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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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85화
185화 심검지경(4)
쾅!
그의 몸이 스티로폼처럼 바닥을 박살 내며 영빈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았다. 그에 응대해 영빈은 연이어서 심검을 날렸다.
그의 주변 공간이 형태를 잃고 묘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갔다.
인과 왜곡의 힘이 너무 남발되어 기초적인 시공간의 특성이 거기서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본래라면 그 지점에서는 모든 행위가 의미를 잃고 자칫 거기 휘말린 모든 존재는 차원의 틈새 사이로 빨려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역시 이미 심검, 아니, 심권지경을 발동했다.
어지간한 인과율의 흐트러짐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오히려 성태의 힘이 뻗어 나가는 권역에서는 그 인과율이 원상 복귀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성태가 영빈의 심검을 연달아 튕겨 내면서 영빈과의 거리를 좁혔다.
다시금 둘의 거리는 제로!
성태와 얼굴을 마주한 순간 영빈의 두 눈을 크게 떠졌고, 성태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에 이은 선물처럼 그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텅!
영빈의 몸이 뒤로 튕겼다.
성태가 날아가는 영빈을 추적하면서 한쪽 발로 그의 어깨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터덩!
우두둑하고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처박힌 영빈을 쫓아서 성태가 직선을 그리면서 달렸다. 그리고 공격권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퍼억!
-컥!
아니, 아예 두개골 전체를 바스러뜨릴 듯한 충격과 함께 영빈의 몸이 바닥 깊숙이 처박혔다. 영빈이 처박힌 곳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둥글게 발생하더니 지형 전체가 깊게 함몰되어 바닥으로 무너졌다.
성태가 주먹을 들었다.
그의 주먹 아래서 뭉개지다시피 한 얼굴의 영빈이 성태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 마지막이다.”
-이놈…….
영빈은 피떡이 되다시피 한 얼굴로 이를 갈면서 그래도 으르렁거렸다.
물론 그런 위협 따위가 성태에게 통할 리는 없다.
“읏차!”
퍼억!
가벼운 기합성과 함께 성태는 다시금 주먹을 영빈의 안면에다 꽂아 넣었다. 수박이 깨지는 듯한 파열음이 나고서 영빈의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다가 축 늘어졌다. 성태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시뻘겋게 피 묻은 주먹이었다.
그 아래 뭉개져 있는 영빈의 얼굴이 있었다. 성태는 이어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건 좀 힘들구먼. 무리했어.”
그는 지친 표정으로 몸 여기저기를 주물렀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무리했다.
본래 현재 성태의 마나양은 만을 좀 넘기는 정도다.
단순히 마나양으로 생각해 본다면 데몬 프린스를 그가 상대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데몬 프린스를 가지고 놀다시피 할 수 있었던 것은 신적이라 할 만한 마나 이해력과, 그 이해력을 통해 극단적으로 마나의 효율을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아무리 성태라 해도 0에서 1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있는 걸 잘 활용해서 싸운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정도의 마나 수준에서 데몬 프린스를 상대하고, 심지어 심형지무를 사용해 싸운다는 건 꽤 힘든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얼른 안 오나…….”
몸을 다소 추스른 다음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한 어조였다.
갑자기 전장의 한쪽 허리케인을 연기처럼 헤치고 한 사람이 내부로 들어섰다. 그를 보자마자 성태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아, 왔네!”
지금 이곳에 들어선 이야말로 성태가 기다리고 있던 이가 맞았다.
그는 곧장 중앙에 안착하더니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약간 싸늘한 모습의 금발 미인이면서 성스러운 힘을 주변에 뿌리고 있는 권품천사인 오이겐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반기며 손짓하고 있는 성태를 당혹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요?”
“보는 대로의 일이지.”
“……당신이 데몬 프린스를 또 하나 죽였나 보군요.”
오이겐은 붕괴된 바닥 중심에 처박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데몬 프린스 영빈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본분상 데몬 프린스의 시신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고.”
“아니라고요?”
“죽이진 않았어. 무력화시키긴 했지만.”
성태가 그렇게 말하자 오이겐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그러면…….”
이어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서는 양손을 들었다.
그녀가 들어 올린 손에 강력한 마나가 모이면서 흰 빛이 일었다. 성가와 같은 파장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모든 사악한 것을 정화해 나갔다.
영빈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전신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났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양이 적어서 그것만으로 영빈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오이겐도 거기서 그칠 생각은 아니었다. 그녀는 벼락을 떨구듯이 영빈에게 그 성령의 에너지를 내리꽂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그렇게 하기 바로 직전에 성태가 그 손목을 잡아 막았다.
“어허!”
“왜 막는 거죠?”
분노한 눈으로 성태를 째려보며 오이겐은 물었다.
혀를 차며 성태가 말했다.
“죽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
“데몬 프린스를 죽이지 않는다니!”
“생각해 봐. 데몬 프린스라고?”
발작하려는 듯이 분노하는 오이겐에게 손가락을 까닥여 보이며 성태가 말했다. 오이겐이 흠칫하는 태도를 보였다. 성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눈치챈 것이다. 전쟁에서 어지간한 장교만 해도 포획하면 대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데몬 클래스면 장성이다. 무작정 죽인다니. 오히려 적이 더 바랄 만한 짓이다.
“그러나!”
성태가 하고 싶은 말은 이해했으나 악마에 대한 분노에 오이겐은 역시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데몬 프린스! 증오스러운 천계의 적! 죽여 마땅했고,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성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 섣부른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
“이용 가치도 클뿐더러 여러모로 개인적으로 용무가 있단 말이야.”
“당신…….”
오이겐은 이를 악물었지만 수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성태의 실력은 잘 안다. 데몬 프린스와 마찬가지로 오이겐 역시 그의 상대가 될 리 없다.
성태는 오이겐이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수용하는 태도이자 만족한 듯이 웃고는 영빈에게 다가가 그의 옷을 쥐어 마치 짐처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어쩌려고?”
성태가 데몬 프린스를 데리고 가려는 모습이자 오이겐이 다급히 물었다.
이후 성태는 오이겐에게 접근해서는 말했다.
“영웅의 자리는 그쪽에게 넘기지. 대신에 이 녀석은 나한테 넘기라는 거야. 물론 혜선에게도 그쪽이 사정을 잘 설명해 줘야 하겠지.”
그리고 성태는 슬쩍 혜선을 바라봤다.
성태 덕에 잠시 정신을 차렸던 그녀는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다. 워낙 극심했던 부상이니 별수 없는 일이었다.
혜선도 눈치가 빠른 편이라 깨어나면 금세 상황을 파악할 테니 오이겐만 협조적으로 나오면 쉽게 상황을 조작할 수 있으리라.
“그럴 수는…….”
오이겐은 고개를 크게 저었다.
죽이지 않는다는 것까지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떻게든 납득할 수 있다. 이용 가치가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이 끝나면 처리할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태가 개인적으로 데몬 프린스를 빼돌리겠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가 이후 데몬 프린스를 어떻게 할지 알고 넘겨준단 말인가!
하지만 성태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어 엄중하게 자신의 뜻을 표현해 보였다.
“당신은 천사라고 하니까 그럴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용무가 있다니까.”
“……으음…….”
오이겐은 입술을 물면서 뒤로 물러났다.
특별히 위협하려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저도 모르게 물러서고 만다. 성태는 빙긋 웃어 위협적인 분위기를 풀고 이어 말했다.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도록 하자고.”
그리고 성태는 허리케인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한데 그의 등 뒤에서 오이겐의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왜 스스로 나서지 않는 거지요?”
“몸을 숨기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경우도 있는 법이지.”
성태는 오이겐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한 다음 얼굴을 돌려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 빙긋 웃는 어조로 가볍게 말했다.
“그리고…… 귀찮잖아.”
공기처럼 가벼운 태도에 오이겐은 할 말을 잃었다.
진심일까. 설마 그럴 것 같진 않다고 생각되면서도 묘하게 어쩌면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예감도 들었다. 그만큼 종잡을 수 없는 사내였으니까.
“그럼 부탁하지!”
성태는 오이겐에게 더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외친 다음 바닥을 박찼고, 한 손에 데몬 프린스 영빈을 든 채로 허리케인을 뚫고 사라졌다.
후우웅!
그가 사라진 다음 그곳을 감싸고 있던 허리케인이 점차 약해지더니 종래에 완전히 잦아들었다. 긴장된 얼굴로 그곳을 포위하고 있던 헌터들이 그제야 드러난 전장의 모습에 놀란 모습이 되어 저마다 입을 열었다.
“폭풍이 걷혔다!”
“어떻게 됐지?”
“아, 저기 서 있는 건…… 여자?”
“권품천사다!”
혹시나 데몬 프린스가 허리케인을 해제하고 이번엔 자기들과 싸우려 들지 않을까 우려하던 헌터들은 데몬 프린스의 모습이 없다는 데에 우선 기뻐했고, 그다음에 현장에 서 있는 것이 오이겐이라는 것에 크게 놀라면서 기뻐했다.
“그렇군! 저게 이번에 우리 대학에 들어왔다고 하는!”
“그러면…….”
“보면 모르겠어!”
“이겼다!”
환호성이 터졌다.
상황을 되도록 긍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마음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겨우 드러난 모습을 보자니 오이겐만 떡 서 있다. 데몬 프린스의 모습은 없다. 이혜선은 쓰러져 있다.
전장은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역시 처참한 싸움 끝에 오이겐이 그 악마를 처단했다고 보는 게 옳다.
“역시 권품천사!”
“그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천국의 문을 연 보람이 있었군!”
환호성이 축제의 절정처럼 연이었다.
그들의 환성과 찬양 가운데서 오이겐은 굳은 표정으로 성태가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역시 아무도 그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바쁘기는 성태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허리케인이 사라진 즉시 전장을 살폈다.
이혜선을 찾는 것이다.
“혜선은?”
“저기!”
“쓰러져 있는데……!”
모두의 얼굴이 걱정스러워졌다.
바닥에 누워 있는 데다 심한 싸움을 거친 것이 분명한 겉모습에 절로 나쁜 상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가 보자!”
그들은 최악의 사태가 부디 일어지 않기를 바라며 서둘러 몸을 날렸다. 그리고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이혜선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세를 살폈다.
“이혜선!”
“응…….”
이혜선이 그녀를 안고 흔드는 손길이 불편한 듯이 신음 소리를 냈을 때 걱정스러워하던 일행의 얼굴 표정이 모두 환하게 밝아졌다.
“무사해!”
“아……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이후 성태 일행은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응급반보다 먼저 혜선을 먼저 데리고 병원 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많은 학생들이 이혜선을 보고 박수를 쳤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미스터 로드를 구하기 위해 데몬 프린스에게 몸을 던진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
한편, 오이겐은 현장에 홀로 남아 미스터 로드를 대신할 현장 책임자를 기다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무언가 불편한 기운이 가득했다.
마기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마기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차원이 일그러지며 그녀도 잘 알지 못하는 묘한 세계에서 흘러나온 기운인지도 몰랐다.
곧 그녀는 고개를 흔들어 그 묘한 기운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해야 할 일과 생각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고려할 수는 없었다.
알파메일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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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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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