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4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4화
“그릇에 물을 담아 놓은 것 같은 거야.”
“으응?”
아무래도 상상이 잘 안 가는 모양이다.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제외하고도 루시안과 레아 누나에게도 호수가 무엇인지 이것저것을 물어보지만, 한
번도 호수라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아이를 상대로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이미 리나에게 말해 준 것 정도다.
“일단, 직접 가서 보자. 엄청 예쁠 거야.”
“호수, 예쁜 거야?”
“그래, 예쁜 곳이야.”
리나는 기대감으로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직 가본 장소가 아닌 만큼 그곳이 아름다운 장소일지, 아니면 그냥 덩그러니 썩은 물이 고여 있는 장소일지 모르는 일이지만, 수원으로 사용되는
만큼 물이 더러울 리는 없을 것이고, 숲 속에 있다고 했으니 흔히 상상 속의 그런 숲 속 호수를 생각하고 꺼낸 말이었다.
부디 릴 호수가 내 상상 속의 호수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며, 일단은 궁금증에 고개를 계속 갸웃하고 있는 리나를 달래어 우리는 숲 속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장시간 걷는 것이 꽤나 힘들 텐데도 불구하고 리나는 폴짝폴짝 뛰기까지 하면서 즐겁게 숲 속을 나아갔다.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연신 주변을 돌아보며 ‘우와!’하고 감탄한다.
‘하긴, 경치가 좋긴 하네.’
숲 속에는 숲 속만의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울창한 나뭇잎들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라든가, 쏴아아 하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짹짹하는 새소리와 가끔씩 찌르르 울리는
벌레 소리.
모두 도시 속에서 조금씩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도시에서 경험하는 그것들과 숲 속에서 느끼는 그런 느낌은 차원이 다르다.
리나가 저렇게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나와 루시안, 그리고 레아 누나도 길을 따라 걸으면서 주변 경치를 보며 기분 좋게 걷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혹시라도 넘어져서 다칠까 봐 걱정이 될 뿐이다.
“리나,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네!”
결국 레아 누나의 경고를 받고 나서야 폴짝폴짝 뛰던 것을 멈추고 우리에게로 돌아와 손을 잡고 같이 걷는다.
그렇게 레아 누나의 말대로 약 40분 정도를 걸었을까, 울창한 나무 숲 저편으로 텅 빈 밝은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내 우리의 눈앞에, 햇살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맑고 깨끗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쁘다.”
“후후, 그렇죠?”
리나는 처음 보는 호수의 광경에 완전히 빠져든 모양이다. 순식간에 호수로 달려 나가 호수 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하고, 첨벙첨벙 물장난도 해
보기 시작했다.
‘물이 엄청 맑네.’
과연 오염이 없는 시대다.
호수 물을 바라보니 바닥의 돌멩이들이 그대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했다. 감정할 것도 없이 1등급의 물이다.
거기에 간간이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는 것까지 보였다.
“낚시하고 싶어지네.”
딱히 낚시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경치라면 낚싯대만 세워 놓고 하루 종일 호숫가에 자리 잡은 채 경치만 구경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우리밖에 없는 모양이지만, 평소엔 다른 사람들도 간간이 들르는 장소인 듯 곳곳에 사람들이 머물고 간 흔적 같은 것들이 보였다.
몬스터나 야생 동물의 위험만 없다면 아주 좋은 캠핑 장소가 될 것 같다.
“오빠! 여기 봐, 예쁜 돌이야!”
“재미있니?”
“응, 정말 예뻐!”
방긋방긋 미소 지으며 내게 호수 바닥에서 주워 온 반짝반짝 빛나는 돌멩이들을 보여 주는 리나의 모습이 난 더 예뻤지만 말이다.
뭐, 이 미소 하나 본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검술을 빼먹고 여기까지 놀러 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레아 누나도 마찬가지인 듯, ‘귀여워라.’라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리나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안, 그런데 거기서 뭐 해?”
“어? 응……. 여기, 뭔가 좀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아서.”
“이상한 것?”
이상하게 루시안의 모습이 안 보인다 싶어서 호수 주변을 둘러보니, 루시안이 어느 나무 앞에서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가가 보니 루시안은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봐봐,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상…… 응?”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그냥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루시안이 가리킨 곳을 자세히 바라보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나도 눈치챌 수 있었다.
딱히 엄청나게 이상하다,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무의 표면이 무언가 둔기 같은 것으로 강하게 내려 찍힌 흔적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도 그냥 한 번 내려찍은 것이 아니라 두세 번 정도 같은 장소를 내려찍은 듯 껍질이 거칠게 튀어나와 있었다.
“뭔가 방망이 같은 것으로 세게 두드린 것 같은데.”
“그런 흔적이 꽤 많아.”
“그래?”
확실히 주변을 둘러보자 이 나무를 제외하고도 몇몇 그루의 나무에 추가적으로 그런 흔적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딴곳도 아니고,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야영을 하거나 머물고 간 흔적들이 있는 곳이라 이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딱히 ‘환경을 보호합시다!’, ‘나무가 아파해요.’ 같은 문구를 매달아 놓고 환경 파괴를 문제 삼는 그런 장소도 아닌데 누군가가 심심풀이 삼아
몽둥이 같은 것으로 나무를 내려쳤을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누가 방망이로 나무를 두드렸나 보지 뭐.”
“그런데 높이도 이상해.”
“높이는 또 왜?”
“봐봐, 나무를 강하게 친 것 같은데 흔적은 우리 키 정도밖에 안 돼.”
“……어라.”
그제야 나도 뭔가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다.
어른이 심심풀이 삼아 나무를 때렸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어른 키에 맞춰 흔적이 남아 있어야 했는데, 지금 나무에 있는 찍힌 흔적들은 기껏해야 나와
루시안 정도의 키를 가진 사람이 휘둘러야 하는 정도의 높이였다.
‘이 어른이 성장이 덜 된 난쟁이인 건가, 아니면 우리 또래의 괴력을 가진 아이라도 있는 건가?’
잠깐 동안 그 흔적들을 바라보며 고민해 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루시안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둘이서 나무의 흔적이
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았지만 그것도 역시나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하였다.
“아넬, 루시안, 거기서 뭐 하나요?”
“그냥 좀 신기한 게 있어서요.”
“신기한 거요?”
우리의 대답을 들은 레아 누나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리나의 모습을 슬쩍 돌아보았다.
리나는 여전히 호숫가 주변에 쭈그리고 앉아 돌멩이와 물을 첨벙거리며 노느라 바빠 보인다. 놀고 있는 장소가 그다지 깊은 곳도 아니고, 나와
루시안이 있는 장소도 그곳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레아 누나는 천천히 이곳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그렇게 재미있게 보고 있는 건가요?”
“나무에 이상한 흔적이 있어서요.”
“이상한 흔적?”
“여기요.”
나와 루시안은 누군가가 나무를 강하게 내려찍은 듯한 그 흔적을 레아 누나에게 보여 주었다.
“어라? 이건…….”
그 흔적들을 본 레아 누나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뭐지? 뭔가 살짝 불안한 느낌 같은 것이 내 목덜미를 으슥하게 타고 지나갔다.
3분 정도를 여러 나무에 찍힌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이것저것 주변을 살펴보던 레아 누나의 표정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이내, 레아 누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여태껏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매서운 표정으로 나와 루시안에게 말했다.
“아넬, 루시안……. 이건 단순한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혹시 모르니 일단 두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지금 조금 위험한 상태일지도
몰라요.”
“위험한 상태인가요……?”
레아 누나의 진지한 표정에 나와 루시안의 분위기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하지만 레아 누나는 우리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위를 매섭게 살펴보면서 경계했다.
그녀는 천천히 우리만 들을 수 있게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리나를 달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요.”
“이 흔적들이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
루시안의 질문에, 레아 누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차분히 들어 주세요. 이것은 고블린이라고 불리는 몬스터들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숲 어딘가에
고블린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꽤나 많은 숫자가요.”
그 말을 끝으로, 나와 루시안, 그리고 레아 누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리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첫 실전(2)
흔히 고블린이라고 하면 모험자 길드에선 S급에서 F급까지 선별하는 등급표에서 E급에 해당되는 몬스터로, 사실상 몬스터 중에서 가장 최약체로 평가받는 개체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는 몬스터 중 하나인데, E급에 해당된다고 해서 고블린이 위험하지 않으냐고 물으면 그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몬스터라는 녀석들 자체가 일반적인 야생 동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교활하고 성질이 사나운 특성이 있다.
야생 동물은 상대방이 내게 적의가 있는지 없는지, 또한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덤벼들거나 도망갈지를 정하지만, 몬스터는 사람과 조우하면 10번 중 9번 이상은 그대로 달려들고, 그나마도 나머지 하나의 선택지는 동료를 부르기 위해 잠깐 몸을 빼는 것 정도가 전부인 녀석들이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몸에 깊은 상처가 있거나, 무리에서 버림받아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늙은 몬스터가 사람을 마주치는 즉시 먼저 도망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몬스터와 마주치는 것은 어지간해선 드문 일이니 패스다.
즉, 몬스터라는 생명체는 마주치는 순간 명백한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것만 해도 야생 동물과는 다르게 상당히 위험한 놈들이다.
거기에 고블린과 코볼트 같은 최약체에 속하는 몬스터들은 몬스터들의 먹이사슬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 만큼, 초식 동물들이 그러하듯 먹이사슬 속에서 그나마 높은 생존율을 가지기 위해 동족끼리 서로 뭉쳐 집단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블린은 개체 하나하나는 각각 E급에 속하는 하급 몬스터이지만(참고로, E급이면 훈련받은 일개 병사 한 명이 어찌어찌 감당할 수는 있는 수준이다.) 집단을 이루고 있는 고블린들은 모여 있는 개체의 숫자에 따라선 오히려 단일 개체의 D급이나 C급 몬스터보다도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 때문이겠지. 레아 누나가 계속 주변을 살피며 경계를 하고 있는 이유 말이다.
“아까 그게 고블린들의 흔적이었군요.”
“네, 모든 고블린들이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일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들은 아까 봤던 흔적처럼, 나무에 자신이 가진 무기를 세게 두드리면서 다른 동족 고블린들에게 자신이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거나, 무기를 손에 길들이는 행위를 합니다. 나무에 생긴 흔적의 형태로 봤을 땐 주변에서 괜찮은 나무 몽둥이라도 주웠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