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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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3화
173화 아메리카!(3) & 사소한 충돌(1)
‘네오콘 말이군.’
성태는 정형구가 말하는 세력이 뭔지를 짐작해 내고 속으로 혀를 찼다.
네오콘.
네오 콘서버티브의 준말.
신보수주의자들이라 불린다.
본래는 그 이름처럼 과거의 보수주의와 선을 긋는 새로운 보수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화당이 주류가 되어 기치를 드높인 세력인데, 이후 그들의 세력이 강해지고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면서 네오콘으로 일반 명사화된 정치 세력이다.
가장 강력한 특징은 사실상 힘에 의한 지배, 그것도 미국에 의한 세계 지배를 추구한다는 것.
물론 실질적인 지배가 아니라 헤게모니를 얻어낸다는 면에서의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21세기가 되고서 미국이 벌였던 외부에 대한 무력 개입은 모두 이들에 의한 것이라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확실히 극단적인 세력이지만…… 사실 정치 세력으로는 실패한 세력이란 평가였다.
무엇보다 미국이 그들의 기획대로 움직인 것치고 좋은 꼴을 못 봐서이다. 적자만 커지고 패권을 얻기는커녕 동맹국들에게 안 좋은 소리만 들었다.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재앙의 씨앗이 된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었지.’
성태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그렇게 투덜댔다.
네오콘은 그들의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강한 세력을 유지했고 미국의 배후에서 여러 정치적 상황을 주도하면서 성태가 있던 미래에서도 세계적인 갈등과 투쟁의 원흉이 됐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애당초 네오콘의 기둥이 되는 세력이 매우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기인한다. 전통적인 공화당 세력인 것이다.
심지어 공화당이 몰락한 지금도 네오콘은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활약할 정도이다.
그러니 두 교관의 우려는 충분히 할 만한 것이었다.
“그래도 동맹 세력인데 큰일이야 있을까마는…….”
“헤븐즈 도어를 다시 열면서 위험한 상황은 앞으로 여러 차례 있을 테니까 만에 하나를 대비해 두는 건 확실히 해 둬야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를 쓰러뜨린다.
세상이 안전해진다.
세상은 슬슬 이제 그런 단순한 구도로만은 해석할 수 없게 될 모양이었다.
***
넓고 고풍스러운 방이었다.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회의에 쓰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곳의 방 중앙에는 큰 탁자가 있고, 그 탁자 주변에는 가면을 쓴 이들 여럿이 둘러앉아 있었다. 비밀 결사 같은 분위기였다.
비밀 결사에 가까운 게 맞았다.
이들은 오늘 긴급히 회동한 네오콘의 고위 간부 집단이었으니까.
과거처럼 얼굴을 드러내 놓고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네오콘의 상층부가 이렇게 모여 회의하는 일이란 이례적인 경우에 속했다.
그런 이례적인 회의가 개최된 이유는 간단했다.
오이겐이 미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천사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아직 넘어왔다고 하긴 어렵지.”
“그러나 여기서 모든 것을 결정짓게 되면 상관없지.”
“말대로 된다면야. 천국의 문을 노리고 있는 세력은 많다.”
네오콘의 간부들이 기대와 우려를 섞어 한마디씩 했다.
청교도 국가인 미국이고, 청교도적 가치는 미국 상층부의 핵심 세계관에 속한다.
기실 네오콘의 세계관이란 것 자체도 청교도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신의 품 안에서 축복받은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 나가고 그 가치로 세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선민의식이 기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이겐의 존재와 그녀를 통해 천계와의 교섭에서 우선권을 획득하는 것은 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이석훈만 해도 쉽지 않은 적이지.”
그리고 한 간부가 가장 우려스러운 적의 이름을 꺼냈다.
다들 동감하는 기색을 보였다.
“벌써 꼬리를 같이 들여보냈잖아.”
“흥, 그 꼬리라면 걱정거리가 아니다. 진짜는 정형구와 장진호지.”
“물론 정형구와 장진호가 진짜 걱정거리이긴 하다만 같이 온 어린애들도 무시할 만한 건 아니다. 유럽에서 적지 않은 활약을 했다더군.”
“천사와 함께 작전을 성공시킨 팀이 바로 그들이니 실력이 있긴 하겠으나, 그래 봐야 학생 수준이겠지.”
“어쨌건 주의한다는 정도로 정리해 두지.”
이석훈이 성태를 오이겐에게 붙여 보낸 것이 적절한 판단이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네오콘의 간부들조차 정형구와 장진호에게만 주목하고 성태 일행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실상은 반대에 가까운데.
“어차피 기회는 많다. 천국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 많은 일이 있을 테니 그중에 지워 버리도록 하면 충분하겠지.”
“음.”
“동의한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할 쪽이 어디냐에 상관없이 한국에서 온 자들 전부를 지우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태였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서 오이겐과 같이 온 이들은 동북아 동맹을 대표하는 세력이기도 하다.
그들을 다 지워 버린다면 좋든 싫든 동북아 연합은 파탄을 겪을 것이다.
거기까지 협의를 마친 간부들은 주제를 바꿨다.
“그렇다면 이제 미스터 로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겠군.”
미스터 로드.
그들에게 있어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경쟁자로서도, 아군으로서도.
“그자는 너무 커졌다.”
“우리가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시 이번에 같이 쳐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것이 좋겠지.”
미스터 로드의 세력과 그 개인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면 그것은 미국 전체의 큰 손실이다.
하지만 국가라는 전체의 힘을 발휘하는 데에 있어 머리가 두 개인 것이 더 좋지 않다.
네오콘은 이미 이석훈과 반쯤 동맹 관계를 맺다시피 한 미스터 로드의 처리를 내심 결정지은 상태였다.
“그러나…… 천사가 보기에 좋지 않을 텐데.”
한 간부가 조용히 거론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천계의 입장에서 자중지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숭고한 대의를 이해해 줄 것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자들의 분란으로 여겨 좋지 않게 여길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이 섣불리 진행하는 것은 자칫 천계를, 그들이 숭앙하고 따라야 할 세력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꼴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위험 부담은 피해야만 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악마를 상대할 세력으로서 이용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겠지. 천계와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고 우리는 이미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간부 중 하나가 상황을 거론했다.
천국의 문 이전부터도 대화는 지속되고 있었다.
그것이 천계 전체를 대변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손잡고 조율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확인한 상태이다.
“흠…… 누구든 상관없다는 건가.”
“그들은 사용하기 좋은 칼이 필요할 뿐이지.”
“그렇다면 이상주의자는 이만 물러나도록 해야겠군.”
그 말에 다른 간부들은 눈 안에 독기를 번뜩였다.
미스터 로드는 이제까지 너무 눈엣가시였다.
자국의 상황만 해도 어려운 처지인지라 놔두고 있었지만 그는 네오콘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자였다.
무엇보다 그들이 미스터 로드를 싫어하는 이유는 미국의 패권이란 문제에 너무 무심하다는 점이다.
“아아, 천국의 문이 열리면 그때 이상주의자가 설 자리는 없다.”
“천국의 문이야말로 현실의 문일 테니.”
네오콘의 간부들은 눈에 흉흉한 빛을 띠며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
사소한 충돌
뉴욕대의 한 연구실 안이었다.
그 연구실은 뉴욕시의 외부에 매설되어 있는 거대 입자가속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대탐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연구실의 중앙, 입자 충돌 지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격리 공간 내부에 오이겐이 앉아 있었다.
연구 결과 그녀가 있는 곳은 입자의 충돌 지점을 제외하고서 차원의 경계가 가장 심하게 흐트러지는 지점이었다.
가장 위험한 지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거기 있어야만 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연구원이 오이겐에게 강화 유리 너머로 물었다.
연구원 옆에는 미스터 로드가 서 있었다. 역사적인 작업인 만큼 그 역시 이번 일에 무심할 수 없어서 이렇게 지켜보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하기야 지켜보는 것 이외의 이유로도 그가 여기 있는 것은 당연하다.
차원 간 경계가 약해지면 몬스터들이 던전이라는 방식 외에 다른 방법으로 출몰해 지구에 들어올 수도 있었다.
오이겐을, 그리고 뉴욕시를 지키기 위해 곧 미스터 로드의 힘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준비되셨습니까?”
“언제든지.”
오이겐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연구원의 말에 오이겐이 응답했다.
연구원이 자리에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우우웅!
연구실 전체가 떨렸다. 지하에 매몰된 입자가속기로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전기만이 아니다. 인류는 그간 쌓은, 미력하지만 체계가 잡힌 마법적인 지식마저 활용해서 지금 이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특정한 차원을 골라내서 소통한다는 작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속도, 광자의 99.3% 수준……!”
연구원이 화면을 보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입자가속기의 거대한 통로 속에서 양전자는 전력의 힘을 받아 지금도 가속하고 있었다. 광자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 계속합니다.”
“99.999%까지 지속합니다.”
“앞으로 10분입니다.”
연구원들은 차례로 말하면서 작업 상황을 세심하게 살폈다.
이것은 단순히 연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차원 연구이자 큰 위험을 동반하는 마법적인 소환 작업이기도 하기에 다들 단순한 연구를 위해 기기를 구동할 때보다 한층 긴장한 표정이었다.
파직, 파지직……!
마법과 전력이 함께 요동치는 입자 안에서 세계의 경계는 흔들리고 있었다.
***
성태 일행은 뉴욕의 물리 연구실 건물 밖 입구 쪽에 각자 구역을 맡아 대기하고 있었다.
차원 간 경계가 붕괴되면 그것을 기회 삼아 다양한 몬스터들이 지구로 침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지금 뉴욕대 전체에 헌터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기실 뉴욕 전역에 걸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좀 더 강한 헌터들이 조밀하게 배치된 곳은 뉴욕대 쪽이었다.
아무래도 입자가속기가 설치된 중심 지대이고 이곳에서 입자 충돌이 일어나는 만큼 다른 곳보다는 여기서 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태 팀의 옆에서는 뉴욕대 헌터과에 소속된 팀이 수비 임무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오인 일조의 헌터 팀이었다.
연구실은 현재 핵심 설비이기 때문에 이곳의 수비를 맡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뉴욕대 헌터과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엘리트들이라는 의미였다.
하기야 성태 일행도 그 정도 엘리트가 아닌 이들은 없지만 말이다.
“저기 봐.”
“저게 한국 팀인가.”
“뭐야, 시시하군.”
지루한 듯이 자기 구역에서 대기하면서 잡담을 나누던 그들은 성태 팀 쪽에 시선을 주면서 화제를 바꾸었다.
그들에게서는 전체적으로 성태 팀을 깔보는 기색이 느껴졌다.
오이겐의 호위로 한국에서 파견됐다는 팀은 학교 내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됐지만 잘 알려진 바는 없었고, 도착해서 보게 된 것은 기껏해야 같은 또래일 뿐이었다.
엘리트로서의 자부심이 있으니 어쩌면 깔보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실적은 있다던데?”
“로마 탈환에 공을 세웠다잖아?”
“그걸 믿어? 뻔하지. 정형구하고 장진호인 거야.”
친구들이 하는 말에 그 팀의 리더로 보이는 학생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렇겠지? 자력으로 뭔가를 해냈으리라고 생각하긴 힘드니까.”
그들의 시선이 성태 일행과 함께 구역 수비에 나선 정형구와 장진호에게 향했다.
성태 팀을 바라볼 때와 달리 정형구와 장진호를 바라볼 때는 선망과 존경이 느껴졌다.
적어도 정형구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헌터이니 본진이 아닌 이곳에서도 존경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끝내주지 않아?”
그들 중 하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알파메일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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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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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