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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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49화
149화 빼앗긴 땅, 로마(3) & 특무팀, 합류(1)
데몬 프린세스 정숙.
정숙이라는 이름은 그 강대한 적이 아주 고요하고 무감정하게 사람을 죽이고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데서 비롯되는 말이었다.
본래는 어느 정령계의 출신으로 알려진 이 데몬 프린세스는 그 잔악함과 달리 눈이 멀 정도로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첫 강림 때는 그곳이 교황청이라는 것도 있어서 구세의 천사가 나타났다고 다들 착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현실은...
한데 이 놀랍게도 인간들 사이에 컬트적인 소수의 매니아층을 지니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피의 비를 세상에 뿌리고, 육편의 산을 세상에 쌓으면서 무참한 살육을 거듭하는 이 살육의 천사를 면전에 보고도 그 아름다움에 경탄해 감격할 수 있는 미치광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건 이 악마는 데몬 프린세스란 직위에 걸맞게 끔찍하게 강력해서 초일류의 헌터라 해도 십초이상을 버티기 힘들다.
성태 일행은 성태를 제외하고는 카에데와 이혜선이 바로 그 초일류 수준일 뿐이다. 정면대결이 이루어진다면 일분을 버티기 힘든 파티라 봐야 한다.
“그건 다른 쪽에서 상대할 거야.”
“다른쪽?”
놀란 듯한 말이 의외의 인물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이혜선이었다.
“왜 놀래? 당연한 거 아냐?”
“설마 우리가 상대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 그건 아무리 너나 카에데가 강해도 좀...”
“맞아.”
다들 당혹한 시선을 이혜선에게 보냈다. 당연한 일이다. 수호대의 장래를 책임지니 마니 하면서 떠받들어지고 있는 입장이라곤 해도 결국은 그 또래에서 강할 뿐이다. 심지어 그 또래에서 강하다는 것도 세계를 기준으로 넓히면 다소 불안한 면모가 있다.
가령 미국의 명문 연합인 가디언 리그 같은 경우가 그렇다.
“...아니, 실수야. 이야기 계속해.”
이혜선은 고개를 흔들면서 지금 한 말을 피했다.
다들 그렇겠지 하는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성태를 다시 바라봤다.
“그런데 다른 쪽이라면?”
성태는 희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중진들이 모인 곳이지. 거기서 데몬 프린세스를 상대하는 거야. 그래봐야 결국 거기가 미끼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지만.”
“성동격서인가.”
웨이링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어. 그동안 우리는 작업을 완료해서 로마를 중심으로 해서 이탈리아에 펼쳐진 악마의 지배권을 해체해 버린다는 거지.”
“듣고보니 아주 막무가내인 작업은 아니네.”
“그러게.”
“그 정도면 뭐, 해볼 만한 것 같군.”
성태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 동기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임무의 중대성과 의의 덕분에 사기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 작전이 그럴듯하다 싶으니 더욱 그 열의가 증폭되는 것도 당연하다.
카에데가 이어 물었다.
“그래서 함께 작업할 사람들은 언제 만나는 거야?
“흠, 슬슬 시간이 됐는데...”
성태가 시간을 확인하며 슬쩍 얼굴을 찌푸렸다.
조우 시간에서 조금 지나 있었다.
“설마 저쪽에 뭔가 문제가 생긴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만일 그런 경우가 생기면 이쪽에 연락을 주기로 했어. 그리고 여긴 사람의 땅이 아니니만큼 전부 계획했던 대로 되길 기대하긴 어려울 거야. 좀 더 기다려 보자고.”
“시작부터 무슨 불길한 소리를.”
“그래. 계획대로 안 된다니.”
성태의 말에 다들 웃으며 투덜거렸다.
“그게 그렇게 되나.”
성태도 쓴웃음을 지으며 그 농담에 참여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농담은 단순히 농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조금이지만 그들의 불안도 정말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도 됐다.
확실히 첫 단추부터 잘 못 된다면 앞으로는 어떨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
다들 침묵하고서 기다렸다.
침묵은 시간의 길이를 늘렸다.
다들 각자의 심상속에 잠겨 있는데 이혜선은 슬쩍 시선을 돌려 성태를 바라봤다. 그는 지루한 듯한 표정으로 눈을 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
방금 전의 대화를 그녀를 기억했다.
이혜선은 그때 성태가 직접 싸우지 않는다고 할 때 깜짝 놀랐었다.
그건 그녀가 데몬 프린세스와 싸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성태가 데몬 프린세스라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녀가 그렇게 느낀 것은 바로 시 젠수와 성태의 싸움을 보면서였다.
정확히는 그 싸움의 마지막 순간을 보면서였다.
‘그것은 분명...“
시 젠수와 성태의 싸움의 마지막.
그때 시 젠수는 사람이라기 보다 강대한 악마의 모습으로 세상의 종말을 재촉하듯 무서운 기세로 성태를 향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리고 성태는 그 앞에 우뚝 서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자세로 자연스럽게 검을 휘두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완벽한 자세였다.
하지만 그 손아귀에는
검이 없었다.
그것을 본 순간 이혜선은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이 설명하는 것은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심검.’
심검.
마음의 검.
수호비무는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어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이것은 흔한 철학의 한 구절 같은 말로 들리지만 수호비무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실전적이다. 왜냐하면 수호비무의 해석에 따르면 마음이 곧 마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호비무는 마나를 다루는 극치에 이르게 되면 마음 가는 곳에 따라 마나를 형성하거나 소멸시키고, 운동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마나를 다룬다는 것은 진정한 극치에 이른다면, 그때 그는 아무런 무기 없이 스스로의 마음 만으로 한 자루 검을 쥘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마음의 검 앞에서 어떤 것도 감히 저항할 수 없으리라 여겼다.
물론 이론적인 경지일 뿐이었다.
‘역시 착각일까.’
이혜선은 고개를 저었다.
수호비무의 저자인 대종사 이건만 해도 그것을 일종의 이상으로 서술해 놓았으며, 그런 경지가 마나의 특성을 잘 궁구해 본다면 가능하리라 추론하는 것일뿐 도달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성태가 심검이라...
그가 신비롭고 또한 매우 강하긴 하지만 역시 정말 심검을 이루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이혜선은 가슴이 조이는 느낌으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임무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가 정말 심검을 이루었는지 곧 알 수 있으리라 싶었던 것이다.
잠시 그들이 기다리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성태가 확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 왔다.”
*********
특무팀, 합류.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늘씬한 몸매였다. 얼굴은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 여성 특유의 꽤 큰 체격에 가슴과 둔부가 잘 발달되어 있고 다리가 매우 길어 보기 좋은 체형이었다.
인종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마 헌터로서 꾸준한 훈련을 거듭했기 때문에 완성된 체형이기도 한 것 같았다. 아무리 마나가 전투력의 핵심이라지면 기초적인 체력 훈련은 그 마나를 받아들이는 그릇이라는 면에서 결코 단련에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자 얼굴을 가리던 마스크를 벗었다.
답답하게 가리고 있던 금발이 환하게 펼쳐지는 동시에 단정한 용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 이건...’
성태가 그 순간 드러나는 여성의 용모를 보고 감탄했다.
서양인 특유의 뚜렷한 오관은 마치 각이 진 것 같은 예리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전체적인 프로포션이 우월한 것도 있어서 그녀의 용모가 드러나는 순간 마치 보석이 빛을 반사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을 정도였다.
이혜선이나 카에데도 물론 아름답지만 이 아가씨는 좀 더 성숙하고 예리하다는 인상의 아름다움이다. 전형적인 서양형 미인의 이상적인 조형이라고 할까.
물론 감탄한 것은 성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성남경이나 박수천도 넋을 잃고 바라봤을 정도였다. 본의가 아니라 성태와 함께 지내면서 둘 모두 미인에 익숙해진 입장이란 걸 생각하면 꽤 놀라운 일이었다.
“으음.”
하지만 정작 그 여성 측은 성태 일행을 보고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훑어봤다.
“당신들이... 한국의?”
독일 특유의 억양이 묻어나는 영어였다.
영어는 국제어의 지위를 얻은 다음 이후로도 놓치지 않았는데 블록화가 되고서도 이는 더욱 공고화 됐다. 서로간에 교류가 별로 없으니 오히려 영어에만 기대서 만일에 사태에 대비하게 된 결과라고 할까.
여전히 헌터나 몬스터에 관련한 중요한 연구 같은 것들이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였다.
“그렇습니다.”
성태는 일행을 대표해 앞으로 나서서는 그녀를 맞아 답했다.
답을 듣자마자 여자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대체 이석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요! 분명 최고 중의 최고를 보내라고 했을 텐데...! 이런 인원이라니...!”
“어차피 진짜 실력자는 다른 곳에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성태는 일단 유화적으로 나섰다.
상대가 미인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지금 성태 일행의 구성은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무성의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성태의 말에 여성은 전혀 설득되지 않는 태도였다.
“그렇다 해도 이건 이번 일의 핵심입니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라 해도 어린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
“뭐? 이 계집애가...!”
카에데가 버럭 화내면서 나섰다.
가만히 듣자하니 아주 막 나간다 싶었던 것이다.
성태가 일단 그녀를 말렸다.
카에데의 노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한동안 같이 일하게 될 상대인데 벌써부터 갈등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실력에 대해서는 따로 증명하게 될 겁니다만, 여기 있는 사람들 무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러 온 원군을 그따위로 무례하게 대접하는 게 당신네 예절이란 겁니까?”
“그건...”
예리한 눈으로 성태가 지적하는 말에 여성은 아무 말도 못 하다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알겠어요. 일단 실례했습니다. 워낙 급한 상황이다 보니...”
“압니다. 여긴 인간의 땅조차 아니게 됐죠.”
성태는 웃으며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서로간에 쉽게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성태처럼 여유가 있는 이가 그 갈등을 봉합하고 불평을 받아들여 줘야 한다.
그나마 분위기가 다소 나아진 다음 성태는 권했다.
“일단 서로간에 인사를 나누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본 오이겐 로슈입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손을 내밀었다.
성태가 묘한 표정이 됐다.
“오이겐 로슈?”
“왜 그러시는지?”
“아니요. 아닙니다.”
오이겐이 이상하게 자기를 쳐다보는데 서둘러 웃어 보이면서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가 손을 뗐다. 그러나 방금 전에 성태의 표정이 드러냈던 의혹은 기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성태가 오이겐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이었다.
단순히 성태가 모든 헌터를 아는 것은 아니니 만큼 오이겐을 그가 모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그런 헌터 중의 하나였던 게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볼 수 없는 이유가 그에게는 있었다.
‘흠, 내가 모든 헌터를 다 기억하고 있는건 아니라곤 하나...’
로마탈환 작전은 성태도 기억하고 있는 꽤 대규모의 작전이다.
비록 실패로 끝나지만 막대한 인원이 투입됐고 적지 않은 성과도 올렸다. 로마의 탈환까지는 실패했지만 이탈리아 북부 지방을 어느 정도 수복하기도 했다. 정확한 작전의 내용은 당시 참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모르지만 전체적인 흐름 정도는 안다.
당시 큰 활약을 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그런데 오이겐이란 여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이번 작점의 핵심에 서 있는 여자란 걸 생각하면 좀 묘하다.
‘게다가 이 여자...’
거기까지는 뭐 그냥 안내인 같은 역할이어서 그냥 역사에서 지워지고 말았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성태가 보기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 오이겐이 범상치 않은 마력을 내부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알파메일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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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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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