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라이프 17화
무료소설 리스타트 라이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리스타트 라이프 17화
친구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고, 사촌들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사춘기가 찾아오고 조금 더 성장하면 ‘오빠, 가까이 오지 마! 기분 나빠!’같이 마음에 상처가 될 말을 스스럼없이 하며 오빠에게 다가오지
않으려는 그런 날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렇게 귀여운 모습의 동생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다 한순간의 추억으로 변해 버리겠지.
“그래, 예쁘다, 예뻐! 우리 동생.”
“간지러워!”
‘꺄하하.’하고 웃음 짓는 동생이다.
어차피 나중에 무시당하고 그럴 거라면, 지금 내게 어리광을 부릴 때 맘껏 귀여워해 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레아 누나에게까지 ‘동생에게 너무 무른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말이다.
‘딱히 무르진 않는데.’
안아 달라고 하면 안아 주고, 뽀뽀해 달라고 하면 뽀뽀해 주고, 같이 자 달라고 떼쓰면 같이 자 준다. 때론 밥까지 먹여 달라고 할 때는 나도
어리광이 좀 심하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말 그대로 가끔 있는 일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먹여 준다.
‘오빠들은 다 이런 거 아닌가?’
귀여운 어린 동생이, 그것도 여동생이 방긋방긋 웃으며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것도 내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
요구하는 것인데 들어주지 않을 오빠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다.
“딱히 내가 동생에게 너무 무른 건 아니라구. 그치?”
“그치이?”
“말이 많이 늘었는걸.”
“많이 늘어써!”
뭐, 자신이 세 살 땐 이미 이것보다도 훨씬 말을 잘했었지만, 동생은 환생 같은 것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게 당연한 것이겠지.
“왜에?”
“큽.”
잠깐 동생 얼굴을 보며 ‘설마 내 동생도 나처럼 환생한 것은 아니겠지?’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리나는 그 귀여운 얼굴을 살짝
갸웃하며 아래에서 위로 나를 살짝 올려다본다.
백금색의 머리카락과 동글동글한 귀여운 얼굴. 거기에 푸르고 맑은 눈동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나를 바라보니 심장이 아프다.
‘분명 나중에 사내 여럿 울리고 다닐 미녀가 될 거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벌써부터 그런 싹이 보이고 있다. 팔불출 발언이 아니다.
“이런 리나가 나중에는 오빠 싫어! 라고 말할 걸 생각하니 오빠는 마음이 아프네.”
“응? 리나, 오빠 안 싫어.”
‘싫어하지 않아.’를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인지 말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알아듣기엔 충분했기 때문에 말없이 리나를 좀 더
꼬옥 끌어안았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 가면 오빠 마음에 난도질을 하겠지. 흑흑.
내가 하는 행동이 영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리나는 연신 고개를 갸웃하면서 ‘오빠 안 싫어.’, ‘안 싫어. 좋아.’ 등의 말을 하지만, 이미
먼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내 귀에 리나의 그런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성장한 미녀인 리나는 내 머릿속에서 이미 ‘변태! 어딜 보는 거야!’, ‘기분 나빠!’ 등의 폭언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날은 다른 때와는 달리 조금 울적해진 기분으로 리나와 놀아 주었다.
부디, 나중에 커서도 오빠를 싫어하지 않는 동생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서 말이다.
새로운 친구(1)
“요즘 들어 분위기가 영 좋지 않네요.”
“그렇구나. 아무래도 최근에 연달아 나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겠지.”
내가 공격하는 검술 동작에 맞춰, 검을 튕겨 내고, 밀어내는 등의 수비 자세를 취해 주던 아빠는 내가 한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게 된 것은, 최근 들어 도시에 흉흉한 이야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이어진 인근 도시의 몬스터 출현 소식에 나와 아빠가 있는 뒤뜰까지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도시 전체가 몬스터에 대한 소식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소리가 계속 들리다 보면 모험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길드 지부장의 아들로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며칠 전에도 모험자 파티가 또 전멸했다고 했지요?”
“그래, 이렇게까지 몬스터에게 모험자가 줄줄이 희생된 것은 세르피안 왕국이 건국된 초기 이후로는 처음인 모양이다. 벌써 100여 명이 넘는 모험자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전부 D급 이상의 모험자들이.”
대화를 하면서, 아빠의 허리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딱히 대련은 아니고, 이렇게 공격하면 이렇게 반격당할 수 있다, 또는 이런 식으로 수비할 수 있으니 주의해라 등의 내용을 교육받는 중이었기 때문에 공격을 하는 나도, 수비를 하는 아빠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세룬 도시는 아직 이렇다 할 피해가 없으니까요.”
가볍게 목검을 내질러 보았으나, 역시나 간단히 틀어 막힌다.
내 목검을 막은 뒤, 자신의 목검을 회수하며 자세를 바로잡은 아빠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푸념했다.
“그렇긴 하다만, 얼마 전에는 토드아 도시 근방에서 오우거의 흔적으로 보이는 발자국도 발견되었다고 하더구나. 갑작스럽게 A급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바람에 하급 몬스터들이 단체로 날뛰어서 인근 마을에 피해가 발생한 모양이다.”
“네? 토드아 도시라면, 이곳에서도 그다지 먼 곳은 아니잖아요?”
내가 기억하기로는, 걸어서 약 일주일 정도가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이다. 마차를 이용한다면 3일에서 4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아니, 소식이 전해진 것은 꽤나 이후의 일이니 몬스터가 이 근방으로 왔을 수도 있는 노릇인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분위기가 이렇게 흉흉한 것이다. 어쩌면 이곳에도 그런 몬스터가 들이닥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쩐지, 최근에 성벽을 수비하는 병사의 숫자가 이상하게 늘었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아빠의 공격을 흘리면서, 다시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아빠는 ‘이때는 이렇게 반격해야지.’라고 내 공격을 지적하며 말을 이었다.
“A급의 몬스터가 숲 속에서도 아니고 도시 근방에서 나타난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니까 말이다. 수도에서도 위험성을 감지하고 기사단을 파견한 모양이다. B급까지라면 모를까, A급 이상의 몬스터가 도시 근방에서 날뛰면 안 되니까 말이다.”
“확실히 오우거라는 몬스터는 단독으로도 마을 하나를 전멸시키고, 일개 기사단도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라고 했었죠?”
“그래, 5m에 달하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몸집에 맞지 않게 상당히 재빠르고, 자신의 키와 비슷한 나무 정도는 뿌리째 뽑아서 던질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근력까지 가지고 있지. 사람 정도는 한 손으로 우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란다.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고 싸워도 퇴치가 힘든 몬스터지. 제대로 상대하려면 오러 유저 상급의 실력자가 여럿 달라붙거나 오러 익스퍼드 하급의 실력자가 함께 나서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 정도인가요?”
“오러 익스퍼드 하급의 실력자도 모험자 길드에선 B급 모험자로 구분한다. 오우거는 그보다 한 랭크가 높은 A급의 몬스터니까 당연하지. 괜히 모험자 길드에서 오우거를 A급의 몬스터로 지정한 것이 아니란다.”
아빠의 반격을 막아내며 작게 숨을 고르자, 아빠는 다시금 ‘여기선 이렇게란다.’하고 내 자세에 대해 충고를 해 주고 말을 이었다.
“제아무리 오러로 신체를 강화시킨 오러 유저라도 자신보다 3배 이상 몸집이 크고, 인간의 수십 배의 힘을 발휘하는 오우거를 단독으로 상대하기는 무리지. 그것은 익스퍼드 실력자라도 마찬가지라, 단독으로 오우거를 벨 수 있을 정도라면 최소한 중급 이상, 그것도 상당한 숙련자가 아니면 안 돼.”
“그렇겠네요.”
실제 오우거라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소설 속이든 게임 속이든 오우거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가장 강한 몬스터 중 하나로 인식된다. 코볼트와 고블린 같은 하급 몬스터는 간식거리 정도로 삼을 정도로 말이지.
거기에 나무를 뿌리째 뽑을 정도의 엄청난 힘이라면 아무리 신체를 강화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이 그 악력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A급의 최소 실력이 소드익스퍼드 중급인 것인가. 그렇다면 그 이상의 등급인 S급은 대체 어떤 실력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S급이라는 등급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혹시 S급의 모험자도 있나요?”
“물론이다. 아마도 S급의 모험자는 전 대륙을 통틀어 오로지 세르피안 왕국 모험자 길드에만 존재할 거다.”
“어? 있어요, S급의 모험자가?”
B급의 모험자가 오러 익스퍼드 하급의 실력이고, A급이 익스퍼드 중급이나 상급에 속하는 경지일 테니, 그렇다면 S급의 모험자라면 최소 익스퍼드 상급 이상의 경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모험자로 있다는 것인가.
대화로 인해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속도가 더 느려지기는 했지만, 아빠는 이런 지식에 대해서 알려 주는 것도 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모양인지 목검을 휘두르면서도 내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
“그래, 현재 세르피안 왕국의 모험자 길드를 이끌고 있는 길드마스터가 대륙 유일의 S급 모험자다. 참고로, 인간 유일의 오러 마스터 칭호를 가지고 있는 남자이기도 하지.”
마스터.
전 대륙에 단 3명밖에 없으며, 그나마도 인간 중에선 한 명밖에는 없고, 엘프 족에서 마나마스터가 한 명, 오크 족에서 오러 마스터가 한 명 있을 뿐이라고 들었던 바로 그 경지를 이룩한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설마 인간 중에 단 한 명이라고 했던 그 사람이 세르피안 왕국 모험자 길드를 책임지고 있는 길드마스터였을 줄이야.
의외의 사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에게 물었다.
“오러 마스터나 되는 경지를 이룩한 그분이 왜 작위를 가지지 않고, 길드마스터를 하고 있는 거죠?”
내 질문에 아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하하.’하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게 궁금했었구나? 물론, 아빠도 한때 그게 궁금해서 본인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단다. 그때 그가 내 질문에 대답하기를, 먹고살 돈은 충분히 벌 수 있는데 굳이 쓸데없이 작위 같은 거 얻어서 전쟁 도구로 사용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들었지. 작위 같은 것보단 자유롭게 대륙을 여행할 수 있는 모험자가 훨씬 적성에 맞는다고 했었단다.”
“본인에게 직접이요? 아빠, 길드마스터랑 아는 사이셨어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아빠는 ‘어라?’하는 표정으로 나와 목검을 주고받던 동작을 멈추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야기하지 않았었나? 엄마를 만나기 전에 아빠는 길드 본부에 소속된 B급의 모험자였단다. 당연히 본부에 있었던 만큼 길드마스터와도 서로 아는 사이지. 물론 네 엄마를 본 이후엔 본부에서 나왔지만, 지금도 간간이 편지를 주고받는단다.”
“……그, 새삼스럽지만 아빠가 예전에는 꽤 대단한 모험자였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