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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메일 168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알파메일 168화

168화 천상의 사자(1)

 

 

 

 

 

로마의 싸움이 끝나고 바티칸의 대지는 다시 인류에게 귀속됐다.

 

하지만 당장 얻을 것은 없었다. 그 땅은 악마의 지배 아래 처참히 파괴되고 능멸되어 왔고, 수복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다만 바티칸을, 인류의 오랜 정신적 고향 중 하나를 다시 되찾았다는 것의 상징적 의미가 큰 승리였다.

 

실제로 인류의 권력을 지배하던 데몬 프린세스를 처단하는 데에 성공하고 천계와 동맹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도 이번 싸움의 중요한 의미였다.

 

하지만 이 싸움으로 인한 피해 역시 막대했다.

 

특히 초일류에 해당하는 헌터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유럽 전체의 방위가 걱정된다 싶을 정도로.

 

이 때문에 앞으로 유럽은 적어도 수년간 자기 방위 이상의 행동은 하기 어려울 거란 예측이 지배적일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피 값으로 겨우 이 세계로 강림시킨 권품천사는 전투가 끝난 후 성태 일행과 함께 한국으로 이동했다.

 

 

 

 

 

***

 

 

 

 

 

오이겐이 이석훈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이석훈은 일어서서 그녀를 맞이했다. 방 안에는 이미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켜져 있었고, 거기에는 이미 미스터 로드가 출력되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온 오이겐은 두 사람과 마주 인사한 다음 준비된 의자에 앉고서 말했다.

 

“우선 감사 인사를 하죠. 당신들 덕분에 악적을 처단할 수 있었습니다.”

 

-천만의 말씀!

 

“그런 면에서라면 우리도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니 서로 간에 빚은 없는 것으로 해 두지.”

 

반쯤 황송해하는 태도의 미스터 로드와 달리 이석훈은 담백한 대응이었다.

 

기독교적인 문화에 기초하지 않은 이석훈의 입장에서는 권품천사라 해도 동맹 가능한 세력의 하나일 뿐 숭배의 대상은 아니다.

 

물론 그런 무례한 태도는 미스터 로드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만스러운 것이었고, 그는 이석훈에게 찌푸린 시선을 보낸 다음에 조심스럽게 오이겐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쪽이 아니라 그쪽에 먼저 가신 이유가 있으신지……?

 

“어차피 들러야 할 곳이라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약간 뒤로 미루는 것이 더 낫지 않겠어요?”

 

-그러시군요.

 

미스터 로드는 그 대답에 만족한 표정이 됐다.

 

지금 오이겐의 말은 어디까지나 그녀에게도 미국 쪽이 좀 더 중요한 방문지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오이겐이 실상 한국에 먼저 들른 이유는 달리 있다. 그 이유를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어 오이겐은 흥미로운 듯 이석훈을 훑어봤다.

 

“그런데 흐음.”

 

“의문이 있는 눈길이군.”

 

“나에 대해 별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어서요.”

 

오이겐의 말에 이석훈이 피식 웃었다.

 

“천사라서 말인가?”

 

“그렇지요.”

 

“자네가 사자라는 거야 일찍부터 알고 있던 게 아닌가.”

 

오이겐이 이 세상에 강림한 것은 대탐색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뒤였다.

 

천계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 이 세계와의 연결 고리로서 거의 즉각 파견된 존재다. 유럽의 세렌 연구소 쪽을 통해 소환됐었다.

 

그러나 정신체에 불과해서 지식은 있으나 힘은 사용할 수 없었고, 육체 역시 클론 배양 방식으로 양육한 것으로 ‘천사’라기보다는 그저 순수한 인간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요? 내 본질은 강림했고, 그것을 이용해서 정숙을 처단하는 데에 성공하기까지 했는데.”

 

“그런 거라면 자네 역시 듣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평범한 인간에 가까우니 내가 위압될 이유는 없는 것 아니겠나?”

 

이석훈은 어디까지나 여유로웠다.

 

오이겐은 다소 불만스럽게 이석훈을 바라보다가 힘을 개방했다.

 

“-이래도?”

 

성결한 기운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단순히 성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힘이라는 기준에서 본다 해도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힘들 정도였다. 강한 자일수록 이 힘의 압력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었다.

 

이석훈은 지금 가만히 앉아 있지만 천둥 번개가 휘몰아치는 폭풍우 가운데에 있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이겐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석훈의 표정은 오이겐이 힘을 개방한 이후에도 변화가 없었다.

 

‘이 남자…….’

 

오이겐이 이석훈에 대해 당혹감을 느낄 정도였다.

 

일개 인간이 자신의 힘 앞에 이 정도로 완벽한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오이겐은 내심 자신이 성태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크게 놀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석훈은 도리어 반대였던지 찌푸린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실망이군.”

 

“실망이라니요?”

 

“나는 데몬 프린세스를 직접 접해 본 사람이네. 프린스 역시 마찬가지지. 그들의 강함은 잘 알고 있고……. 그런 입장에서 천국의 문이 열렸다는 말에 크게 기대했는데, 아쉽지만 이 정도여서는 상황을 크게 반전시킬 수 없겠군.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데몬 프린세스 정숙이 처단됐다는 것이 의아하게 여겨질 정도이네.”

 

냉정하다 못해 무례한 평가였다.

 

오이겐의 표정이 지금 말에 굳은 것은 물론이고 미스터 로드 역시 당황한 표정이 됐다.

 

오이겐은 일종의 사자다. 천계와의 동맹에 있어 이 세계를 평가하는 역할에 있는 입장이다. 그런 상대에게 무례한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도 좋지 않다.

 

-이것 보게, 자네…….

 

“……무례하군요.”

 

“미스터 로드, 나는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일 앞에서 예의를 차릴 생각은 별로 없네.”

 

그러나 이석훈은 철저히 실리를 따지기로 했다.

 

미스터 로드와 달리 천사라고 해서 특별히 공경할 생각이 없는 그에게 천계라는 것은 동맹 가능한 세력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이용하면 그뿐이다. 일부러 이쪽이 약세가 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으음…….

 

“좋습니다. 어차피 그걸 설명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으니까요.”

 

이석훈의 의도가 읽힌 듯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둘 모두 납득하는 표정이 됐다.

 

사실 납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좀 더 올바른 표현이다.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를 꼬았다.

 

“기대하지.”

 

“우선 이번 일 정도로 저희 세계의 힘을 단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천계의 권세는 무한하며, 그 힘은 전능합니다.”

 

“그렇다고 치기엔 이번 싸움은 다소 실망스럽지 않았나?”

 

이석훈이 놀리듯이 하는 말에 오이겐의 얼굴이 다시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녀는 특별히 반론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자칫 패배할 뻔하기도 했다.

 

천계의 힘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이번 강림은 낙제점이었다.

 

“그것은 제가 일개 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일개 사자?”

 

“천국의 문은 열렸습니다. 하지만 미력하게 겨우 열린 정도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천국의 권세 역시 이 땅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미력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 영육을 사용해 미리 준비해서까지 본질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큰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큰 그릇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그런 그릇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것이 부진의 이유라는 건가?”

 

“그렇지요.”

 

데몬 프린스와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이 세상에 쉽게 강림하지 못하고 던전이라는 방식으로 이 세상에 자신들의 지배 구역을 만들어 강림을 위한 토대를 닦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계 역시 이 세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토대가 필요하다.

 

그러니 악마의 세계와 달리 이제야 겨우 연결된 천계는 그만큼 간섭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았다.

 

-으음, 차원 간의 거리를 좁힌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으니…….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부진했습니다. 본래 우리는 그 문이 열리는 순간 적어도 그 주변의 모든 악마들의 힘은 일소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달랐지요.”

 

-겨우 로마 정도에 그치고 말았지요.

 

“로마 외곽 쪽은 꽤 고전했으니 말이야.”

 

오이겐이 아쉽다는 듯이 하는 말에 이석훈과 미스터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바티칸에서 주문이 해방되고 차원의 문이 열렸을 때, 그 열린 문을 통해 이 세계로 흘러들어 온 천계의 힘은 막대했다.

 

그 기세가 좀 더 유지되었더라면 싸움은 훨씬 피해를 줄이고 정리될 수 있었겠으나 차원 간의 격리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했다.

 

결국 천계의 입장에서도 오이겐의 힘을 회복시키고 하급 천사의 부대를 보내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헤븐즈 도어를 통한 지원을 더 기대하기도 힘들 정도지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석훈은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기껏 바티칸을 수복시켰지만 이걸로 전세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헤븐즈 도어도 만족스럽게 열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아직 인류가 처한 상황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저는 당신들에게 천국의 문을 진정으로 열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저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 이상의 존재, 대천사님들이 강림할 수 있을 겁니다.”

 

“대천사…….”

 

-미카엘…….

 

미스터 로드가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렵다는 듯한 태도로 중얼거렸다.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 이 세 천사가 바로 대천사의 대표다. 그리고 이들은 개별적으로 신이나 마찬가지인 힘과 권능을 갖추고 있는 존재이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이 강림한다면 드디어 세계의 법칙을 일그러뜨리고 우주를 제 놀이판으로 삼고 있는 이 모든 것의 원흉을 처단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인데…….”

 

“매력적인 정도가 아니라 진정한 구원의 이야기이겠지요.”

 

“구원에는 관심이 없지만 원흉의 처단이라는 건 매력적이군.”

 

이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용할 수 있는 힘이라는 차원으로 볼 때 저들 대천사의 존재는 정말로 매력적이다.

 

기실 바로 저 강대한 힘을 기대하고 그가 대탐색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미스터 로드 역시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천국의 문이 열리다 만 것은 결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떻게?

 

“저희와 연락한 수단이 있지요?”

 

-으음, 물론 있습니다. 하이퍼입자가속기지요.

 

미국에서 건조된 입자가속기를 통해 차원의 벽을 부수고 이차원을 탐색한 것이 기본적인 대탐색의 방식이었다.

 

현재 차원 경계면이 약해진 지구에서 입자가속기를 구동해 빅뱅에 가까운 충격을 만들어 내면 공간에 여러 차원이 겹치게 되고, 이것을 마법적인 방식으로 검색하고 연결, 탐색하는 것이 대탐색의 기본적인 방식이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차원 간 경계를 한 차례 더 파괴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헤븐즈 도어를 통해 이 차원과 천계를 더 강력하게 연결하는 것입니다.”

 

“위험하지 않나?”

 

이석훈이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대탐색은 과정에서 엄청난 피가 흘렀다.

 

다른 차원을 찾아 소통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다. 그 흐려진 차원의 경계를 통해 온갖 기기괴괴한 괴물들이 이 세상에 출몰하게 된다.

 

천계의 탐색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피를 흘리고서야 천계와 연결될 수 있었다.

 

 

 

 

 

알파메일 168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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