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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31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31화

131화 음모의 시간(1)

 

 

 

 

 

붉은 방이었다.

 

그 방에 노인과 장년의 남자가 의자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중화풍의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단정하고 잘생긴 용모였지만 얼음장처럼 무뚝뚝한 표정이 흠이었다.

 

진 샤오였다.

 

노인은 진 샤오에게 물었다.

 

“어떠냐?”

 

“문제없습니다.”

 

얼굴과 마찬가지로 표정이랄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대답이었다. 인간미가 거세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노인은 도리어 그것이 만족스러운 듯 희미하게 웃으며 청했다.

 

“보여줄 수 있겠느냐?”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진 샤오는 허리춤에서 스릉 소리를 내며 한 자루 검을 꺼냈다. 혁대처럼 차고 있던 연검이었다.

 

그가 그 연검을 들고 학과 같은 자세를 취하자마자 하늘거리던 연검이 단숨에 빳빳해지며 파란 마나의 힘을 띠기 시작했다. 이제 이 연검은 설령 거기 아무런 마법이 본래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강철을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됐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진 샤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기세를!

 

태풍의 격렬함을!

 

물의 유려함을!

 

만물의 그리됨을 담은 동작들이었다.

 

그것은 일찍이 성태 일행이 영상을 통해 보았던 진 샤오의 연무보다도 월등한 것이었다.

 

그리고 진 샤오의 검에 깃들었던 빳빳한 힘이 사그라지고, 그는 검을 수납한 다음 포권하면서 검을 허리춤에 수납했다.

 

노인도, 장년인도 진 샤오가 지금 보여준 것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좋구나.”

 

“감사합니다.”

 

“이번 일에 걸린 것이 정말 크다. 반드시 이겨내야 할 것이다.”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말에는 결의가 드러나 있으되 억양과 표정에서는 여전히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하게 말했다.

 

“후후, 그래. 이건 내 일만이 아니니 말이다.”

 

그 말에 처음으로 흠칫하면서 청년의 표정에 변화가 드러나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대양에 빠뜨린 한 방울 잉크처럼 그 흠칫 변모했던 표정은 사라졌다.

 

그는 줄곧 그러했던 무미한 어조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물러가라.”

 

노인이 말했고, 청년은 포권을 해 보인 다음 방을 나섰다.

 

이제 남은 것은 둘뿐이었다.

 

장년의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대단하군요.”

 

“흥, 저놈을 위해 우리가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

 

“별것 아니라고 하기엔 그 투자의 과실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후후, 그건 인정하겠네.”

 

노인을 놀리듯이 장년인이 빙긋 웃으며 지적하는 말에 노인도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진 샤오를 키움으로써 그들은 단순한 자산 가치로만 따져도 2조 위안에 가까운 거대 상업 집단을 집어삼키게 된다.

 

게다가 자산 가치만 그런 것이다. 이 그룹을 통해 중국 전역에 행사할 수 있는 꽌시의 권력은 그 자산 가치 이상의 보물로 평가될 만한 것이다.

 

“그 계집애는 어떻겠습니까?”

 

“지금쯤 울면서 허둥대고 있겠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테니 말이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의외였습니다. 결국 이석훈이 움직이지 않다니.”

 

클클 웃으며 노인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년인이 말했다.

 

이석훈에 대한 감시는 사실상 십 년 가까이 이루어져 왔었고, 이번에 수호대에서 교환 학생이 오면서 그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석훈이 직접 움직여서 웨이링을 가르친다면 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석훈은 서울에서 꿈쩍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중국 쪽의 감시가 철저했다 해도 이 정도로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확실히 특이한 일이었다.

 

“이미 글렀다는 정도는 알아챘겠지.”

 

“역시 진 샤오 때문에?”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그게 전부였다.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네. 그런 걸 보면 제아무리 이석훈이 날고 기어도 두 손 드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진 샤오의 훈련 영상을 내보낸 것은 물론 의도된 것이었다.

 

웨이링을 절망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가 이석훈에 대한 경고였다. 이제 대세는 결정 났으니 쓸데없는 생각은 마는 것이 좋으리라는.

 

“하긴 그렇습니다.”

 

“후후 그 말 안 듣는 계집은 공산당 간부의 처로나 들어가서 그룹을 위한 초석이 되어 주면 그걸로 족한 거지.”

 

“아쉽군요. 이석훈의 아들에게 그 아이를 주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승리를 확신한 두 사람은 웨이링을 사후 어떻게 쓸지에 대해 벌써 논의했다.

 

헌터의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역시 여자란 정략의 재료로 가치가 높다. 아니, 헌터의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강자가 법과 정의의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제한 없이 여자나 남자를 거느리는 것도 가능해진 시대다.

 

웨이링 정도의 미모에다 그녀의 재산이라면 탐내는 유력자는 중국에서만 끝도 없을 것이다.

 

한데 누구에게 넘길지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서로 갈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석훈의 아들이라…… 들어본 적이 있군.”

 

“대단한 천재라고 합니다.”

 

“알고 있네. 지금은 칩거 중이라 들었지만.”

 

이영빈의 명성은 대단히 높다.

 

헌터의 시대는 천재에 대한 주목도와 관심을 크게 높였기 때문에 그런 천재들 가운데서도 최고라는 소리를 듣던, 심지어 대종사 이건에 비견된다는 그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적을 수가 없다.

 

장년인은 그 이영빈이라면 웨이링을 주기에 괜찮지 않은가 여겼다. 지금은 적대하지만 그걸 기회로 이씨 가문과 협력할 수도 있을 테고, 또 후대에 나올 아이를 그룹에 끼워 넣을 수 있다면 그 역시 매력적인 일이다.

 

“이석훈만 해도 결맹을 하기에는 매력적인 상대입니다. 좋지 않습니까?”

 

“그러나 집안에 호랑이를 키우는 꼴이야. 내치는 것만 못하네.”

 

그러나 노인은 장년인과는 생각이 달랐다.

 

이용가치가 있는 상대라는 건 알겠지만 이용가치 이상의 위험성을 품고 있는 자들이기도 했다. 이쪽에서 확실히 상대의 목줄을 쥘 방도가 있지 않는 한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게 진심이다.

 

“그럴까요.”

 

“게다가 그 계집아이가 아예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는 이들의 숫자는 적지 않지. 이석훈과 연결하면 입지가 강해질 테니 그들이 반발하게 되네. 이번에 크게 일이 벌어졌던 것, 듣지 못했나.”

 

“들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걸까요?”

 

“글쎄. 워낙 많고 그놈들 중에는 힘센 것들도 적지 않으니. 하지만 만일 우리 그룹 내의 파벌 중 한 곳에서 벌였다면 어리석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일이야.”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장년인도 노인의 생각에 확실히 동의했다.

 

“중화연을 통해 확실히 매장하지 않으면 분란의 씨앗이 되니 말입니다.”

 

중화연이란 방식으로 만인 앞에서 웨이링을 묻지 못하면 웨이링은 일종의 환상으로 계속 남게 된다. 그러면 그룹 내의 반발자들은 그 환상을 중심으로 계속 모여들어 힘을 기르고 자신들에게 반항하게 될 것이다.

 

“하긴 그걸 바라는 놈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중화의 배신자일 것입니다.”

 

장년인이 말했다.

 

그룹의 통일을 거북하게 생각하는 놈은 물론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초거대 그룹인 중화 그룹은 각 파벌의 주인이 나라의 주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룹이 확실히 하나로 통합되게 되면 그 권력과 특권을 모두 내려놓게 될 텐데 안타깝게 여기고 분열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놈이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그러나 중화 그룹은 중국의 운명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들이 계속 분열되어 반목만 계속하는 것은 중화와 인민의 운명에 악영향을 끼친다.

 

노인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나 된 중국을 다시 수립하고 세계에 패권을 떨치는 것이 우리 한족의 사명이다. 그걸 방해하는 건 그 무엇이 되었든 걷어 치워야 한다.”

 

“설령 혈족이라 해도.”

 

“그렇다. 설령 혈족이라 해도.”

 

혈족이라 해도 이 일에 방해된다면 주저 없이 제거하고 말겠다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칼날 같은 예기가 무시무시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를 위해 소를 버린다!

 

궁색한 말 같지만 실은 세상은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어 장년인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진 샤오는 어떻게……?”

 

배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진 샤오에 대한 것도 빠질 수 없다. 적어도 장년인이 아는 한 진 샤오는 별로 그들에게 충성할 인물이 아니다.

 

노인은 코웃음 쳤다.

 

“어차피 녀석의 혈족이 모두 우리 손아귀에 있는 이상 걱정할 건 없다.”

 

“그러나 권력은 혈족에 대한 집착을 넘어섭니다. 녀석이 이번에 성공하고 나면 명목상이라 하나 진정한 후계자가 됩니다.”

 

이것이 문제였다.

 

허수아비라 하나 정점에 선 허수아비다.

 

작심한다면 실제로 권력을 쓸 수 있다. 그로 인해 기껏 해낸 모든 일들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것도 예상하고 있다.”

 

“방책이 있습니까?”

 

“그 녀석이 이렇게 강해진 이유가 뭐라 생각하지?”

 

“그야 훈련을…….”

 

장년인의 말에 노인은 무릎을 치며 껄껄 웃었다.

 

“하하하, 단순히 노력해서 저렇게 강해질 수 있다면 헌터가 되는 게 그토록 고될 리가 없지 않겠나? 재능만이라면 아쉽게도 그 계집에 비해 크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

 

“그러면?”

 

“그놈에게는 엄청난 것들이 들어갔어. 온갖 괴물의 정수와 저주받은 아이템들이.”

 

“역시 그렇습니까. 위험한 짓을 하셨군요.”

 

음산하게 웃으면서 노인이 하는 말에 장년인은 고개를 저었다.

 

진 샤오의 성취가 너무 뛰어나다 했더니, 역시 금단의 길을 밟았던 모양이다.

 

던전에서 나오는 다양한 산물들은 한 명의 헌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육체를 강건히 하거나 마나를 성장시키고 스킬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

 

마나석과 스킬, 그리고 장착 아이템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넘어선 방식을 취하면 부작용도 그만큼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용한 이의 몸이 변이해 버린다든가, 갑자기 늙어 쇠약해지거나 돌연사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최악은 악마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그렇게 강해진 상태에서 무차별 살육을 벌이는 것이다. 심지어 그 자신이 몬스터로 변형되어 그런 파괴를 자행하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서 헌터들에게 던전에서 취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잘 나누고 위험한 것에 눈길도 주지 않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한데 그런 금기를 깡그리 무시했다니…….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과실이 너무 달고 크다고. 이 정도도 감수하지 않고서야 그런 걸 맛볼 자격이 없다고 하겠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선 정작 진 샤오 저 녀석의 제어가 곤란해지지 않습니까?”

 

장년인이 걱정하는 건 이 부분이었다.

 

특별히 진 샤오를 아끼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물론 강하다면 편리한 도구니 오래도록 별 탈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긴 하지만 일이 끝나면 폐기해도 그뿐이다.

 

하지만 그런 금기를 범해 가며 키운 놈이라면 몸과 마음이 지극히 불안정할 테고 사소한 계기에도 그 균형이 깨져 미쳐 날뛸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해도 그런 수단을 통해 키운 만큼 막강할 텐데…….

 

강한 것이 권력까지 쥐면 제어가 힘들기 마련.

 

노인은 빙그레 웃었다.

 

“심장에 칼을 꽂아 뒀지.”

 

“심장에 칼이라면…….”

 

장년인이 놀란 표정이 됐다.

 

퍼뜩 떠오른 것이 있지만 설마 그것일까…….

 

노인이 말했다.

 

“맹약의 칼 말이야.”

 

설마 했더니 그게 맞았다.

 

 

 

 

 

알파메일 131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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