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23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23화
‘그럼 오늘 하루만 동생에게 투자할까?’
딱히 농땡이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소중한 동생에게 즐거운 추억을 주기 위함이다. 하루 정도는 검술을 단련하지 않고 동생과 시간을 보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허락 받고, 허락해 주시면 놀러 가자.”
“정말?”
“그럼, 물론이지.”
“와아! 오빠, 정말 고마워!”
“잠깐, 잠깐, 이제 뽀뽀는 안 돼!”
그러나 이미 가드는 늦은지라, 동생은 정말로 기쁜 표정으로 내 볼에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이제 어엿한 꼬마 숙녀인데 아직도 이런 행동을 서슴없이 하니 오빠로서는 조금 걱정될 뿐이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일단 부모님에게 물어보러 가자.”
“응!”
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가 있는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평소에도 상당히 밝은 분위기의 리나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들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기 때문에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가끔 한 번 정도씩은 밖에 같이 놀러 나가 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정도야 같이 돌아다닌 적은 있지만, 성벽 밖으로 나가 본 적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
부모님은 우리가 숲에 놀러 가는 것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이후 우리 집에 놀러 온 루시안도 오늘은 나와 리나가 함께 숲에 간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따라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번 소풍의 주인공인 리나는 ‘좋아!’라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안의 동행을 허락해 주었고, 총 4명의 인원이 숲에 놀러 가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왜 4명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를 돌볼 보호자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언제 어떤 위험이 생길지 모르는 좋지 않은 때에, 아무리 가까운 곳에 놀러 간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들끼리 성벽 밖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부모님의 판단으로 우리의 보호자로서 레아 누나가 따라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만약의 경우가 생기더라도 오러 유저 하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레아 누나라면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그래도 요즘 같은 때니까 항상 주변이 위험한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또, 혹시 모르니 아넬과 루시안은 목검을 들고 가도록 하고, 레아는 검을 들고 가도록 하렴. 몸을 지킬 무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네, 알겠어요.”
“우리 아이들을 부탁한다, 레아.”
“걱정하지 마세요. 그다지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버지는 아무래도 우리끼리만 보내는 것이 영 걱정이 되는 모양이지만, 너무 과한 걱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주의를 주셨다.
지금도 꽤나 많은 도시 사람들이 자주 갈 만큼 안전한 곳인데, 이렇게까지 주의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할까?
보다 못한 어머니가 직접 나서서 아버지의 잔소리를 틀어막고, 우리를 배웅해 주셨다.
참고로 어머니는 숲에 놀러 나간다는 우리의 말을 듣고, 점심 도시락까지 직접 만들어 주셨다. 나와 리나, 루시안과 레아 누나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양이었다.
“그럼 다녀오렴.”
“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고, 목검도 함께 챙겨 다 같이 길드를 나섰다.
성문 입구를 향해 걸으면서, 레아 누나는 ‘아!’하고 말하더니 나와 리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아넬과 리나를 데리고 성벽 밖으로 같이 나가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도시라고는 하더라도 성벽 내부 전체가 빼곡히 건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터와 풀밭 정도는 있고, 작지만 시냇물도 흐르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공간은 꽤나 많다.
농부처럼 밭을 갈기 위해서나, 사냥꾼처럼 나물과 버섯, 약초 등을 채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성벽 밖을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직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만큼 우리 가족이 성벽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고, 기껏해야 길드의 업무 때문에 나갈 일이 생겼을
때 아버지나 어머니를 따라 잠깐 나간 것이 전부였다.
“설마 리나가 한 번도 가지 못한 숲에 놀러 가고 싶다고 말할 줄은 몰랐어요.”
“저도 깜짝 놀랐는걸요.”
내 손을 잡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리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레아 누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뭐,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을 했다.
추가적으로 루시안은 우리 가족끼리 놀러 가는 것에 괜히 자기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며 조금 걱정했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레아 누나의 말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숲을 향해 이동했다.
***
성문 앞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총 4명의 병사들이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2명은 긴 창을 들고 성문의 좌우에 위치해 있었고, 나머지 2명은 각각 펜과 종이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아무래도 모양새를 보니 성문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이 성문 수비를, 나머지 두 사람은 성문을 통해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병사들도 모두 도시 사람이기에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긴, 모험자라든지 이웃이라든지, 그런 특별한 접점이 없으면 같은 도시의 사람이라도 넓이가 꽤 되는 만큼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외로 레아 누나가 병사들 중 아는 사람이 있는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인사했다.
약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 병사였다. 그는 레아 누나에게 펜을 쥐고 있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 이거 레아 양 아니야?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늘 남쪽 문 수문장이 헬튼 씨였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잠깐 성문 밖으로 나가기 위해 찾아왔어요.”
“허허, 나 같은 일개 병사가 수문장은 무슨……. 그저 연장자로서 저놈들이 농땡이 부리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이지. 그래, 성문 밖으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별일 아닙니다. 길드마스터인 리안 씨의 자녀들과 같이 가까운 숲에 놀러 가는 중이에요.”
“리안 씨의? 아아, 그러고 보니 리안 씨에게 아들 하나랑 딸 하나가 있다고 들었지. 도통 바빠서 길드에 찾아갈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했었는데
혹시 이 아이들인가?”
“네, 맞습니다.”
레아 누나의 대답을 들은 그 중년의 병사는 나와 리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아버지가 인물이 좋으니 아이들도 귀엽구만. 이거, 성장하면 대단한 미남 미녀로 크겠어.”
“후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가까운 숲이란 말이지……. 아, 레아 양도 알고 있겠지만 최근 도시 근방의 숲에서 간간이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어.
순찰조들이 계속 근방을 돌고 있긴 하지만 혹시라는 것이 있으니 주의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레아 누나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톡톡 두드렸다. 중년의 병사는 레아 누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하핫.’하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가씨도 검사였지. 잘 놀다 오게나.”
“예, 그럼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
“오냐, 해가 지기 전까지는 꼭 돌아오너라.”
우리는 병사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을 나왔다. 성문 밖은 온통 넓은 밀밭이다. 아직 수확 시기는 아니기에 황금빛 물결이 일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잘 자란 건강한 초록빛의 밀들이 바람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도시의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런 넓고 푸른 밭을 보게 되니 마음속까지 시원해졌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리나와 루시안, 레아 누나도
마찬가지인지 우리는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바람과 함께 밀밭의 모습을 잠깐 즐겼다.
“레아 누나, 아까 그 병사 아저씨는 누구인가요?”
“십인장 지위를 가진 헬튼 씨입니다. 도시에 있는 군대도 몬스터에 대한 정보나 도시 주변의 정보를 자주 수집하기 때문에 모험자 길드로 그런
정보들을 요청하곤 합니다. 그래서 정보를 전해 주기 위해 주둔지를 찾아갈 때 자주 뵈었던 분입니다.”
아하, 가끔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정보를 전달하러 어디론가 나가고는 했었던 게 그런 것이었나.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밭을 감상하고 있던 루시안과 리나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레아 언니, 이제 어디로 가?”
“글쎄, 어디로 가볼까?”
레아 누나는 사방을 살피며, 어느 쪽 숲으로 가면 좋을지를 고민한다. 사실 밭이 넓게 펼쳐져 있기는 했지만 밭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사방이
숲이다.
그저 마음 끌리는 곳으로 가도 될 법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디든 가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망설여진다고 해야 할까.
세 갈레로 나뉘어 있는 길을 바라보며 ‘으음.’하고 서로 고민하고 있을 즈음, 루시안이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아!’하고 외쳤다.
“얼마 전에 들은 건데, 이곳 주변에 호수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으로 가보는 것은 어때요?”
“호수?”
아, 루시안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떠올랐다. 근방에 도시에 들어오는 시냇물의 수원이 되는 호수가 있다고 했었지.
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라 까먹고 있었는데.
레아 누나도 어딘지 아는 모양인지 ‘아, 그곳이 좋겠네요.’하며 루시안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한 건(?) 해낸 루시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 누나, 그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네, 릴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규모의 호수입니다. 세룬 도시 근처의 지형을 익힐 때, 특징이 뚜렷한 장소 중 하나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요.
이쪽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30~40분 정도 걸릴 겁니다.”
레아 누나가 가리킨 길을 쭉 따라 시선을 이동하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숲과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내 옷을 슬며시 잡아당기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응?”
무슨 일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자, 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그런데 호수가 뭐야?”
“……어라.”
생각해 보니 리나는 호수를 모르지, 참.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나 역시 호수를 직접 본 적은 없다. 그저 이전의 기억을 토대로 호수가 어떤 것인지 알 뿐이지 이 세계에선 그저 도시
내부에 시냇물이 흐르는 것과 우리 집 지하에 있는 우물물을 본 것이 전부이다.
당연히 리나가 호수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다.
“호수라는 건 말이야, 도시에 흐르는 시냇물보다 훨씬 많은 물들이 모여 있는 장소야. 큰 물웅덩이라고 생각하면 돼.”
“큰 물웅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