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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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1화
171화 아메리카!(1)
고급 차가 달리고 있었다.
잘 정비된 도로에는 차량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다소 쓸쓸한 도로와는 달리 주변에는 마천루가 즐비했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건물들은 문명의 한 극치를 보여주는 것처럼 찬란했다.
차량 안에서 그 늘어선 건물들의 면모를 보면서 젊은이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성태 일행이었다.
“여기가 미국…….”
“그리고 뉴욕.”
“뉴욕은 굉장하군요.”
“그러게.”
그들은 막 공항에서 차량을 타고 들어와 미국 뉴욕의 중심 시가지로 들어선 참이었다.
한때 세계의 수도라고까지 불렸던 뉴욕은 몬스터의 시대가 열리고도 그 영화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과 차량이 적다는 것에서 이곳이라 해도 쇠락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자면 찬란하다 평가할 수 있을 만한 광경이었다.
실제로 뉴욕은 이백 년간의 혼란기를 겪고도 총생산성 면에서 오히려 성장했을 정도였다.
“하하, 미국은 원래 소비 시장이 컸으니 말입니다.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로도 물가가 좀 올라간 것 이외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미국은 소비 시장이 워낙 컸으니까…….”
앞자리에서 운전하며 일행을 목적지까지 안내하던 로드 주니어가 하는 말에 성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의 시대 이전, 미국의 소비 시장은 15조 달러 수준이었다. 수출과 수입을 비롯한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되지 않았다.
이 막대한 내수 시장이 미국이 200년의 쇠퇴에도 굳건히 버틴 근본적인 힘이었다. 미국은 미국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타격이 아주 없을 순 없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그 정도가 훨씬 덜해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한 강국이 되었다고 평가될 정도이다.
“그래도 방위비가 너무 많이 들지 않아? 땅이 이렇게 넓은데.”
카에데가 미국만 잘나간다는 것이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미국의 땅은 너무 넓어서 방위비 때문에 부담이 클 거란 이야기는 자주 나오는 것이었다.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로드 주니어는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답했다.
“그것도 애당초 쓰던 게 너무 많아서 그걸 헌터 쪽으로 재분배하는 걸로 미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와.”
“하긴, 천조 가까이 되니까…….”
“많이 나가긴 하는데 원래 너무 많이 나가던 나라라서 재조정만으로 감당이 됐다는 거군.”
“괜히 천조국이 아니라고. 가난한 기타 국가하고 같이 취급하면 섭섭하지.”
다들 경악해 혀를 내두르면서 한마디씩 했다.
미국의 방위비가 많이 나가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재조정하는 걸로 충분할 정도라니.
하기야 던전의 시대 전만 해도 미국 혼자 쓰는 방위비가 다른 국가 전부가 쓰는 방위비와 맞먹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이다.
“하하, 그렇다 해도 문제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특히 양극화가 극단화되고 말았지요.”
“그건 어디나 문제라서…….”
“맞아.”
로드 주니어가 약간 머쓱한 듯 하는 말에 카에데와 웨이링이 짜증 난다는 듯 받아넘겼다.
그들이 한 말처럼 양극화는 전 세계의 문제다. 그걸 가지고 불평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로드 주니어가 난색을 표하면서 변명했다.
“미국의 경우는 땅이 넓어서 그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 면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이죠. 일본도 그렇고.”
“아, 치안 문제군.”
성태가 알겠다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겁니다. 양극화가 안전 문제랑 직결되는 거라서. 미국과 달리 일본이나 한국은 땅이 좁다 보니 수비하기 좋은 거죠.”
로드 주니어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땅이 넓은 국가에서 양극화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이 많아진다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
부자를 위해 치안 자원이 몰리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은 몬스터와 던전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일쑤이다.
결국 상황이 정리되는 건 커다란 피해가 쓸고 지나간 다음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본래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도 양극화는 치안 문제와 연결된 면이 강했지만 몬스터와 헌터의 시대 이후로는 거의 목숨에 직결되게 됐다.
땅이 넓으면 부자와 빈자의 거처가 거리적으로 매우 멀어지는 탓이다.
“대신 피해가 나면 크게 나는 게 문제이긴 한데…….”
“일장일단이 있긴 하지만 소수를 버린다는 정책을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확실히 일본이나 한국이 유리합니다.”
“하긴.”
로드 주니어의 말에 성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가 대놓고 시민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결국은 빈자의 치안도 정부의 부담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나 일본이 부담이 적어서 사회가 훨씬 건전하게 유지되기 쉽다.
카에데가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그럼 중국은 끝장이네?”
웨이링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카에데를 째려보고는 답했다.
“안 그래도 그래서 인구 정책을 도심 주변으로 밀집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들었어. 성과도 제법 있고.”
다들 쓴웃음을 지었지만 중국이나 인도 같은 경우는 확실히 큰 문제겠다 싶었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어서 양극화에 따른 비용과 피해도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는 군벌에 의해 국가가 성 단위로 쪼개지기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는데,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역으로 공산당의 하나인 중국 정책을 포악하게 추진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차량은 어느새 한적한 한 대학 정문 앞에 도착했다.
넓은 부지 안쪽에 여러 건물이 늘어선 모습이 전형적인 대학이었다.
로드 주니어가 그 대학을 일행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여기가 목적지인 뉴욕대입니다.”
“현재 세계 제일의 명문이군요.”
이혜선이 나서서 짤막하게 말했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불리고 있지요.”
로드 주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미국에서도 명문에 속하던 뉴욕대였지만 이곳이 세계 제일로까지 격상된 것 역시 지난 이백 년의 시간이 만들어 낸 큰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뉴욕대는 단순히 대학으로서만 세계 제일인 것이 아니었다.
서울대에서 분교한 수호대가 그런 것처럼 뉴욕대의 헌터양성학과는 세계 제일의 헌터를 키워 낸다는 평판으로도 유명했다.
물론 수호대나 베이징대, 가쿠슈인 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번에 자존심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정말로 다른 모든 대학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의 모든 연구소를 통틀어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야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몬스터와 차원 관련 연구였다.
미국의, 그것도 뉴욕에 있는 대학이기에 가능한 성취였다.
오이겐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성태 일행은 오이겐을 선두로 해서 로드 주니어의 안내에 따라 뉴욕대의 총장실로 들어갔다. 학장실에서는 뉴욕대의 명예 총장인 미스터 로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이겐을 보자마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저희야말로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모로 신세 지게 될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전심전력을 다하도록 하지요.”
당연하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이겐의 말에 답하는 미스터 로드의 태도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거의 비굴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기독교 문화가 서구권에서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 여겨야 했다.
미스터 로드는 오이겐과 인사를 마친 다음에서야 성태 일행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자네들도 수고 많았네. 흠, 그런데…….”
“제가 리더인 강성태입니다.”
성태가 성큼 앞으로 나서며 오이겐이 그러했던 것처럼 손을 내밀었다.
“그렇군. 자네가…….”
미스터 로드는 흥미로운 듯 성태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잡아 악수했다.
이후 그는 이혜선, 웨이링, 그리고 카에데와도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어 일행을 환대한다는 뜻을 전한 다음 즉각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면 나는 오이겐 양과 긴밀히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먼저 가보겠네. 자네들이 여기서 묵을 곳은 내 아들 녀석이 안내해 줄 거네.”
성태 일행은 다소 아쉬운 표정이 됐지만 상황을 생각하면 별수 없다 생각하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그럼 여러분도 나중에 뵙지요.”
로드 주니어가 다른 시설과 숙소를 안내하기 위해 선두에 섰고, 성태 일행이 밖으로 나설 때 오이겐이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성태 일행은 시설 안내를 받은 다음 배정받은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대학 연구 시설 근처에 있는 기숙사 중 하나였는데 본래 연구원들이 사용하던 것을 이번에 헌터들이 쓰도록 개조한 건물이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넓고 휴게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지원이라면 어디에 비교해도 딸리지 않을 수호대의 학생들인 성태 일행조차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성태 일행은 우선 그곳의 휴게실에 모여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람이 미스터 로드란 말이지?”
“처음 봤는데…… 대단했어.”
“으음, 역시 세계 최강의 남자라고 할까.”
“확실히 그랬지.”
가장 먼저 화제에 오른 것은 역시 미스터 로드였다.
지구 최강의 남자.
헌터라면 누구나가 동경하는 최강의 인간이다.
그를 실물로 직접 봤으니 다들 그 감상을 한마디씩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미스터 로드를 만난 순간, 굳이 힘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 아님에도 성태 일행은 모두가 오싹하리만큼 강렬한 힘을 척추에서부터 느꼈다.
“오히려 오이겐보다 훨씬 센 것 같던걸.”
“실제로 그렇진 않겠지만, 뭐라고 할까…… 분위기만 보면 확실히 그런 면이 있었지.”
“최강자의 면모랄까.”
오이겐보다 센 것 같더라는 성남경의 말에 다들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설마 제아무리 미스터 로드가 강하다곤 해도 권품천사 오이겐에 비할 수 있겠느냐 싶지만 단순히 분위기로만 보자면 훨씬 더 강력한 기세 같은 것이 느껴진 게 사실이다.
“이석훈하고 비교하면 어떨까?”
카에데는 모든 이가 관심을 가지는 떡밥을 던졌다.
분위기가 일시에 뜨거워졌다.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다들 흥미진진해할 주제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러나 희연은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을 일단 피하듯이 회피적으로 말했다.
“가주하고? 가주하고라면…… 뭐, 직접 싸워 봐야 안다고 할 수밖에는…….”
“그렇지. 워낙 세니까.”
성남경도 우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피적이지만 무난한 답이기도 했다.
미스터 로드와 이석훈이라 하면 최강자 중의 최강자임에 틀림없다.
강자로 평가받는 헌터들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많이 있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저 둘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 같은 것들이 팽배해 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석훈이야 그 전설 중의 전설, 대종사 이건의 후예다.
미스터 로드는 길게 이러쿵저러쿵할 필요 없이 그 자신의 마나 수치로 이미 힘을 증명하고 있다.
오만은 우습고 예전에 칠만을 넘긴 그의 마나력은 그의 육체와 공격력을 그대로 대변한다.
실제로 아크데몬 클래스의 적이라 해도 과연 미스터 로드의 주먹 한 방이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다들 흥미진진하게 대화를 이어 가는데 카에데가 성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태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
“그래, 이런 데에 안목이 꽤 좋잖아?”
모두의 시선이 성태에게 모였다.
카에데가 말한 것처럼 성태는 사람이나 몬스터의 실력을 평가하는 안목이 극히 뛰어나다. 그게 아니라 해도 실제 헌터로서의 실력만 두고 봐도 엄청난 수준이기도 하고.
“글쎄. 뭐, 나도 싸워 봐야 알 거라는 대답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은데.”
성태는 기대 어린 시선들 앞에서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일단 답했다.
알파메일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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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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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