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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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6화
176화 약화된 차원 경계면(1)
입자가속기를 조작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각종 수치를 보면서 긴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목표 속도 도달!”
“충돌합니다!”
연구팀 피트가 외치면서 버튼을 눌렀다.
뉴욕대 지하에 매설된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반응했다. 이제까지 가속을 반복하던 입자가 궤도를 바꾸면서 서로 정면을 향해 달렸다.
투웅!
쾅!
입자가 충돌했다.
어마어마한 충돌이 만들어 내는 결과가 화면에 가득히 펼쳐졌다.
빅뱅의 순간에 근접한 시원의 광경!
그곳에는 인류가 알고 체험하는 시공간의 흔적이 없다. 그런 시공간이 생성되기 전, 그런 시공간이 만들어지는 원리가 존재하는 순간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이 세상을 이 세상이게 하는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 무너진 세상의 벽이 마법적인 힘에 따라 확장되며 중력파가 세상에 번져 나가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묘한, 그리고 두려운 분위기가 세상을 감쌌다.
격리실에 홀로 앉은 오이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빠르게 마법을 시전하고 힘을 집중했다.
흐트러진 세계 가운데 성결한 기운이 찬란하게 퍼져 나갔다.
‘어서 천국의 문과 연결을……!’
오이겐은 그 가운데 천국의 문을 찾아 연결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힘과 마법이 헤븐즈 도어를 향해 달렸고, 곧장 문을 향해 연결됐다.
***
일그러진 얼굴로 레벨의 팀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빌어먹을…….”
“창피한 꼴을 당했어.”
“젠장. 단순한 얼굴마담이라 생각했더니…….”
“한 가락 하는 놈이었어.”
성태가 덤벼드는 것은 다분히 그들이 노렸던 것이다.
일부러 그의 자존심을 긁을 만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갈등이 일어나도록 했으니까.
그것을 통해서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우위에 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는데, 역으로 끔찍한 창피를 당하고 말았다.
목격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많은 동기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대결이었다면 앞으로 학교생활이 매우 힘들어졌을 것이다.
“역시 아무리 허수아비라 해도 실력이 없는 건 아니군.”
“아예 실력이 없으면 리더로 내세우지 못한다고 봐야겠지.”
“젠장. 그런 걸 이렇게 당해 놓고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야?”
“그것도 그렇지.”
팀원들이 아는 척 말하는 동기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지적당한 동기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거야?”
제임스 레벨이 분노가 담긴 표정으로 동기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쩌려고?”
“남자가 이 꼴로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는 거 아냐?”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쩌려고?”
하지만 분에 가득한 제임스 레벨과 달리 다들 부정적인 태도였다.
성태와 싸우면서 어마어마한 실력 차를 이미 느껴 버린 것이다.
“그야 어떻게든 복수를…….”
“저것들은 실력도 있는 데다 권력에, 재력까지 있다고. 여자애들 반응도 별로였고. 괜히 다시 건드려서 경치지 말고, 그만두자.”
그의 동기가 제임스 레벨을 말리며 말했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성태의 실력만이 문제였다면 제임스 레벨의 말처럼 다른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해 볼 만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권력과 재력이 함께 있다. 치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섣불리 복수 같은 걸 하려다간 역으로 당한다.
뉴욕대의 학생이자 헌터인 만큼 그들도 제법 유복한 집안 출신이다.
권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바보가 아니다.
“젠장…….”
레벨은 이를 갈면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아서 그는 성태 쪽을 바라보면서 삭지 않은 감정을 추슬렀다.
‘그래도 기회를 노려봐야지!’
동양의 옐로 몽키 따위에게 당했다는 수치를 평생 안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그런 결심을 할 때쯤이었다.
갑자기 세상의 풍경이랄까, 분위기가 크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뭐야?”
“시작된 모양인데.”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차원 연구 시작하고 이런 일 자주 있었잖아.”
“그렇겠지. 설령 상대하기 좀 골치 아픈 게 나타나도 여긴 뉴욕대니까.”
처음에 다소 당황했던 학생들은 이내 안정을 찾으며 한마디씩 했다. 어차피 이런 일이 있을 거란 건 미리 보고 받았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이유가 달리 하나 더 있었다.
“그래. 어마어마한 헌터들이 얼마든지 있는 데다가…….”
“미스터 로드가 있지.”
모두 신뢰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뉴욕대에는 미스터 로드가 머물고 있다.
지상 최강의 사나이!
그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적이 나타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을 수 있었고, 때문에 어떤 위기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에 있어 미스터 로드란 그런 존재였다.
***
칠흑의 차원에서 마기가 미친 듯이 아우성쳤다.
-차원의 경계면이 약해졌다!
-우리조차 던전이라는 형식을 통하지 않고서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우성치는 마나 하나하나가 그 주인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에 한몫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칠흑의 거처에 모여 지구로의 진격을 준비하고 있던 데몬 프린스들이었다.
하지만 기대하던 순간이 왔음에도 그들은 쉽사리 차원의 경계를 넘어서 오이겐이 있는 곳까지 가지 못했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군.
-기껏 하나다.
-이래서야 목적을 달성하는 건 무리인데…….
수군거리는 그들의 안타까움에 드러나 있듯이 약화된 차원의 경계면이란 것도 너무 좁았다.
강력한 마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차원을, 세상을 일그러뜨린다. 헤븐즈 도어와 마찬가지이다.
강력한 존재의 이차원으로의 진입은 다른 차원에서의 섭리가 그것을 거절한다. 허용량 이상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데몬 프린스급의 강대한 존재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던전이라는 방식은 바로 데몬 프린스급의 강대한 존재가 지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마법적 작업, 건축이자 테라포밍이다.
그런데 차원의 경계면이 약화되어 데몬 프린스들이 나설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했으나 지금 지구의 상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덜했다.
겨우 데몬 프린스 하나.
아무리 강력한 데몬 프린스라고 하지만 하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아니, 심지어 처참하게 퇴치될 가능성도 있다.
대종사 이건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해도 이석훈 정도의 강자만 해도 둘이면 충분히 위협이 된다.
실제로 영빈이 서울에 강림했을 때 이석훈과 성태의 연합으로 퇴치되고 말았다.
한 데몬 프린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누군가 나가서 그곳에 함정을 설치하기로 하지.
-함정?
-그래. 다음에 같은 작업이 이루어지면 그것을 이용해 우리 모두가 나갈 수 있을 만큼의 균열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군. 이전에 칠흑이 했던 작업 같은 것인가?
-그렇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봐라.
데몬 프린스들은 굉장히 흥미로운 기색을 보였다.
제안했던 데몬 프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간단히 설명했다.
-인간들이 이 작업을 할 때 낭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생각해 봐라. 우리가 그것만 회수해서 우리의 목적을 위해 돌린다면 목적했던 정도의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
-주문식은 어렵지 않겠군. 설치에만 성공한다면 말이지. 그렇다면 누가 나서지?
데몬 프린스가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기대에 가득 차 파괴를 꿈꾸던 데몬 프린스들은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으음…….
-너희가 그러고도 데몬 프린스냐!
그 꼴을 보다 못해서 영빈이 고함쳤다.
이글거리는 그의 마기가 주변에서 유독 높이 우뚝 서며 마치 기둥 같은 위세를 떨쳤다.
자존심이 강하기로는 비견할 데가 없다는 데몬 프린스들이지만 겁먹은 개처럼 어느 한 데몬 프린스도 그 말 앞에서 강하게 나서지 못했다.
-말은 쉽지만 그곳에는 껄끄러운 상대가 여럿 있다.
-이석훈만큼이나.
-게다가 달라붙은 것들도 까다롭지.
-우리라 해도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데몬 프린스라 해도 패배는 무섭다.
패배만이 아니라 소멸될 수조차 있다.
그들의 용기는 성품 그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다.
그들의 힘에서 오는 것이다.
-세력을 이끌고 침공할 수도 없는 만큼 사실상 우리는 맨몸으로 그것들만이 아니라 차원의 경계면이 약해지며 그곳으로 흘러들 온갖 어보미네이션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결코 쉽게 이야기할 만한 것이 아니다.
한 데몬 프린스가 곤혹스럽게 말했다.
그는 나서서 이런 것까지 설명하고 있는 자신의 지금 꼴을 치욕으로 여겼지만, 이 건방진 신참에게 현재 상황의 진정한 위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어보미네이션.
혐오스러운 것.
말 그대로 혐오스러운 생물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혐오체라고 부른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악마인 그들 자신이 혐오스러운데 그것들이 달리 혐오체라 부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우습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은 진지한 문제다. 차원은 무한하며 그 속에 살아가는 괴물들은 무한한 차원만큼 다양하다.
이 가운데에는 차원을 유영하며 살아온 그들 데몬 프린스조차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이형체들이 있다.
대부분은 중급 몬스터 정도의 강함이지만 극히 드물게 광기와 미지의 산물인 그것들은 때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존재를 파괴하는 신처럼 강대하다.
데몬 프린스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차원의 경계가 파괴될 때 혐오체들은 그 틈을 통해 홍수처럼 그 세계로 몰려들기 마련이다. 헌터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는데 거기에 혐오체들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상황은 한층 곤혹스러워진다.
그래서 데몬 프린스들조차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중 누군가가 가서 이 작업을 해야 할 것이나…….
-확률에 맡기는 것이 어떤가?
누군가가 확률을 얘기했다.
뽑기나 주사위에 맡기자는 것이다.
체면이 깎이는 일이지만 위험한 일이다. 부하들에게 맡겨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다들 어쩔 수 없다 여기고 거기에 응하려던 찰나였다.
-내가 간다.
나선 것은 이영빈이었다.
칠흑이 흥미롭다는 듯 그에게 반문했다.
-네가?
-그렇다. 불만이라도?
-그런 것은 아니다만…….
서울에서 패배해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아직 다크 프린스로서 영빈의 힘은 안정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잠재력과 실력만을 보자면 이곳에 있는 다른 다크 프린스에 비견해서 오히려 훨씬 더 위다 싶지만.
칠흑은 이영빈이 굳이 위험을 감수한다 싶어 혀를 찼다.
-지난번의 실패를 갚을 겸, 멍청한 너희에게 모범이 되어 보이도록 하지.
-그런 말을 한다면 고개를 들기 어렵군.
-흥! 그 일은 내게 필요한 것이기도 했으니 당신의 실패라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시에 나는 빚을 졌었지.
-그렇다면 좋다.
칠흑은 영빈의 굳건한 의지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칠흑은 양손을 모았다.
이 차원에 가득 몰려들어 있던 강대한 마나가 그 손짓에 따라 현란하게 움직이더니 작은 덩어리로 수축했다.
막대한 힘을 그 속에 가득 감추고 있는 그 마나의 덩어리는 실상 주문의 집약체로, 이것을 가지고 외부에서 발동하는 데에 성공하면 커다란 함정이 펼쳐진다.
바로 차원 경계면이 약화될 때까지 마나를 흡수, 그 균열을 단번에 벌리고 고정시키는 강력한 집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 하는 것!
데몬 프린스에게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었다.
준비를 마친 영빈이 떠나려는데 칠흑이 막아섰다.
-그리고 함께 나설 수 없는 대신 사소하지만 도움을 주고 싶군.
-도움?
-그래.
칠흑은 고개를 끄덕이고 허공에서 손짓했다.
조금 전 마법을 짤 때와 비슷하게 마나가 모여들더니 영빈의 눈앞에서 마법진이 하나 떠올랐다.
그 마법진은 이내 마나의 덩어리가 된 다음 하나의 흐름을 이루어 파도처럼 그의 눈앞에서 일렁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영빈은 영혼을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건…… 뭐지?
칠흑은 당혹스러워하는 영빈의 반응을 즐기듯이 빙긋 웃으면서 설명했다.
-네 선조의 힘을 마법으로 구현한 단편이다. 일회성이긴 하나 제법 쓸 만하지. 특히 너라면 단순히 일회적인 데에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고맙게 받아들이도록 하지.
칠흑의 말로 눈앞의 마법이 무엇인지 이해한 영빈은 칠흑의 마법적 능력에 전율하면서 그 마나의 덩어리를 회수해 품 안에 넣었다.
그러면서 두 가지에 전율했다.
알파메일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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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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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