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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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48화
148화 빼앗긴 땅, 로마(2)
“보상 없이 자네가 이런 일을 맡을 거라 생각되진 않는군.”
“그야 그렇죠.”
이제야 안정된 표정이 되어 성태는 이석훈의 맞은 자리에 앉았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해볼만하다. 어차피 이탈리아를 해방하는 것도 그의 계획에 있던 일이다. 벌써 그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뭘 바라나?”
“뭐 지금 일이 잘 되면야 저로서는 별로 더 바라는 건 없는데 말입니다.”
성태는 일단 이석훈이 큰 걸 던져주길 기대하며 지금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 보였다. 무욕의 욕이라고 할까. 욕심이 없는 상대만큼이나 설득하기 어려운 상대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욕은 가장 큰 욕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런데 이석훈은 황당한 말을 해 왔다.
“그 사업에 대해 내가 제동을 걸겠다면 어떤가?”
“장난은... 그만두시는게 좋습니다.”
성태가 진지하게 짜증나는 표정으로 이석훈을 노려봤다.
이석훈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서로간의 신뢰관계를 너무 크게 해치는 행위다. 이석훈도 바보가 아닌 이상 성태의 힘을 알 테고, 그를 이런 방식으로 조정하려 들다가는 뒷 후환이 무섭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생각이 짧은 위인은 아니다.
“그럼 좋네. 로마 교황청의 성물을 넘기지.”
“교황청의 성물?”
성태가 놀란 표정을 했다.
이석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말씀이 힘이 되는 물건이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걸 당신이 결정할 수 있습니까?”
교황청의 성물은 유명하다.
던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우선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이 다름 아닌 교황청이었는데, 그들은 이 과정에서 신비로운 한 가지 유물을 얻게 되고, 그것이 바로 교황청의 성물로 지정된다.
어떤 물건인지는 밝혀진바가 없지만 세상의 미래를 아는 성태인 만큼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안다.
그건 상상이상의 보물이고...
성태가 보기에는 어쩌면 최악의 함정이기도 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함정이든 보물이든 인류가 던전에서 얻어낸 가장 강력한 아티팩트에 속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만큼 이석훈이 그 보물의 소유권에 대해 함부로 뭐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인류 최대의 치욕을 해소하는 일이네. 그 정도쯤 얻지 못하고서야 우리가 굳이 여기 참여할 이유가 있을까?”
“흠...”
성태는 숙고하는 표정이 됐다.
교황청의 성물이라면... 확실히 참여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을까?
그런 그의 걱정은 그러나 이내 불식됐다.
********
그리고 성태는 동료들과 함께 이곳에 와 있다.
기실 이번 임무의 성격을 생각하면 혼자 오거나 카에데나 이혜선등 최고만을 대동해야 옳지 않은가 싶었지만... 그냥 다 데리고 오기로 했다.
작전 내용에 대해 들으면서 굳이 꼭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여기서 다들 몇 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태의 생각을 당장은 동료들도 모두 아는 건 아니었다.
급히 소집되어 급히 이곳까지 이동해 왔기 때문이다.
“설마 데몬 프린세스와 싸워 이겨야 하는건 아닐거 아냐?”
“아, 물론 그건 아니지. 그런 거면 아예 자살하라는 소린데 그런 이야길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불안하게 성남경이 묻는 말에 성태는 딱 잘라 답했다.
성태 입장에서도 다짜고짜 데몬 프린스 급 악마와 싸우라는 건 부담이 크다. 이석훈 정도의 강자가 곁에 있다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렇다 해도 지금 수준에서 데몬 프린스 급이라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긴 그렇지.”
“뭐 그 전에 우리가 안 왔겠지.”
다들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살 희망자도 아니고 데몬 프린스 잡으러 가자는데 좋다고 따라나설 리가 없다. 아무리 성태의 제안이라도 이건 확실하다.
“로마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땐 다 같이 죽으러 가잔 소릴 뭐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하나 싶었을 정도니까 말이야.”
“맞아. 어처구니가 없었지.”
“그러니까 안심해. 위험한 건 틀림없지만 계획에만 잘 따르면 그렇게 걱정할 건 없을 거야.”
“계획이라... 그거야 말로 위험한 거 아냐?”
“그러게. 세상일이 계획대로 돌아가는 게 몇이나 된다고.”
카에데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만 되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은 세상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데서 오는 것이라 봐야 한다.
“흠 그때는 도망가야지 별수 있겠어? 도주로는 마련해 뒀으니까.”
성태는 가볍게 말했다. 이번 일은 일이 일이니 만큼 도주로 확보 또한 중요했고, 이 면은 유럽측에서 미리 확보해 뒀다.
“쳇, 상대는 데몬 프린세스라고.”
“괜찮아. 우리만 도망치는 게 아니거든. 데몬 프린세스가 제아무리 무섭고 잘나봐야 여기저기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
성태가 빙긋 웃으면서 성남경이 하는 말에 안심하라고 추가적인 설명을 넣었다. 그러나 안심되기 보다는 도리어 무서운 설명이었다.
“와, 무서운 말인데.”
“그러게.”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말인데...”
지금 성태의 말인즉 다 함께 사방으로 도망치면 데몬 프린세스가 그들 가운데 누군가를 쫓아 죽이는 사이 다른 이들이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숭고한 거지. 목숨으로 목숨을 살리는 거잖아?”
“그쪽에서 안 도망치고 대신 죽어줄 것도 아닌데 숭고는 무슨...”
“그러게. 이거 그냥 너보다 빠르기만 하면 된다는 거 아냐.”
데몬프린세스는 빠르고 강하다.
그녀의 추격을 받으면 모두다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다 함께 도망쳐 봐야 소용없지 않을까? 아니다. 데몬 프린세스가 아무리 빨라도 모두를 동시에 쫓을 수는 없다. 그러니 가장 느린 누군가만 추적되어 죽어주면, 그동안 다른 이들은 도망칠 수 있다.
이건 그야말로 맹수에게 쫓기는 초식동물간의 경쟁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긴 하다만.”
“그래서 정확한 작전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래. 여기까지 오면서 듣질 못했어.”
“너만 믿고 왔는데 이상한 거면 그건 진짜...”
“그래. 그건 좀... 물론 성태 너를 믿고 있지만 말이야.”
다들 불평하면서 일단 성태에게 물었다.
우선은 불안하지만 여기까지 왔다. 갑자기 무를 수도 없는 일이다. 계획을 제대로 듣고 일이 어떨지를 가늠해 봐야 한다. 여기까지 오면서는 극비라는 명목으로 듣지도 못했다.
그건 다시 말하면 다들 생명이 걸린 일에 대한 판단이지만 성태를 믿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성태는 그런 신뢰가 가능할 만큼의 성과를 그들에게 보여 줬다.
“그게... 여기 교황청이 있잖아.”
“그래.”
“그 교황청을 통해서 이계의 문을 연다는 모양이야.”
“이계의 문?”
다들 갸우뚱한 표정이 됐다.
이계의 문이라는 표현이 새삼스런 모양이었다.
던전이 말하자면 이계의 문인데, 지금 성태의 말은 아무래도 그 던전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나도 잘 모르지만... 세상에는 여러 차원이 있다고 하잖아?”
“듣기는 했는데...”
우리 차원과 인접한 여러 차원이 있다는 것은 던전을 통해 확실해 졌다.
하지만 이 차원이 하나가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어쩌면 무한하리라는 것은 그 던전을 통해 발견되는 다양한 아이템과 그리고 마법의 존재를 통해 확인됐다.
일단 헌터들 사이에 알려진 차원만 해도 데몬 프린스와 그 수족들이 거주하는 마계, 정령들이 거주하는 정령계, 언데드와 스펙터 들이 거주하는 유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데몬 프린스 중에는 마계가 아닌 다른 차원 출신인 자가 마계로 옮겨온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령 탐욕이 그러했다.
그는 본래 유계출신의 사령의 왕으로 본래 실체가 없는 자인데 어마어마한 힘을 모아 데몬 프린스로까지 승격되어 지금 이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사실 데몬 프린스뿐만이 아니고 적잖은 아크데몬들 역시 본래 악마 출신이 아니라 유령이나 좀비, 언데드, 정령 등 다양한 차원의 존재에 기원을 두는 것들이 힘을 모아 거기까지 올라간 것이다.
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중 하나를 여기와 연결해서 해방시켜 버린다는 거지.”
“그러면 괴물이 더 늘어나는 거 아냐?”
웨이링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되물었다.
상식적인 걱정이지만 성태는 웃으며 뒷말을 추가했다.
“맞아. 하지만 그 괴물은 여기 있는 괴물들 하고 안 친하거든.”
그제서야 모두 이 계획의 전모를 알 수 있게 됐다.
“아, 이독제독이군.”
“그래.”
즉 성태 일행은 이곳의 몬스터들과 직접 싸워서 로마를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몬스터들과 사이가 나쁜 몬스터들이 거주하는 다른 차원과 연결되는 대규모 문을 열어 여기로 해방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끼리 싸우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급격히 힘을 소모하게 된 몬스터들을 헌터의 연합군이 손쉽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어마어마한 마법적 작업이 될 것 같은데 그걸 우리만 가지고 가능해?”
카에데가 조금 걱정스럽게 물었다.
거대한 마법적 작업은 당연히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
이탈리아 전역에 펼쳐진 악마의 지배를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의 차원의 문이라면 엄청난 마법적 작업이 될게 틀림없다.
교황청은 그 위치와 상징성으로 인해 손을 대지 않고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마나가 풍부한 장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법에 대해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야매로 설쳐서 대규모 작업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애당초 마법은 세상 그 어느 국가에서도 큰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물론 우리만 가지고 하는건 아냐.”
“그럼?”
“이 작업은 독일, 프랑스, 영국의 삼국이 미리 대처해 깔아 놓은 작업에 대해 마무리하는 거거든. 말하자면 화룡점정인 거지.”
“흠, 그렇군.”
그제야 카에데의 표정도 안정됐다.
그렇다고 치면 이해가 된다.
삼국이 각각 나서서 각 포인트에서 마법적인 작업을 하고 교황청에서 핵심되는 마법을 시현시킴으로써 그 포인트가 전부 연결되어 대규모 게이트가 열릴 모양이다.
그래도 걱정거리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우리만 가지고 하기엔 좀 어렵지 않을까?”
“방법 같은 것도 잘 모르겠고.”
다들 비슷한 심경인 모양이었다. 마법에 대해서는 박수천 외에는 달리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야 당연히 그 마무리 작업에 대해서도 같이 작업을 할 이들이 올 거야. 유럽 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올거라던데.”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거군.”
“그래. 여기서 뭘 어떻게 하는건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지만... 뭐 요는 그 사람들이 작업 끝낼 때까지 호위를 잘하면 된다는 거지.”
“와, 세계 연합군이네.”
희연이 감탄해서 말했다.
성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오랜만에 그렇게 되는 셈이지.”
모두들 감회어린 표정이 됐다.
세계가 블록화된 이후 다른 나라의 헌터와 만나 무언가 협력 작업을 한다는 자체가 희귀한 일이 됐다. 굳이 있다고 해 봐야 주요 교역국들 사이에서 그 무력로를 청소하는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모여서 이탈리아 탈환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엄청난 작업이다.
“이탈리아를 되찾으려는 작전이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봐야지.”
“으음, 나름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하게 된 건가?”
“열심히 해야겠군.”
“뭐 목숨이 달린 일인데 그런 거랑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다들 열의에 타올랐다.
역사에 남을만한 위엄에 한몫할 수 있게 됐다고 하니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오가 샘솟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의욕만으로 모든 걱정이 전부 불식되진 않는다.
아직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거두어지지 않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그렇지만 데몬 프린세스는 그런 지원세력이 있다고 해서...”
조심스럽게 희연이 거론한 것이 바로 그 걱정거리다.
데몬 프린세스.
데몬 프린스와 같은 급의 강대한 마물.
등장 직후 세상을 절망에 빠뜨린 존재.
그것은 이미 인류의 트라우마다.
그리고 그 마물은 로마를 여전히 장악해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몬 프린세스...”
“으음.”
“정숙이었지?”
모두 긴장한 표정이 되어 그 적의 이름을 거론해 봤다.
알파메일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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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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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