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2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2화
172화 아메리카!(2)
뻔하다 싶은 대답에 다들 실망한 표정이 됐다.
그 정도 대답이야 누가 못하겠느냐 싶은 분위기다.
성태는 그런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에 다소 욱하는 표정이 돼서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굳이 거기에 사견을 덧붙여 본다면…… 이석훈이 근소하게 위일까.”
식었던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역시 누가누가 더 센가 하는 문제는 우열을 가르게 되면 타오를 수밖에 없는 문제다.
헌터 문제면 원래 관심도 큰 데다 국가적인 자존심도 걸리게 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
성태의 평가에 다들 흥미로운 듯이 물었다.
이런 문제에 냉담한 이혜선조차 성태가 슬쩍 쳐다보니 안 듣는 척하면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성태는 속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석훈 쪽이 좀 더 전통화된 경험이 있으니까. 로드 가문은 그런 면에서는 재능에 너무 크게 기대는 면이 있지.”
“하긴, 그건 그렇지.”
“이석훈이 무협적인 이미지이면 미스터 로드는 히어로물의 영웅 같은 이미지니까 그렇긴 하네.”
다들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과 히어로.
확실히 일반적으로 이석훈과 미스터 로드에 대한 이미지를 종합해 보고 그 차이를 나눈다면 그렇게 정리될 수 있다.
무림인과 히어로라는 존재는 공히 초인이다.
하지만 무림인이 노력과 재능으로 실력을 쌓아 올리는 엘리트 체육인에 가깝다면, 히어로는 어느 날 갑자기 능력을 얻는 것에 가깝다.
이석훈이 수호비무로 대표되는 무경에 대한 전통의 존중 끝에 나온 강자이고, 로드 가문이 그 재능의 탁월함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걸 생각하면 그럴듯한 비유다.
웨이링이 가만히 듣다가 반론을 제기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재능에 기대는 미스터 로드가 더 강할 수 있지 않을까? 데몬 프린스 같은 경우는 뭐, 오랫동안 보아 왔잖아. 수를 몰라서 당하는 것보다 알아도 못 막게 되는 미스터 로드 쪽이 더 위협적일 것 같은데.”
“일리 있는 생각이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냐. 그렇지?”
성태가 이혜선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물었다.
이혜선은 성태가 갑자기 자신에게 물어 오자 흠칫 놀란 표정이 됐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래. 설령 데몬 프린스들이 오랫동안 보면서 대응책을 찾아왔다고 해도 우리 역시 그에 상대할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 게을리한 건 아니니까.”
“뭐, 그리고 수호비무는 뭐랄까…… 정형화된 초식 같은 게 있다기보다 기본 원리의 집합 같은 거니까.”
“아, 알겠어. 병법서로 치면 손자병법 같은 거지?”
카에데가 고개를 끄덕이며 성태의 설명에 동조했다.
수호비무를 직접 읽어 본 적도 있는 그녀는 성태가 뭘 이야기하는지 감이 팍 왔다.
손자병법도 전쟁에 있어서 일반적인 큰 원리를 말하는 거지, 세세하게 어떻게 싸우라고 지정하는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장군이 최고의 장군이라든가, 머리가 둘인 뱀과 같이 싸워야 한다든가 하는 내용이 있다.
수호비무도 마찬가지이다.
마나를 운용함에 있어 어떤 일반적인 대원리를 섬세하게 가르치는 내용이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법전처럼 상세하게 서술된 내용이 아니다.
“그래, 다양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게 아니라 마나의 운용이라는 하나의 주제에만 철저하게 천착한 결과물이니 말이야. 그런 기술적인 깊이란 게 시간과 함께 보강되면서 깊어졌을 걸 생각하면 역시 이석훈 쪽이 좀 더 위에 있겠다 싶은 거지.”
수호비무를 통해 쌓인 일반 원리에 대한 이해와, 오랜 경험과 노력이 전통의 이름으로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
그것이 이석훈이다.
그런 면에서 설령 어떤 세대의 재능이 다소 부족하다 해도 가문 전체의 역량은 착실히 진보하게 된다.
그러나 로드 주니어는 이런 면에서의 탐구가 부족하다. 무작정 재능에만 기대는 건 아니지만 그 재능의 비중이 너무 커서 어떻게 싸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 체계화된 교범 같은 것은 없다시피 하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카에데가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우리를 좀 반기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착각일까?”
“착각이라 생각하고 싶은데 솔직히 나도 느꼈어.”
“다들 그랬군. 나도 살짝 느끼긴 했는데.”
웨이링을 비롯해 다른 이들도 동조했다.
오이겐 때문에 서둘러 본래 용무에 들어가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 해도 이쪽은 카에데나 웨이링, 이혜선 같은 진짜 귀빈들도 포함된 파티다.
그걸 생각하면 총장실에서는 상당히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럴 이유가 있나?”
“동맹국이잖아.”
“그 이전에 인류는 이미 하나 아냐?”
다들 미스터 로드의 그런 태도에 대해 아쉽게 이야기했다.
미국과 한국은 꽤나 강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헌터들은 국가의 방위가 너무 다급하지 않다면 서로 돕는 게 기본이다.
그렇지 않다면 로마를 둔 싸움에서 보여줬던 협력 같은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건 천계라는 요소의 등장으로 이미 깨진 구도지.
다들 불평하는데 갑자기 스피커 소리가 났다.
“엇?”
“스피커?!”
놀라며 저마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박수천이 앉아 있는 의자 아래였다.
자세히 보니 거기 콩알만 한 크기의 작은 기계 같은 것이 부착되어 있었다. 도청기이자 스피커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휴게실 문이 열리고 건장한 장년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정 교관님!”
“장 교관님도…….”
정형구와 장진호였다.
정형구는 안의 팀원들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흠, 역시 너희로군.”
“뭐, 달리 팀을 짜서 보낸다면 적절한 인원이 없긴 했죠. 쓸 만한 실적이 있는 데에 반해서 학생이라 다들 별로 주의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그렇고.”
장진호가 별수 없지 않느냐는 투로 말했다. 성태 일행은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건 뭡니까?”
“연락을 전혀 못 받았는데…….”
“솔직히 놀랐어요.”
장진호가 혀를 찼다.
“그만큼 너희가 어설프다는 거지.”
“그래. 이곳이 남의 땅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소소한 환영식을 한 거다.”
장진호와 마찬가지로 정형구도 성태 일행에게 한심하다는 기색을 비치면서 평소의 엄격한 태도로 한마디 했다.
그러나 지금 두 교관의 말은 성태 일행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경계가 부족했다는 말 정도로 넘어가기 어려웠다.
‘남의 땅’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바가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남의 땅이라고요?”
“뭐, 남의 땅이긴 한데…….”
“주의를 곤두세우고 도청 같은 것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그리고 오이겐의 호위라는 목적을 생각하면 마치 이곳을 적진에라도 온 것처럼 표현하는 두 사람의 말이 다소 거북했다.
물론 성태는 이 호위의 진짜 목적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의 땅’이라는 표현도 실은 순화된 면이 있다는 걸 알지만.
두 교관은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렇지.”
“오이겐이란 천사의 등장으로 이미 명확해졌듯이 그들은 특별히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우호 세력 같은 게 아니야.”
“그러나 아군인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성남경이 반박했다.
장진호가 고개를 저으면서 반문했다.
“아군 사이에 줄 세우기가 생긴다면?”
“그건…….”
심지어 같은 자식들 사이에서도 줄 세우기가 발생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천계의 입장에서 인간의 세력 가운데 어느 쪽을 좀 더 우대하느냐 하는 문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
여기 있는 이들 가운데 그 정도도 모를 정도로 세상사에 순진한 이는 없다.
“결국 패권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여기서 누가 어떻게 더 나은 지위를 확립하느냐가 미래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제까지처럼 서로 사이좋게 몬스터 처리에만 힘 쏟자는 말은 힘들게 됐다는 거지.”
“으음…….”
다들 심각한 표정이 됐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싶었던 것이다.
하기야 천계라는 세력이 이번에 오이겐을 통해 지상의 한 세력으로 완전히 정착하게 된다면 현재의 패권 구도를 완전히 바꿔 버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데몬 프린세스인 정숙을 권품천사가 처단해 버렸다.
천계의 군세가 본격적으로 이 세상에 들어온다면 몬스터와 악마와의 싸움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그 너머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주의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래. 한국은 이미 그런 면에서 주요 국가 중 하나다.”
“게다가 여긴 카에데와 웨이링도 있으니까.”
두 교관의 말에 카에데와 웨이링이 당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설마하니 여기서 자기들이 거론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미국이 한국 주도의 동북아 세력 부흥 같은 걸 우려하고 있고, 그게 자신들이 성태 파티에 있기 때문이라니.
“설마 한국을 주도로 하는 동북아 세력의 부흥을 우려하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협력 체제를 구축한 건 사실이지만 저희가 여기 있다는 걸로 그런 것까지 내포한다고 보는 건 너무 과도하다 싶은데…….”
“그러게요.”
카에데와 웨이링은 어이가 없었다.
미국의 과민 반응도 짜증스럽지만 자국이 한국의 졸개 비슷하게 취급된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두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건 성태 때문이지 한국의 우선권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이익이 걸린 일에는 그렇게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란 거지.”
“일본과 중국 측에서 이번 일에 특별히 크게 움직이지 않은 이유가 뭘까?”
교관들의 말에 둘 모두 퍼뜩 눈치챈 게 있다는 표정이 됐다.
“아…….”
“우선 응원을 받은 정도가 전부였는데…….”
“섣불리 주도권을 잡기보다 한국 쪽에 가담해서 고리를 만들어 두고 나중에 기회를 노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거야.”
“그런 면에서 이 팀에 두 사람이 있는 건 여러모로 쓸모가 있지. 물론 가주 역시 그런 걸 생각하고 팀을 편성한 거고.”
교관들이 그것 보라는 태도로 설명했다.
둘 모두 진지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국제 외교 무대의 패권 쟁탈을 위한 장기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니.
‘흠, 그래서 내가 두 사람도 같이 데려가고 싶다고 했을 때 매우 순순히 인정해 줬던 거구만.’
임무의 성격을 생각하면 카에데와 웨이링을 데리고 가겠다는 제안에 대해 이석훈이 난색을 표하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허락이 떨어진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반응하게 될 테고. 거긴 오이겐이 강림했던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으니까 더욱 그렇지.”
“하지만 유럽은 힘이 없을 텐데요.”
“당장은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리 없지. 이번에 그들이 흘린 피를 생각하면 로마를 되찾은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야.”
장진호가 하는 말에 그것도 그렇다 싶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로마를 찾는 것은 대단한 쾌거이지만 결국은 황폐한 땅이다. 하지만 유럽이 이번 싸움에서 잃은 것은 너무 뼈저리다.
오이겐을 통해, 천계를 통해 그 손해를 벌충하고 싶은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리고 그때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상황을 깨끗이 정리하듯이 정형구가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가 당장 걱정해야 하는 세력은 미국이다.”
“한데 미스터 로드와 이석훈은 꽤 돈독한 사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 하지만 미국같이 큰 나라가 한 덩어리일 리는 없지 않겠나?”
“파벌이 있단 말이군요.”
카에데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형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개중에는 제법 극단적인 세력도 있다.”
알파메일 1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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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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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