.
“준비는 끝났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마첸은 성태 일행을 살피고 의구심 어린 표정을 했다.
전부 학생 분이지 않은가. 마첸도 이번 계획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고 있다. 중화그룹의 문제라 하면 중국 전역의 향후가 걸렸다 할만한 것인데 죄 학생들만 보내온 것은 이상하다.
그 눈빛의 의미를 읽고서 성태가 서둘러 말했다.
“아, 가주라면 나중에 달리 오게 되실 겁니다.”
“그렇습니까... 아쉽지만 그럼 별수 없군요.”
그제서야 마첸은 다소 안심한 표정이 됐다.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행동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여러분 모두 북경대의 초인과에 배속해 뒀습니다. 아가씨가 속해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곳에서 수업을 하시면서 아가씨와 친분을 쌓고, 임무를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마첸은 간결하게 설명했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인 내용은 미리 받은 자료를 통해 숙지해 뒀으니까 새삼 들을 필요가 없다.
“날짜는 언제까지?”
“연말에 취임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때까지는...”
‘그때까지는’을 조심스럽게 마첸은 강조했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성태도 이미 알고 있다.
아마 어떤 의미에서 그가 진정 이 일에 걸맞은 인선인 것도 이것이 이유가 아닐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가시죠.”
마첸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행의 선두에 섰다.
다들 그를 따라서 북경대 내 초인과로 향했다.
초인과. 그곳이 바로 한국으로 치면 헌터학과다.
*******
북경대에서도 다소 동떨어진 곳에 넓은 부지를 홀로 차지하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초인과 건물이다.
보통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인데 헌터를 교육하는 곳은 따로 부지를 크게 마련하고 관련 시설을 그 주변에 짓기 마련이다. 교육 내용이 과격하고 훈련에 수반되는 소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수호대처럼 분리해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북경대는 분리까진 하지 않지만 이렇게 꽤 거리를 두고 건물이 있었다.
그들은 그 건물의 한 강의실로 들어가 그곳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하게 됐다. 대학생이 되어 중고등학생처럼 교환학생으로 오게 됐다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지만 헌터의 교육은 어느 대학에서도 소수정예가 보통이라서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한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게 성태 일행은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곧장 반응이 왔다.
“와 쩐다.”
“여자들 미모가 진짜...”
헌터 관련 직종은 아무래도 남자가 많다. 싸우는 일인 만큼 그렇다. 마나가 핵심인 만큼 전투력 자체는 성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나 싸움을 대하는 심리적 태도에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라고 그런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라서 남자가 더 많았고, 남자가 더 많은 만큼 성태 일행 가운데 여성진에게는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게 이혜선...”
“이야긴 종종 들었지만 실물로 보니 이거 완전...”
“저기 카에데는 또 어떻고.”
“일본 계집이라 좋게 안 보려고 해도 이건 어쩔 수가 없는데.”
“그러게. 진짜 엄청나잖아.”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이혜선과 카에데였다.
그야말로 그린 듯한 미인들이니 주목을 받는 것도 실로 당연했다.
그렇다고 해서 희연이 마냥 소외 받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기 김희연이란 애도 괜찮지 않아?”
“두 사람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확실히...”
“저 두 사람은 오히려 너무 유명하기도 해서 부담스러운데 저 정도만 하면 최고지. 나는 저 쪽이 더 좋겠다 싶다.”
두 사람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희연 역시 대단한 미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
게다가 카에데와 혜선이 너무 아름다워서 도리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데 비하면 친근한 정도라 오히려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사실 희연 정도의 미모가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다른 두 사람이 어처구니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성태는 그런 남성들의 반응에 속으로 득의양양하게 웃으면서 저 셋 중 둘이 자기 여자라 밝히면 어떤 반응이 있을지 상상해 봤다.
“뭐 하여간 앞으로는 즐거워지겠군.”
“그러게 말이야.”
“하나 꽃이라고 있는 건 독화라서 영...”
즐거운 듯이 수군거리던 학생들이 고개를 저으면서 중얼거렸고, 동시에 그들은 시선을 슬쩍 돌려서 강의실 한쪽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다리를 꼰 채, 그리고 팔짱을 낀 채 불쾌한 듯이 앞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에 약간 키가 작아서 귀엽다는 인상이었지만 그 귀여움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전신에서 뿜어내다시피 하는 소녀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그녀를 본 이들은 누구나 그런 아름답다거나 귀엽다는 인상보다 먼저 ‘무섭다’는 인상을 느끼게 될 것 같았다.
표정이 매우 냉막하고 눈빛이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그녀가 바로 중화그룹의 다음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는 왕 웨이링이었다.
“그래. 저거 비위 맞추기만 해도 개 같았는데.”
“재들도 그럴 수 있잖아?”
“설마 아무리 성격이 나빠도 저 독화만 하겠냐.”
“하기는 그래.”
남학생들은 수군거리면서 이번에 온 교환학생들에 대한 저마다의 감상과 희망을 이야기 했다. 그 수근거림과 시선을 조금씩 들으면서 성남경은 매우 불만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째선지 우리는 소외된 거 같지 않아?”
“같지 않아가 아니라 확실히 소외되고 있지.”
“으, 으음...”
성태와 박수천은 말해 뭐 하냐는 표정으로 그 말을 받았다.
여성진에 비해 성태를 중심으로 한 남성진은 좀 수수한 게 현실이라 별반 관심은 못 받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다소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숫자도 적고 관심도 크지 않아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성진 세 사람도 뛰어나긴 하지만 한 눈에 확 들어오는 미남이거나 한 건 아니니까.
“남자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남자가 환영받을 리는 없는 거 아니겠어.”
“그건 그렇지 뭐.”
“그나저나 왕 웨이링은 어디 있지?”
“저기 앉아 있네.”
성남경이 턱짓으로 성태에게 왕 웨이링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 성태가 감탄한 표정이 됐다.
“오오, 미인이네.”
“그러게. 오는 길에 눈 호강을 너무 많이 해서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걸.”
이혜선과 카에데의 얼굴을 질리도록 봤다.
그러니 어지간한 미인이라 해 봐야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실제로 희연이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이는 효과가 있기도 했고.
그러나 웨이링에게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미인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뭐 돈과 권력을 가문이 몇백 년이나 이어졌으니 자손들이 미남미녀인 것도 당연한 거겠지. 근데...”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경향인데 헌터의 시대가 된 이후로는 돈이나 가문 같은 것보다는 좀더 동물적인 욕망이 남녀 모두에게 우선시 된 선택이 주류가 되어 왔다.
아무래도 헌터가 권력과 부를 가지게 되고 그 헌터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일을 하다보니 돈이나 가문 같은 정략적인 면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오늘의 쾌락에 더 집중하게 됐달까.
헌터로서의 능력과 재능이 가문 같은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도 그런 경향을 부채질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덕분에 오래된 명문 헌터 가문은 대체로 다 사람들이 미남미녀다.
“그런데 표정이 영.”
성남경은 웨이링이 보이는 눈빛을 보고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매서운 육식동물 같은 눈빛이었으니까.
“앞으로 힘들 걸 미리 보여 주는 것 같군.”
하지만 각오했던 일이라 다들 새삼 그걸로 시름에 잠기진 않았다. 왕 웨이링에 대해 그들이 받은 설명에는 그녀의 성품에 대해 좋은 평가가 도무지 없었으니까 말이다.
********
수업은 그날부터 곧장 시작됐다. 초인과답게 외부 훈련이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헌터가 먼저 시범을 보인 것은 마나를 사용해서 무기의 공격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교수가 다루는 무기는 곤이었다.
곤이란 봉의 양 끝에 철을 둘러 내구력을 강화한 무기로 리치를 활용한 에너지와 속도를 활용하는 것이 관건인 무기다. 메이스와 비슷하지만 리치가 훨씬 세기 때문에 실전에는 더 유용했다.
“잘 봐라.”
그는 곤을 잡고는 자세를 잡고서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곤의 끝부분에 마나가 뭉클뭉클 모여들며 둥그런 덩어리의 형상을 이루었다.
오오, 하는 감탄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대부분의 수준 높은 헌터들은 무기에 마나를 덧씌우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교수가 하는 것처럼 한곳에 다 모으는 것은 그리 쉽게 되는 게 아니다.
마나를 정말 잘 다루는 이들에게나 가능하다. 기둥이 약하면 높은 건물을 못 짓듯이 마나를 한 곳에 집중시키면 헌터 본인의 육체와 마나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마나량이 적어져 제어와 유지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라서다.
“흡!”
묘기 하듯 막대한 마나를 모은 다음 교수는 그 곤을 휘둘렀다.
그 곤 끝에 있는 것은 아주 단단해 보이는 검은 금속 덩어리였다. 그것은 현재 중국의 신형 전차에 사용되는 복합강으로 플라즈마 제트는 물론 날탄의 관통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고 격사각과 특수 패턴을 채용해 열과 냉기에도 아주 강력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거기, 곤이 작렬했다.
쾅!
굉음이 터졌다.
총격점을 중심으로 주변이 크게 흔들렸고, 마나가 분산되면서 강한 빛이 일순 학생들의 시야를 가렸다. 그 빛이 사그라들고 난 다음 나타난 광경은 놀라웠다.
폭탄이 터진 것처럼 충격점의 주변이 원형의 파장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중심에 있던 복합강이 마치 진흙인 것처럼 심하게 우그러져 있던 것이다.
저 복합강이 현세대 전차 대부분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 교수의 공격은 대부분의 전차포가 낼 수 있는 것을 초월했다는 말이다.
가히 인간병기.
이 정도 힘을 일개인이 갖추어야 강력한 몬스터에 대한 대응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헌터의 시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알파메일 1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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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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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