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99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99화
199화 영웅 귀환(1)
빛이 사그라지고 상황이 드러났다.
칠흑은 팔이 하나 베였다.
미카엘은 날개가 절단 났다.
육체가 사실상 의미를 잃은 초월 존재들임에도 그런 상처를 입고서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엄청나다. 안타깝지만 그런 수훈을 세운 영빈은 그 앞에 피투성이로 누워 있었다. 쿨럭댈 때마다 피를 토하는 그의 모습에서 살아날 길은 이제 없어 보였다.
-지겨운 쥐새끼, 이제 끝이다!
-그야말로 대종사 이건의 뒤를 잇는 천재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 혈통도 이제 끊어지겠군.
미카엘과 칠흑이 각자 이야기하면서 마법과 검 끝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영빈에게로 향했다. 이어 그를 죽이기 위한 마지막 동작에 들어갔다.
그걸 보면서 이석훈은 눈을 감았다.
허탈하게.
자신의 아들은, 그리고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압도적인 격차를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까지 해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석훈은 한숨 쉬면서 이제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이석훈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쩡.
쩌저정!
공간이 갑자기 깨졌다.
마치 거대한 유리가 박살 나는 것처럼!
금이 가면서 이차원적인 균열이 곳곳에 일기 시작한 것이다. 차원 경계면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부서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뭐지?!
-또 무슨 일이냐!
칠흑과 미카엘은 함께 당혹스러워했다. 이런 차원 경계면의 붕괴는 어처구니없이 강대한 존재가 차원 개입을 할 때 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러서 또 변수가 발생한단 말인가?
하기야 칠흑이라는 악마 중의 악마와 미카엘이 협조해 인간을 처단하려 들고 있다는 이 상황 자체가 이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여기서 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더 놀랄 거리가 아니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깨어진 공간의 파편이 무너지고 시공간의 곡률이 돌아오면서 세상이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것은 마치 시간이라는 필름의 한 컷을 남긴 듯한 현상이었다. 그 새로이 펼쳐진 필름 위에는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영빈 앞에 서 있었다.
자신만만한 미소가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그는 별로 대단치도 않아 보이는 마법 검을 들고 두 초월 존재를 상대로 어처구니없게도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요구했다.
“그만둬 주실까? 그쪽은 내 처형될 몸이란 말이야.”
청년은 성태였다.
“겨우…… 돌아왔나.”
극심한 부상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영빈은 지금 성태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 인간은 또 뭐지? 저것도 저 인간 같은 건가?
미카엘은 성태를 미심쩍게 보며 칠흑에게 물었다. 성태의 몸에서는 특별히 강력한 힘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지만 영빈을 체험한 이상 일단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여겨서였다. 그러나 성태에 대해서는 칠흑 역시 아는 바가 없다.
-모른다. 저 인간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군.
-그렇다면……!
대답을 듣는 순간 미카엘은 성태를 향해 날았다.
칠흑이 알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주의할 가치가 없다. 강력한 인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라는 면에서 인간 세계를 수백 년 이상 주목해 온 이 끔찍한 악마의 시선을 벗어난 자가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러니 손쉽게 정리할 수 있을 놈임에 틀림없었다.
접근하는 미카엘을 보고서도 성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미카엘은 역시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인간이라 생각하고 단칼에 쳐 죽이려 했다. 그의 검이 움직였다. 공간이 파도치며 뒤따랐다. 데몬 프린스조차 일격에 두 쪽이 되고 말 강력한 공격이었다.
한데 그의 불의 검이 성태에게 닿기 전, 성태의 양옆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거기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형제여, 그만두라.
-그만두십시오!
미카엘이 날린 검격이 공간이 일그러지며 발생한 왜곡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의 줄기 같은 것, 빛의 검에 막혔다.
차앙!
-음, 너희는!
미카엘은 자신의 공격이 막힌 순간 몸을 훌쩍 뒤로 날려 상대를 확인했다. 그의 얼굴이 이제까지의 과격하고 단호하던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고뇌에 일그러졌다. 찬란한 성광을 뿌리며 성태의 양옆에 선 위대한 두 존재.
그것은 라파엘과 가브리엘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미카엘이라 해도 고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삼대 천사가 한자리에 모였나!”
“성공했구나!”
“역시 내가 선택한 남자!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와, 정말 판세를 뒤엎은 거야?!”
믿을 수 없는 심경으로 지금 성태의 등장에 다른 이들은 모두 환호했다.
하지만 그 기뻐하는 모습에는 이것이 정말인지, 혹시 죽음의 위기에 앞서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간절히 그의 등장을 기다리던 이들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럴 만하다.
성태는 이런 순간에, 비록 목표로 했던 것이라곤 해도 누구나 정말 해낼 수 있을지 믿어지지 않는 임무를 위해 차원의 벽을 넘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왔다. 훌륭히 임무를 성공시키고서! 환희와 의혹이 뒤섞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아…!”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뻐하는 것은 역시 오이겐이었다.
그녀는 지금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성태의 성공은 연인의 귀환인 동시에 숭앙하는 다른 두 대천사의 귀환이었다. 이것은 그녀의 입지가 다시 회복된다는 뜻이었고, 그녀가 사랑하는 세계가 원래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감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너희가…….
미카엘이 으르렁거리며 라파엘과 가브리엘을 노려봤다.
-이것은 주의 뜻이 아니다.
-설혹 이단에 대한 처단이 필요하다 해도 그것은 네 의지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주만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두 대천사는 미카엘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받아내면서 슬프게 무기를 들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성태에게 상황은 모두 들었다. 그리고 성태의 설득에 넘어가 그들은 미카엘을 처리하고 악마들을 처단한 이후 이 세계에서 물러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 상태였다.
그들 개개인이라면 미카엘에 비해 한 수 뒤쳐지는 감이 있지만 둘이다. 아무리 미카엘이라 해도 두 대천사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카엘은 물러서지 않고 완고하게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개소리 마라! 너희의 그런 어리석은 판단이 일찌감치 끝날 수 있었던 싸움을 이토록 길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주께서 우리에 대해 실망케 하여 그 권좌를 비우도록 했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은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주께서 자리를 비우신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그분께서 자리에 없는 것 자체가 우리에 대한 시험일 수도 있다. 어리석은 피조물로서 그분의 의도를 해석하려 들지 마라. 그것이 바로 불경이다.
입장 차에 대한 그들의 격론은 쉬이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그걸 곁에서 보면서 성태는 다른 의미에서 경탄했다.
‘와, 대천사끼리도 별수 없구먼.’
신의 뜻을 두고 인류가 얼마나 오래도록 서로 갈라져서 싸우고, 그것 때문에 심지어 수백만이 서로 간에 살육을 벌였던가. 똑같은 갈등이 지금 인간을 초월했다고 하는 천사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저런 것들이 사람들을 두고 잘난 척했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시끄럽다!
미카엘이 폭발했다.
그의 날개와 검이 함께 번뜩였다.
-나는 그런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누가 옳은지는 내가 하려는 일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비록 뜻한 바가 있다고 하나 그것을 위해 악마와 손을 잡기까지 한 이상 우리는 너를 제압하지 않을 수 없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전투 자세를 취했다.
어차피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실제 이렇게 싸우게 된다는 것은 쓰라린 일이었다.
-할 수 있다면 해봐라!
미카엘은 불의 검을 들며 당당히 외쳤다.
그 기세와 오라의 강함만을 따지자면 어째서 그가 천계 최강이며 다른 두 대천사가 동격임에도 그에게 제압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침울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서며 싸우려는 순간이었다.
“아, 잠깐.”
갑자기 성태가 나서며 그들의 앞을 막았다.
-응?
-왜 그러지?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의아하게 묻는데 성태는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길게 끌 필요 없으니 내가 정리하도록 하지.”
-무슨…….
-네가 인간치고 대단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상대는 주의 검으로 불리던 강자다. 물러서라. 이 싸움은 우리가…….
“아니, 진짜야.”
성태가 고개를 저으면서 검을 들었다.
그의 자세는 완벽했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은 그를 말리려 했지만 말 없는 성태의 등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위압되어 물러서고 말았다.
-하찮은 인간이……!
미카엘이 어처구니없음을 느끼고 분노하며 날개를 크게 펼쳤다.
그의 마나가 바다처럼 확장하며 주변을 장악했다. 그 속에서 성태는 시시하고 볼품없는 표류물에 불과했다.
그 표류물이 검을 들었다.
미카엘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바다가 갈라졌다.
아니, 세상이 갈라졌다.
***
빅뱅의 순간처럼 마나의 분출이 일어난다 싶더니 번뜩임이 일었다.
그리고 돌아온 세상의 모습 앞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는 미카엘, 그리고 그 옆에서 마찬가지로 쪼그라든 늙은이 꼴이 되어 벌벌 떨고 있는 칠흑의 모습이라니.
대체 조금 전 성태는 무슨 일을 했단 말인가.
“후, 깔끔하게 끝냈군.”
성태는 자신을 향하는 경악의 시선을 모르는 것처럼 싱긋 웃으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놀라움에 더듬거리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군…….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뭐, 그쪽 세계로 갔을 때 마나를 좀 챙겼지. 당신들을 구속하던 것 말이야.”
지금까지 성태의 힘을 제약하던 것은 마나의 총량 단 한 가지다. 그 외의 기교적인 측면에서 그는 최초부터 그 어떤 초월 존재조차 범접할 수 없는 높이까지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만일 그가 충분한 마나를 보급할 수 있었다면 미카엘을 막기 위해 천계로 갈 필요조차 없었을 정도.
게임 시스템화된 이 세계의 섭리에 구속되어 있던 육체가 천계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성태는 그곳의 마나를 억지로 자기 내부에 수용해 올 수 있었고, 그 힘을 활용해서 이렇게 일시적으로 포텐셜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식의 활용이 가능하단 말인가?
-우리는 실체라기보다 에너지로 구성된 존재다만 그런 기교는…….
라파엘과 가브리엘은 여전히 더듬거리면서 경악했다.
신에 가까운 초월 존재인 그들로서도 성태와 같은 방식의 힘의 수용과 활용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설명하기 귀찮았던 성태는 손을 내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됐고. 이제 당신들은 위에서 설치고 있는 자잘한 부하들이나 챙기시지.”
-으음,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그 전에…….
가브리엘과 라파엘은 아쉬워하면서 물러났다. 지금 성태가 보여 준 위업을 생각하면 그의 말을 거역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해도 성태에게는 빚진 게 많기도 하고. 대신에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마력이 해체당해 볼품없는 꼴이 되고 만 칠흑을 향해 접근했다.
칠흑은 자신을 향해 다가서는 그들을 보고서 벌벌 떨면서 바닥을 기었다.
성태가 나섰다.
“아, 손대지 마시지.”
-어째서지? 네게도 적일 텐데.
“적이지만 사용 방법은 너희하고 좀 다르다고 할까.”
성태의 입장에서 칠흑은 달리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죽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 결국 죽일 생각이지만.
-으음, 그러나…….
“그런 것보다 얼른 정리해서 저 쓰레기 같은 놈을 데리고 물러가 줬으면 하는데. 여긴 우리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성태는 미카엘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파메일 199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