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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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8화
178화 위험한 격전(2)
로드 주니어는 자신의 실력을 능히 초일류의 영역에 올라서 있다고 생각한다.
오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그렇다. 아마 비슷한 연령대 가운데 자신에 비길 수 있는 강자는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기껏 다섯 마리나 될까 싶은 놈들을 상대하고는 벌써 이렇게 지치고 말았다.
하나하나가 상급 몬스터 이상의 힘이었다. 로드 가문의 장자로서 저 정도 몬스터에게 이렇게 고전하고 있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태가 그의 속내를 들었다면 쓴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길쭉 도깨비는 다섯이면 하급 아크데몬 하나는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급이라 하나 아크데몬이다.
그런 수준의 적을 상대하면서 창피해한다는 건 무지하기에 가능한 오만이다.
‘이런 놈들이 계속 나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때는 뉴욕 전체가 지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길한 우려를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로드 주니어는 어디까지나 당당하게, 그리고 어디까지나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스스로를 어필했다.
물론 그럼으로써 얻게 되는 주목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웅은 마지막까지 웃으며 사람들을 지켜주는 존재란 걸 그는 알고 있다.
“그래도 못 이길 적은 아니야!”
그는 스스로에게 일러주듯 외치면서 화급히 움직였다.
그러던 사이 로드 주니어는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 그곳에서도 도깨비에 의한 학살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퍼억!
퍽!
상황은 한층 끔찍했다.
이곳은 학생 헌터가 많기 때문에 곳곳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몸의 한 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채 절명한 그들의 모습은 절망적이었을 전력 차를 알려주고 있었다.
시간 낭비는 할 수 없었다.
로드 주니어는 재빨리 싸움에 참여했다.
그가 참여하자마자 전투의 양상이 바뀌었다.
내지르는 주먹 한 방, 한 방에 도깨비들이 작살나며 무너졌고, 그들의 눈과 머리가 터져 나갔다. 이제까지와는 정반대의 학살극이었다.
“로드다!”
“로드 주니어가 도착했다!”
학생들이 환호했다.
로드 주니어는 그 환호에 실력으로 응답했다.
오오오오!
오오오!
퍼억!
쾅!
그가 달려 지나가는 길마다 얻어맞은 수수깡처럼 도깨비의 몸이 폭발하며 꺾였고, 허공을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져 내렸다.
학생들의 열광이 더욱 커졌다.
아직 싸울 수 있는 헌터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로드 주니어는 선두에 서서 그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 외쳤다.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조심해서 상대해! 이놈들은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한다! 피하는 데에 집중하고 발아래를 무너뜨려서 조준점을 흩트리면 상대할 수 있어!”
모두 그의 지시에 따라 포위망을 만들고 발밑을 부수어 조준점을 흩트리고 그사이 눈과 같은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급조된 방식이지만 효과는 제법 좋아서 금세 곳곳에서 이전과 같은 학살극은 중단되고 대등해 보이는 전투가 펼쳐졌다.
그러는 사이 허점이 커진 도깨비는 로드 주니어가 즉각 달려가 사냥했다.
연계 효과가 아주 뛰어났다.
도깨비들이 금세 대처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간다면!’
학생들은 물론 로드 주니어 역시 기세가 올라 사태를 희망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현장에 남아 있는 도깨비들이 이전과는 달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로드 주니어는 얼굴을 찌푸린 채 우선 상황을 살폈다.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핥고 내려갔다.
***
웨이링의 칼끝이 쓰러진 도깨비의 눈을 찔렀다.
퍼억 하는 소리가 나며 칼날이 눈과 뇌를 동시에 관통했다. 길쭉 도깨비는 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웨이링은 칼을 뽑으면서 만족한 듯이 말했다.
“후와! 정리 끝.”
지금 그녀가 말한 것처럼 성태가 맡고 있던 연구소 입구 쪽 몬스터는 이걸로 완전히 청소됐다.
차원 간 균열이 회복되지 않은 모양이라 또 다른 몬스터가 언제든지 이 세상에 흘러 들어올 수도 있었지만 많은 몬스터가 한 번에 몰려든 만큼 한동안은 여유가 있을 것이다.
차원의 파장은 파도 같아서 파고가 클수록 다음 파도가 늦는 법이다.
“그럼 다음 블록으로 가자!”
성태는 상황이 정리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재촉했다.
“그렇게 급할 이유가 있어?”
“그래, 우리도 좀 쉬었다 가자.”
다들 그 말에 당장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일행이 워낙 실력이 높아서 피해 없이 싸움을 정리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적은 아니었다. 성태 본인이 이야기했듯이 강력했다.
다들 제법 지쳤다. 구역을 벗어나서까지 초과 노동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고, 굳이 한다 해도 조금 쉬어 체력을 회복한 뒤가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성태는 완강했다.
“바보 같은 소리! 지체하면 엄청나게 죽는다고.”
성태가 이렇게 나오니 다들 의아한 표정이 됐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 일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싸워 본 느낌으로만 보자면 그 정도는 아니었기에 다들 물었다.
“이 녀석들이 그렇게 위험해?”
“강하긴 하지만…… 좀 유별나게 걱정하는 것 같긴 한데.”
“나도 솔직히 좀 그렇게 느꼈는데.”
일행은 아주 강하다.
하지만 여긴 뉴욕대다.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다.
교수진이나 프로 헌터들도 포진해 있고, 그들의 전력을 생각하면 성태 팀의 전력에 비해 결코 부족할 게 없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너무 과민한 반응이 아닌가 싶었다.
“하나하나 상대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이놈들은 이게 끝이 아니야.”
성태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그럼 뭐야, 변신이라도 한다는 거야?”
“비슷해. 위험한 적이 나타났다 싶으면 합체해서 커진다고. 이게 또 어마어마하게 세단 말이야.”
카에데의 되물음에 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그 답을 들은 이들이 모두 당황한 표정이 됐다.
합체 변신이라니…….
***
학생 헌터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한 몬스터 때문이다.
“이게 뭐야…….”
“무슨…….”
“변신한 건가?”
“아니…… 합체?!”
그들이 더듬거리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근육질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검붉은 피부의 도깨비였다.
인간과 같은 체형이었지만 팔은 여덟 개이고 얼굴은 셋이 붙어 하나가 된 형태였다. 불교에 나오는 아수라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던 헌터들이 상대하던 길쭉 도깨비가 갑자기 한 곳에 모여들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더니 변형되어 나타난 괴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5m에 달하는 키가 위압적이었던 괴물이다. 아예 근육질 거한의 모습이 된 데다 여러 개의 팔을 휘두르면서 사방을 빈틈없이 감시하는 그 모습은 쉽사리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싸우면서 저 괴물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기억이 선명한 판이다. 저렇게 위압적으로 변한 상태이니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결국 이런 싸움에는 선봉이 중요한 법이고, 누가 선봉이 되어야 할지는 분명했다.
로드 주니어가 강하게 외치면서 앞으로 나갔다.
“겁먹지 마! 그래 봐야 덩치가 커졌을 뿐이다! 달라진 것은 없어!”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며 튕기듯이 날아간 그를 향해 합체한 도깨비가 흉하게 눈알을 부라리며 맞이했다. 도깨비의 팔 여덟 개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읏?!”
츳!
팔이 한 번 움직이니 그것은 마치 거대한 그물망 같았다.
그것도 폭발하는 그물망!
한 덩어리로 뭉쳐 움직이기 전에도 어마어마한 속도의 공격을 기관총처럼 연사하던 놈이었다.
그런 공격을 한층 거대해진 팔로 쏘아내니 거의 크레모아를 수십 개 연달아 쏘아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무수한 충격파의 굉음이 하나로 겹쳐 들릴 정도로!
초음속의 세계에서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그 맹공의 물결을 본 순간 로드 주니어는 직감했다!
‘못 피해!’
그물처럼 펼쳐져 오는 저 공격은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막는 것이 최선!
결국 그는 양팔로 전신을 감싸면서 방어에 전력을 돌렸다.
도깨비가 펼친 공격의 파도가 로드 주니어를 후려쳤다.
콰앙!
허공에 폭발이 일어났다.
너무나 큰 충격이 터져 나오면서 화약으로 인한 기체 팽창 같은 형상이 없음에도 폭발에 상응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일종의 연속 소닉붐이었다.
주변이 크게 흔들렸고 충격 지점이 파괴되며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후우우웅!
충격파가 멎었다.
그리고 파괴의 중심을 자욱하게 가리던 먼지가 천천히 걷혔다.
그 장면을 긴장한 학생 헌터들이 바라봤다.
로드 주니어는 어떻게 됐을 것인가.
가려진 먼지 사이로 로드 주니어의 모습이 드러났다.
“로드 주니어다!”
“무사해!”
“역시!”
환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 환성의 끝에 우려스럽게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니…… 무사하진 않아…….”
그 말에 다들 다시금 로드 주니어를 살폈다.
그리고 일동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으음…….”
“저건…….”
“좋지 않은데…….”
로드 주니어의 상태는 처참했다.
어떻게든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공격을 받은 정면은 완전히 걸레 꼴이 되어 있었고, 피투성이였다. 팔은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다친 상태였고, 하체는 겨우 서 있기는 하지만 허벅지와 종아리 쪽 근육이 터진 듯이 파여 있어서 근육과 뼈가 얽혀 있는 모습이 드러나 있을 지경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진흙으로 만든 인형을 손톱으로 마구 헤치면서 뭉개 놓은 듯한 모습이다.
곧장 쓰러져 그의 숨이 끊어진다 해도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허억, 허억…….”
그러나 로드 주니어는 피에 젖은 시선으로 적을 바라보면서 강건하게 버텼다.
그는 감각적으로 느낀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무너지면 엄청난 학살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을.
‘괴물……!’
강력한 적이라면 데몬 프린세스 정숙을 만난 적이 있다.
물론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전에 조우했던 그 어떤 몬스터도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괴물에 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괴물이 다시 여덟 개의 팔을 돌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
로드 주니어는 이를 악물었다.
버틸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니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몸 상태에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여기서 도망치면…….
뒤에 있는 학생들은 모조리 죽는다!
그 괴물이 다시금 팔을 들었다.
공격하려는 자세다!
그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뒤에서 긴장된 시선으로 이 싸움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외쳤다.
“도망쳐!”
그 외침에 겹치듯이 괴물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온 힘을 모은 듯이 그 한 발에 바닥이 박살 나면서 그 거대한 몸이 활시위처럼 휘었다. 그리고 여덟 개의 그 탄력을 팔에 차례로 담아서 속사포를 쏘아내듯이, 파도의 파장을 겹쳐 해일을 만들듯이 로드 주니어를 향해 연이어 내질렀다.
쾅!
초음속의 펀치가 감각하기조차 어려운 시간 차를 두고 날아들었다.
하나인 것처럼 폭음이 터졌고, 초음속이 겹쳐 폭풍을 만들었다. 날아드는 주먹은 마치 힘의 장막 같았다.
로드 주니어는 정신을 끌어모아 전신을 단단히 보호하고 이 순간을, 그리고 저 펀치를 견뎌내려 결심했지만 과연 가능할지.
사실상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투웅!
꽈아앙!
초음속의 펀치가 자아내는 파괴의 그물이 온갖 사물을 연달아 파괴하면서 폭풍을 만들어 냈다.
그 충격에 결국 로드 주니어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충격파의 칼날 같은 바람이 연달아 전신을 때린 것 외에 충격은 없었다.
놀란 로드 주니어가 전면을 살폈다.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단단한 등이 그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익숙한 등이었다.
“괜찮으냐?”
“아버지…….”
로드 주니어가 흘리듯 중얼거렸다.
그렇다. 방금 로드 주니어 대신 공격을 받아낸 것은 그의 아버지, 미스터 로드였다.
이제야 누가 새로이 싸움에 참여했는지, 지켜보던 학생들에게도 명확히 드러나 보였다.
열광이 그들을 휩쓸었다.
“미스터 로드다……!”
“지구 최강의 사나이가 왔다!”
와아!
환성 소리가 괴물들의 포효보다 커졌다.
승리에 대한 확신에!
안전에 대한 확신에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럴 만도 하다. 여기 서 있는 것은 미스터 로드인 것이다.
“많이 다친 모양이다만 일단 저 녀석을 정리하고 이야기하도록 하지.”
미스터 로드는 자상함이 느껴지는 어조로 짧게 말하고 대지를 박찼다.
그의 단단한 몸이 포탄 같은 직선을 그리며 합체한 도깨비를 향해 쇄도했다.
알파메일 1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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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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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웅,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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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