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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라이프 1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화

프롤로그

 

 

“엄마, 엄마.”

“응? 왜 그러니, 아넬?”

“의자에 올려 주세요.”

“우리 아넬, 오늘도 또 창밖을 구경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네, 보고 싶어요.”

“으음, 그다지 재미있는 것도 없을 텐데, 아넬은 뭐가 그리 재미있기에 매일 창밖을 구경하는 걸까? 잠시만 기다려 보렴. 엄마가 올려 줄게.”

상냥한 미소와 함께 엄마는 내 몸을 번쩍 들어 안아, 창문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내 몸을 올려 주셨다. 창문틀을 지지대 삼아 내 몸을 지탱하며,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

“후후후, 그럼 내려오고 싶을 때 엄마를 부르렴. 알겠지?”

“네!”

“그래, 그럼 엄마도 슬슬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있나 한번 살펴봐야겠는걸?”

내 대답을 들은 엄마는 고개를 돌려, 안방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서류들 중 하나를 집어 들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스락바스락하는 종이 넘기는 소리와 간간이 펜으로 글을 쓰는 사각사각 소리만이 전부인 그 공간에서, 나는 오늘도 창밖의 모습을 정신없이 구경하기에 바쁘다.

4층 이상의 건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건물들이 석재와 목재로 이루어져 있는 거리.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큰길을, ‘이럇!’하는 마부의 소리와 함께 말이 이끄는 마차가 요란스럽게 지나간다.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다.

이렇게 자리를 잡고 구경하다 보면 평범한 복장을 착용한 주민들 사이로 그들과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띈다.

동물의 가죽을 가공하여 만든 가죽 보호구를 착용한 채 망토를 펄럭이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철제 방어구를 차려입고 묵직해 보이는 대검을 어깨에 걸친 채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때로는 나무의 끝을 가공하여 주먹만 한 파란색 돌을 끼워 넣은 지팡이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로브 차림의 남성이 있는가 하면, 등 뒤에 활과 화살통을 매고 돌아다니는 여성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나의 시선은 그들에게 고정된다.

특히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검과 지팡이, 활과 각종 무기들을 볼 때마다 작게 감탄한다.

그럴 때마다 나의 입에서 ‘우와’, ‘와아!’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지만 최근 들어 늘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엄마는 가끔씩 이쪽을 돌아보며 ‘귀여워!’하고 미소를 지을 뿐, 그러려니 하고 금방 넘어가신다.

그리고 나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그녀의 보호를 받으며, 오늘도 창가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서 세상 밖의 풍경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검과 마법, 그리고 몬스터가 존재하는 이 세계의 하루를 말이다.

 

 

 

 

 

 

검과 마법의 이세계(1)

 

 

나에게는 두 가지 삶에 대한 기억이 공존한다.

한 가지는 ‘아넬 프로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세 살배기 어린아이로서의 삶이다.

현재 진행형으로 삶이 진행되고 있으며, 나는 세 살의 어린아이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어린아이가 가질 수 없는, 성인에 달하는 지능과 인격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이다.

아마도 다른 한 가지의 삶에 대한 기억이 ‘아넬 프로스트’ 라는 세 살의 어린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한 가지의 삶에 대한 기억.

그것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삶의 기억이 아닌, 과거 혹은 전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억이었다.

21세기, 2016년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살던 스물세 살의 청년 서승연.

그것이 나의 다른 한 가지 삶에 대한 기억이다.

‘서승연’이라는 인물은, 현재 ‘아넬 프로스트’라는 아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던 사람의 이름이다.

서승연이라는 인물이 살던 세계인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곳은, 고작해야 3, 4층이 전부인 이쪽 세계의 건물과는 달리, 20여 층 이상은 가뿐히 넘어가는 ‘아파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거처가 즐비하고, 길가의 건물들도 기본적으로 5층 이상의 높이에, 어떤 유명한 건물은 63층에 달하는 높이를 가졌을 만큼 고도의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세계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차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승차감과 속도를 가진 자동차라고 불리는 이동 수단과, 그 자동차조차 뛰어넘는 기차와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의 속도조차 뛰어넘어 날아가는, 전투기라고 불리는 물체까지 만들 수 있는 뛰어난 문명을 가진 세계이다.

‘서승연’이라는 인물은 그런 세계에서 살았던 것이다.

나는 그런 ‘서승연’이라는 인물의 삶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마도 ‘서승연’이라는 인물은 내가 ‘아넬 프로스트’라는 세 살의 어린아이가 되기 이전에 나의 전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생이고 또한 환생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서승연의 삶과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기억에 따르면 적어도 그가 살던 대한민국에서는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른 세계에서 환생하는 것은 소설이나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생각하기 때문이고, 또한 서승연의 삶에 대한 기억은 가지고 있지만, 그가 죽었는지, 또한 죽었다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나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즉, 스물세 살의 기억으로 종료되는 서승연의 삶의 기억이, 서승연이 가진 모든 기억이 맞는지는 모른다.

‘내가 정말로 환생한 것일까?’

그것은, 아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이후부터 끊임없이 고민해 온 문제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이 문제에 대해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나만의 대답을 만들어야 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내가 가지고 있는 서승연의 삶과 기억을 전생으로, 아넬 프로스트가 그의 환생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스물세 살의 나이로 살아가던 서승연은,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환생했다.

 

***

 

‘좋아, 우선 내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정리해 보자.’

솔직히 이 세계에 태어난 지 3년이 넘은 지금의 시점에서 환생이니, 전생이니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그만큼 스스로는 꽤나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린 만큼, 아넬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차례대로 정리해 보자.’

첫 번째로, 이 세계는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당장 창문으로 집 밖을 내다보면 검과 지팡이를 든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검사들과 마법사들이 흔치 않게 보인다.

해가 지고 난 뒤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마법사가 ‘라이트’ 마법으로 추정되는 환한 빛의 구슬을 공중에 띄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거리를 돌아다니지만, 도시 사람들을 비롯해 그 어느 누구도 마법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거나 의혹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이 세계에서는 그런 광경이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곳은 인간 외에도, 이종족과 몬스터 등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세계이다.

거리에서 검사와 마법사를 보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거리를 활보하는 이종족의 모습도 가끔씩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본 이종족은 드워프 종족으로 추정되는 작은 키의 다부진 근육질로, 배틀 엑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다니는 종족과, 오크라고 불리는 2m가 가뿐히 넘어가는 신장을 가진 전사 종족이 전부였지만 그들은 인간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종족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의 존재에 대해서는, 직접 살아 있는 몬스터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사체를 실은 수레가 길가를 지나가는 것은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사체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이 된다’는 말을 얼핏 들었으므로, 판타지 게임이나 소설 속에서처럼 그들의 사체로 무언가 무기를 만들거나 소재를 가공하여 포션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어쨌든 이 세계는 인간 종족 말고도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세계이다.

세 번째, 직업 선택의 폭이 넓다.

물론 집안의 생활이 여유로워야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집안이 여유롭지 않은 농가의 자식이 농사짓는 부모님을 외면한 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할 수는 없으니까.) 반대로 여유만 된다면 일반 평민이라도 자식들을 검술학교나 마법학교에 입학시키거나, 혹은 따로 가정 교사를 고용할 수 있다.

딱히 이곳 세계에서는 검술과 마법을 남에게 전수해 주는 것에 그다지 거리낌 같은 것을 느끼는 일은 없는 것인지, 가르치려는 아이의 재능이 아예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용된 기간 동안엔 착실하게 수업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왜 그런지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마도 몬스터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몬스터를 퇴치하면서 몬스터만 죽으라는 법은 없다.

몬스터의 강함에 따라서는 도리어 그들을 퇴치하려고 한 모험자나 정규군이 전멸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또한 몬스터는 개체끼리의 번식 행위로도 수가 늘어나지만, 그 외의 요소로도 그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번식하는 숫자가 퇴치되는 몬스터의 숫자에 비해 결코 밀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즉, 몬스터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꾸준히 퇴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몬스터를 퇴치하는 만큼 사망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고, 개체의 강함과 그다지 상관없이 대체로 성장이 빠른 몬스터에 비해 출산도, 성장도 더딘 인간 쪽은 늘 의뢰가 넘쳐나지만, 정작 의뢰를 맡을 사람은 늘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도 그렇고, 모험자들도 그렇고 늘 새로운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수요를 귀족의 자제나 일부 부호의 자제로만 한정하면 도저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의 여력만 된다면 평민이 검을 배우거나 마법을 배워 강해져도 그다지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된 것 같다.

네 번째, 다행히 우리 집안 형편은 상당히 여유롭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형편뿐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는 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조건의 집안이다.

우선 우리 가족 구성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집안의 가장이자 나의 아빠인 리안 프로스트, 엄마인 릴리아 프로스트, 그들의 자식인 나, 아넬 프로스트가 가족 구성원의 전부이다.

사실, 며칠 전에 엄마로부터 새로운 가족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관계로 내 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다.

어쨌든, 우선 아빠인 리안 프로스트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내가 세 살이 된 올해를 기준으로 서른다섯 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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