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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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63화
163화 헤븐즈 도어(2)
“문이다.”
“차원의 문인가?”
“하지만 저런 규모는 또 처음이군요.”
모두 외경의 시선으로 그 문을 바라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확실히 저건 성스러운 힘을 내뿜고 크기가 크다는 걸 제외하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던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저것도 어딘가 던전으로 연결되기라도 하는 것일까?
일동이 긴장하며 그런 생각을 할 때 갑자기 로드 주니어가 외쳤다.
“천국의, 천국의 문이다!”
“로드 주니어?!”
모두 놀라면서 로드 주니어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외쳤다.
“틀림없습니다! 저것은 천국의 문!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열쇠를 맡겼던 그 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생뚱맞은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갑자기 천국이라니?
“아니, 뭐…….”
“성스러운 기운이란 건 알겠지만…….”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기독교의 영향이 강하다더니 저 정도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인 거 같군요.”
카에데는 로드 주니어를 반쯤 비웃다시피 그런 말을 했다.
성태의 입장에선 황당한 소리였다.
‘신도에 나라가 귀의하다시피 한 일본에서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라도 보는데…….’
국가가 전력을 다해서 삼신기라고 하는 신도적인 물건을 만드는 데다 천황도 이러한 전통에 연속되어 그 권위를 살리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미국이 청교도적인 전통이 강하긴 하지만 천황이라는 상징에 얽매여 신도를 사실상 국가 신앙화하고 있는 일본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것도 황당해 보였다.
물론 성태의 저런 말을 일본인인 카에데가 들었다면 크게 반발했을 것이다.
신도라는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일본인이긴 하지만 그건 흔히 말하는 종교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인이 제사를 지낸다고 유교 신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주변의 냉담한 평가가 억울했던 듯 로드 주니어는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역설했다.
“아니, 정말이라니까……. 성경의 묘사와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문이 저렇게 충만한 성스러운 힘과 함께 바로 여기 베드로 대성당의 위에 떠 있는 겁니다! 천국의 문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확실히 베드로 대성당은 베드로의 무덤이 그곳에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베드로는 천국의 열쇠를 위임받은 제자이니 그 위에 문이 생기면 그것이 바로 천국의 문이라고 당장 연상하고 싶어지는 것이 기독교적 전통에 귀속된 사람의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으음, 그냥 우연의 일치 같은데.”
“맞아.”
“우리도 그렇게 믿고 싶긴 하지만…….”
“희망을 섞어 해석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군.”
그러나 로드 주니어를 빼고는 그런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친하지 않아서인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곧 저것이 뭔지는 확실해질 것이다. 당장 저게 천국의 문인지 아닌지 따위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었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였다.
성스러운 힘을 뿌리던 거대한 문이 한 차례 더 강한 빛을 내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사라졌다?!”
“실패한 건가?!”
“그럴 수가!”
다들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어 얼굴이 굳었다.
문이 사라지면서 성스러운 힘도 크게 약해졌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조짐은 분명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우려에 누군가 답했다.
-아닙니다.
성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렇게밖에 해석할 수 없는 힘을 가득 담고 있었다. 다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라진 문의 아래, 그러니까 오이겐이 있던 장소였다.
거기 오이겐이 다시 눈 뜬 채 서 있었다.
“오이겐……!”
“뭔가…….”
“사람?”
“아니, 이건 절대 사람의 기운이 아니야.”
다들 그녀를 보고서 당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외견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그녀에게서 은은히 뿜어져 나오는 힘이 이전과는 현격히 달랐다.
양은 적지만 분명히 빛의 기둥이 생기고, 하늘에 거대한 문이 발생하면서 이곳을 휘감았던 그 강렬한 성스러운 기운과 동일한 것이었다.
성태의 표정이 퍼뜩 변했다.
‘그랬구만. 그래서 내가 몰랐던 거였어! 이 일은 실패하거나 아예 시행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니 오이겐에 대해서도 내가 알 리가 없지. 이 황당한 이차원에 대해서 알려진 건 내가 있던 세계에선 훨씬 뒤였으니……!’
성태는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탐색이라 불리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있었고, 이것을 통해 천국의 차원을 발견했다는 것은 성태의 원래 세계에서도 알려져 있었다.
다만 그 세계를 직접적으로 소환해 로마를 탈환한다는 작전은 시행된 적이 없었다.
그 세계의 존재는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여러 해가 지나서야 핵심 헌터들에게 알려지고 상호 소통 역시 제한적인 방식일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렇게 아예 문을 소환했다니.
확실히 역사는 바뀌고 있었다.
그것이 성태가 원하는 방향인가 하는 점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어 오이겐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의 크기는 더 커졌다.
성스러운 기운에 압도되고, 그 강함에 동시에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존 도우가 물었다.
“음, 처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어. 당신, 인간이 아니었군.”
-속인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권품천사 아르헬. 사악한 판테온의 무리들을 제거하기 위해 지상의 몸을 부여받은 천사입니다. 하지만 그냥 오이겐이라 불러주세요. 저로서도 그러는 편이 이쪽에서 활동하기엔 더 편합니다. 지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제 강림이 가능하였으니 이제 저들을 처단할 차례입니다.
일행 앞에 선 오이겐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권품천사……!”
“와, 이거 스케일이 단번에 어마어마해지는데…….”
권품천사는 천사의 위계 가운데 제법 높은 쪽에 속한다. 국가의 수호신급이다. 그들 이상의 천사는 대천사다.
대천사는 사실상 신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카엘 같은 네임드 천사가 바로 대천사다.
“설마 진짜 천국인 건가?”
“제가 뭐라 했습니까!”
로드 주니어가 유독 기쁜 표정으로 외쳤다.
하기야 바로 조금 전에 천국의 문이라고 했다가 모두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걸 접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반응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희연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었다.
“그러면 야훼도 있는 거야?”
모든 이가 궁금할 질문이기도 했다.
오이겐이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한 미소를 선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분은 만물을 보살피며 온 우주를 살피고 있습니다.
모두 놀라워하는 표정이 됐다.
그러는 와중에도 기쁜 표정이 되는 이도 있었고, 회의적인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어디서 쌩구라를…….’
성태는 코웃음 쳤다.
천국에 대해 이미 아는 바가 있는 성태는 오이겐의 말이 종교인의 발언과 같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 신이 있는 게 아니라 저들도 지구의 종교인들과 같이 그런 존재를 신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과 천사는 하등 다를 게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악마도 마찬가지의 존재다.
서로 싸우고, 죽일 수 있는.
그것이 제아무리 강대한 존재라 해도!
그렇기에 성태는 바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희연이 당연히 이어질 질문을 했다.
인류를 대표하는 질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이겐이 그녀의 말을 자르고 화제를 돌렸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그만두지요.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습니다.
“으음, 확실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엄청나게 많은 헌터들이 피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제 이 기회를 살려 악을 처단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뿐이다.
성남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그러나 홀로는 아무리 권품천사라 해도…….”
“상대는 데몬 프린세스. 호각이라 해도 그 악마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이 열린 이상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오이겐은 그들의 걱정에 빙긋 웃어 보인 다음 손을 그었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로 천사의 날개처럼 마나가 모여들어 넉 장의 날개를 만들었다.
동시에 그녀가 뿜어내던 성스러운 힘이 한층 강해지더니 공간이 변형됐다.
-아아아아!
변형된 공간으로부터 오이겐에 비해서는 격이 떨어지지만 하나하나가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며 불꽃의 눈을 하고 검과 갑옷을 차려입은 천사의 무리가 나타나 그녀의 주변에 시립했다.
“천사의 군세……!”
“쩐다…….”
“이제 우리는 이겼어! 전부 다 끝난 거야!”
그 모습에 모두 감격했다.
하나하나가 강하다고 평가될 몬스터들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게 명백했다. 이런 전력을 가지고서 패배를 생각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즐거워하는 일행을 보면서 오이겐이 외쳤다.
-자, 다 함께 전장으로 가 저 악을 처단합시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물론입니다!”
“기다리던 바입니다!”
“혼란스럽지만 그러지요.”
“그게 좋겠군요.”
대답하자마자 일행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강력한 마나의 힘이 그들을 휘어 감은 것이다. 이어 오이겐의 몸이 떠올랐다. 그다음 순간, 그들은 하늘을 가로질렀다. 엄청난 속도로!
목표는-
데몬 프린세스 정숙!
***
빛의 군세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정숙과 대치하고 있는 헌터들도 알아차렸다.
그들은 다가서는 빛무리에 놀라며 경황 중에도 시선을 그쪽으로 모았다.
“온다!”
“저게 뭐지?”
그러는 사이 빛의 군세는 헌터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그들은 주변에 성스러운 기운을 뿌리면서 지상에 내려앉았다.
오이겐을 중심으로 지상에 내려선 천사의 군단을 본 헌터들은 물론 경악했다.
“천사?!”
“천사다!”
“천사가 나타났다!”
경악 다음에는 기쁨이 폭발했다.
그들도 이제 방금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작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의 결과로서 이렇게 천사의 군단이 눈앞에 나타나 있다.
절망적인 싸움을 이를 악물고 버텨내던 헌터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놀랍고 기쁘게 여겨졌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말 천사……인가?”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장진호와 정형구는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다소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로드 주니어와 이혜선의 차이가 보여 줬던 것처럼 두 사람은 기독교 문화권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도 장진호의 경우는 흥분을 겨우 억누르는 듯 기쁨이 드러나는 모습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저 모습은 분명히…….”
“으음…….”
그 말에는 정형구의 말문도 막혔다.
지금 지상에 내려서서 저렇게 성결한 힘을 주변에 뿌리는 이들은 천사라는 명칭 외의 그 무엇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어 장진호가 흥미롭게 바라본 것은 오이겐 근처에 있는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처음부터 투입된 헌터가 아니라 저들과 함께 여기에 왔다.
“그리고 천사와 함께 있는 녀석들은…….”
“아는 얼굴이 적지 않군.”
이혜선, 성남경, 박수천, 이희연, 카에데…… 그리고 강성태.
모두 알고 있는 얼굴들. 대단한 실력의 유망주들이긴 하다. 하지만 설마 이번 작전에 저들이 투입됐을 줄이야.
장진호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믿기지 않군요. 아무리 데몬 프린세스를 여기서 틀어막고 있었다고 해도 저런 어린애들이 이런 엄청난 위업을 이루었다니…….”
“그럴까?”
의외로 정형구는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장진호가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어떻게 저런 녀석들이 이런 엄청난 임무에 투입될 거라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유망주는 어디까지나 유망주. 결국은 병아리다.
“아니라 보신단 말입니까?”
“이혜선은 말할 것도 없고, 저기 로드 주니어도 보이는군. 저만한 전력이면 자네 정도의 헌터 한둘은 거뜬히 상대하지 않겠나?”
알파메일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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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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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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