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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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12화
112화 왕 웨이링(2)
생활 전반을 파악해야 하니 친해지는 건 물론이고 방에서 같이 지내는 것도 필요하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희연을 바라봤다.
“그렇겠지. 근데 아마 희연 니가 쓸거야.”
“내가?”
“뭐 카에데는 입장도 있고, 혜선 쟤는 솔직히...”
성태가 의아해하는 희연에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하긴.”
“그야 그렇지.”
“현실적으로 그렇긴 하네.”
모두들 성태의 생각이 옳다는 데 동의했다.
카에데는 그녀 자신이 웨이링 보다 고귀한 신분이면 신분이지 딸리지 않는 입장이라 눈에 너무 띈다. 이혜선은 지위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성격이 정말 문제다.
혜선이 누군가에게 살갑게 굴고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 아닌가!
“...매우 불쾌한 의견들인데.”
본인도 신경 쓰고 있던 듯, 혜선이 찌푸린 얼굴로 불평했다.
“근데 솔직히 맞잖아.”
“그러게.”
“자기 자신을 아는 건 중요한 일이지.”
하지만 다들 코웃음 치고 계속 까댔다.
“...으음.”
이혜선은 한층 불만스런 표정이 됐지만 항변할 말도 없어서 그저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성태는 지금 이혜선이 당하고 있는 모습이 꽤 재밌다고 느끼며 속으로 낄낄 웃었다가 표정을 진중하게 바꾸고는 호위대상인 웨이링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게다가 참고사항으로 다들 봤겠지만...”
“그... 성격 더럽다는 거?”
성남경이 불안하게 묻는 말에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이 더럽다.
아마도 이번 임무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장애가 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성격충돌은 실력으로 극복이 되지도 않는다.
“어떻길래?”
“소황제 중에서도 진짜 소황제라고 하니까 뭐 그 점에 대해서는 다소 각오를 해야 할 거야.”
소황제란 중국이 산아제한 정책을 하면서 자식을 하나밖에 가지지 못하게 되면서 집안 전체가 그 아이의 바라는 바를 모두 들어주다 보니 버릇이 없어져서 나오게 된 말이다. 작은 황제처럼 군다는 것인데 산아제한 정책이 사라진 지금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도 경제발전과 동시에 아이를 별반 낳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이링의 경우는 정말로 신분이 특별하기 때문에 소황제가 된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입장이다.
“그건 솔직히 자신 없는데.”
카에데가 얼굴을 찌푸렸다.
카에데도 사실 성질 나쁜 걸로 따지면 누구에게 질 입장이 아니다. 단순하게 비교해 봐도 그녀가 웨이링 보다 더 위면 위지 아래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상대의 더러운 성질을 고분고분하게 받아주라니!
성태가 부탁했다.
“내 얼굴을 봐서 좀 참아줘.”
“뭐 성태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불만스런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여겼던지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희연처럼 같은 방에서 살 것도 아니니 어느 정도 성질머리는 받아주는 정도는 사랑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그 중화신경?”
박수천이 아는체를 했다.
“맞아.”
“그게 제일 애매하던데... 가능할 것 같아?”
중화신경은 중화그룹에 전해져 내려오는 하나의 무경이다.
수호비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헌터가 되기 위한 여러 무결을 담고 있다.
중화그룹도 본질적으로는 헌터의 무력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성립되어 온 집단이다. 물리적으로 힘없는 자는 이제 도태되는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화그룹의 주인은 반드시 중화신경을 익혀 중국 최고의 헌터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권력과 부를 두고 벌어지는 무수한 이전투구에서 제아무리 돈과 권력이 있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진나라가 막 중국을 통일했을 때처럼 협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리 권력이 강한 이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지킬 수 없다면 암살의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형편이 됐으니까.
그것이 가장 극단화해서 나타난 것이 바로 이번 왕 회장의 죽음이었다.
어쨌던 그렇기 때문에 웨이링도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중화신경을 익혀 헌터로서 강력한 힘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석훈 측에서 중화그룹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동맹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제시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무경을 해석해서 그녀를 최대한 빨리 성장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가서 봐야겠지만 만의 하나의 경우는 가주에게 구원신청 보내면 되니까.”
“가주가 나선다면야 그런 무경 해석에 어려움을 겪을린 없겠지.”
“맞아. 세계에서 가장 심오하고 어려운 게 수호비무니까.”
성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비무의 최고 권위자인 이석훈이 나선다면 중화신경 정도가 해석이 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사실 중화신경이 대단한 무경임에도 선선히 이석훈 측에 공개할 수 있는 것도 웨이링의 성장이 급한 것도 있지만 수호비무가 중화신경보다 격이 더 높다고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로 얘가 성공적으로 중화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올라서면 중국이 통일되다시피 하는 거야?”
“그룹 자체가 분열되지만 않는다면 그건 틀림없어. 가주도 그걸 노리고 이제까지 중화그룹에 엄청난 투자를 해 온 거라잖아.”
성태가 카에데의 말에 확신을 담아 답했다.
극심한 무역 퇴조로 고통을 겪어온 것은 중국이 특히 심했다. 중화그룹은 중국 외부로의 확장은 물론이고 분권화되어 각각 도시국가화 된 중국의 상황을 하나의 거대한 중국으로 다시 바꾸어 경제의 규모를 늘리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 계획은 엄청난 이득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던 것이 회장의 죽음으로 인해 정지상태에 들어서게 됐는데...
웨이링이 성공적으로 그룹을 물려받는다면 당연히 급속타결 될 것이다. 어차피 이 계획은 시스템적인 것이라 웨이링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공하도록 이미 모든 것이 짜여져 있다. 웨이링이 회장에 올라서기만 하면 된다.
“정말 누가 그런 짓을 한 걸까?”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희연이 의문스럽게 말했다.
“중국이 다시 통일되면 손해 볼 자들이겠지.”
“그건 솔직히 너무 많아서...”
“그렇긴 해.”
중국은 분열은 중국에 대해서는 손해였지만 개개인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특히 중앙 권력이 붕괴하면서 각 지역에 왕과 같은 권력을 향유할 수 있게 된 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다시피 하는 중화그룹의 시도가 매우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자, 그러면 임무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어흠, 여기까지 나를 따라서 쫓아와 준데 대해 일단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군.”
“뭘 당연한 거지.”
“이런걸 가지고...”
성태의 말에 다들 웃었다. 성남경과 이혜선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실 여기까지 온 것은 성태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 때문이다.
그들의 신뢰에 든든함을 느끼면서 성태는 진지하게 말했다.
“성공하면 대단한 부와 영광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게 위험한 일인 것도 사실이야. 중화그룹의 회장이라면 대단한 강자인데 당했듯이 말이야. 그러니 다들 최선을 다하되 자기 안위를 제일로 생각해 두도록 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죽음 앞에서는 모든 영화가 의미를 잃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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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이었다.
크고 넓고 화려했다.
전형적이지 않은 중화풍으로 붉은색이 찬연했다.
그곳에 한 남자가 앉아 양복을 차려입은 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이 왔다?”
한 단락 보고가 끝나고 이야기를 듣던 남자가 되물었다.
침착하고 늙은 목소리였다.
앞에서 보고하던 자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이씨가문의 입김이 들어간 자들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이혜선이 있었습니다.”
“그럼 틀림없겠군.”
“네. 방패막들로 생각됩니다.”
“흥, 쓸모없는 짓을.”
늙은이는 혀를 차면서 이씨가문을 비웃었다.
그들이 이번 일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는 알고 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결국 그들은 중국 밖에 존재일 뿐이니까. 정보도 힘도 본토에 근간을 둔 이들과 싸워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심스럽게 보고하던 남자가 이어 말했다.
“한데 특이하게도 아마츠키 카에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자의 팔걸대를 잡고 있던 노인의 손끝이 흠칫, 떨렸다.
“아마츠키 카에데? 일본의 그 아마츠키 카에데 말인가?”
“그렇습니다. 우리측에서도 확인하고 매우 놀랐습니다.”
“그 계집애가 왜...?”
아마츠키 카에데의 이름은 유명하다.
유명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츠키 가문의 후계자이며 삼신관의 통합 후계자.
그것은 사실상 일본의 미래 그 자체가 짊어지고 있는 소녀라는 말이다. 그녀가 왜 이곳에 온단 말인가? 심지어 이씨세가와 연계되어서라니?
“일본측에서 삼신관이 비명에 죽고 아마츠키가 적대하던 파벌의 사업을 다 먹은 것과 관련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 계집애가 여기 오는게 장래 일본이 이곳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라 보는 건가?”
“이석훈은 한중일이 연결되어야만 한다 여기고 있다 들었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잠시 숙고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군. 미래의 제왕들끼리 알아 두겠다는 건가.”
“그 점은 의외로 우리가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파토가 날 것도 같습니다만...”
조심스럽게 보고하던 남자가 부언했다.
노인은 피식 웃었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는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지. 다행히 그 계집아이 성격은 제법 알아주니까. 그렇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그에 대한 대처는 충분히 해 둘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리고...”
손을 들면서 노인이 무언가 이어 말하려고 하는데 보고하던 남자가 그의 속내를 알아채고 되물었다.
“이석훈 말씀이십니까?”
“그래. 젖비린내 나는 애들만 보내 왔을린 없지 않나.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기도 하고 말이야.”
웨이링에 관련된 일은 결국 중화그룹을 그녀가 성공적으로 이어받고 선친의 계획을 실천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건 교환학생 몇을 보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석훈이 직접 와야만 한다.
“그렇긴 한데 아직은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상한데...”
노인은 의아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슬슬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이석훈이 대단하다 해도 시간에 맞출 수는 없을 텐데.
“하지만 현지에 보내둔 인원들로부터도 같은 답신이 돌아왔습니다.”
“흐음...”
“다른 자를 보낸 것이 아닐까요?”
보고하던 남자가 슬쩍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 봤다.
이석훈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노인은 고개를 저으면서 그에게 되물었다.
“중화신경의 해석을 한국에서 해낼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지?”
“그건...”
중화신경.
중화그룹의 핵심이 되는 무경. 공산당을 넘어서서 중화그룹이 신생 중국의 패자가 되도록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준 책이라 봐도 좋다.
대종사 이건의 이름값 때문에 수호비무에 비해 한 수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지만 애당초 대종사 이건과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 무경 따위는 없다. 미국도 유럽도! 그들이 자랑하는 마나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한 어떤 저술도 수호비무에 비견하긴 힘들다.
“한중일을 통틀어 이석훈에게만이 가능하다 여겨진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괴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말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삼신관이라던가?”
남자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봤다.
그것은 카에데가 실은 호위자가 아니라 스승일 수 있다는 말이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죽은 것들이기도 하고, 일본의 체계는 우리와 너무 달라서 쓸모가 없다. 게다가 그것들의 진전을 이은 카에데란 계집도 기껏해야 또래 아닌가.”
“이혜선은 어떻습니까?”
이혜선은 유명한 천재다.
수호비무를 익혔다.
그녀가 이석훈에게서 해석을 위한 요결을 이미 듣고 깨우친 상태라면 웨이링을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노인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저었다.
“천재라 해 봐야 마찬가지다. 재능만이라면 그 계집아이도 결코 밀리지 않지. 그런 어린아이들로 해석을 할 수 있다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군. 단순한 문장을 전달해서 중화신경의 이해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또한 가능할지 모르나... 중화신경은 그런 녹록한 물건이 결코 아니지.”
수호비무에 미치지 못한다 하나 중화신경은 놀라운 무경이다.
진정 체득하지 못하고서 단순히 이해를 전해들은 정도로 다른 이에게 그 진체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수의 힘이란 언어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되는 것이다. 그 심오함은 진정으로 이해한 자가 아니고서는 언어라는 방식으로 전달되지 어렵다. 아니, 언어라는 방식으로 애당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저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봐야 하겠습니까?”
“우선은 그게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겠군.”
“알겠습니다. 그러면 거기 맞춰서 대응계획을 세우겠습니다.”
“그래.”
부하가 허리를 숙이며 하는 말에 노인은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메일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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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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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