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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81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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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알파메일 181화

181화 대천사 미카엘(1)

 

 

 

 

 

오이겐의 정신은 무수한 차원을 헤맸다.

 

상상을 넘어서는 세계가 펼쳐져 그녀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오이겐의 정신은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견고한 성령의 힘으로 인도받아 결국 채 열리지 못한 헤븐즈 도어 앞에 다시금 도달했다.

 

그 문 너머는 황홀한 성령의 세계였다.

 

그 세계의 문 앞에는 이미 거대하고도 압도적인 힘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대천사 중 하나이자 세계의 총괄자, 미카엘이었다.

 

지극한 공손을 성령의 오라로 드러내며 오이겐은 미카엘에게 부복했다.

 

-대천사를 뵙습니다.

 

-수고가 많았다.

 

미카엘은 차가움과 위엄이 조화된 성령의 오라로 오이겐을 감싸면서 그녀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저도 모르게 오이겐은 감격하고 말 것 같았다.

 

-아닙니다. 모든 것은 천계의 영광을 위해……!

 

-그렇다. 모든 것은 저 악을 멸하고 천계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해서이지. 그렇게만 한다면 틀림없이 주께서도 부재를 깨고 편재로 돌아와 주실 것이다.

 

-저 역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굳은 각오가 기대, 그리고 믿음에 가득한 오라를 주변에 뿌리면서 미카엘은 말했고, 오이겐 역시 마찬가지의 감정을 담아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서는 어쩔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감이 묻어났다. 진정한 주의 부재.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이 공백이 필연적으로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감각이었다. 이 부재야말로 그들이 이 싸움을 끝도 없이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주께서 보시기에 기쁜 세상을 만든다면…….

 

그렇다면 돌아와 주시리라!

 

감정을 추스르고 미카엘이 이어 물었다.

 

-그들의 상황은 어떻지?

 

-극히 일부 저희를 믿지 않는 세력이 있는 것 같지만 대체로 기대했던 대로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토록 오랜 교화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미카엘은 혀를 찼다.

 

이 세계는 아주 오랫동안 지구에 개입했다.

 

그래서 천계의 세계관을 이식해 그들을 자신들의 오래된 종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신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천사를 만났다 주장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쓴 많은 책자들은 모두 그런 개입의 산물이다.

 

-개입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악의 발현이 우리보다 빨랐으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어차피 불신자들의 교만이야 익히 알고 있던 것이니 이제 와서 왈가왈부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지.

 

오이겐의 말에 미카엘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지구에 간섭한 역사는 오래됐다.

 

그리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통합이 이루어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무수한 교리와 교파가 발생하고 다양한 세계관의 형태와 신에 대한 해석이 있었다. 심지어 그것을 두고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것은 차원 경계면을 넘어서 다른 세계에 개입한다는 것이 본래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결과다. 제대로 된 언어는커녕 본래는 일종의 추상적인 비전으로만 사고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천계라는 세계와 현재 지구에 있는 천사와 신에 대한 세계관은 비슷한 면은 있으나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백 년 전의 일로 인해 신앙은 급격히 쇠락했고, 수천 년의 노력은 쇠퇴해 이제는 불신자의 세상이 되고 말았을 정도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미카엘은 그 말 안 듣고 불경한 하등 종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은 듯 뜨거운 오라를 주변으로 뿜어냈지만 오이겐은 서둘러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들의 세력이 적지 않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헤븐즈 도어가 생각대로 열리지 않은 이상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이지.

 

미카엘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븐즈 도어가 열리고 성령의 힘이 지상에 충만해 대천사의 강림조차 가능해졌다면 일거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현재 상황은 그 정도까지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만 목적했던 지점까지 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망할 이유는 없었다.

 

-네, 그리고…….

 

-특이 사항이 있는가?

 

미카엘이 채근하듯 묻자 오이겐은 입을 열려다가 다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그저 데몬들의 방해가 있지 않을까 해서…….

 

실상 오이겐이 말하려던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녀는 지상에서 만났던 한 특수한 존재에 대해 말하려고 했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어떤 특수함과 힘을 감추고 있던……!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입 밖으로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불현듯 강렬한 두려움이 그녀를 엄습했다. 황당한 일이었다. 권품천사인 그녀가 일개 지상의 존재에게 두려움을 느껴 입을 다물고 만다니! 그것도 미카엘의 앞에서!

 

그러나 오이겐이 만난 성태의 존재감과 힘은 분명히 그럴 만한 것이기도 했다.

 

미카엘은 오이겐의 태도에서 의심스러운 점은 받지 못했던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데몬에 의한 간섭은 천계에 있어 가장 큰 우환거리였다.

 

-분명 해야 할 걱정이군. 그러나 헤븐즈 도어가 열리면 우리 역시 강림이 가능해진다. 악의 주구들이 나선다 해도 능히 처리할 수 있겠지.

 

-그들이 그런 사태 자체를 막으려 들지 않겠습니까?

 

오이겐이 반문했다.

 

데몬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교활한 것들이다. 헤븐즈 도어가 열리기를 뻔히 보고만 있을 리는 없다. 로마에서 헤븐즈 도어가 열리도록 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수고를 들여야 했던가.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이는 종복들의 피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오이겐은 우려스럽게 말꼬리를 흐렸다.

 

인간들은 결코 그들의 말대로 움직이는 생각 없는 종이 인형이 아니다.

 

물론 그들이 오래도록 노력해 온 보람이 있어 천사라는, 천계라는 존재에 대한 커다란 존중과 경외심이 세계 곳곳에 있긴 하나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무 대가 없이 모든 것을 내놓을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영광이 모든 것의 대가로 지불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 버렸다.

 

-불신자들의 세력이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인 이상 그런 면에 있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별수 없는 일이지. 그러나 헤븐즈 도어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데 따른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한 계책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어떤 것입니까?

 

오이겐의 오라가 기대에 흔들렸다.

 

인간들을 진정으로 설득하고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는 수단이라니.

 

헤븐즈 도어가 이석훈을 주력으로 한 불신자들의 힘이 크게 작용해 겨우 열린 것을 생각하면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저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자들이 있었다.

 

-재밌는 이야기?

 

-세상을 신국으로 만들어 달라더군.

 

-신국이라 하면…….

 

놀라움에 오라를 흔들면서 오이겐이 반문했다.

 

신국神國.

 

말 그대로 신의 나라.

 

어원적으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에 기원한다.

 

지상에는 지상의 나라가 있고, 신에게는 신의 나라가 있다. 그리고 신의 나라가 종말의 때에 이르러 모든 것을 심판하고 진정한 탁월성의 세상을 현현시킬 것이다.

 

대체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로마제국의 몰락에 대한 초대 교황의 탁월한 응답이라 여겨지는 이 책은 이후 유럽 문화에 있어 진정한 세계와 가짜 세계, 교황권과 세속 권력의 분리와 같은 이론적 문제에 대한 기초가 되어 왔다.

 

어쨌거나 핵심은 신국이야말로 진정한 나라이며, 정신의 세계야말로 진정한 가치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 신국을 만들어 달라는 것은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바로 천계에 의한 세계 통치!

 

-물론 천계에 의한 지배지. 흥미롭지 않으냐. 물론 우리는 그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만 저쪽에서 먼저 그것을 청해 올 줄이야. 그들의 청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하등종들을 방패로 충분한 힘과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대체 누가……?

 

오이겐이 당혹스럽게 물었다.

 

신실한 자들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본 바 결코 모든 것을 내어줄 정도로 강한 신앙심을 품은 이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미스터 로드만 해도 매우 정중하고 오이겐에게 경외심 가득한 태도를 보였지만 만일 천계에 통치권을 넘기는 데 협력하라고 한다면 동의할 리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디에?

 

-그런 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더군.

 

-장애물……이라 하심은?

 

오이겐이 되물었다.

 

미카엘의 의지가 마법에 담겨 오이겐에게 전달되었다. 주변에 그 내용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지금 이 장소가 지상의 인간들에게 염탐될 리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묘한 반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천사를 자칭하면서 지금 자신이 하는 행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

 

미카엘의 의지를 전달받은 오이겐의 오라가 다음 순간 발작적으로 떨렸다.

 

지금 전달된 내용이 그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해할 수 없는 말입니다.

 

당혹감을 담아 미카엘에게 강하게 말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에 대해 일말의 고려조차도 필요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미카엘은 부정의 오라를 보냈다.

 

-하계의 것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 거래에…… 응하는 것입니까?

 

오이겐은 두렵게 물었다.

 

미카엘은 도리어 되물었다.

 

마치 시험하는 것처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들이 말하는 장애물은 정말로 장애물이 될 것 같으냐?

 

-그건…….

 

오이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심을 말하는 것은 두려웠다.

 

그 진심의 다음에 이어질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천사 미카엘은 냉혹하고 강인하여 필요하다 여겨지면 어떤 결단에도 주저함이 없다. 그것이 설령 동지를 베고 봉인하는 것일지라도.

 

그러니 그 대상이 만일 하계라면, 그가 열등하다 믿는 하계의 존재에 대한 것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네게 이것을 맡기지.

 

쉽게 답을 하지 못하는 오이겐 앞으로 갑자기 미카엘이 무언가 또 다른 에너지를 보내왔다.

 

오이겐은 황송하게 그 마력의 덩어리를 받았다. 즉시 오이겐의 마력이 놀라움에 흔들리며 주변에 커다란 파장을 만들었다.

 

-천상의…… 뿔피리.

 

천상의 뿔피리.

 

성경에 기록된 종말의 때에 울리게 될 뿔피리를 말하는 것이다.

 

천사가 지상에 나타나 이것을 울릴 때마다 커다란 재앙이 세계를 덮친다고 하며, 일곱 번 울릴 때 세상은 종말을 맞이한다고 한다.

 

실상은 천계 최강의 아티팩트로, 세계 그 자체의 명운을 결정할 만한 권능을 그 속에 담고 있는 무구이다. 본래라면 일개 권품천사 따위가 도저히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헤븐즈 도어가 완전히 열리지 않은 지금 그것의 힘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네가 지상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기에는 충분하겠지. 기실 네게 이것을 넘기는 것은 도리어 늦었다고 여겨지는군. 헤븐즈 도어를 열 힘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리 넘겼을 텐데. 그랬다면 정숙 따위에게 고전할 이유도 없었겠지.

 

-이것으로…….

 

오이겐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일개 아이템에서 뿜어지는 힘에 압도당하고 만 것이다. 물론 단순히 힘에 압도된 것은 아니다. 그 아티팩트의 의미에 한층 더 압도당해 있는 상태였다.

 

미카엘은 신의 사자다운 엄중한 위엄을 드러내면서 이어 명령했다.

 

-네가 보고 그들의 말이 옳다고 여겨지면 집행하라.

 

-……알겠습니다.

 

오이겐은 공손히 그 명령을 받들었다.

 

이제 와서 이것을 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천상의 뿔피리까지 나온 이상 명령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뿐이다.

 

 

 

 

 

알파메일 181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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