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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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70화
170화 천상의 사자(3)
“으…….”
오이겐의 힘이 완전히 단절됐다.
오이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가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오이겐은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고, 공포에 질리다시피 하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고 말았다.
언령만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오이겐은 그가 실은 무언가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감각에는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성태는 새파랗게 질린 오이겐의 얼굴을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경고하려는 거야. 나는 그자들의 적이지만, 동시에 너희 역시 어설픈 생각을 했다가는 마찬가지로 나를 적으로 맞이하게 될 거다.”
“인간 따위가…… 천계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오이겐이 경고했다.
제아무리 특별하고 강력한 인간이라 해도 지금 자신의 말 앞에서는 지금의 위세를 유지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그러나 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못 할 이유가 뭐지?”
오이겐은 충격을 받아 잠시 아무 말도 못했다.
설마 천계를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자가 있다니.
이석훈은 천계에 대해 다소 무례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이긴 했으나 결국 그 힘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자는…….
오이겐은 이를 악물고 겨우 말했다.
“……후회할 겁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물론 오이겐의 그런 말이 성태에게 통할 리 없었다.
“오만하군요.”
“신의 사자를 참칭하면서 다른 세계의 운명을 자기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구는 것만큼은 아니지. 어쨌건 나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야. 오히려 아군이지. 함부로 굴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성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여유롭게 말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태도로 몸을 돌려 연구실을 나갔다.
그가 사라진 방문을 바라보면서 오이겐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
떨림이 진정되지 않았다. 일개 인간에게 이렇게 위압될 수 있다는 것을, 권품천사인 그녀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는 대체…….’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이겐은 어쩌면 그가 미카엘이나 라파엘, 가브리엘 같은 지고의 존재들에 버금가는 격을 이미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성태는 이석훈의 집무실에 들어가 그의 맞은편 의자에 다소 거만하다 싶을 정도로 편안하게 앉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
“이번에도 큰 신세를 졌으니 인사라도 할까 하고 불렀네.”
“그런 거야 뭐, 약속한 걸 받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 문제라면 물론 이미 지켜졌지.”
이석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약속이란 중국과 일본의 무역로 재개에 수반되는 보안 사업 부문에 있어 성태가 운영하는 회사의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성태는 매일 달리 할 일이 있는 만큼 사업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카에데와 웨이링, 희연의 도움을 얻어 사람을 고용, 위임해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성과는 매우 좋다. 당연한 일이다.
인재는 물론이고 각종 법적 혜택을 얻는 데다가 인접 관련 국가인 일본과 중국 역시 성태의 회사에 대해서는 크나큰 편의를 봐주고 있다. 수익이 적다면 그게 우스운 일이다.
벌써 매달 영업 이익이 30억이 넘었다.
블록화가 점점 더 해소되어 무역 규모가 커지면 지금의 영업 이익도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뭐, 이런 약속을 가주께서 어길 거라고는 저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우리 입장에서도 중국과 일본을 이어 가는 핵심 키가 자네인 이상…… 단순한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허튼수작을 부릴 수는 없지.”
이석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성태가 카에데와 웨이링을 휘어잡고 있는 걸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 참, 너무 높게 사시는군요.”
“후후, 그랬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텐데 말이야.”
“그런데 여기에 저를 불러주신 이유는?”
성태가 본론으로 넘어가길 종용했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말했다.
“오이겐이 곧 미국으로 가는 것은 알고 있겠지?”
“권품천사께서 거기 가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오이겐의 한국에서의 일정은 별반 없다.
헤븐즈 도어를 열기 위해 필요한 설비 자체가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수호비무는 물론 중요한 자료이긴 하나 그냥 미국에 들고 가면 그뿐이라 꼭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 애당초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가 성태 때문일 정도이다.
“나는 자네가 거기에 같이 가 줬으면 하네.”
“호위입니까?”
이석훈은 고개를 저었다.
“호위도 있지만……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좀 더 어울리겠군.”
“미국을 말입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이신데.”
미국은 한국의 최고 동맹국이다.
원래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다.
과거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전략 속에서 한국, 대만, 일본이 방위선을 형성하는 일종의 기지로서 중요했던 걸 생각하면 묘한 일이다.
그러나 헌터의 시대가 되면서 강력한 헌터들끼리의 교류는 매우 중요해졌고, 이석훈과 미스터 로드의 친분이 국가 간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물론 단순한 사적인 관계에서 파생된 것은 아니다.
마나를 다룬다는 면에서 한국이 가장 발달한 국가이고, 마나와 차원, 몬스터를 분석한다는 면에서 미국이 가장 우수한 국가이기 때문에 상호 간의 이해관계 역시 일치했다.
그게 아니라 해도 국가 간에 푸닥거리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닐 텐데.
얼마 전 일본 같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서로 가까우니까 그랬던 거고, 미국과 한국처럼 멀면 서로 간에 야심을 품는다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다.
“물론 악마와 몬스터라는 공동의 적에 대해 그들이 배신할 거란 뜻은 아니네. 그럴 리야 없겠지. 하지만…… 천계라면 어떤가?”
이석훈의 말에 성태가 흥미를 보였다.
그가 뭘 걱정하는지 간파한 것이다.
“미국이 천계와 손을 잡는다?”
“그렇다네.”
“미국이 천계와 함께 인류를 배신하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천계는 인류의 편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래에서 온 성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아는 미래에서 천계는 그저 아군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인류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기 때문일 뿐, 정말로 선의에 가득한 존재였기 때문이라 보긴 어려웠다.
실제로 성태는 오이겐과 대화하면서 그들이 무작정 믿기엔 위태롭다고 느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지나치게 이 확정되지 않은 세력에 대해 강한 신뢰를 품고 있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이건 이용당하기 좋은 스탠스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건 그렇지요.”
성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이 인류를 배신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배신하지 않는다 해도 천계라는, 천국이라는 그 이차원의 세력에 대해 보이는 무한정한 신뢰는 역시 위험하다.
“나는 그 점에서 아직 헤븐즈 도어가 열리지 않은 지금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지. 정말로 그들이 우리의 동맹으로서 적합한 세력인지 조사해 줬으면 하는군.”
“만일 아니라고 생각된다면요?”
성태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자네에게 맡기겠네.”
성태는 만족했다.
자신에게 완벽한 재량권이 주어진다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가령 오이겐을 죽일 수도, 아니면 아예 손아귀에 넣을 수도 있다.
성태는 그런 종류의 자유로움을 아주 좋아한다. 그렇기에 사실 이석훈이 그런 재량권을 주지 않았더라도 아마 마음대로 해 버렸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대신 제 요청도 하나 들어주시죠.”
“말해 보게.”
이석훈은 아마 또 다른 사업권이나 어쩌면 아티팩트 같은 것이리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일의 크기를 생각하면 성태 정도의 전력을 써먹는데 그런 보수는 별로 비싸지 않다.
위에 서는 입장인 만큼 그는 사람을 제대로 쓰는 데에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태의 요구는 이석훈으로서도 다소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이혜선 양과 화해해 주시죠.”
“…….”
이석훈이 보기 드물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어서 성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방금 들은 것이 사실인지 성태에게 확인을 바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성태는 이석훈을 놀려 먹고 있다는 데에 다소간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말했다.
“놀라신 표정이군요.”
“……생각하지 못한 제안이니 당연하지 않겠나.”
“뭐, 그렇겠지요.”
“자네가 우리 가족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 의아하네만…….”
이석훈이 한숨을 쉬면서 혀를 찼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적인 일이니 관여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된 답이기도 했다.
성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물론 가족의 일입니다. 그러나 그 가족의 일이 이씨 가문의 일이라면 단순히 가족의 일로 끝나지 않는 법이지요. 아드님 문제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
송곳 같은 성태의 말에 이석훈의 말문이 막혔다.
분명히 가족의 일이라는 말로 정리하기에 이미 이씨 가문은 한국에서 너무나 중요한 공적 권력을 쥐고 있으며, 그 가족 관계의 파탄은 이미 데몬 프린스 이영빈이라는 재앙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성태는 말을 이었다.
“강요는 않겠습니다. 스스로 말씀하셨듯이 이건 가족의 일이고, 가족의 일에 외부인이 끼어드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제까지고 지금 꼴로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 늦은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법입니다.”
“…….”
이석훈은 한 방 먹은 표정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잘 생각하시길.”
성태는 가벼운 인사를 한 다음 밖으로 나섰고, 그가 나선 다음에도 이석훈은 한참 동안 돌처럼 굳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성태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말았다는 뜻이었다.
마침내 침묵을 깼을 때, 그는 쓰라린 듯 얼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어이가 없군. 자식은커녕 아내도 없는 어린애에게 가족 관계를 충고받을 줄이야…….”
이상한 놈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상한 놈이긴 했다.
언젠가 정형구가 도무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묘한 연륜이 느껴진다고 당혹스러워하며 저 성태라는 녀석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지경의 구슬을 섭취했다고 들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오늘 보자니 그런 정도로 저런 노숙함을 갖출 수 있는 것인지 황당할 정도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에 탄식한 그는 의자에 몸을 묻으면서 고개를 저었고 쓰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아니, 그런 건 상관없나.”
성태라는 놈이 어떤 놈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녀석이 했던 말이 옳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가족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이씨 가문의 일이 너무 크고, 거기서 비롯된 비극은 너무 큰 재앙을 낳았다.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재능이 있고, 그 재능에 걸맞게 대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것이 이렇게 일그러졌다.
그런 재앙의 다른 결말이 혜선이의 미래에 도사리고 있을까? 그래서 그 묘한 녀석이 어울리지도 않게 충고 따윌 하고 간 것일까?
“…….”
이석훈은 한숨 쉬었다.
그는 철혈의 군주다.
그러나 아버지이기도 했다.
또다시…… 자식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알파메일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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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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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