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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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61화
161화 대탐사의 비밀(1)
파앗!
세상을 찢어발기는 검은 손톱의 궤적이 마력을 담아 날았다. 거기에 막 달려가던 인간의 몸이 걸렸다. 그는 본디 강한 육체를 가졌다. 강대하다는 표현마저 어울릴 정도였다.
그 강철의 육체는 도검은 물론 총과 폭탄조차도 통하지 않을 거라고 평가될 정도였다.
당연했다! 그는 헌터 중의 헌터였다. 그가 상대하는 괴물들의 공격은 어느 것 하나 인간의 육체 따위 종잇장 취급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강철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들을 상대하는 헌터의 육체란, 당연히 그런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질기고 단단하기 마련인 법이다.
그러나 지금-
그 검은 손톱에 걸린 단단한 육체는-
마치 범용한 인간의 육체처럼-
단번에 절단되어 피와 내장을 화려하게 흩뿌리며 하늘을 날았다.
처참한 죽음의 광경이었다.
이제까지 무수한 인간을 구하고,
그 인간의 숫자 이상의 몬스터를 해치우며 위용을 쌓아오던 영웅이란 호칭조차 걸맞은 헌터의 죽음의 순간이라 여기기에는 더욱!
해체되는 인간의 육체 뒤에서 잔인하고 오만하게 번뜩이는 아름다운 마녀가 있었다.
정숙. 데몬 프린세스.
그녀야말로 지금 자신에게 달려들던 어리석은 인간 강자를 이토록 간단히 찢어발긴 진정한 악의 군주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는 방금 찢겨 죽은 헌터와 마찬가지로 처참하게 당한 헌터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그 수효는 얼핏 보아도 백은 족히 될 것 같았다.
그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도시를 수호할 만한 강자들임을 생각하면 이것은 정말 인류의 손실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참사였다.
물론 그만한 학살을 벌이면서 아무리 데몬 프린세스라 하나 정숙에게도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정숙의 몸 곳곳에도 상처가 나 있었고 꽤나 깊어 보이는 상처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그 막강한 재생 능력과 치료 능력에도 거의 치료되지 않고 있는 것들조차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저 정도 피해에 기뻐하기엔 인류 측의 피해가 너무 쓰라렸다.
“헤켈!”
장진호가 그 죽음의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헤켈은 그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호탕하고 강인한 사내였다.
적 앞에서는 불굴.
동료 앞에서는 인의.
그야말로 헌터의 귀감이라 할 그가,
저렇게 시체가 됐다.
무참히도.
장진호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지친 그의 몸은 마나를 머금고 탄환이 됐다. 상처 입은 두 손은 마나를 머금고 불덩이가 됐다. 곧 그의 전신이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혜성처럼 날았다.
그러나 날아드는 장진호를 보면서도 정숙은 여유로웠다.
-시시한 파리 새끼들이……!
그녀가 손을 들었다.
그 동작에 따르듯이 막대한 마기가 춤추듯 일렁이며 그녀의 손 주변에 모였다. 이제까지 무수한 헌터를 도륙한 죽음의 손이다.
“무모한!”
그 장면을 보고 정형구가 경악해 마주 달렸다.
그 역시 금세 벼락같은 속도가 되어 날듯이 움직였다. 셋의 움직임은 극히 신속. 금세 그들의 동작이 겹치는 지점이 됐다.
장진호는 정숙을 권의 범위 안에 넣자마자 진각과 동시에 강하게 정권을 내질렀다.
그 동작에 따라 막대한 열량이 전차의 포탄처럼 정숙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열화염권!
그의 성명절기라 할 수 있는 공세 가운데서도 가장 정련된 위력을 뽐내는 단순하나 완벽한 일권이었다.
그 일권에 마주해 정숙이 마기의 칼날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두 공격이 마주하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정형구가 등장했다.
정형구는 둘의 공격이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 장진호의 옆구리를 양손으로 껴안으며 그의 몸을 걷어 옆으로 날았다.
“컥!”
콰앙!
장진호가 격한 신음을 짧게 토했고, 그 순간 정숙의 마기가 대기를 할퀴며 폭음이 주변을 강하게 뒤흔들었다.
그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발생해 방금 공격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반면에 장진호의 염화열권을 정면으로 받았던 정숙은 멀쩡한 모습이라 둘 사이의 전력 차가 얼마나 큰지 분명하게 알려줬다.
그 폭풍이 전신을 할퀴듯 뒤흔드는 것을 느끼면서 정형구는 자신의 아래에 깔린 장진호를 질책했다.
“미친 자식아! 뭐 하는 짓이지?”
“선배님! 놔주십시오! 저 악마년을 찢어 죽여야 합니다!”
장진호는 악을 쓰면서 정형구에게 외쳤다.
정형구가 장진호의 볼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멍청한 놈아! 여기 있는 이들 가운데 그런 마음을 먹지 않은 이가 누가 있다는 거지?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무의미한 짓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진호는 얼얼하게 아픈 볼의 고통도 잊고서 분노를 담은 채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정형구가 말하는 것을 그도 모르지 않다.
하지만 그걸 안다 해도 견딜 수 없었다.
저 끔찍한 악마에게 죽어가는 전우들의 모습이!
정형구는 그를 둘러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숙에게서 멀어지며 그의 정신을 채찍으로 때리듯이 외쳤다.
“우리는 버텨야 한다! 그것이 임무다!”
“언제까지 말입니까! 이대로는…….”
장진호는 정형구의 어깨에 얹힌 채 피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외쳤다.
-지루한 이야기를 언제까지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 거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그리고 정형구의 눈앞에 정숙의 요염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이 나타났다.
“큭!”
정형구는 내던지듯 장진호를 멀찍이 떨어뜨린 후 정숙의 바로 앞에 섰다. 정면 대결 하고 싶은 상대는 결코 아니나 피하기에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형구를 보고 정숙은 웃었다.
-호오? 좋군. 제법 강한 인간들을 많이 봤다만 역시 너는 그중에서도 각별하군.
그녀는 정형구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드물게 강력한 인간의 파리 떼 가운데서도 한층 빛나는 존재였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잡아가서 노예로 삼아 길러 보고 싶을 만큼. 그 정도로 그가 자신에게 날렸던 검격은 인상 깊었다.
정형구는 주저하지 않았다.
진각에서 발검까지 이어지는 물이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방금 정숙을 후려갈겼던 그 전율의 검격, 번개 떨구기에서 파생되어 정형구의 자기류로 소화된 패覇와 속速의 검을 휘둘렀다.
“허업!”
꽈르릉!
위력은 이전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검세는 이전보다 더 세련됐다.
주변을 새하얗게 물들이며 정형구의,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번개 가르기라 할 검세가 데몬 프린세스를 향해 쇄도했다.
콰앙!
데몬 프린세스의 육체에 그 검격이 뿜어낸 힘이 충돌했다.
만상을 파괴하고 가르는 전율의 일격.
그러나 힘의 여운에 대기와 대지가 함께 흔들리고 있음에도 그 빛이 저문 자리에는 역시 데몬 프린세스가 그저 한 손을 든 모습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손아귀에 선명하게 남은 한 줄기의 상처와, 그 상처 주변에 만들어진 화상의 흔적이 지금 정형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보여줬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해도 역시 그뿐이다.
-그 검격인가. 좋아!
데몬 프린세스는 오히려 쾌활히 웃으면서 상처 입은 손을 쥐었다.
복수를 노래하듯 움켜쥔 그녀의 손에 마기가 모여들며 둥근 덩어리를 만들었다.
작았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형구는 전신에서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그들이 여기서 쓰러지면 인류의 반격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가고, 인류는 다시는 이 거대한 악에 대항할 용기를 내지 못하게 된다!
상자에 갇힌 삶을 지속하며 매일매일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처럼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그런 것을 납득할 수는 없다!
버텨야 한다!
이겨야 한다!
죽더라도!
그의 각오에 응하듯이 다른 헌터들도 정형구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정숙의 허점을 치기 위해 바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
번쩍!
하늘이 새하얗게 변했다.
처음에는 데몬 프린세스의 공격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빛이 지속되고 시간이 흘렀다고 느낀 다음에도 정형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으니까.
아니, 느낀 것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마족의, 몬스터의 기운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웃기지만 성스럽다고 할 만한 어떤 기운이었다. 이런 악마와 인간이 어울려 투쟁하고 있는 지옥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착각이 아니었다.
아아아아아!
정형구가 어처구니없다고 느낀 다음 순간에 멀리서 파도처럼 불어온 기운이 그곳을 휘감았다.
전신이 진정되며 몸의 상처가 나아 갔다. 마음과 몸을 함께 휘감던 성스러운 기운이 순식간에 강해졌다.
그 성결한 기운은 마치 노래처럼 느껴졌다.
헌터들은 흉험한 전투의 긴장도 잠시 잊고 어리둥절하게 그 파장이 날아든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빛의 기둥이 발생해 있었다.
바로 바티칸이 있는 곳이었다.
그사이 몸 상태를 다소간 회복한 장진호가 정형구에게 다가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것은 대체…….”
“나도 전혀 모르겠다…….”
정형구는 그와 마찬가지로 당혹감이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이것은 그들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증거라는 점!
그렇지만 그 사실을 즐거워하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단 하나, 그들과는 정반대인 감정을 담아 표출하는 존재가 있었다.
데몬 프린세스, 정숙이었다.
-그랬구나! 그 미친년이 여기 와 있는 건가! 이이……!
그녀는 저 빛의 정체를 아는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양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전신을 휘감던 마나가 그 파장에 휘날릴 때마다 마치 불씨가 꺼지는 것처럼 사그라졌다.
이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중대한 변화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인류에게 득일지는 아직 모르나, 최소한 악마들에게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이 강력한 데몬 프린세스의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
이석훈은 다시금 미국 최상의 헌터 미스터 로드와 화면을 통해 마주하고 있었다.
나눠야 할 이야기는 일단락됐다 싶었는데 다시금 이렇게 그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방금 들어온 한 가지 급보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급전 덕분에 지금 둘의 표정은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분명한 기쁨을 드러내고 있었다.
-성공했군.
“성공했네.”
급전의 내용은 간단했다.
‘작전 성공.’
하지만 그 짧은 내용이 함축하는 의미는 중대하고도 깊었다.
로마에서 있은 전투의 그 막대한 피 값을 수십 배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니까.
때문에 둘 모두, 아니 그들만이 아니라 같은 연락을 받았을 각국의 수뇌들은 그 처참한 피해에도 지금 모두 그들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미스터 로드가 화면을 통해 맥주캔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그의 지위를 생각하면 비록 미국인이라 해도 와인이 좀 더 어울릴 텐데 이런 장면에서 굳이 맥주를 선택하는 것이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후후, 축배를 들어야겠군.
“아직 축배는 이르지. 정말 그들이 아군일지는 모르는 게 아닌가.”
이석훈은 방심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미스터 로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됐다.
-이 계획을 우리에게 최초로 제안한 건 자네일 텐데?
대탐사 계획.
그것을 제안하고 여기까지 이끌어 온 핵심은 역시 누가 뭐라 해도 이석훈이다.
비록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으나 이석훈이란 개인이 거기서 빠졌더라면 제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이런 위업을 이루지 못했으리라.
솔직히 유럽 따위는 그냥 그 땅이 거기 있기 때문에 거들게 된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주역은 미국과 이석훈이다. 그것이 미스터 로드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석훈은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이차원의 존재를 알렸을 뿐이네. 그것이 아군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 아니겠나?”
알파메일 1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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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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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