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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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08화
108화 면담(1)
이석훈은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수호비무였다.
이씨가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책은, 하지만 이씨가문의 그 누구에게 내용을 물어봐도 감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없는 난서 중의 난서이기도 했다.
이석훈 역시도 이 책에만 족히 삼십 년 이상의 세월을 투자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이석훈 역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아니, 읽고서 수련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책을 덮고서 눈을 감았다.
“.......”
눈 감은 이석훈이 뇌리에 떠올리고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데몬 프린스 영빈이 보여준 움직임과, 누군지 모를 조력자가 보여준 움직임이었다. 둘의 움직임이 수호비무에 기원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각자 달랐다.
데몬 프린스 영빈이 보여준 해석은 그야말로 철저하고도 완벽한 수호비무의 교본에 따르고 있었다. 이석훈이라도 그 정도로 완벽한 전형을 구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정체 모를 조력자의 것은 뭐랄까... 자유로웠다.
저런 방식으로 수호비무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이석훈이 감탄했을 정도로.
어느 쪽 해석이 옳은 것일까.
“......”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니, 마음이 가는 쪽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 그 대답을 이석훈은 도저히 ‘옳다’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너무 많은 것이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이석훈은 고개를 저었다.
퉁.
그런데 갑자기 창문이 흔들렸다.
이석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고, 창문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창밖에서 한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 조력자였다.
“왔나.”
“실례하겠습니다.”
그 정체불명의 조력자는 넉살 좋게 이석훈의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방안 의자 중 하나에 편안하게 앉았다. 이석훈도 그 맞은 편에 앉았다.
“기다리고 있었네.”
“그것 영광이군요.”
“정체를 밝히지 않겠나.”
이석훈은 일단 그 점을 청했다.
역시 앞으로 장기적으로 관계를 쌓아나가려 한다면 얼굴을 가리고서 자기를 감추는 자를 믿기는 힘든 일이다.
“이거 실례.”
성태도 그 점은 이해하고 있었기에 얼굴을 가리던 복면을 벗었다. 그리고 성태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을 보고 이석훈은 깜짝 놀랐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젊다’라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정말로, 지금 성태는 너무나 젊었다.
“...생각보다 젊은 얼굴이군.”
“그래서 감춘 것이지요.”
“하긴, 떳떳이 세상에 나오면 많은 것들이 곤란해졌을 것 같군. 그러나 그것이 자네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지 않나?”
이석훈이 물었다.
세상은 영웅에 굶주려 있다.
젊은 강자란 무엇보다 대중이 원하는 상에 걸맞은 영웅이다. 성태가 자신을 세상에 떳떳이 드러냈다면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의! 하지만 그 관심은 그만큼 그에게 주어지는 게 많을 거란 걸 뜻하기도 한다.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혹 많은 강자는 먹잇감에 불과한 법 아니겠습니까.”
“나이답지 않은 말이군.”
부정할 수 없는 말에 헛웃음을 보이면서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런 말을 자주 듣긴 합니다.”
하긴 대중은 열광해도 헌터들은 과연 이런 젊고 강한 헌터의 등장에 어떨까...
탐탁지 않게 여길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헌터의 세계도 이미 강고한 기득권 체제가 만들어져 있다. 도전자를 반가워하는 권력은 없다. 그들은 이 강력하고 젊은 헌터가 지나치게 성장하기 전 길들여 사용하기 좋은 개로 만들려 할 것이다.
이석훈 그 자신도 그런 기득권의 하나가 아니라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것도 물어봐야 소용없겠군.”
“죄송합니다. 물론 그런 만큼 여기서 저에 대해 알게 되신 것도 침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건 안심하게.”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에게 은혜를 입어서가 아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이 정도 헌터와의 관계는 잘 쌓아둬서 득이면 득이지 손해될 것이 없다. 괜한 짓으로 사이가 틀어질 짓은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호감은 필요하다.
“말이 잘 통하셔서 기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물어야 하겠는데...”
약간 낮은 어투로 이석훈이 말을 꺼냈다.
성태는 그가 물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게 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수호비무에 관한 것입니까?”
“그렇네. 그건 어떻게 된 것이지?”
“독학했습니다.”
껄껄. 성태의 대답이 돌아오자마자 그런 웃음소리가 방안에 널리 퍼졌다. 정말로 멋진 농담을 들어서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 드러나는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터져나올 때처럼 갑자기 뚝 그쳤다.
이어 철혈의 가면을 쓴 것처럼 굳은 표정이 되어 이석훈이 성태를 바라봤다.
“그 말을 내가 믿으리라 생각하나?”
수호비무는 공개된 책이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수호비무에 대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곳은 역시 이씨가문이다. 그곳이 아니고서는 그 책에 대한 이해를 보장할 수 없다.
성태는 난처한 표정으로 준비한 변명을 꺼냈다.
“의아해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만... 저는 지경의 구슬을 습득했습니다.”
“지경의 구슬이라고?”
“네. 제가 수호비무에 대해 제법 높은 이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 봐도 무방하겠지요.”
기실 성태의 경우는 궁극적인 마나 이해력을 얻은 덕분에 그 이해력을 바탕으로 수호비무를 해석했기에 비견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밝힐 수는 없는 만큼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역시 지경의 구슬 같은 변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태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의 그의 높은 수준만 접하게 되면 그 설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지금 이석훈처럼.
이석훈이 진중한 얼굴로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성태는 슬쩍 물었다.
“이씨가문의 진전이 이어진 것인가 생각하십니까?”
“그렇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비무에 대해 성태가 보인 높은 이해를 보자면 충분히 그 지경의 구슬이라는 것이 이씨가문 가운데 누군가의 이해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겠지요. 하지만 지식이 이어졌다고 해서 기억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 한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성태는 이 주제로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 난처할 수 있겠다 싶어 슬쩍 흘리듯이 말했다. 이석훈도 확실히 이렇다 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던 듯 고개를 끄덕이고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서, 바라는 게 뭔가?”
결국, 이것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도움을 받고 주었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양자의 진짜 목적이다.
그렇기에 성태는 찾아왔고, 이석훈은 기다렸다.
“우선,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성태는 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이석훈은 그것을 받았다.
“이건...?”
“덴노의 편지입니다.”
노골적인 놀라움이 이석훈의 표정에 잠시 스쳤고, 그는 이내 평정을 되찾은 표정으로 편지르 꺼내면서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물인 모양이군.”
“그 정도까지는.”
성태는 빙긋 웃었다.
이석훈은 성태가 내민 편지의 내용을 열중해 읽었다. 곧 그의 눈동자가 움직임을 멈췄고, 편지에 머무르던 시선이 올라왔다.
“,,,흠. 이해했네.”
“아마 뜻하시는 바에도 일치하는 내용 아니겠습니까?”
성태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일본과 한국의 통상교역 재개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고, 관련된 사업 일체를 이 편지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에게 맡긴다는 것이었다. 일본과의 교역 재개는 이석훈 측에서도 꽤나 강하게 밀고 나가려던 것인 만큼 양자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그렇긴 하군. 하지만 이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네.”
“어째서?”
“우리가 피해자이기 때문이지.”
이석훈의 말에 성태는 난처한 표정이 됐다.
역시 이씨가문, 녹록한 상대는 아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 데몬 프린스의 강림에 일본쪽이 얽혀 있었다는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 점을 고려하게 된다면 일본과의 교역을 단순히 재개하는 건 수지에 맞지 않는다. 설령 그걸 요청한 세력이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과 적대관계에 있었다고 해도.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결국 한국 내 자발적 내통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쪽도 여러모로 국수주의적인 입장이 강해진 환경이니만큼 체면을 깎는 요구를 하게 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겁니다.”
“그건 이해하겠네. 하지만 저쪽은 삼신관이 움직였지. 시시한 길드와 헌터가 엮인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봐야하지.”
성태의 말은 먹히지 않았다. 하긴 삼신관이 얽혀서 한국에다가 일을 저질렀다. 이걸 널리 공표하지 않은 것만 해도 실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대단한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성태도 그런 사정 정도는 안다.
“뭐 그래서 주도권은 이쪽이 쥐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네가 쥐는 게 아닌가.”
이석훈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덴노의 편지에 일을 성태에게 일임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그게 한국에 대한 사죄라 볼 수 있을까?
“저는 어디까지나 한국인이니까.”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해도 그런 건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건 인정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이석훈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이 젊은이가 정말로 젊은이답지 않은 노련미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강하고 신비로운 것만이 아니라 세상의 생리를 아주 잘 안다는 느낌이 든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만한. 재미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네.”
“그렇겠죠.”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석훈이 말하는 것은 양국간의 교류에 따른 주도권 싸움이나 일본이 저지른 일에 대한 사죄배상 문제 같은 것이 아니다.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중국 쪽이 뚫리지 않고서는 양국의 교류가 시작되어도 비용이 이익을 넘어설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본질적인 것이란, 교역에 따른 이익을 뜻한다.
교역로의 보호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불만 가지이므로 그 이상의 수익을 상호간에 얻어낼 수 없다면 아무리 지금의 폐쇄상태가 서로에게 독이라 해도 깨기 힘들다.
하지만 이걸 깰 수 있을 정도의 교역 시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여기서 중국이 참여해야만 한다. 시장도 시장이지만 각종 자원을 싸게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국을 뚫을 수 없겠습니까?”
약간 걱정하면서 성태는 물었다.
중국이 막힌 상황이라면 확실히 앞으로 하려는 일 전부가 곤란해진다. 중동쪽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막히는 꼴이 되고 만다.
한데, 이석훈이 매우 놀라운 말을 꺼냈다.
“실은 그걸 부탁하고 싶네.”
알파메일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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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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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