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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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83화
183화 심검지경(2)
하지만 일방적으로 로드가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번뜩이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마치 인과관계 자체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아무리 로드라 해도 이런 공격에는 대응이 극히 어렵다.
공격이 그의 육체에 닿기 전에 이미 방어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반응이 늦춰지고, 일방적인 샌드백 꼴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샌드백 꼴을 벗어나기 위해 공격과 운동에 충분한 힘을 배분하면?
조금 전처럼 예측 불허의 공격에 당해 큰 부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방어밖에 할 수가 없었다.
미스터 로드는 이미 피투성이였다.
“크윽…….”
이제까지 쌓인 피로와 상처 탓에 결국 미스터 로드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황당했다. 강력한 마법도, 육체의 공격도 얼마든지 경험해 봤다. 그러나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공격이 가능하단 말인가?
차원의 경계면이 파괴되고 이세계의 기기괴괴한 존재들이 흘러나왔지만 이런 대처 불가능한 공격 같은 건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이것은 마치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 터널이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현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공격이다!
그러나 미스터 로드의 당혹감 같은 것은 상관없이 한 손에는 묘한 에너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검을 쥔 채 영빈은 그에게 다가섰고 검을 들었다.
검날에 모여든 힘이 음산하게 주변을 물들여 갔다.
-이제 끝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이씨 가문의 기대주가 타락해 악의 주구가 되어 이런 짓을……!”
희미한 시선으로 고개를 들어 로드는 영빈을 바라보며 한숨 쉬었다.
그의 표정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영빈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짙었다. 그렇지 않아도 천재로 유명하던 소년이었다.
그 천재성은 오늘 뼈저리게 실감하게 됐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 인류의 다음 세대가 되어주길 바랐었는데…….
이렇게 되고 말다니.
영빈은 잠깐 침묵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너와 그런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다.
“흐하하하, 그도 그렇군! 그렇다면 와라! 내가 바로 미스터 로드! 미국을 대표하는 지상의 강자다! 악마와의 대화에 두 주먹 외에 무엇이 필요하랴!”
미스터 로드는 없는 힘을 쥐어짜 우뚝 일어서며 외쳤다.
죽음을 눈앞에 둔 부상자라고는 도무지 상상하기 힘든 기개와 힘이 그의 전신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과연 미스터 로드다운 태도로군. 그렇다면 그 위명에 맞게 죽어라.
말의 끝에서 영빈은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자신의 왼손에 들어 올린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스터 로드는 지금 위중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검은 마력의 검이 예리하게 날았다.
검격은 미스터 로드의 목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그 검격이 닿기 바로 전에 무언가 날아들었다!
쩡!
콰앙!
충격파가 일며 바닥이 붕괴됐다.
바닥이 산산조각 나며 돌과 먼지가 분분히 일어나며 그것이 충격파에 뒤섞여 날았다.
“윽……!”
억눌린 신음 하나.
그리고 미스터 로드는 크게 놀란 표정이 됐다.
“너는…….”
지금 자신의 앞을 가리고 영빈의 검을 막은 것은 한 소녀였다.
그리고 미스터 로드도 익히 아는 소녀!
바로 이혜선!
그녀는 충격에 이를 악문 표정으로 외쳤다.
“피하세요!”
“어떻게 너를 두고!”
미스터 로드가 반발했다.
아무리 위중한 상황이라 하나 강적을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소녀에게 맡기고 도망간다니! 그로서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지킨다!
그것이 미스터 로드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구시대적인 관념이지만 미스터 로드를 미스터 로드의 자리까지 이끈 힘이기도 했다.
“이것은 저희가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스터 로드가 결정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영빈이 검을 회수했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지켜보지 않겠다는 듯 앞으로 나서면서 혜선을 공격했다.
-무모한 짓을 하는구나!
쩡!
이혜선은 영빈의 공격을 겨우 막아냈다.
하지만 데몬 프린스의 공격이다.
막아냈다고 해도 막아낸 것일 리 없다. 그의 몸 전체가 휘청거리며 공격받은 쪽으로 넘어갈 뻔했다. 그녀는 겨우 균형을 잡으면서 검을 앞으로 내세웠다.
“으윽……!”
그러나 뒤이어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르는 것을 감추지는 못했다.
-비켜라. 너를 죽이고 싶진 않다.
“어차피 세상을 버리기로 하셨으면서 제게 그런 알량한 동정을 베푸실 생각입니까?”
이혜선은 영빈의 위협 앞에 전혀 꺾임이 없는 태도로 외쳤다. 영빈은 잠깐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군.
손속에 정이 들어 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이혜선이 천재라 하나 데몬 프린스가 된 영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그 망설임을 버리듯이 영빈은 바닥을 박찼다.
바닥이 박살 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어진 것은 현란하게 이혜선의 삼면을 덮으며 파도처럼 날아드는 예광의 물결! 이혜선은 각오로 입술을 물고 검을 휘둘렀다.
달을 그리듯!
물이 흐르듯!
쩡!
쩌정!
“으윽…….”
불꽃과 충격파가 일고 결과가 드러났다.
영빈은 놀란 표정이 됐다.
자신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바닥에 발자국을 여럿 남기며 튕겨 나갔지만 여전히 검을 들고 우뚝 선 자세로 서 있는 이혜선이 보였기 때문이다.
영빈이 이번 공격은 심검을 사용하진 않았으나 이혜선을 죽일 생각으로 날린 것이기 때문에 이걸 버텨냈다는 것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이미 이혜선은 젊은 층 가운데서 어떻다 하는 평가를 초월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
그러나 지금 상황이 너무나 나쁘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놀랍구나. 네가 이것을 버티다니. 너도 자신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도’가 아닐 텐데요.”
전신이 바스러질 것 같은 고통을 겨우 추스르면서도 이혜선은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혜선은 영빈의 심검이 결코 그 자신의 실력과 깨달음에서 얻은 결과물이 아님을 눈치채고 있던 것이다. 영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쓰라린 지적이군.
“저는…… 가짜에게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혜선은 단호하게 외쳤다.
그녀의 눈동자는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결연함이 도리어 영빈을 폭발시켰다.
그의 얼굴은 정녕 악마처럼 일그러졌고, 분풀이를 하듯 검세의 폭풍을 이혜선을 향해 몰아갔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쩡!
쩌정!
노호怒號 사이로 검이 충돌하는 소리가 났다.
일격, 일격이 상대를 벤다기보다 차라리 부수기 위한 기세를 품고 혜선을 향해 쇄도했고, 혜선은 그것을 일일이 막아냈다.
그때마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버드나무처럼 휘청였다.
그 위태로움은 당장에라도 박살 날 마른 가지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하나하나, 그녀의 힘에 부치는 그 공격을 받아넘겼다.
이혜선이 버티고 있는 그 모습이 영빈을 더욱 분노로 몰아넣었다.
-진체만이 드러나고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차라리 세상은 좀 더 명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지!
쩌정!
차앙!
이혜선을 부수기 위해 공격을 몰아넣으면서도 영빈은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자신의 진짜 공격을 하지 않았다. 바로 왼손에 들고 있는 마력의 덩어리, 심검이었다. 일찍이 대종사 이건으로부터 패배했던 칠흑이 당시의 고통을 딛고 구현한 적의 힘!
저 마력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영빈은 물리 법칙을 넘어서서 심검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 마법의 극의이면서도 그것이 검의의 극의이기 때문에 그것을 만들어 냈던 칠흑조차 사용할 수 없던 것이 바로 이렇게 이건의 후계자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가짜 심검!
그러나 심검!
그렇기에 영빈의 지금 행위는 마치 발악 같아 보였다.
입으로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 따위 소용없다고 하면서도 동생을 죽이는 데 감히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니요!”
날아오는 공격을 후려치면서 이혜선은 역으로 외쳤다.
해일을 맨몸으로 맞이하려는 무모한 바보의 행위처럼 위태로워 보였으나 그녀는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한 자루 검이 자리해 있었고, 그 검이 가리키는 길을 향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체는 반드시 드러납니다!”
그래서 영빈의 발악에 대항하는 이혜선의 발언과 행위는 빛났다.
그것은 진짜에 의한 진짜의 행위였기 때문이다.
-진체라…….
혜선의 기세에 영빈의 눈동자가 검어졌다.
-진체야말로 속박이었다!
그는 포효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가 이 순간 바로 이런 꼴이 되기까지 겪었던 무수한 좌절이 그 외침에 겹쳐 있었다. 진짜 자기가 된다는 것. 어처구니없는 그 요구. 너무 위대해서 감히 범접할 수 없던 조상. 그를 넘어서야 한다는 위기감. 그리고 진짜 자신? 말도 안 되는 소리.
혼란스러웠다.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 있다.
텅!
이번에도 그가 휘두른 검은 튕겨 나갔다.
영빈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비웃듯이.
마침내 영빈의 왼손에 들고 있던 마력이 번쩍였다. 그 마력이 영빈의 다른 검에 연결되며 마법적인 힘으로 번뜩였다. 혜선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면서 몸을 뒤로 날렸다. 영빈이 검을 휘둘렀다. 혜선이 몸을 피한 곳에서 완전히 벗어난 공격이었다.
그러나 몸을 뒤로 날리던 도중에 그녀는 화끈한 예리함에 느꼈다.
촤악!
그녀의 몸이 피를 뿌리며 겨우 착지했다.
옆구리 쪽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한 줄기 선이었다. 크진 않으나 의미하는 것은 중대한 상처였다. 이제까지 이혜선을 지탱하던 의지와 노력을 단번에 부정하는.
영빈이 그녀를 비웃었다.
-보아라! 이렇게 현상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힘은 실현되었다!
“아니요! 그것은 기껏해야 껍질! 진짜와 충돌하지 않았기에 유지 가능한 객기에 불과합니다! 결국 한계가 있는 반푼이의 발악이지요!”
휘청이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이혜선은 외쳤다.
-우습구나! 그것이 아버지에게 네가 배운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이혜선이 역으로 영빈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며 외쳤다. 이대로 수비적인 자세로 나가서는 방어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금 일격으로 뼈저리게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검이 있었고, 그 검을 향해 자신을 이끌어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내의 모습이 자리해 있었다.
결국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줬던 사내였다.
그가 특이한 방식으로 같은 것을 훨씬 더 탁월한 형태로 구현해 냈었기에 이혜선은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정석이나 바로 이 오빠에게서 물려받았던 ‘형’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 ‘진짜’의 가치를 이제 오빠에게 알려줘야 했다!
-무모한!
“도전한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지요!”
거리가 좁혀진 시점에서 이혜선은 검을 휘둘렀다.
그녀가 휘두른 검격은 바로 벼락떨구기!
그녀가 자기 자신을 찾는 데 있어 시발점이 되었던 그 검격이었다. 때문에 그것은 이전 그녀가 구사하던 그 어떤 벼락떨구기와도 비교할 수 없기 강력했고, 또한 정련되어 있었다.
영빈은 흠칫 놀라면서 그 공격에 대응해 검을 휘둘렀다. 그의 왼손에 들린 마력이 번뜩이며 검격이 물리 법칙을 왜곡해 공간을 잘랐다.
써걱!
“아…….”
예리한 절단음이 나고 결국 이혜선은 영빈의 앞에서 무너졌다.
아랫배가 베였다.
순식간에 이혜선의 하복부 쪽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한 손으로 상처를 부여잡고 있어서 그 정도였다. 그 손을 놓는다면 곧장 베인 상처를 통해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올 것이다.
결국 이혜선의 의식은 그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졌고, 그 자세로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죽은 듯이. 그러나 겨우 숨결은 붙어 있었다. 헌터로서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녀 자신의 의지가 이런 상황에서도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무력한 연명이었다.
알파메일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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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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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