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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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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0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47화

147화 빼앗긴 땅, 로마(1)

 

 

 

 

 

어두운 도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는 매우 기괴한 도시이기도 했다.

 

곳곳의 건물은 낡고 무너져 있었고,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이미 버려진 것 같은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도시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경악했을 것이다. 그 도시는 결코 버려져선 안 될 도시였으니까.

 

그곳은 로마.

 

한때 존재했던 이탈리아라는 국가의 수도이자 세계인의 정신적 수도이던 교황청이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 영광은 폐허가 된 건물의 파편에서 조금씩 볼 수 있을 뿐, 차라리 이곳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훨씬 강렬했다.

 

 

 

 

 

그 로마의 한 폐허에서 검은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움직이듯.

 

그 검은 것들은 한 무너진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한점 소리도 내지 않고 그곳 건물에 있던 지하실로 스며들어갔다. 그 안쪽에는 폐허에 어울리지 않게 잘 관리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거기서 한 검은 것이 문을 닫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작동시켰다.

 

작은 등이었다. 주변이 밝아지며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안으로 들어온 것은 검게 옷을 입어 모습을 감추고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후 답답한 듯이 얼굴을 가리던 복면을 벗었다.

 

 

 

 

 

“푸아.”

 

“으아.”

 

“이제 살 것 같다.”

 

“겨우 도착했네.”

 

 

 

 

 

성태 일행이었다. 그들은 그 방에 있는 의자에 각자 앉으면서 피로한 모습으로 투덜거림을 이었다.

 

 

 

 

 

“바다를 건너는 게 정말 고역...”

 

“적지에 잠입하는 거니까 쉽지 않을 거라 각오는 했지만 확실히 상상 이상이었지...”

 

“뭐 몬스터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로마까지 오는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쩔 수가 없다.

 

로마는 비행기로 직통편이 없고 아프리카에 간 다음 그곳에서 배를 건너 이탈리아의 땅에 상륙한 다음 로마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몬스터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고, 또 그것들을 소리없이 조용히 처리해서 자리를 피해야 했다.

 

여정을 시작한 이후 일분일초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니 다들 지친 모습인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그나마 이제 조금은 쉴 수 있게 됐다고 할까. 하지만 여기도 여전히 몬스터의 땅이니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긴장해야 할 지도.

 

 

 

 

 

그래도 일단은 긴장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카에데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여기가 로마?”

 

“일단은 그렇다고 하는데...”

 

“완전 폐허던데.”

 

 

 

 

 

카에데가 한 말에 다들 동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문명세계의 핵심도시이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사실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다. 로마는 인류 문화의 중심지라 할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온데간데 없이 폐허가 됐다. 처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데몬 프린스, 아니 프린세스에 의해 장악당한지 오래 됐으니...”

 

 

 

 

 

희연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다들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마가, 아니 이탈리아가 이런 꼴이 된 것은 바로 데몬 프린세스 ‘정숙’에게 로마를 장악당하면서였다. 지금은 로마 참극이란 이름으로 세계사에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겨진 그 날 세계는 전율하게 된다.

 

단순히 몬스터가 나오는 귀찮은 던전 정도로만 여겨지던 게이트가 실은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 그 사건이 명확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학살은 물론 이후 악마에 의한 광대한 영토의 항구적인 지배와 오염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오염된 땅에서는 마치 땅에서 솟아나듯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특히 이 로마참극이 끔찍하고 가슴아픈 비극인 것은 인류에게 충분히 그 비극을 막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게이트는 물론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위협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국가적인 비상사태로 간주되었다. 말하자면 최고 클래스의 던전이었다. 하지만 이 던전의 해결을 두고서 정부와 길드, 그리고 길드와 길드 간의 힘싸움이 시작됐다.

 

누가 이걸 처리하고, 추가 그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이득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만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헌터라는 특수한 인종과 그들이 모인 길드라는 집단의 힘이 사회적으로 점점 더 강해지면서 정부에 대해서까지 갑질을 시작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이탈리아는 남북갈등에 이어 부패와 마피아 문제로 인해 이러한 분열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정부 고유의 권한까지도 침범받는 것을 우려한 정부측에서는 이 처리를 두고 치킨 게임을 하게 됐고 이로 인해 대처에 필요한 시간을 낭비, 결국 던전은 세상에 해방되고 만다.

 

 

 

 

 

이후 이탈리아는 세계사에서 지워지고 만다.

 

패배는 곧 멸망.

 

그것이 로마 참극이 인류에게 알려준 무서운 진실이다.

 

 

 

 

 

“다른 곳도 그들에게 먹히면 이렇게 된다는 거군.”

 

“그래. 그러니 결사적으로 던전을 막아내야 하는 거고.”

 

 

 

 

 

다들 엄숙한 표정이 됐다.

 

지금 대부분의 선진세계는 어떻게든 유지되고 있다.

 

로마의 교훈이 너무나도 뼈저렸기 때문이다. 사상자의 숫자는 천만이 넘었고 이후 로마는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 시시한 이권다툼을 결코 할 여유 없이 모든 자원을 오직 몬스터에 대응하는데 써야만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그 엄숙한 시간이 잠시 지난 다음 희연이 조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성태에게 새삼 물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곳을 해방시킨다는 게 가능해?”

 

“내가 듣기로는 그렇다고 하는군.”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마를 데몬 프린세스에게서 해방한다!

 

그것이 그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로마에까지 도착한 지금에 와서도 잘 믿어지지 않는 장대하고도 커다란 목표이기도 했다.

 

 

 

 

 

********

 

 

 

 

 

중국에서의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성태는 자기의 명의로 회사를 하나 설립했다.

 

성태 운송이라는 이름의 다소 촌스런 이름의 물류 운송 회사였다.

 

정확히 하는 일은 일종의 파견 업무였다. 본인이 차나 인력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차를 가진 화물차 업주들을 고용해서 그들을 통해 중국과 한국 간의 물류 운송을 하도록 일을 알선해 주는 직업이었다.

 

 

 

 

 

알선료를 받고, 일이 성공하면 그 성공보수의 20%를 받기 때문에 앉아서 돈을 갈퀴로 벌어들이는 산업이었다.

 

중국과의 교류가 다시 트이게 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무역이 즉각 재개되려는 조짐이 있었고 이씨가문의 푸쉬와 중화그룹의 지원 덕분에 이 물류 운송에 대한 상당한 지분을 우선적으로 성태는 차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한 달 매출은 100억대!

 

 

 

 

 

하지만 돈을 갈퀴로 벌어들인다고는 해도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물류 운송이 재개되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물류운송이 이제까지 막혀 있던 건 어디까지나 그게 위험하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 물류의 핵심이 되는 도로를 새로이 개척하고 치안을 확보한다지만 언제 몬스터가 습격해서 일을 망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때문에 물류운송에는 호위대가 필요했고, 이 호위대의 고용과 그에 따른 비용 지불, 그리고 그들로서도 일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 비용 같은 것은 성태측에서 지불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이리저리 비용을 제하고 나면 한 달 매출이 100억대라고 해도 실제 순 이익은 10억을 고작 넘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성태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 산업은 향후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산업이었다. 물류 산업의 선점이란 측면만 아니라 헌터들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년 간 성장률은 앞으로 10년간 최소 200%는 넘길 것이다.

 

 

 

 

 

한국과 중국간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되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 교환하는 매우 보수적인 수준이 된다 해도 교역 규모는 적어도 30조 규모는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중 물류비용은 적게 잡아도 20%가 될 테니 6조 짜리 사업이다.

 

잘 되어서 교역이 활성화 된다면 100조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물류 산업도 20조까지 커진다.

 

 

 

 

 

그러니 이득이 아니라 손해가 난다 해도 유지할 가치가 있는 산업인데 첫 달부터 순이익이 났다. 이것만 해도 성태는 엄청난 호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날을 바쁘게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이석훈에게 초청받았고, 그의 집으로 가게 됐다.

 

 

 

 

 

********

 

 

 

 

 

“로마로요?”

 

 

 

 

 

성태는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이석훈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이석훈은 전혀 개소리가 아니라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네.”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성태로서는 역시 개소리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충분히 알아듣지 않았나?”

 

“장난치고 싶으신 거면 사양합니다. 이쪽은 심각하단 말이죠.”

 

“아니, 정말이네.”

 

 

 

 

 

그러나 성태의 진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석훈은 어디까지나 진지했다.

 

성태로서는 더욱 환장할 소리였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되물었다.

 

 

 

 

 

“제가 아는 로마가 맞죠?”

 

“물론이지.”

 

“그 로마가 맞다면 분명 지금 거긴 데몬 프린세스 ‘정숙’이 관리하고 있을 텐데요.”

 

 

 

 

 

바로 이것이 성태가 황당해하는 이유였다.

 

지금 이석훈이 성태에게 이야기 한 것은 로마로 가서 한 가지 임무를 해 달라는 건데, 그 로마는 지금 악마 중의 악마인 데몬 프린세스가 장악해 지배하고 있는 땅이다.

 

그러니 지금 이석훈은 성태에게 미안하지만 좀 죽어줘라, 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 그걸 웃으며 알겠습니다, 라고 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지만 바로 그렇군.”

 

“거길 왜 가라는 겁니까?”

 

“해방시키기 위해서지.”

 

“......”

 

 

 

 

 

성태는 아예 이마를 짚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서였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예 저 능구렁이 같은 면상을 향해 주먹을 박아넣었을지도 몰랐다. .

 

데몬 프린세스에게 장악당한 대지를 해방시킨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석훈은 성태의 당혹감을 즐기듯 히죽 웃었다.

 

 

 

 

 

“아주 재밌는 표정을 하는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은 표정인데... 뭐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데몬 프린세스에게 관리되고 있는 땅을 해방하라고요?”

 

 

 

 

 

그것은 영웅적인 위업을 해내라는 요구다.

 

성태가 아는 미래에서도 인류는 여러 차례 그 땅을 수복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던전이라는 특별한 환경과 달리 이미 악마에게 지배된 그 땅에서 몬스터는 특별한 제약없이 리스폰되어 인간들을 도륙한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굳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네만?”

 

“아니 무슨 말씀을?”

 

 

 

 

 

이석훈은 성태를 눈을 좁혀 바라보면서 슬쩍 말했다.

 

 

 

 

 

“알마크 세트를 사용한 시 젠수를 단신으로 상대해 이길 정도라면야 말이지...”

 

“...그거 참 금시초문이군요.”

 

 

 

 

 

성태는 말문이 막혔다가 모르는 척 했다.

 

역시 숨기려 노력했지만 완전히 감출수는 없던 모양이다.

 

하기야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은 시 젠수만 해도 몬스터에게 어지간해선 죽을 리가 없는 인물이다. 하물며 알마크 세트를 사용했다면야...

 

그의 죽음에 의혹을 가진 이들은 실제로 많았고 이번 일을 쉔로우에 의한 의외의 쿠데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세상에는 많았다. 하지만 쉔로우 따위가 어떻게 시 젠수를 상대해 죽일 수까지 있었겠느냐는 점에서 그런 의혹은 도시전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의심을 하는 이들 가운데 이석훈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게 된다. 이석훈은 성태에 대해 남들보다 좀 더 알고 있는 입장이니 말이다.

 

이석훈은 성태의 생각을 읽은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좋네. 모르겠다면 그야 어쩔 수 없는 것이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물론 이쪽에서도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그런 위험한 곳에 보내려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계획이 있다 해도 말입니다...”

 

 

 

 

 

데몬 프린세스와 싸우는 것이다.

 

계획의 유무 같은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

 

“보상이 있다는 말씀?”

 

 

 

 

 

이제야 성태의 눈이 나름의 의욕에 반짝였다.

 

 

 

 

 

알파메일 147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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