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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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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알파메일 137화

137화 중국공산당(1)

 

 

 

 

 

중국 무술은 소림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달마가 가져왔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인지는 모른다. 달마 자체가 신화적인 인물이니까.

 

여기서 다양한 무공이 발전하여 소림권, 팔극권이나 태극권 같은 것들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과거 동양에 대한 신비 때문에 과대평가되던 시절을 제외하고 과학의 시대에 들어가게 되면 이런 무술들은 싸구려 차력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만다.

 

체계적인 훈련과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키는 과학적 훈련 방법 앞에서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사실 신해혁명을 비롯해서 격통의 근대 중국사를 살펴보면 무술을 공부했다고 하는 이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학살이나 당하던 양아치에 불과했다. 이들에 대한 신비로운 평가나 존경이 오래된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 해서 그런 무공이 정말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맨몸을 쓴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여러 원리를 발견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팔극권이 중시하는 진각이나 태극권이 중요시하는 원운동 같은 것도 모두 거기 속한다.

 

단지 그들이 개발한 방식으로는 그런 원리들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중국 무술은 건강법의 하나 정도로, 혹은 취미나 호기심의 영역 정도로 취급되면서 몰락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반전의 계기가 나타났다.

 

모든 것을 바꾸는 계기이기도 했다.

 

바로 몬스터와 던전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무술은 부활한다.

 

정확히는 무술은 마나와, 그리고 스텟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부활한다. 그 부활의 융성이 가장 활발했던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었다.

 

그들은 잊혔고, 묻혔던 과거의 유산을 새로이 발굴해 재개발하고 현재의 새로운 상황 속에서 활용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놀라운 성과들이 나타났다.

 

전국시대의 제자백가들이 그러한 것처럼 무수한 무술학파가 생겨났고, 거기서 배출된 헌터들이 저마다의 힘을 뽐내며 맹을 만들었다. 일종의 이야기 속의 무협 세계가 현실에 등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실 중화신경 역시 이때 만들어진 절세 무경중 하나이며, 중화 그룹은 당시 결성되었던 거대 헌터 동맹의 후신이다.

 

그리고 이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 또한 많았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헌터의 시대라는 것이고, 변한 것은 그 헌터의 서열이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 최고의 고수, 무협으로 치자면 천하제일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패왕봉검수 시 젠수다. 그는 현 공산당의 제일위 권력자로서 총 당 서기이기도 했다.

 

 

 

 

 

***

 

 

 

 

 

시 젠수는 북경의 자신의 집무실에서 주요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대부분이 서류 결재였다.

 

하지만 그 내용이 매우 험악했다. 대체로 분리주의자들의 처단에 관련된 것으로 군사 행동이나 시위 진압, 고문 승인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피에 절은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도록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던 그는 잠시 멈추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흠, 더러운 분리주의자 놈들은 도무지 끊이지 않는군.”

 

그가 지금 결재하는 서류의 대부분은 분리주의자에 의한 시위나 테러 활동에 대한 진압에 관련된 것이다.

 

몬스터와 헌터가 나타난 이후 중국은 격변기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 바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중국은 여러 민족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곳이다. 한족이 핵심이긴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다른 소수민족이 다수인 곳도 있다. 그런 곳 가운데서는 강렬한 독립의지를 품은 곳도 있다.

 

티베트가 대표적이다. 같은 한족이지만 대만이나 홍콩의 경우도 하나의 중국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하나의 중국은 유지됐다.

 

중국 자체가 강력했고 공산당의 일당 독재의 권위가 무지막지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한다.

 

저기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이 경제 쇠퇴였다.

 

몬스터로 인해 세계의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무역으로 먹고살다시피 하던 중국은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의 정체 체제에 인민들이 불만이 많으나 동조하던 것은 어디까지 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경제 발전이 몬스터로 인해 몽땅 끊어졌으니 불만이 터지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중국의 호구 정책은 중국 서부를 착취해서 동부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그때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제 중국의 경제가 쇠퇴하면서 착취당하던 중서부 농민공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다.

 

그런 형편에 하나의 중국을 부르짖으며 개발된 특정 지역에 자원을 몰아주려는 공산당의 정책이란 게 계속 유지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엄청난 반발이 중국 각지에서 들끓게 된다.

 

그래서 지난 200년 중국 공산당의 역사는 분리주의자들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산당의 권위도 겨우 이 정도인가.”

 

그 공산당의 당 서기인 시 젠수는 한숨을 쉬었다.

 

본래 헌터 출신이었다가 공산당의 초청을 받아 당 서기의 지위까지 이른 그는 천하제일 고수지만 헌터라기보다는 공안으로서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는 사람이다.

 

그의 전적 역시 강력한 몬스터들을 때려잡는 것보다 각 지역 분리를 주동한 자들을 끌어모으던 핵심적인 강자를 처단하는 것이기도 했다.

 

죽음과 학살은 그래서 그에겐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인간인 이상 이런 일이 줄지도 않고 계속된다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끼지 않기는 어려웠다.

 

그 엄청난 학살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무량은 줄기는커녕 증가할 뿐이었고, 이것은 하나의 중국이 폐기되고 중국 자체가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운명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 젠수가 짜증스러워하는 와중에 그의 집무실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무심하게 그가 답하자 당원복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경례했다.

 

북경 쪽 정보부 부장이었다.

 

그는 경례를 마친 다음 전화를 내밀었다.

 

당 서기인 그에게 몇몇에게만 번호가 알려진 전화기다. 그걸로 연락하는 이들은 시 젠수에게 복잡한 절차를 건너뛰고 통화할 수 있다.

 

시 젠수는 전화를 받으며 부장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왕 첸수로부터 연락입니다.”

 

왕 첸수란 이름을 듣는 순간 시 젠수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왕 첸수에 대한 그의 감정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중화 그룹 전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중화 그룹의 각 지부가 분리주의자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하지만 중국 각지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경제를 장악하는 그들은 공산당은 물론 지방 유지들과 이미 결탁해 있어서 쉽게 내칠 수도 없다.

 

특히 과거의 그룹 회장이었던 왕 탄핑은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린다. 그가 추구하던 계획이 실현됐다면 중국이 어찌 됐을지……

 

하지만 왕 탄핑은 시 젠수와 대등한 대결이 가능한 압도적인 강자인 데다 중화 그룹의 주인으로서 정치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힘이 있어서 시 젠수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찌나 안도했던지!

 

“그 여우가 무슨 일이지?”

 

“아마 오늘 있는 중화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중화연이라.”

 

중화연이란 이름이 나오니 시 젠수도 거절할 수는 없겠다 여겼다.

 

일개 그룹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그 중화연의 결과에 중국의 운명이 적잖게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시 젠수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시오?”

 

“그간 격조했습니다.”

 

노쇠하지만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로가 서로의 친절함이 가면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웃기는 태도라 여기면서 시 젠수는 그에 답했다.

 

“하하, 별수 없는 일이지. 서로 바쁜 몸이니까.”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서로 귀찮게 간을 볼 입장은 아니지 않소?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편하군요. 실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입니다.”

 

시 젠수의 말에 왕 첸수가 즉각 넘어왔다.

 

중화 그룹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면에서 이야기가 빨라 왕 첸수가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다.

 

“말해 보시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포위해 주십시오.”

 

잠시 시 젠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올림픽 경기장이라면 지금 그 중화연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아닌가?

 

시 젠수는 당혹스럽게 말했다.

 

“갑자기 놀라운 말을 하는군.”

 

“저희 그룹을 평소에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야 예뻐하긴 힘들지.”

 

“하지만 저는 평소 서기님의 뜻에 동의해 왔습니다.”

 

“흐음.”

 

왕 첸수의 말에 시 젠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화 그룹의 핵심부에 있는 놈이 하는 말이다. 무작정 믿을 수는 없지만 평상시 그가 당의 원칙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단지 북경이라는 위치상 사업상의 필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또 일관성이 있어서 아주 입 발린 말은 아닐 것이다.

 

“좋은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은밀하게 왕 첸수가 말했다.

 

시 젠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중화 그룹을 제압한다라……

 

확실히 매력적인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당의 권위와 힘은 엄청나게 강화될 것이다.

 

“혐의는?”

 

“이쪽에서 마련해 둔 것이 있습니다.”

 

“알 만하군.”

 

“괜찮지 않겠습니까?”

 

시 젠수는 피식 웃었다.

 

이 늙은이의 전체 계획은 들을 것도 없이 뻔했다.

 

“제압 후 자네에게 그룹을 넘기라는 것 같은데…… 그래서 정부에게 이후 충실히 복종할 거란 장담은 어떻게 하지?”

 

“싸게 신주 발행을 하겠습니다. 그것을 당에서 거두어 가시면…….”

 

“당이 그룹의 대주주가 되라는 건가?”

 

“제게도 우호 지분이 필요하니 아주 좋은 방식이 아니겠습니까?”

 

“좋아.”

 

시 젠수는 즉각 응했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것이라면 중화 그룹이라는 개새끼에게 어떻게 목줄을 채우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주식이라는 방식으로 그걸 채울 수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사합니다.”

 

시 젠수가 답을 돌리자 왕 첸수는 인사한 다음 통화를 끊었다.

 

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시 젠수는 껄껄 웃었다. 한참을 웃던 그가 웃음을 멈췄을 때는 이미 전사의 표정이 되어 있었다.

 

“이거 하늘이 중국을 돕는군.”

 

하나의 중국에 있어 가장 방해되던 것이 중화 그룹이었다.

 

중국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는 엄청난 규모와 빈도의 분리주의 운동의 뒤에 있는 것도 중화 그룹이었다.

 

그것들의 목에 목줄을 채울 수 있다면 이 혼란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다.

 

“중화 그룹을 막아내면…… 드디어 끔찍한 분리주의자 놈들을 일소할 수 있다!”

 

시 젠수는 열의에 차서 으르렁거리는 짐승처럼 중얼거렸다.

 

이걸로 세계는 바뀐다!

 

 

 

 

 

***

 

 

 

 

 

돌아온 웨이링을 성태 일행은 크게 환영했다.

 

“축하해!”

 

“잘했어!”

 

“굉장하던걸.”

 

“모두 고마워.”

 

동기들의 축하 가운데 웨이링은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녀는 방금 70 대 30의 판정으로 후계자 자리를 굳히고 돌아온 참이었다. 약간의 불안도 있었지만 드러난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알파메일 137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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