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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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54화
154화 정숙, 강림!
돌거인이라 불리는 동자였다.
키는 5m가 넘었고 피부는 이름처럼 돌 같이 딱딱하다.
어지간한 인간의 무기는 물론 모두 통하지 않는다.
헌터를 상대로 한다 해도 중상급 이상이 아니고서는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다. 하급 마기 무기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다.
힘은 20톤 바위조차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다.
그 힘을 사용해 들고 있는 거대한 무기를 휘둘러 공격해 오면 설령 첨단병기라 해도 버티지 못하고 짜부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그 크기처럼 둔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한번 점프하면 20m는 훌쩍 튀어 오르고 달리고 피하는 모습은 인간의 헌터들조차 묘기 같다고 경악할 정도다.
껄껄 웃으며 인간들을 추격해 그들을 잡아 입안에 집어넣고 우득우득 씹어 먹는 그 모습은 헌터들 사이에서는 이 괴물의 존재를 실제 이상으로 무섭게 부풀리도록 만들고 있기도 했다.
한데 그 괴물이 지금 단 한 인간과 대치해 있었다.
심지어 그 인간에게 밀리고 있었다.
꾸어억 거리면서 몽둥이를 휘두르고 재빨리 움직이지만 돌거인의 공격은 어느 것 하나 적중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하고 피하려 할 때마다 간격이 좁혀지고 허점이 드러날 뿐이었다.
그리고 거리를 좁힌 인간이 그 돌처럼 딱딱한 배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주먹을 날리는 순간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꽈르릉!
퍼억!
-커어어억!
주먹이 배를 치는 순간 파도 같은 출렁임이 연달아 일었다.
돌거인은 버티려는 듯 이를 악문 표정을 했지만 순간일 뿐이었다. 순식간에 그의 표정은 무너졌고 입을 쩍 벌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쿠엑!
벌린 입을 통해서 그 괴물은 내장과 피를 토해내며 뒤로 주춤주춤 걸었고, 마침내 건물이 붕괴해 무너지듯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후우후우...”
일대일로 돌거인을 상대해 단숨에 때려잡는다는 위업을 달성한 놀라운 헌터가 호흡을 정돈하다가 자세를 풀었다.
금세 그의 모습에서는 방금전까지의 격전의 느낌이 사라졌다.
놀라운 다듬기였다.
이런 역량을 보일 수 있는 헌터는 각국에서도 괴수라 평가받을 정도로 강력한 헌터가 모이는 이곳에서도 흔하지 않다.
바로 정형구였다!
그 정형구의 곁으로 한 헌터가 날아와 옆에 섰다.
커다란 체격의 흑인이었다.
이프리트의 공격을 막아내 헌터와 몬스터 간의 제전을 시작한 바로 그 헌터였다. 그는 정형구에 대해 잘 아는 듯 정형구의 어깨를 탁 치면서 말했다.
“과연 정형구로군!”
“자네만 하겠나.”
정형구는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아넘겼다.
이 헌터의 이름은 놀 엘라이스.
영국에서 파견된 헌터다.
본래 아일랜드 출신으로 아일랜드를 지키는 장군이란 뜻으로 제너럴 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의 강자다.
정형구와는 몇 가지 국제작전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한국은 이석훈의 의지로 인해 각종 국제 계획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정형구도 꽤나 많은 헌터들과 아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 헌터들의 이 국제적인 인맥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한국의 자산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크하하하!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만 해도 이번 작전에 참여한 보람이 있었다고 할만하겠군. 하지만 그건 대체 뭔가?”
“무슨 말이지?”
정형구의 말에 놀은 섭섭하다는 표정이 됐다.
“시치미 뗄 셈인가? 방금 저 덩치를 날려버린 수법 말일세. 마치 벼락이 내려치듯 하던데. 교류가 많진 않다고 해도 자네가 어떤 기술을 쓰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본 적도 없는 물건 아닌가.”
“그건...”
정형구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혹시 했더니 역시나다.
여기 있는 헌터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실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곳은 가진바 역량을 다하지 않고서도 무사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땅이 아니다.
“...깨달음이 있었네.”
“그것 참 부럽군. 검을 쓰지 않는 것도 그것 때문인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부러움을 드러내며 놀이 물었다.
어떤 종류의 깨달음은 그것을 제대로 체득하기 전에 무기를 가지고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사용자 스스로도 힘의 제어가 잘 되지 않거나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 함부로 그 힘을 남용하다간 아군까지 말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깨달은 내용이 사용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일수록 그렇다.
정형구가 최근에 얻은 깨달음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당장은 그렇지.”
“허, 다시 자네가 검을 쥐게 되면 어떻게 될지 무섭기까지 하군.”
“성공할 때의 이야기지.”
놀이 하는 말에 정형구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겸손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이 깨달음을 소화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형구의 깨달음은 근본적으로 성태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 주던 벼락 떨구기 같던 그 검격.
단순한 놀라움으로 보고 넘겼던 그것은 정형구의 마음 속에서 커지길 거듭해 이제는 이렇게 직접 사용해 보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애당초 이 기술 자체가 정형구의 기술 체계에서 너무 멀었기 때문에 제대로 소화할 수있을지 자신하기 어려웠고, 이런 방식으로 실전에서 그 힘을 시험해 보고 있는 찰나였다.
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특권이네.”
정형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평생 헌터 일을 하고도 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물며 정형구 수준에 이르러 발전의 실마리가 되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건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자네도 얻을 수 있을 거야.”
“흠, 그래야지. 이런 싸움을 하는데 그 정도야 얻어야 하지 않겠나.”
우득우드득 하고 주먹 소리를 내면서 놀이 말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였다.
정말 자신감이 넘치기보다는 그렇게 해서 스스로와 주변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후후,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말을 하기엔 창피한 싸움이군.”
“그렇긴 하지만...”
정형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던 놀의 얼굴이 그때 굳었다.
압도적인 사기가 갑자기 전장을 휘어감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것을 느낀 정형구 역시 이미 굳은 표정이었다.
“이제는 그렇지도 않을 모양이군.”
“그런 것 같네.”
그리고 적이 나타났다.
저 높은 하늘의 상공에서였다.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과 큰 체격의 차이가 없는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한 무엇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대를 휘어감고 있는 막대한 힘의 기운은 바로 저기서 비롯되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헌터의 척추에서는 전율이.
그들의 쓰지않던 오래된 본능이 잠들어 있던 뇌에서는 두려움이.
유전의 석유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데몬 프린세스.
세상의 절망을 대변하는 괴수의 등장이다.
정숙은 그 두려움의 시선을 숭앙처럼 즐기면서 전장의 중심에 안착했다. 아름다운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정숙의 모습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인식할 틈도 없이 정형구는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느껴야만 했다!
그것이 진정한 괴물의 특성이다.
“이제부터 진짜로군.”
“소름 돋는데.”
“그래도 각오한 바지.”
“음.”
정형구와 놀은 두려움을 억제하고 전투자세를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아서 이 전투 다음에 볼 수 있기를 고대하지.”
“술이나 한잔 하자고. 병신같은 한국 맥주 보다는 군용이라지만 우리 쪽에서 제공하는게 훨씬 나을 거란건 보장할 수 있네.”
“기대하지.”
정형구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백 년 전부터 맛이 없다고 까이던 한국 맥주인데 이백 년이나 지금도 실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려던 찰나 던전이 나타나기 시작해서다.
게다가 한국 맥주는 근본적으로 세금 때문에 맛있게 만드는 것이 힘든 것인데 몬스터 덕분에 방위비 부담이 늘어서 세금 부담을 낮추는 건 물 건너갔다.
덕분에 한국은 여전히 세계적인 맥주 후진국이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서둘러 진형을 이루고서는 정숙을 포위했다.
-아하하하!
자신을 포위한 헌터들을 즐거운 듯이 훑어보고 정숙이 입을 열었다.
-굉장히 재밌는 놀이감들이 모였잖아.
절대자의 자신감이 녹아든 어투였다.
동시에 짙은 피비린내가 단어 하나하나마다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
꽈릉!
꽈르릉!
그녀의 양손에 엄청난 에너지가 모여들어 검은 덩어리를 이루었다. 별로 대단한 힘을 발휘한 것도 아닐 텐데 세상 전부를 날려 버릴 듯한 기세가 저 에너지에는 담겨 있었다.
-자, 즐겁게 놀아보지 않겠어?
정숙의 눈이 번뜩였다. 그녀가 손을 내 던졌다.
데몬 프린세스가 형성했던 막대한 힘의 덩어리가 세상을 향해 내리쳤다.
검은 파도가 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헌터들이 몸을 굳히면서 그 에너지의 파장을 견뎠다.
우르릉!
우릉!
지진이 일해를 흔들었다.
이대로 무수한 헌터들이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절망적인 파괴력의 광경!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 힘의 파도를 꿰뚫고 곳곳에서 헌터들이 튀어나왔다.
“정숙 좋아하네...!”
“창녀 같은 것이!”
“죽여주마!”
상처 입었다.
하지만 호랑이 같은 기세는 여전한 헌터들이 저마다의 기술을 펼치면서 마나를 스텟에 배분하고서 기세 좋게 정숙을 향해 달려들었다.
데몬 프린세스의 공격을 견디고 도리어 역습에 들어가는 그 모습은 각 국가의 정상급 헌터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제아무리 데몬 프린세스라 해도 광역기 한 방에 그들 전부를 쓰레기 청소하듯 없애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후후, 좋아. 그렇게 싱싱하게 날뛰어야만 놀아주는 보람이 있는 법이지!
눈을 번쩍이면서 새롭게 마력을 끌어모아 몸에 두르면서 정숙이 외쳤다.
그리고 드디어 한 헌터가 정숙의 앞에 도달했다.
그의 무기가 정숙의 목을 노리고 번뜩이며 날았다.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다른 헌터들 역시 정숙의 앞에 도달했다.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정숙이 거기 응했다.
정숙의 손이 헌터 하나를 후려쳤다.
피를 토하며 그 헌터는 튕겨나갔다. 그러나 다른 헌터의 칼날이 그녀의 날개를 베었다. 단단한 마력에 휘감긴 날개는 베이지 않았다.
빙글 돌며 아름다운 춤처럼 정숙은 손을 휘둘렀다.
퍼억 소리를 내며 헌터 하나가 거기 얻어맞고 튕겨나갔다.
그러나 그 사이 생긴 허점을 노리고 또 다른 헌터가 정숙의 복부를 후려쳤다. 정숙은 큰 피해는 입지 않고서 발로 그 헌터를 역으로 걷어찼다. 헌터는 마치 장난감처럼 하늘을 날았다.
또 다른 헌터가 그때 정숙의 뒤를 급습했다.
이런 광경의 반복이었다.
무수한 헌터가 정숙을 향해 덤벼들고 누군가가 얻어맞고 튕겨나가면 그것이 만든 허점을 이용해 다른 헌터가 공격하길 반복했다.
코끼리를 물어 죽이려는 개미떼의 행군 같은 싸움이었다.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정숙을 향해 달리면서 정형구와 놀이 대화를 나누었다.
“이제 진짜 싸움이군...”
“아아, 우리가 버티는 동안 로마에 잠입한 팀이 이제부터 잘 해줘야 할 텐데 말이네.”
놀의 말에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또 한 헌터가 얻어맞고 그의 옆을 스쳐 뒤로 튕겨나갔다. 흘깃 보았지만 놀은 그가 죽진 않았으되 꽤나 큰 부상을 입었으리라 생각하고 혀를 찼다.
하지만 놀이 더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정형구의 표정이었다.
“흠? 별로 걱정하지 않는 표정이군.”
정형구는 마치 아무 걱정거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것이 전부였다.
이런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겨우 성립시킨 작전인데도.
자칫 여기서 흐를 엄청난 피 값이 전부 쓸모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정형구는 잠시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이다 담백하게 답했다.
“...이제와서는 믿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렇긴 하지.”
그것 명답이다 싶어 놀은 낄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형구는 진심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제와서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사실이지만, 그보다 정형구가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로마에서 핵심 임무를 수행 중인 이들 가운데 바로 강성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얻은 깨달음도, 그 깨달음에서 비롯된 특수한 공격법도 실은 성태가 과거에 보여줬던 참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개 학생의 참격에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정형구는 성태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저히 그를 일개 학생으로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노련미는 자신조차도, 어쩌면 가주조차 넘어서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겨질 만큼.
정말 지경의 구슬 때문일까?
만일 그게 지경의 구슬 때문이라면 그건 아예 어떤 신적인 존재가 강성태라는 개인의 육체를 아예 차지해 버리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정형구는... 묘하게 바티칸 쪽의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오직 당장 지금 이곳의 싸움 뿐.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정형구와 놀은 정숙의 앞에 도착했다. 정숙이 쾌활히 웃으면서 강렬한 마력을 두른 손을 휘둘러 그들을 공격해 왔다.
사악한 절망을 두르고 파도처럼 덮쳐드는 마력의 칼날 앞에서 정형구는 자신의 검을 빼들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쩡!
검과 마력이 충돌했다.
싸움의 시작이다!
알파메일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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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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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