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메일 193화
무료소설 알파 메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알파메일 193화
193화 두 세계를 위한 함정(1)
뉴욕대의 상공이었다.
평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그곳은 실은 강대한 힘이 가득 차 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해서 차원 경계면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을 정도였다.
웅웅웅웅!
강력한 에너지의 분출에 의한 파장이 계속해서 공간을 흔들었다.
그 흔들림의 바로 아래에는 물리연구실이 있었다. 현재 뉴욕대에서는 다시금 헤븐즈 도어를 연결하기 위해 입자 가속기를 가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충만한 에너지가 마침내 차원 경계면을 파괴했다.
웅!
공간에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경험에 따른다면 이제부터 파괴된 경계면을 통해서 기기괴괴한 온갖 이차원의 몬스터가 이 세계로 몰려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에 갑자기 뉴욕대 상공에 이제까지 본 적 없던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것은 이 일대에 충만해 있던 에너지를 빨아들이더니 그 중심에서 공간의 균열을 일으켰다.
쿠앙!
칠흑 같은 균열이었다.
그리고 그 균열에서는 어마어마한 사기가 뿜어져 나왔다.
데몬즈 게이트였다!
그 규모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것이었다.
본디 던전이라는 것 자체가 데몬즈 게이트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 같은 것으로, 그것이 성공하고 성숙해야 겨우 데몬 프린스 하나가 나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균열이 발생하는데, 지금 열리고 있는 것은 그러한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데몬 프린스들이 평범한 몬스터처럼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으니까!
쿠르르!
그리고 막대한 사기의 무리와 동시에 그 찢어진 공간을 통해 몬스터들이 마침내 이 세상에 들이닥쳤다. 그 광경은 지옥을 이 세상에 옮겨 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선두에 선 데몬 프린스만 열에 달했다.
그 막강한 악의 상장군을 뒤따르고 있는 몬스터의 무리는 수를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들이 풍기는 마기가 대기의 색조차 시커멓게 물들일 지경이었다.
멸망이 세상에 강림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후하하하하!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 병신 같은 천계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문을 닫고 인간들을 도륙하기만 하면 끝이다!
-드디어 이 행성은 우리의 것이 된다!
데몬 프린스들이 저마다 해방감에 즐거워하면서 외쳤다.
그 외침에 호응해서 그들을 따르는 마물들이 포효했다.
대지가 외침에 흔들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이변을 깨달았다.
-으응?
-뭔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선두의 데몬 프린스는 물론 그들을 따르는 몬스터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넓은 공간에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마치 인간이 단 하나도 없는 것처럼.
그들의 뒤쪽에서 유독 커다란 기운을 지닌 데몬 프린스 하나가 마기를 전신에 두르고 앞으로 나왔다.
칠흑이었다.
-무슨 일이지?
칠흑의 말에 다른 데몬 프린스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답했다.
-이곳에 아무 반응이 없다.
-흐음?
칠흑의 마기가 일렁였다.
칠흑에게도 지금 들은 이야기는 상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의 계획에 따른다면 이 세계에 침공해 인간들을 도륙하고 데몬즈 게이트를 유지하는 한편, 헤븐즈 도어가 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상대해야 할 인간들이 없다니?
칠흑은 간단히 마법을 작성해 주변을 확인했다.
마법적인 파장이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고 금세 결과가 돌아왔다.
그 결과에 칠흑의 마기가 한층 강하게 흔들렸다.
-설마…….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일대는 비어 있었다.
칠흑이 당혹감에 중얼거릴 때였다.
그들과 멀지 않은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아아아아아아!
성결한 기운이 그 흔들림으로부터 해일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세상을 모두 휩쓸어 버릴 듯이 잔악하고 패도적이던 마도의 기운이 그에 완전히 씻겨 나갔다.
찬란한 성가 같은 것이 이어 대기를 흔들면서 공간이 찢어졌다.
그 빛과 파장에 데몬 프린스들조차 위축됐고, 그들을 따르던 몬스터들은 벌벌 떨면서 당혹스러워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데몬 프린스들은 찢어진 공간을 보며 신음했다.
-저것은……!
-헤븐즈 도어?!
데몬 프린스 하나가 경악해 외쳤다.
그 말처럼 찢어진 공간을 통해서 구름을 넘어 날개 달린 천계의 군세가 이 세상에 강림하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유독 빛으로 가득한 눈부신 거인이었다. 찬란한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불의 칼을 든 그것 앞에서 모든 마는 감히 대적할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바로 미카엘이었다.
-믿을 수 없군……! 인간들이 우리를 함정에 넣었단 말인가!
칠흑이 강림하는 천계의 군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가 믿든 아니든 상관없다!
데몬과 천계의 군세가 한 곳에서 이렇게 충돌하고 있다. 전투는 피할 수 없다. 이곳은 이제 아마겟돈의 현장이 될 것이다.
***
찬란한 성광과 함께 공간의 균열을 찢고 지상에 강림한 신의 군세.
그 선두에 선 것은 미카엘.
한데 미카엘은 지상에 내려서며 눈앞에 선 추악한 마기의 무리에 절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그가 쥐고 있는 불의 검이 대천사의 분노에 감응해 불꽃을 뿜었다. 그를 보좌하는 권품천사 하나가 낭랑한 목소리로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공손히 답했다.
-틀림없이 루시펠의 일파입니다.
-인간들은 보이지 않고 악의 군세라…….
신의 뜻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의 육체는 데몬 프린스 따위도 감히 비길 수 없는 인지력과 힘을 지닌다. 세상이 그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사물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단번에 이 일대에는 인간이 거의 없고 오직 더러운 악의 군세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떻게 할까요?
-조잡한 인간의 꾀가 여기 개입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저것들을 정면에서 보고 물러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미카엘은 단호했다.
그의 성정에 걸맞은 결단이었고, 그가 결단하는 순간 미카엘은 전신은 타오르는 화염처럼 빛났다. 그의 주변에 있던 천계의 군세 역시 이에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악에는 멸망을!
-처단하라!
미카엘이 외치며 날개를 펼쳤다.
그와 함께 천계의 군세가 데몬즈 게이트를 통해 이 세상에 나선 악마의 무리를 향해 매처럼 날았다. 성가의 울림 같은 신령한 에너지의 흔들림과 함께 무서운 살기의 마나가 세상을 덮었다.
***
지하.
아주 깊은 곳이었다.
바로 뉴욕대의 물리연구실 핵심부 중심 설비 앞이었다.
그곳에는 놀라운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성태 일행은 물론이고, 미스터 로드와 그의 아들 로드 주니어까지는 예측 가능했다. 조금 더 나간다면 오이겐까지도. 하지만 이곳에는 이석훈까지 있었다.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전력 가운데서는 드림팀이라 할 만했다.
시간을 확인하고 성태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지금쯤 시작됐겠군.”
“밖에서는 엄청나겠지요?”
조금 두려운 듯이 희연이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
“천계의 군세와 악마의 군세가 정면에서 충돌하게 될 테니…… 일부라고는 해도 선두 병력인 만큼 정예 중의 정예일 테고.”
“하지만…… 정말 이런 계획을 생각해 내다니.”
모두 감탄했다고 할까, 어이없다고 할까.
여러 가지 감정을 담은 시선으로 성태를 바라봤다.
성태는 뭐 어떠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이제 미카엘이 이끄는 천계의 세력과 인류가 협력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답은 간단! 인류와 천계가 충돌하기 전 악마와 천계를 충돌시켜 버리면 그뿐이라는 것이 성태의 작전이었다.
“이렇게 써먹으려고 악마 놈들이 설치한 함정을 놔뒀던 거지. 안 그러면 얼른 해체해야지 뭐 하러 그걸 놔뒀겠어.”
악마들이 데몬 프린스 영빈을 통해 뉴욕대에 데몬즈 게이트를 열기 위한 함정을 설치해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태는 일부러 그것을 치우지 않고 그냥 놔두고 있었는데 혹여 역으로 이렇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두 세력을 충돌하는 데 써먹게 됐다.
물론 본래 데몬즈 게이트는 헤븐즈 도어 이전에 열려, 악마들이 지상을 제압하고 헤븐즈 도어를 막을 수 있도록 시간적으로 먼저 열리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성태가 그걸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
당연히 미리 이 부분은 손봐 뒀다. 덕분에 빈 공터에서 두 군세가 마주치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충돌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방법이 달리 없었다곤 해도 정말 이걸 해내는 담은…….”
“저 녀석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구석이 있다니까요.”
다들 혀를 내둘렀다.
성공하긴 했지만 천계와 마계 두 세계를 상대로 한 도박이다. 판돈은 세계 그 자체나 마찬가지. 이런 걸 저렇게 대담하게 계획하고 실천하는 건 보통 그릇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카에데가 자랑스럽게 성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뭐 그러니 여기까지 대단한 일을 해낸 것 아니겠어?”
“그것도 그렇겠지만.”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른 이들도 동의했다.
무모든 용기든 이런 계획을 짜내고 성공시킨다는 것 자체가 보통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일을 해내기 전에 미카엘 측의 간부였던 오이겐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으니…… 좋든 싫든 성태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뉴욕대 밖은 괜찮을까요?”
오이겐이 화제를 전환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전장은 어디까지나 뉴욕대다.
뉴욕대의 부지는 대단히 넓어서 작은 소도시에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양군의 군세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이 충돌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병력이 외부로 유출될 것이고, 이로 인한 민간의 피해 역시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 될 것이다.
“걱정하지 마. 물론 어느 정도의 병력은 시가지로 흘러나가고 말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대처 가능해.”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군도 있잖아.”
“소개 작업도 이루어졌으니 민간 피해는 적을 거야.”
오이겐을 안심시키며 성태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현재 뉴욕시는 소개 작업과 대병력을 통한 대학의 포위,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군과 헌터가 방위하기엔 적이 너무 많고 또 방어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지 않을까 싶은 점이 걱정입니다.”
로드 주니어가 조금 우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 양군은 적게 잡아서 수십만 단위다. 그들이 뉴욕시에 들어온다면 주변을 방위하고 있다곤 해도 그 정도의 수비와 소개 대책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
“양측 모두 병력이 많긴 하겠지만 입구가 크다곤 해도 그 막대한 병력이 모조리 나올 순 없을 테니까 일종의 병목 현상이 일어나서 지루한 국지전의 양상을 띠게 되겠지.”
“대학 주변에 친 결계도 있으니 양군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걱정할 게 없을 거네.”
“설마 그것들이 협력할 리는 없으니까.”
이석훈과 미스터 로드가 그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마나의 용량과 무관하게 양쪽 문이 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폭이 너무 좁았다. 서로 간에 너무 가깝기 때문에 전열을 정비할 틈이 없이 싸움이 시작될 테고, 그러면 후방의 병력이 앞으로 나올 틈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만일 양군이 서로 협력해서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대의 적이다.
“그건 그렇겠지.”
“그걸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되는 셈이지만…… 결국 그 대결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니까 그게 문제야. 어느 쪽이든 전력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완전히 승기를 잡을 테고…….”
우려되는 지점을 이석훈이 제시했다.
싸움은 팽팽하게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팽팽한 싸움은 언젠가 한순간 그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 문제다. 그때 양측 병력이 어떻게 되는 것과 상관없이 상대편은 제압당할 것이고, 한쪽 문은 닫혀 버리게 되리라. 이렇게 되면 지상은 그 전세를 제압한 세력이 장악하기 손쉽게 된다.
“이곳도 장악당한다는 거군.”
“그러니 승패가 결정되기 전에 다음 작전이 성공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혜선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성태를 바라봤다.
천계와 마계를 충돌시켜 시간을 번다는 작전은 훌륭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다음이 문제다. 성태가 천계 쪽으로 가 유폐된 두 대천사를 구출해 낸다는 것인데, 아무리 주요 병력이 이곳으로 왔다곤 해도 과연 그게 일개 인간에게 가능한 위업일지.
성태가 씨익 웃었다.
“걱정하지 마.”
“하지만…….”
이혜선의 우려 섞인 시선은 그치지 않았다.
성태는 바닥을 발로 툭툭 치며 이어 말했다.
“나는 도리어 이쪽이 걱정인걸.”
성태가 구출에 성공할 때까지 이곳은 무사히 지켜야 한다.
“물론 이쪽도 걱정이긴 하지만 양측의 적대감을 생각하면 여길 지켜야 할 경우는 별로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알파메일 193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01.15
지은이 | 정희웅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 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정희웅,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245-8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