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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69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69화

169화 천상의 사자(2)

 

 

 

 

 

오이겐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합니다. 차원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악마들이 쉽게 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들이 바보가 아닌 만큼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도 알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 역시 차원 간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노려 이 땅에 전력을 다해 침범해 오게 되겠지요. 그러나 천국의 문을 진정으로 열기 위한 도박입니다. 감수할 가치는 있을 겁니다.”

 

“흐음…….”

 

-나는 좋다고 보네.

 

이석훈이 다소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 반해 미스터 로드는 즉각 답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헤븐즈 도어를 완전히 열어젖히는 것이야말로 현재 인류가 전력을 기울여야 할 첫 번째 일이라 여기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미국이 제법 위험해질 텐데?”

 

-감수해야지. 하지만 자네도 힘써 줘야 하지 않겠나? 유럽은 이제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군.”

 

미스터 로드가 뻔한 걸 왜 묻느냐는 태도로 답하는데 이석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은 이번 작전으로 귀중한 전력을 너무 많이 잃었다.

 

미국은 아직 자국 세력이 강건하지만 땅이 너무 넓어서 안심하긴 힘들다.

 

상대적으로 최근 확장세를 보이면서 강력한 헌터의 육성에 성공한 한국이 나서는 것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라 해도 사실 한국은 대탐색의 주도 국가였으니만큼 일정 부분 선두에서 책임질 필요가 있긴 하다.

 

미스터 로드는 이석훈의 답에 만족해 웃어 보이고는 오이겐을 향해 다급하게 물었다.

 

-아, 그런데 실례가 아니라면 한 가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말씀하시는 중에 ‘원흉’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악마입니까?

 

이석훈도 흥미를 보였다.

 

오이겐의 말은 이백 년 전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궁극적인 원인이 되는 존재가 따로 있다는 것이고, 천계는 이제까지 그 악과 싸워 왔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인류의 궁극적인 적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흥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타락한 샛별입니다.”

 

오이겐이 단정적으로 답했다.

 

“타락한 샛별이라 하면…….”

 

-역시 그런가…….

 

짐작 가는 바가 있었기에 이석훈도, 미스터 로드도 침중한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이사야서 14장 12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웬일이냐, 너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민족들을 짓밟던 네가 찍혀서 땅에 넘어지다니!’

 

 

 

 

 

여기서 말하는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이야말로 타락한 샛별이며 신의 자리에 도전하여 무수한 천사를 이끌고 반역을 일으켰다가 판데모니엄으로 떨어진 한 강대한 천사를 가리킨다.

 

이 천사의 이름은 인류에게도 여전히 익숙하여 정말로 많은 이들이 그 이름을 알고 있다.

 

오이겐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언했다.

 

“네. 아마 이곳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이름이겠지요. 루시페르. 그 악마야말로 만상을 일그러뜨리고 이 세계에 악을 뿌리고 있는 진정한 원흉입니다.”

 

천사 중의 천사였던 자.

 

왕 중 왕이었던 자.

 

그러나 인간을 만들고 야훼께서 모든 천사에게 그에게 무릎 꿇으라 하였으되 이에 따르지 않았기에 반역자가 되어 전락하고 만 지옥의 왕.

 

그가 바로 루시페르이다.

 

 

 

 

 

***

 

 

 

 

 

성태는 수호대의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그곳은 오이겐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그녀의 마력을 조사해 헌터의 마력 운용에 적용 가능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오늘 연구는 모두 끝나서 문이 닫혀 있어야 하지만 아직 열려 있었다.

 

오이겐이 아직 이 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성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흠, 이런 곳으로 좋은가.”

 

성태는 연락을 받고 방 안으로 들어왔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하기야 이곳은 너무 공개된 곳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엔 좋지 않다.

 

오이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내 마력으로 이곳은 막혀 있으니 도청 같은 건 신경 안 써도 괜찮습니다.”

 

“도청 같은 건 몰라도 남녀가 야심한 시각에 이렇게 같이 있다는 걸 혹시 누가 보기라도 하면 그것만으로도 피곤해지잖아?”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인데도 여유가 넘치시는군요.”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여유가 넘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성태가 어깨를 으쓱이며 하는 말에 오이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서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길 길게 할 필요는 없겠지. 먼저 알고 싶은 건 역시 내 정체에 대한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오이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의 정체.

 

그것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이겐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이었고, 기실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가장 열심히 조사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극히 한정적이었고, 그 정보 역시 오이겐이 알고 있는 성태의 ‘정체’라는 것에는 도저히 맞물리지 않았다.

 

다소 특별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에게서는 초월자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음! 특별히 말할 만한 정체는 없는데 말이야…….”

 

“터무니없는 소릴.”

 

그녀는 데몬 프린스 정숙이 성태의 손에서 어떻게 학살당했는지 봤다.

 

그런데 특별히 말할 만한 정체가 없다니.

 

“뭐, 어차피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

 

“중요하지 않다니…….”

 

데몬 프린스를 일개인으로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같이 차원 간의 전력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형국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또 어느 쪽 편을 드느냐에 따라 세력의 균형추가 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류의, 그리고 너희 천사들의 적도 아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

 

“……그걸 어떻게 믿지요?”

 

오이겐이 차분하게 반문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

 

그 존재는 불안과 의심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정숙을 처단하는 장면을 봤을 텐데? 만에 하나라도 내가 너희의 적이라면 정숙을 굳이 그렇게 철저하게 죽일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

 

오이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긴 하다.

 

그러나 굳이 성태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성태를 완전히 신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악은 악 나름의 균열이 있는 법이며, 설령 정말로 그가 악마들의 완전한 적이라 해도 그것이 오이겐의 입장에서 아군이라는 걸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질문할 기회를 더 주지 않겠다는 듯, 성태가 말했다.

 

“그보다 묻고 싶은 건 나인데…….”

 

“어떤 것이죠?”

 

“정말로 신을 믿어?”

 

“당신은 믿지 않는단 말인가요?”

 

오이겐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은 하지 말라는 태도로 반문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강력한 존재라 신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건 알지. 인과의 흐름조차 뒤틀어 버리는 것들 말이야. 하지만 너희가 말하는 신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 진정한 신을 믿느냐는 거야.”

 

성태는 물리 법칙을 초월한 권능을 구사하는 강력한 존재들을 안다.

 

심지어 그 자신이 거기 속한다.

 

하지만 그런 힘을 갖춘 존재라 해도 결국 육신과 욕망을 갖춘 일개의 존재일 뿐이다. 전지전능이라는 까마득한 표현에 걸맞은 자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오이겐은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본 적은 있고?”

 

“그건…….”

 

“역시 그렇겠지. 정말 그런 존재가 있다면 루시페르 따위가 여기서 설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성태가 코웃음 치며 하는 말에 오이겐이 욱하는 표정이 됐다.

 

“신을 능멸하는 것입니까!”

 

“나는 제법 유능하지만 없는 존재를 능멸할 재주는 없는데.”

 

“당신……!”

 

오이겐의 얼굴에 드러나는 분노가 한층 커졌다.

 

성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일단 루시페르는 절대 니들이 말하는 그런 타락의 이유 같은 거 받아들이지 않잖아?”

 

“역시 당신, 여러 가지를 알고 있군요.”

 

오이겐이 놀란 표정이 됐다.

 

루시페르에 대해 저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악마에 대해 정말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이겐이 아는 바 이 세계는 데몬 프린스와의 교류가 있을 정도라 하나 저 정도까지 지식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었는데.

 

“미운 놈은 미운 대로 정보가 쌓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수치를 모르는 악마의 말 따위를 당신이 신용한단 말인가요?”

 

오이겐의 말에 성태가 어이없다는 표정이 됐다.

 

“수치 이전에 그쪽에서 보면 어이없지 않겠어? 그냥 왕 노릇 하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치고받던 놈들이 사실 같은 편이었는데 지질한 새끼가 반역해서 강도 놈들 대장이 된 것뿐이라고 하면 말이야.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 역사 왜곡 당하는 심정을 잘 알지.”

 

“왜곡이라니! 그건 진실입니다! 당신네들도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성경을 말하는 거라면…… 그것도 당신들이 이쪽으로 던진 정보 아냐?”

 

성태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되물었다.

 

오이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건…….”

 

성경을 비롯한 천사와 악마에 대한 지식의 큰 틀이 기실 천계를 통해 이 세계에 던져진 것이란 것. 그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성태는 상대의 약점을 잡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서 씨익 웃었다.

 

“기적을 일으키는 선지자들을 통해 이곳에 알려진 이차원에 대한 정보. 그것이 실은 성경의 진정한 정체였던 거지. 그러나 그 정보에 문제가 있다면 일종의 전시 팸플릿이라서 자기들 편할 대로의 정보만 가득하다는 점일까.”

 

성경의 세계가 정말로 이차원에 있었기에 천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다. 천계에서 처음부터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일종의 상위 세계로서 이 세계에 던져 왔었다.

 

성경에 이야기되는 선지자들이 계시를 통해 얻었다고 하는 지식들, 그리고 그들이 구현했다는 기적들 역시 그들이 개입한 흔적이었다.

 

성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대전의 말기에서였다.

 

그 세계에서 천계는 결국 이 세상에 직접적으로 강림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마법적인 지식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류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은 일개 차원의 다른 차원에 대한 개입에 불과했다. 그 힘과 지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자신들의 목적에 맞춰 편향되게 왜곡되어 있었다.

 

전시 특보가 승리로 점철되어 있으며 적을 그저 단순한 악으로만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 것과 같이.

 

그렇기에 천계의 개입이나 도움이라고 해도 성태가 그들에 대해 경외심이나 고마움을 느낄 이유는 하등 없었다.

 

성태의 그 태도에 결국 오이겐이 폭발했다.

 

“무지한 인간이 함부로 혀를 놀리는구나! 네가 그 죗값을 어찌 받으려고!”

 

그녀의 감정에 맞추듯이 성결한 기운이 그녀의 전신으로 흘러넘치면서 오이겐은 하얗게 빛났다. 거의 반전투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그녀가 뿜어내는 마력의 압력만으로도 사물이 밀리고 파괴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성태는 그 힘의 압력 앞에서 미간을 좁혔고 손가락으로 오이겐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까불지 마.”

 

 

 

 

 

알파메일 169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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